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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 술 교 육 길 라 잡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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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M 2008-6-341

논술교육길라잡이Ⅲ 길라잡이Ⅲ 논술교육

논 술 교 육 길 라 잡 이

·

인 문 계 열

RM 2

00 8l 6l 34 1

인문계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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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M 2008-6-341

연구위원 강영기(남주고등학교) 김평원(마포고등학교) 박주실(전남과학고등학교) 서정인(서울고등학교) 이효근(보인고등학교) 조석연(진명여자고등학교) 최병기(영등포여자고) 최진규(서령고등학교) 황충일(강화고등학교) 자문위원 윤희원(서울대학교)

조완영(충북대학교) 연구협력관 이호섭(학사지원부 부장)

한국대학교육협의회 논술연구회

논술교육길라잡이Ⅲ·인문계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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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술교육길라잡이III을 펴내면서

2007년 한해 신문, 라디오, 텔레비전, 인터넷 등을 뜨겁게 했던 교육 쟁점 중 하나가 통합논술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통합교과논술에 익숙하지 않은 수험생과 지도 교사들은 사교육이 주도하는 다양 한 통합논술프로그램 속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어 왔던 것이 사실입니다. 각 대학 역시 통합교과논술 모의고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공개하여 혼란을 극소화하려고 하였습니다. 하지만 각 대학 역시 수 험생들의 반응을 종합하여 난이도와 출제 방향을 수정해왔기 때문에, 수험생의 입장에서 막연한 불안 감과 더불어 통합교과논술의 개념을 정립하는 데 오히려 혼란을 부추기는 면도 없지 않았다고 봅니다.

2009학년도 입시에서 많은 대학이 정시논술을 폐지하고 있는 상황에 일부 언론이 편승하여 학생 들은 물론 일선 현장의 교사들도 ‘논술은 이제 필요 없다’는 오해를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2007 년 필요 이상으로 너무 가열된 논술 열풍이 식었을 뿐이지 논술이 중요성이 약해진 것은 아닙니다.

수시 전형에서는 오히려 논술이 강화되었고 수시 선발 비중이 높아지는 등 상위권 대학을 진학하는 데 있어 논술의 중요성은 변함이 없습니다. 무엇보다도 통합교과논술은 변화하는 사회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문제 해결 능력을 평가할 수 있기 때문에 학생 선발의 도구로 사용되는 것이지, 학 생들을 성적순으로 줄 세우기 위해 인위적으로 만들어 낸 도구는 아님을 명심해야 합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 논술연구회에서는 공교육이 주도하는 논술 교육만이 논술을 둘러싼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다는 신념하에 각 대학교에서 제공한 분석 자료를 토대로 이에 대한 대비책을 상세하게 제시한 <논술교육길라잡이 I, II>를 발간한 바 있습니다. 이 책으로 인하여 통합교과논술에 대해 막연 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었던 학생, 지도 교사, 그리고 학부모님들에게 통합교과논술 대비 방법에 대해 어느 정도 지름길을 제시하였다고 확신합니다.

그 여세를 모아 2009학년도 수시 전형을 대비하기 위한 <논술교육길라잡이III>을 발간하게 되었습 니다. 이 책에서는 각 대학교에서 제시한 2008학년도 대입 수시 2학기 출제문항 분석과 함께 출제 되었던 주제 또는 개념을 종합하여 2009학년도 출제 방향을 예측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대학별 기출 문제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통합교과논술이라는 거대한 흐름을 지향하고 있지만, 각 대학마다의 나름의 방향성이 있음을 파악할 수 있을 것입니다. <논술교육길라잡이III>은 이러한 거대한 흐름과 더 불어 각 대학의 다양한 방향성을 탐색하여 정리하였습니다. 특히 각 대학 논술 담당자와 논술 지도 교사의 다양한 의사소통과정을 반영하여 공신력 있는 자료로 거듭나고자 노력한 점이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라 하겠습니다. 그리고 <논술교육길라잡이III> 자문에 협조해 주신 건국대, 경북대, 경희대, 고려대, 동국대, 서강대, 서울교대, 서울대, 성균관대, 숙명여대, 연세대, 이화여대, 인하대, 중앙대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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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의 <논술교육길라잡이> 시리즈는 논술 문제를 출제한 대학과 고교 논술 지도 교사들이 함께 모여 만든 공신력 있는 안내서로 거듭날 것입니다. 이 책을 통해 논술 지도 교사 와 학생 모두 논술의 교육적 의미에 공감하고, 사고력과 문제해결능력을 함양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2008. 5

한국대학교육협의회 논술연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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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례

