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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야멘타 원장과 리자 벤야멘타 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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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띄는 방식으로든 그렇지 않든 벤야멘타 하인학교를 실질적으로 지배하 는 인물은 벤야멘타 남매이다. 생도들은 ‘거인 ein Riese’(JvG 17)과 같은 벤야 멘타 원장의 지도하에 놓여 있고, ‘천사 ein Engel’(JvG 34)와도 같은 리자 벤야 멘타 양을 보좌한다. 야콥이 이제 막 학교생활을 시작했을 때 벤야멘타 원장과 벌인 ‘별것 아니지만 아주 격렬한 사건 eine kleine, aber sehr heftige

192) Giorgio Agamben: Die Gehilfen. In: Giorgio Agamben: Profanierungen. Frankfurt a. M.

2005, S. 29: “Er[Der Gehilfe] buchstabiert den Text des Unvergeßlichen und übersetzt ihn in die Sprache der Taubstummen. Daher sein beharrliches Gebärdenspiel, daher sein unerschütterliches Mimengesicht. Daher auch seine unheilbare Zweideutigkeit.

Denn vom Unvergeßlichen wird nur die Parodie gegeben.”

193) W. Benjamin: Robert Walser, S. 129: “nicht die Nervenspannung des dekadenten, sondern die reine und rege Stimmung des genesenden Lebens”

194) Ebd.: “Sie wollen sich selber genießen. Und dazu haben sie ein ganz ungewöhnliches Geschick. Sie haben auch darin einen ganz ungewöhnlichen Adel. Sie haben auch dazu ein ganz ungewöhnliches Recht. Denn niemand genießt wie der Genesende. […] das Strömen seines erneuerten Blutes klingt ihm aus Bächen und der reinere Atem der Lippen aus Wipfeln entgegen.”

Szene’(JvG 18)은 거인의 권위와 난쟁이의 참담한 패배를 뚜렷하게 보여준다.

내가 그의 사무실에 들어서서 입도 뻥긋하기 전이었다. “다시 밖으로 나가거라.

예의바른 사람처럼 방에 들어올 수 있는지 한번 시도해봐.” 그가 엄하게 말했다.

나는 방에서 나왔다. 그러고는 문을 노크했다. 노크하는 것을 새까맣게 잊었던 것 이다. “들어오너라”라는 대답이 들리고 나서 나는 안으로 들어가 가만히 서 있었 다. “인사는 어디로 갔지? 내 방에 들어오면 학생들이 뭐라고 말하더냐?” 나는 허리를 굽혀 인사하고는 아주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안녕하십니까, 원장 선생 님.” […] “더 큰 소리로 못하나, 이 한심한 놈.” 벤야멘타 씨가 소리쳤다. 나는

“안녕하십니까, 원장 선생님”이라는 인사를 다섯 번이나 되풀이해야만 했다. […]

이해할 수 없는 끔찍한 번개와 천둥이 멀리에서부터 나를 위협하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나를 더 이상 거들떠보지도 않는 그 사람에게 나는 거의 땅에 닿을 정도로 몸을 숙여 절을 했다.

Ich trat zu ihm ins Kontor, aber ich kam nicht dazu, meinen Mund zu öffnen.

«Geh wieder hinaus. Versuche, ob es dir möglich ist, wie ein anständiger Mensch ins Zimmer einzutreten», sagte er streng. Ich ging hinaus, und dann klopfte ich an, was ich ganz vergessen hatte. «Herein», rief es, und da trat ich ein und blieb stehen. «Wo ist die Verbeugung? Und wie sagt man, wenn man zu mir eintritt?» - Ich verbeugte mich und sagte in kümmerlicher Tonart: «Guten Tag, Herr Vorsteher.» […] «Lauter reden, Bösewicht», rief Herr Benjamenta. Ich mußte den Gruß «Guten Tag, Herr Vorsteher» fünfmal wiederholen. […] Es war mir, als ob ein furchtbares unverständliches Gewitter mir von ferne drohe. Ich verbeugte mich tief, fast bis herab zur Erde, vor demjenigen, der mir gar keine Beachtung mehr schenkte, […]. (JvG 18 ff.)