통합교과논술의 과제 해결 방안 지도 원리

··· 1

각 대학의 예시문항

··· 9

Ⅰ. 건국대학교 ··· 11

Ⅱ. 경북대학교 ··· 30

Ⅲ. 경희대학교 ··· 42

Ⅳ. 고려대학교 ··· 55

Ⅴ. 동국대학교 ··· 67

Ⅵ. 서강대학교 ··· 86

Ⅶ. 서울교육대학교 ··· 97

Ⅷ. 서울대학교 ··· 109

Ⅸ. 성균관대학교 ··· 118

Ⅹ. 숙명여자대학교 ··· 133

Ⅺ. 연세대학교 ··· 140

Ⅻ. 이화여자대학교 ··· 149

XIII. 인하대학교 ··· 171

XIV. 중앙대학교 ··· 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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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술교육길라잡이Ⅲ·인문계열

통합교과논술의

과제 해결 방안 지도 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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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교과논술의 과제 해결 방안 지도 원리

교육은 사회에 맞게 변화되어야 하며 더 나아가 교육이 사회의 변화를 적극적으로 주도해야 한다.

교육을 통하여 육성되는 인간이 미래 사회에 올바로 적응할 수 없다면, 그 교육은 이미 생명력을 잃 은 것이나 다름없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어떻게 하면 교육이 변화하는 사회에 능동적으로 대응하 고 나아가 미래 사회변화를 적극적으로 주도해 나갈 수 있는가에 대해 고민해 왔다.

통합교과논술은 평가 도구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변화하는 사회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줄 아는 능 력을 키워줄 수 있는 역동적인 교육 프로그램이다. 통합교과논술은 주어진 문제 상황을 해결하는 사 고 과정을 평가할 수 있기 때문에 학생 선발의 도구로 사용되는 것이지, 학생들을 성적순으로 줄 세 우기 위해 인위적으로 만들어 낸 도구는 아니다.

제시문과 논제로 구성된 통합교과논술은 주어진 텍스트(제시문)을 처리한 후 새로운 텍스트(답안)를 만들어내는 복잡한 과정을 거치게 된다. 학생이 논제와 제시문을 독해하여 논점을 파악하는 과정, 제 시문과 관련된 배경지식을 인출하는 과정, 이를 토대로 자신의 논리와 논거를 구성하는 과정, 이를 답안에 옮겨 하나의 완성된 텍스트로 기술하는 과정 등은 언어를 매개로 이루어지는 정보처리과정에 해당한다.

따라서 통합교과논술의 과제 해결 방안 지도 역시 이러한 세부 단계에 대한 피드백을 염두에 두고 이루어져야 한다. ‘논지 전개가 논제와 잘 부합하지 않습니다.’와 같은 피드백은 그러한 능력을 개선 하는 데 유용한 정보라고 볼 수 없다. 수험생이 필요로 하는 정보는 ‘제시문의 특정 부분을 배경 지 식과 잘못 연결하여 논리가 반대로 구성되었고, 이는 결국 본론 두 번째 문단의 논리 전개를 논제와 겉돌게 만드는 결정적인 원인으로 작용하였습니다.’와 같은 구체적인 진단 정보이다. 다음은 통합교과 논술 과제를 해결하는데 유용한 지도 원리이다.

1. 단선적인 첨삭 지도와 문제 풀이 중심의 학습을 청산해야 한다.

시중에는 엄청난 양의 논술 책이 쏟아져 나와있지만 현장 선생님들은 방과 후 학교 교재로 쓸만한 책이 없다고 하소연하고 학생들은 논술 책을 보면 논술이 더 막연해진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도대체 왜 그럴까?

첫째, 단선적인 첨삭지도 때문이다. 원칙적으로 논술 쓰기의 원리를 모르면 잘 쓸 수도 없다. 하지 만 글쓰기 때문에 고민하는 우리 학생들의 고민은 다른 데 있다. 특히 우리 학생들이 괴로워하는 것 은 ‘몰라서 못쓰는 것’이 아니라 ‘알면서도 안 써진다’는 것이다. 우리 학생들이 원하는 것은 다양한 분야를 다루는 주제의 ‘넓이’보다는 평범한 학생이 작성한 답안을 관찰하고 분석하면서 표현측면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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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측면을 설명해주고 분석해주는 ‘깊이’다. 교과내용이 제시문으로 등장하는 통합교과논술 시대에는 교과 선생님의 전문적인 첨삭과 국어 선생님의 문장 및 표현 평가가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 논술이 사고력을 측정하는 것이라면 첨삭 지도의 대상의 원고지에 적힌 글이 아니라 결국 그 글을 만들어낸 학생의 생각이기 때문이다.

둘째, 가장 궁금한 부분을 생략하고 있기 때문이다. 논술 지도의 꽃은 첨삭 지도이다. 하지만 첨삭 지도는 뻔한 말씀을 반복하는 경우가 많다. ‘학생은 주어진 논제를 잘 못 파악하였습니다. 다음부터는 논제를 제대로 파악하십시오.’와 같은 내용의 첨삭 지도는 사실 공염불에 불과하다. 논제를 제대로 파 악해야 한다는 사실을 몰라서 논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학생은 없기 때문이다. 학생들이 논술을 준비하면서 겪는 답답함은 이처럼 첨삭 지도 내용이 빈약하다는 점이다.

셋째, 겨루기를 위주로 연습 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시중에 나와 있는 대부분의 논술 교재는 최신 기출문제를 변형한 제시문과 논제를 워크북의 형태로 제시한 다음, 예시 답안과 관련 자료를 제시하 는 전형적인 형태를 취하고 있다. 결국 기출문제의 동형화 검사 프로그램인 경우인 셈이다. 큰 규모 의 태권도 대회는 결국 겨루기 시합이다. 그렇다면 태권도 시합을 준비하는 학생은 겨루기 연습만을 집중적으로 하는 되는가? 그렇지 않다 겨루기와는 직접 연관이 없는 것처럼 보이는 품세 역시 집중 적으로 연습한다. 품세를 체계적으로 익혀야 겨루기에서 진정한 실력이 발현되기 때문이다. 논술 역 시 기출문제를 변형한 장황한 제시문과 어려운 논제를 집중적으로 연습한다고 실력이 붙는 것이 아 니다. 이는 겨루기만을 집중적으로 연습하는 것과 다를바 없다. 품세를 익히듯 학생의 논술 답안을 엄청난 품을 들여 분석하고 연구해서 피드백을 제공해야 진정한 실력을 키울 수 있다.

2. 반복해서 출제되는 주제들을 철저하게 분석해야 한다.

대학 논술 문제는 유사한 것이 반복해서 출제되고 있다. 논술 고사의 형태가 어떻게 바뀌더라도 인문・사회계열 논술에서 변함없이 살아남을 주제가 있으니 그 중 하나가 바로 ‘개인과 사회’와 관련 된 쟁점이다. 지금까지 출제된 각 대학의 기출 문제에서 ‘민주주의 정치 질서 속에서 개인과 개인, 개인과 국가 사이의 이익을 조화 시켜 어떻게 공동선을 이룰 수 있는가’ 라는 주제를 찾는 일은 그 리 어렵지 않다. 하지만 생소한 주제보다도 이처럼 누구나 예측 가능한 유명한 주제가 오히려 논술 답안을 작성하기 더 어려운 경우가 많다. 남들이 다 언급하는 내용을 뛰어 넘는 독창적인 답안을 작 성하기 그만큼 더 어렵기 때문이다.

통합교과논술에서 다루는 주제는 수없이 많다. 하지만 조금만 주의 깊게 이 주제들을 살펴보면 현 대 사회에 큰 의미가 있는 내용들이 선별적으로 나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 사회는 정치적으로 자유민주주의, 경제적으로는 자본주의 체제다. 이런 체제 속에서 나타날 수 있는 문제나, 고민거리들 은 논술 시험의 단골 주제다. 이런 것들이 현재 시점과 관련된 주제라면, 인간의 본질에 대한 질문은 시간과 사회에 상관없이 깊은 성찰을 요하는 주제이기 때문에 논술 고사에서 자주 다룬다.

고전 논술 시대부터 통합교과논술 시대에 이르기까지 여러 대학에서 ‘약방의 감초’로 등장하고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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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민주주의 문제 역시 반복해서 출제되는 대표적인 주제이다. 민주주의는 정치 이데올로기인 동시에 제도이며, 개인들에겐 하나의 생활양식으로 작용한다. 정치제도로서뿐만 아니라, 일상생활 속에서도 민주적 가치와 이념이 실현되어야 우리의 민주주의는 더 성숙할 수 있다. 우리는 언제쯤 민주주의를 완성할 수 있을까? 민주주의는 도착점이 없다. 언제나 진행형이며, 보다 나은 방향으로 바꾸고, 개선 해 나아가야 하는 무엇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항상 지금 우리의 제도와 사상에 대해 비판적인 시선으 로 성찰해야 한다. 이를 위해 필요한 자세는 그것을 성역화하지 않는 것이다. 인간이 만든 제도는 완 벽하지 않다. 민주주의 역시 마찬가지다. 다른 정치 이념과 제도에 비해 나아진 것이 민주주의라 해 도 그것은 결점을 안고 있을 수 있기에 대상화하여 문제를 찾아내야 한다.