하지만 벤야멘타 원장의 ‘위엄’은 이내 퇴색되어버리고 만다. 원장실을 나선 야콥이 느끼는 감정은 ‘모욕감’이 아니라 그에 대한 ‘동정심’이기 때문이다. “그 런데 나는 그 때문에 모욕감을 느끼지 않았다. 다만 마음이 아팠을 뿐이다. 그 것도 나 때문이 아니라 그 사람, 원장 선생님 때문에 마음이 아팠다. 나는 우리 소년들과 함께 단조로이 살아가고 있는 그에 대해, 그들 두 사람, 그러니까 그 와 그의 누이동생에 대해 늘 생각한다.”195) 이처럼 벤야멘타 남매가 지배하는 왕국은 그들의 힘이 찬란하게 빛을 발하는 영화로운 땅이 결코 아니다. 오히려

195) “[…] und es hat mich nicht einmal beleidigt. Nur weh hat es mir getan, und nicht um mich selber, sondern um ihn, den Herrn Vorsteher. Ich denke eigentlich immer an ihn, an beide, an ihn und Fräulein, wie sie so dahinleben mit uns Knaben.” (JvG 20)

벤야멘타 하인학교는 애초부터 누군가와 겨룰 능력이 완전히 결여된 대도시의 낙오자들이 모여든 도피처이자, 이러한 낙오자들의 동정을 받는 몰락한 왕의 유 배지와 같다. 특히 벤야멘타 원장이 겪었을 폐위(廢位)의 사건은 야콥에게 어렵 지 않게 간파된다. “그가 과거에 파란만장한 삶과 큰 불행을 겪었으리라는 것이 어렴풋이 느껴진다. […] 벤야멘타 씨의 얼굴과 손(내가 이미 감촉을 느껴보았 던)은 마디가 불거진 뿌리들, 비극적 순간에 무자비하게 내리치는 도끼들에 맞 서 저항해야만 했던 뿌리들과 흡사하다.”196) 이렇듯 야콥은 벤야멘타 원장에게 치명적인 흔적을 남길 수밖에 없었던 어떤 사건들을 직감한다. 여기서 이 사건 들이란 이성을 통해 신화로부터의 해방을 모색했던 계몽주의의 기획을 연상시 킨다. 그리고 ‘마디가 불거져 나온 뿌리들’은 이성의 도끼날로 베어진 신화적 세 계의 힘, 다시 말해 실추되어버린 신화적 권위를 암시한다.

하지만 ‘자유’와 ‘평등’이라는 이념의 물살에 휩쓸려나간 신화적 세계의 잔뿌 리는 죽지 않고 살아남아, 이 작고 초라한 벤야멘타 학교 안에 자신의 은둔처를 마련한다. 그리고 신화의 연약한 생명력은 ‘백치’들의 보살핌을 받으며 조금씩 그 본래의 힘을 회복한다. 거꾸로 이 백치들을 훈련시키고 가르치면서. 실제로

‘뭔가 기묘한 사정들 때문에 죽음과 유사한 상태에 빠져 잠들어 있는 교사들을 대신하여’ 유일하게 생도들을 가르치고 있는 이는 다름 아닌 리자 벤야멘타 양 이다.197) 그녀를 제외한 다른 교사들은 전(全) 시대적인 꿈을 꾸고 있다.198)

196) “man ahnt hinter diesem Menschen schwere Schicksalswege und -schläge, […]

Herrn Benjamentas Gesicht und Hand (die ich schon zu spüren bekommen habe) haben Ähnlichkeit mit knorrigen Wurzeln, mit Wurzeln, die zu irgendeiner traurigen Stunde schon irgendwelchen unbarmherzigen Beilhieben haben widerstehen müssen.” (JvG 44) 197) Vgl. JvG 9: “An Stelle der Lehrer, die aus irgendwelchen sonderbaren Gründen

tatsächlich totähnlich daliegen und schlummern, unterrichtet und beherrscht uns eine junge Dame, die Schwester des Herrn Institutvorstehers, Fräulein Lisa Benjamenta. 뭔 가 기묘한 사정들 때문에 실제로 죽음과 유사한 상태에 빠져 잠들어 있는 교사들을 대신하여 젊은 숙녀 한 분이 우리를 가르치고 지도한다. 그녀는 원장 선생님의 누이동생인 리자 벤야멘 타 양이다.”