민주주의에 대한 여러 질문들 가운데 이 장에서는 다수에 의한 정치가 가져올 수 있는 문제점을 선택했다. 민주주의를 배운 학생들은 ‘당연히(논술에서 가장 버려야 할 태도 중 하나는 모든 것을 당 연하게 받아들이는 것이다)’ 모든 사람들이 선거에 참여하는 것이 옳고, 정치가는 다수 여론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다수가 꼭 진리를 얘기하는 것은 아니며, 여론 때문에 사회가 혼 란에 빠진 경우도 적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거가 일반적으로 행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보 완점은 없을까? 대중들은 정말 주체적으로 생각하고 표현할까? 만일 어느 대통령이 임기 5년 동안 대다수 시민들의 지지를 받으며 국정을 수행했다면, 법에는 어긋나지만 연임하게 하는 것이 옳을까 아니면 아쉽지만 규정대로 임기를 마치게 하는 것이 옳을까?

논술고사의 형태가 어떻게 바뀌더라도 변함없이 살아남을 주제 중 하나는 ‘과학 기술과 진보’의 문 제이다. 과학 기술이 희망과 두려움의 이미지를 동시에 지니고 있다는 뻔한 내용을 다룬 논제를 받았 을 때 학생들은 오히려 더 당황하게 된다. 생소한 주제보다도 이처럼 뻔한 주제가 오히려 논술 답안 을 작성하기 더 어려운 까닭은 ‘과학 기술의 발달이 반드시 진보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는 논지 를 뛰어 넘는 독창적인 논술 답안을 작성하기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뭔가 기발하고 새로운 주제를 찾아 방황하는 것보다는 각 대학의 기출 문제를 분석하고 반복해서 출제되는 뻔한 주제를 각 교과와 연결지어 분석해보는 것이 우선시 되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결국 뻔한 주제를 뻔하지 않게 쓰는 것이 관건인 셈이다.

3. 제시문을 구성하는 연결 고리를 파악해야 한다.

논술은 쓰기 평가인가? 논술은 원고지와 같은 답안지에 적어 낸 텍스트를 평가 대상으로 하기 때 문에 이 말은 당연하게 들릴지 모른다. 하지만 현행 통합교과논술은 주어진 제시문의 내용을 분석하 거나 내용을 참조해서 자신의 견해를 피력하라는 형식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제시문을 구성한 출제자 의 의도는 곧 논술 답안의 핵심이 될 수밖에 없다. 흔히 ‘논술에는 정답이 없다’는 말을 하지만, 논술 은 단지 자신의 생각만을 자유롭게 쓰는 것이 아니다. 제시문을 구성하는 보이지 않는 연결 고리를 파악해내는 것이 논술 답안의 성패를 좌우하는 첫 걸음이다.

제시문을 분석하는데 뭔가 특별한 요령이 있는 것이 아니다. 제시문을 분석하는 방법은 수학능력시 험 언어영역 지문을 분석하는 틀과 다를 바 없다. 무조건 지문부터 읽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먼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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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인한 다음 지문을 어떻게 읽어야 할지를 결정하는 언어영역과 마찬가지로 논술 역시 먼저 논제를 분석한 다음 이를 토대로 제시문을 어떻게 독해할 것인지 결정하면 된다. 다만 차이점이 있다면 하나 의 완성도 높은 글을 윤문하여 지문을 구성하는 언어영역과는 달리 논술 제시문은 여러 개의 짧은 글이 보이지 않는 연결 고리로 묶여 있는 경우가 많다. 논술 제시문 분석은 출제자가 여러 개의 글 을 모아 제시문을 구성하는 방식의 역순임을 염두에 두고 다음과 같이 접근하도록 하자.

첫째, 다양한 관점의 글로부터 하나의 단일 주제를 파악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 이러한 훈련을 해 야 하는 까닭은 이러한 방식으로 논제를 구성하는 경우가 가장 흔하기 때문이다. 다음 사례와 같이 출제자는 공통 주제를 중심으로 다양한 글을 나열하고 이들 사이의 연결 고리를 파악하는 것을 논제 로 구성한다. 공통 주제를 명확하게 제시하는 경우보다는 학생 스스로 답하게 하는 경우가 더 어렵게 느껴지기 때문에 머릿속에 맴도는 공통 주제를 명확하게 표현하는 연습 또한 게을리 해서는 안된다.

제시문 [가]와 [나]에 드러난 흡연행위를 바라보는 공통된 시각의 특징을 밝히고 두 편의 글이 보 이고 있는 시각의 차이에 대해 논하라.

- 2008학년도 서강대 수시 2-1 -

다음 네 개의 제시문에 공통되는 주제를 말하고 제시문들 사이의 관계를 밝히시오. 그리고 그 주제 에 관한 자신의 생각을 논술하시오.

- 2006학년도 고려대학교 수시 논술 고사 -

둘째, 다양한 관점의 글을 일정한 기준에 따라 비교 ․ 분석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1) 제시문을 구성 하는 하나의 단일 주제를 파악하는 것보다 수준이 높은 이러한 제시문 분석은 다음 기출 문제와 같 이 비교 ․ 분석의 기준이 되는 핵심 어구가 제시문에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다는 것을 전제로 연습해 야 한다. 이러한 기준은 제시문을 분석하는 가운데 학생 스스로 파악하고 뽑아내는 것이다. 각 대학 이 발표한 기출 문제 해설 자료를 읽어보면 그리 어렵지 않다는 생각을 할 수 있지만 시험장에서 학 생 스스로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 핵심 어구를 찾아내는 일은 그리 녹록치 않다.

1) 일정한 기준이 명시적으로 제시된 경우, 다른 학생의 글과 차별되는 독창적인 글을 쓰는 것이 오히려 더 어렵다. 기준 이 뚜렷하게 때문에 대부분 비슷한 내용을 쓸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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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시문 (2)의 논지를 밝히고, 이와 대비하여 제시문 (3)을 해설하시오.

- 2008학년도 고려대학교 정시 논술 고사 -

제시문 (1)~(4)는 현대 사회에서 종교의 영향력 변동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제시문들을 상 반된 두 개의 입장으로 분류하여 각 입장의 논지를 서술하시오.

- 2008학년도 성균관대학교 수시 논술 고사 -

【제시문 나】의 [1]~[4]에 제시된 각 사회의 경제적 특성을 각 요소별로 비교․분석하시오. 이 러한 분석에 근거하여 【제시문 나】에 나오는 경제적 특성의 일부 또는 선택적 조합을 통 해 【제시문 가】에 나오는 경제체제를 대체하거나 구조적으로 보완할 가능성이 있는지의 여부와 그 이유를 논하시오.

-2008학년도 서울대학교 수시 논술 고사-

제시문 (가)~(라)의 내용을 종합하여 한 국가가 다른 국가에 미칠 수 있는 영향력의 행사 방 식을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나누고 그 특징을 설명하시오.

- 2008학년도 중앙대학교 수시 논술 고사 -

예를 들어 출제자가 ‘정상과 비정상’을 기준으로 제시문을 구성했다면, 학생은 제시문을 읽는 과정 에서 정상과 비정상을 규정하는 서로 다른 글들이 모여 있음을 포착하고 각각의 글이 어떻게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는지 분석하는 방식으로 접근하게 된다. 물론 이런 기준들은 학생의 배경지식과 분 석력에 따라 하나가 아니라 여러 개가 나올 수 있으며 이러한 능력은 단순히 제시문의 중심 내용을 파악하는 것에 머물지 말고 나름대로 기준을 세워 비교 설명하는 연습을 꾸준히 계속 할 때 길러질 수 있다.

4. 논제에 맞게 논지와 논거를 구성해야 한다.

논술은 주장을 논리적으로 서술하되 타당한 근거를 제시하는 것이다. 이때 자기의 주장을 세우는 것을 논지 설정이라고 하며, 근거를 마련하는 것을 논거 마련이라고 한다. 많은 학생들이 논지 설정 과 논거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제시문의 내용을 상당 부분 다시 인용하거나 논제와 상관이 없는 배경지식을 장황하게 나열한 후 정작 본인의 생각은 거의 없는 ‘용두사미(龍頭蛇尾)’식 논술 답 안을 작성하고 있다.

논지를 설정하고 논거를 마련하는 것은 각기 다른 사고 과정이 아니라 ‘바늘 가는 데 실 가듯’이 자연스럽게 연결되어야 한다. 논거를 마련하기 힘든 논지는 결국 억지 주장으로 치닫기 쉽기 때문이다.