198) Vgl. JvG 58: “Entweder sind die Lehrer unseres Institutes gar nicht vorhanden, oder sie schlafen noch immer, oder sie scheinen ihren Beruf vergessen zu haben. Oder streiken sie vielleicht, weil man ihnen die Monatslöhne nicht ausbezahlt? Wunderliche Gefühle ergreifen mich, wenn ich an die armen Eingeschlummerten und Geistesabwesenden denke. Da sitzen sie nun, oder kauern an den Wänden eines extra für die Ruhebedürftigen eingerichteten Zimmers. 우리 학원에는 선생들이 아예 존재하지 않거나 아니면 그들은 아직도 잠만 자고 있 다. 이도 저도 아니라면 그들은 자신의 직분을 완전히 잊어버린 듯싶다. 월급을 받지 못해 파 업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잠들어 있는 이 불쌍한 이들과 얼이 빠져 있는 이 사람들을 생 각하노라면 기묘한 감정에 휩싸이게 된다. 저기 그들이 앉아 있다. 요양이 필요한 이들을 위해 특별히 마련된 방의 벽 쪽에 웅크리고 있다고 해야 할 것 같다.”

들이 꾸는 꿈의 이름은 세계를 뒤덮고 있는 또 다른 신화, 즉 ‘계몽의 신화’이 다. 반면 리자 벤야멘타 양은 마치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혹은 잃어버린―

신화적 형상처럼 묘사된다. 그녀는 아주 먼 곳에서 온 ‘유령 ein Geist’(JvG 71) 이나, 금방이라도 부서질 듯 아름답고 연약한 여신의 모습으로 자신을 드러낸 다.

그녀는 얼마나 아름다운지. 풍성한 칠흑의 머리카락은 또 어떠한가. […] 그녀의 두 눈! 그 눈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 속에는 나락의 공포와 심연이 있다. 반짝 이는 검은 눈동자는 아무것도 말하지 않으면서 동시에 말할 수 없는 모든 것을 말해주는 듯하며, 낯익은 동시에 낯선 느낌을 준다. 눈썹은 금세라도 찢어질 듯 얇고, 둥근 모양으로 아주 길게 그려져 있다. 눈썹을 쳐다보노라면, 찌르는 듯한 통증이 느껴진다. 그것은 병적으로 창백한 저녁 하늘에 떠 있는 초승달 같다. 가 느다랗지만, 그래서 더 깊이 찔린 상처 같다. 마음을 도려낸 상처. 그녀의 뺨은 어떤가! 소리 없는 그리움과 두려움이 그녀의 뺨 위에서 축제를 벌이고 있는 것 같다. 이해받지 못한 연약함과 사랑스러움이 그곳에서 서럽게 울고 있다. 이따금 희미하게 빛을 내는 뺨의 하얀 눈 위로 나지막하게 무언가를 애원하는 듯한 붉은 빛이, 불그레하고 수줍어하는 삶이, 태양이, 아니, 그런 태양의 희미한 잔영만이 나타난다.

Wie schön sie ist. Welch eine üppige Fülle von tiefschwarzen Haaren. […]

Diese Augen! Sieht man sie einmal, so blickt man in etwas Abgrund-Banges und Tiefes hinein. Diese Augen scheinen in ihrer glänzenden Schwärze nichts und zugleich alles Unsagbare zu sagen, so bekannt und so unbekannt zugleich muten sie an. Die Augenbrauen sind bis zum Zerreißen dünn und rund darüber gezeichnet und gezogen. Wer sie betrachtet, fühlt Stiche. Sie sind wie Mondsicheln an einem krankhaft blassen Abendhimmel, wie feine, aber um so stechendere Wunden, innerlich schneidende. Und ihre Wangen! Das stille Sehnen und Zagen scheint Feste darauf zu feiern. Unverstandene Zartheit und Zärtlichkeit weint darauf auf und nieder. Zuweilen erscheint auf dem schimmernden Schnee dieser Wangen ein leises bittendes Rot, ein rötliches, schüchternes Leben, eine Sonnne, doch nein, nur der schwache Abglanz einer solchen. (JvG 72)