(15)

논지와 논거를 자연스럽게 연결할 수 있는 능력은 평상시 다양한 고민을 많이 했을 때 가능하다. 도 를 닦는 것처럼 벽만 바라보고 고민한다고 해서 창의적인 논지가 솟아나는 것이 아니다. 누군가와 함 께 이야기하고 토론해야 한다. 누군가는 사람이 될 수도 있고, 사람이 써놓은 책이 될 수도 있다. 의 문을 던지고, 의문에 대한 다른 사람의 의견을 이야기나 독서를 통해 얻고, 그것을 다시 되새기면서 자신의 생각을 만들어 나가면 어려운 주제에 대해서도 자기만의 생각을 만들어 갈 수 있다. 논지를 설정하고 논거를 마련할 때는 다음 사항을 염두에 두도록 하자.

첫째, 논지와 논거를 쪼개서 분산시키지 말고 비슷한 내용끼리 묶어서 전개하는 것이 좋다. 개인과 사회의 특성에 대한 논제를 예로 들면 ‘개인은 이기적이지만 사회는 이타적인 것을 지행하려는 특성 이 있다. 그리고 물론 도덕적인 개인이 모인 사회가 비도덕적인 경우도 있다.’는 식으로 논지를 분산 시켜서는 곤란하다. 즉 개인과 사회의 대비되는 특성을 분류해서 모아두고 이를 토대로 논거를 제시 해야 한다. 자신이 내세운 논지를 뒷받침할 수 있는 많은 논거들 중 어떤 것이 가장 자신의 주장을 논리적이고 타당하게 뒷받침할 수 있는지를 판단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장황하게 논거를 나열하면 논지를 뒷받침하기는커녕 오히려 산만해지기 쉽다. 결국 논거는 선택의 문제이다.

둘째, 제시문을 재구성하여 논지를 세워야 한다. 제시문을 상당 부분 그대로 옮겨 적는 논술문은 좋은 평가를 받기 어렵다. 제시문을 재구성한다는 것은 덮어놓고도 그 내용이 무엇인지 남에게 설명 할 수 있을 정도로 이해해야 한다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능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제시문을 읽으면서 핵심적인 개념이나 용어, 흐름을 메모한 다음 가급적 원문을 보지 말고 본인이 메모한 것을 보고 문 장을 만들어 보는 연습을 해야 한다. 이처럼 원문의 내용을 깨지 않으면서 자기 목소리가 담긴 글을 만들어내는 재구성 능력은 단기간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셋째, 논지부터 분명하고 명확하게 치고 나가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인간과 동물의 차이점에 대 해 논술하라고 했다면 ‘동물은 선과 악이라는 개념이 없다. 이들은 단지 본능에 따라 생존을 위해 먹 고 마실 뿐이다.’라고 글을 시작하기보다는 ‘인간은 이성적이고 도덕적인 판단 능력이 있기 때문에 동물과는 다른 존재이다.’는 식으로 치고 나가는 것이 좋다.

넷째, 예상할 수 있는 반론을 극복하는 논리를 중심으로 논지와 논거를 구성하는 것이 좋다. 단순 히 주장만 나열하는 글은 설득력을 얻기 어렵다. 논리적으로 탄탄한 글을 쓰기 위해서는 자신의 주장 에 대해서 예상할 수 있는 반론을 미리 생각해 보고, 그것을 방어하는 논리를 이끌어내면서 생각의 힘을 키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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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대학의 예시문항

논술교육길라잡이Ⅲ·인문계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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Ⅰ. 건국대학교

1. 개 요

분석대상 : 2008학년도 수시2학기 인문계열(일반학생전형, 국제화특별전형, 농・어촌특별전형)

출제유형 : 통합교과적논술형

시험시간 : 3시간

출제문항수 : 3문항

분 량 : 문제1) 501-600자, 문제2) 501-600자, 문제3) 901-1000자

출제방향(취지) 및 범위 :

2008학년도 건국대학교 수시 논술고사는 통합형 논술의 기본 방향에 발맞추어 출제되었다. 인문・

사회・과학 제 분야의 다양한 정보를 제시한 다음, 그 정보를 통합적으로 분석하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를 점검하고자 하였다. 고등학교 교과서를 비롯하여 각 분야 교양서적에서 자료를 뽑는 한편 국제 통계 자료와 인터넷 게시물 등을 자료로 포괄함으로써 지문의 출처와 유형을 다변화하였다. 인 문학적・사회학적 사유를 긴밀히 연결하고 자연과학적 사유를 포괄하여 학문간 통합적 사유를 유도하 였다. 또한 이론적인 개념과 관점을 실증적 자료 및 구체적 사례와 결합하여 다루도록 함으로써 논리 적 체계성과 현실적 유효성을 지니는 문제해결 능력을 발휘하도록 하였다. 그럼으로써 통합논술의 본 분을 충실히 구현하고자 하였다. 전체적으로 자료 및 문항의 난이도를 고등학교 교과 수준에 맞춤으 로써 학교 교육과정을 성실하게 이수한 수험생들이 충분히 문제를 감당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는 건 국대학교 논술고사의 기본 원칙에 해당한다.

평가기준 :

건국대학교 논술고사에서는 이해력과 논리성, 창의성, 표현력 등 네 가지 기준에 의거하여 답안을 평가한다. 이해력 측면에 있어서는 ① 문제의 정확한 이해, ② 제시된 자료의 분석 능력, ③ 자료에 대한 통합적 판단력 등을 점검하며, 논리성 측면에서는 ① 통합적이고 정합적인 사고능력, ② 주장과 논거의 논리적 연관, ③ 논리 전개의 일관성 등에 유의하여 평가를 수행한다. 창의성 측면에서 중점을 두는 항목은 ① 정보의 창의적 해석과 통합, ② 주장 및 관점의 독창성, ③ 참신한 논거의 제시 여부 등이다. 이 외에 표현력 측면에서 ① 어법에 맞는 글쓰기,② 적절한 단어의 사용, ③ 단락의 적절 한 구성 등의 요건도 잘 갖출 때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문제 별로 보면 1번 문항의 경우 지문 에 대한 정확한 독해 능력과 정보를 유효하게 연결짓는 논리성이 중시되며, 2번 문항에서는 주어진

(19)

자료에 대한 정확하고 유효한 분석능력이 특히 강조된다. 3번 문항에서는 이해력 및 논리성과 더불 어 자신의 견해를 설득력 있게 펼쳐내는 창조적이고도 주체적인 문제해결 능력이 중시된다. 표현력은 각 문항에 두루 해당하는 기본 요소가 된다.

출제의도 :

건국대학교 2008년도 수시2학기 논술고사의 기본 화두는 ‘문화적 다양성’이었다. 다문화시대를 맞 이한 시점에서 미래를 책임질 젊은이들이 문화의 속성을 어떻게 이해하고 문화적 간극에 얽힌 문제 를 어떻게 해결해 나갈 것인지를 묻고자 하였다. 이에 대해서 “다양한 문화에 대해 개방적 자세를 갖추어야 한다”는 식의 상식적 답변이 가능할지 모르나, 깊이 들어가면 사정이 간단치 않다. 고민하 고 판단해야 할 여러 문젯거리들이 그 속에 내포돼 있다. 예컨대, “자유와 평등, 생명의 존엄성 등에 위배되는 생활 방식도 문화적 다양성의 견지에서 긍정되어야 하는가” 하는 물음에 대한 답은 쉽게 내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문화와 윤리의 본질적 속성에 대한 진지한 성찰과 구체적 사례에 대한 치밀한 분석을 필요로 한다. 본 논술고사에서는 ‘문화’라고 하는 익숙한 대상에 대하여 근원적 인 개념적 성찰, 객관 자료의 실증적 검증, 특수 사례의 체계적 분석 등을 통해 다각적이고 깊이 있 는 논의를 펼치도록 하였다. 그럼으로써 수험생들의 논리적 사고능력과 주체적 문제해결 능력을 효율 적으로 점검하고자 하였다. 인간과 세상에 대해 열린 관심을 가지고 삶의 가치와 방향성을 고민해온 학생들이라면 어렵지 않게 논의를 펼쳐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는 형태의 문제이다.

2. 2008 수시2학기 논술고사 논제 및 제시문 분석

<A>

문화를 보는 관점은 초기에는 생물학적 진화론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그 대표적인 것이 인류의 진화론이다. 이 이론에 따르면 인류도 다른 생물들과 마찬가지로 수백만 년을 거치면서 유인원으로 부터 진화되어 오늘의 인류가 되었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문화도 수렵․채집의 문화로부터 농경 문 화로, 그리고 오늘날과 같은 서구적인 산업 문화로 점차 진화되었다고 한다. 또한 문화는 좀 더 편 리하고 합리적인 방향으로, 질적으로 낮은 상태로부터 높은 상태로 진전되었다는 것이다.

문화 진화론에는 서양의 문화가 고립된 부족의 문화에 비하여 질적으로 높은 상태라는 가정이 전 제되어 있다. 또한 서양 이외의 삶은 불편하고 비합리적이라는 서구 우월주의가 자리잡고 있다. 이와 같이 문화에 대해 질적인 평가가 가능하다고 믿고 자기의 문화를 평가의 기준으로 삼는 태도를 자문 화 중심주의(自文化中心主義)라고 한다. 자문화 중심주의에 빠지면 다른 문화는 문제가 있고 이상하 다는 편견을 가지기 쉽다. 이러한 자문화 중심주의의 변형으로 문화 사대주의(文化事大主義)가 있다.