이렇듯 벤야멘타 양은 온 몸으로 자신이 지닌 ‘연약함과 사랑스러움’을 주장 한다. 그리고 그녀의 섬약함이 생도들에게 가르치는 것은 ‘상실감을 느끼는 법 과 견디는 법’, 그리고 ‘기다리는 법’이다. 야콥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이곳 벤

야멘타 학교에서는 상실감을 느끼는 법과 견디는 법을 배운다. 나는 그것이 일 종의 능력, 훈련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훈련을 거치지 않은 사람은 유능하고 아 니고를 떠나서 그저 덩치 큰 아기, 칭얼대기만 하는 울보로 남을 것이다. […]

한 가지는 확실히 알고 있다. 그렇다, 우리는 기다리고 있다! 그것이 우리가 지 닌 가치이다. 그래, 우리는 기다린다. 말하자면 저 인생의 소리에, 사람들이 세 계라고 일컫는 저곳에, 폭풍우 몰아치는 저 바다에 귀 기울인다.”199) 이렇듯 생 도들은 자신의 자아를 비우고, 세계의 미세한 운동에 전적으로 주의를 기울이는 진정한 ‘피조물’의 윤리를 학습한다. 그런데 이 훈련의 기묘한 점은 생도들이 자 신의 연약함과 보잘것없음을 한껏 껴안을수록, 그들이 더욱 더 사랑스러워진다 는 데에 있다. 그들은 훈련을 거듭할수록 연약함과 사랑스러움을 동시에 품고 있는 리자 벤야멘타 양을 닮아간다. 그리고 어느덧 야콥은 벤야멘타 원장과 벤 야멘타 양으로부터 사랑의 고백을 받기에 이른다. 주인과 하인 사이에 기묘한 관계의 역전이 일어나는 것이다. 벤야멘타 원장이 야콥에게 들려주는 진기한 세 레나데는 다음과 같다. “믿을 수 있겠니. 네게는 숭고한 정신이 깃들어 있는 것 같아. 그리고 그런 느낌이 네 앞에서 그럴듯하고 기분을 북돋워주는 해명과 고 백을 정신없이 쏟아내도록 아주 강력하게 유혹한단다. 마음만 먹으면 짓밟아버 릴 수도 있는 불쌍한 어린아이인 네 앞에서, 너의 주인인 내가 지금 이러고 있 는 것처럼 말이야. 손 좀 줘봐. 그렇지. 넌 내가 너를 존경할 수밖에 없게끔 만 드는 능력을 가지고 있단다. 나도 너를 매우 존경하고 있다. 그리고 나는 너에 게 그 말을 할 권리가 있어. 그런데 너에게 부탁이 하나 있다. 너 나의 친구, 내 어린 벗이 되어주겠니? 부탁이다, 그렇게 해다오.”200) 벤야멘타 양의 고백은 더 욱 노골적이다. “말해봐, 야콥, 나를 조금이라도 좋아하니? 내가 너의 가슴에, 너의 젊은 마음에 어떤 의미가 있지? […] 너 나를 존경하니?”201)

199) “Man lernt hier im Institut Benjamenta Verluste empfinden und ertragen, und das ist meiner Meinung nach ein Können, eine Übung, ohne die der Mensch, mag er noch so bedeutend sein, stets ein großes Kind, eine Art weinerlicher Schreihals bleiben wird.

[…] Das eine weiß ich bestimmt: wir warten! Das ist unser Wert. Ja, wir warten, und wir horchen gleichsam ins Leben hinaus, in diese Ebene hinaus, die man Welt nennt, aufs Meer mit seinen Stürmen hinaus.” (JvG 92 f.)

200) “«Man mutet dir, glaubst du das, Edelsinn zu, und da reizt es einen ganz mächtig, sich vor dir in schönen, wohltuenden Erklärungen und Geständnissen zu verlieren, so zum Beispiel ich, dein Herr, vor dir, meinem jungen armen Wurm, den ich, wenn’s mich gelüstete, zermalmen könnte. Gib mir die Hand. So. Laß mich dir sagen, daß du es verstanden hast, mir Respekt vor dir abzunötigen. Ich achte dich hoch, und - ich - darf - es dir sagen. Und nun habe ich eine Bitte an dich: willst du mein Freund, mein kleiner Vertrauter sein? Ich bitte dich, sei es.»” (JvG 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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