그것은 자기의 문화가 다른 문화보다 질이 낮다고 평가하고 다른 문화를 동경하고 추종하려는 경향 을 말한다. 이러한 경향은 주로 후진국이나 식민지를 경험한 나라에서 많이 발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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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계론에서는 문화가 하나의 상태로부터 다른 상태로 진화되는 것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그보다 모든 문화는 다른 문화와의 부단한 접촉을 통해 유기적인 관계를 맺으면서 자기 문화의 틀과 속성을 유지하며, 부분적인 조정을 거치는 방식으로 유지되고 변동되어 왔다는 것이다.

따라서 체계론에서 보면 문화는 우열의 기준을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그 나름대로 가지고 있는 틀과 속성이 무엇인가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점에서 체계론은 문화 상대주의(文化相對主義) 와 상통한다. 문화 상대주의는 한 사회의 문화를 그 사회의 입장에서 평가하고 이해하려는 태도이다.

예를 들면, 우리나라의 동제(洞祭)는 신앙의 한 형태로서 존재 이유와 가치를 지니는 것이고, 불교나 이슬람의 예배 절차는 그 나름대로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이해하는 것이 문화 상대주의이다.

- 고등학교 ‘사회・문화’ 교과서에서

<B>

우리가 옳은 것이라고 확신하는 윤리는 상대적인 것인가, 아니면 절대적인 것인가? 윤리가 상대적 이라는 말은 윤리 규범과 가치관이 문화권마다 서로 달라서 보편 타당한 규범과 가치관이 없다는 것 을 뜻한다. 이처럼 윤리의 보편 타당성을 부정하는 입장을 ‘상대론적 윤리설(윤리적 상대주의)’이라 하고, 그 반대의 입장을 ‘절대론적 윤리설(윤리적 절대주의)’이라 한다.

같은 바람도 몸이 찬 노인에게는 서늘하게 느껴지고 몸이 더운 어린이들에게는 미지근하게 느껴 진다. 바람의 시원한 정도는 몸의 상태에 관련하여 상대적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어떤 윤리 규범은 그것이 받아들여지고 있는 사회에서만 타당하다고 보는 것이 바로 상대론적 윤리설이다.

반면에 절대론적 윤리설은 보편 타당한 삶의 원리가 인생의 목적 또는 행동의 법칙으로서 절대적 으로 인간에게 주어져 있다고 본다. 이 주장은 윤리의 본질적인 기능이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와 필 요를 조화롭게 만족시키는 것이라는 점에 주목한다.

지옥에 있는 사람들이 모두 두 손이 앞으로 묶여 있다고 하자. 이들 모두는 등이 지독하게 가려운 증세를 보인다. 천당에 있는 사람들도 사정이 마찬가지다. 그러나 지옥에 있는 사람들은 고통스럽고 천당에 있는 사람들은 행복하다. 무엇이 이런 차이를 만드는가? 이들이 채택한 규칙의 차이 때문이 다. 지옥에 간 이기주의자들은 서로 돕지 않고 자기 일만 챙기는 것을 삶의 규칙으로 채택한다. 그 래서 이들은 자기 등을 긁으려는 부질없는 시도를 되풀이할 뿐 천당에서처럼 동그랗게 앉아 서로 앞 사람의 등을 시원하게 긁어주려 하지 않는다. 이 두 종류의 규칙들 중 어느 것이 더 타당한 규칙일 까? 인간을 행복하게 해 주는 이타주의 규칙이 타당한 규칙일 것이다. 이처럼, 모든 인간은 유사한 욕구와 필요를 가졌고 이 욕구와 필요를 조화롭게 만족시키는 윤리 규범을 타당한 윤리 규범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 절대론적 윤리설의 입장이다.

한편, 상대론적 윤리설은 문화적 다양성과 깊은 관련을 맺는다. 뉴기니의 도부족은 남의 물건을 훔치는 행동을 허용한다고 한다. 아프리카의 누엘족은 기형아가 출산되면 하마가 살고 있는 강물에 던지는 풍속이 있다고 한다. 멜라네시아의 어느 부족은 친절과 정직함을 악덕으로 본다고 한다. 이런 예들은 규범과 가치관이 문화권마다 다르다는 것을 보여 주기에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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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기, 절제, 충성, 효 등의 덕목은 대부분의 문화권에서 찬양되는 공유 가치이나, 이 가치들 사이 의 서열과 해석은 서로 다르다. 용기 있게 적과 싸워야 하느냐, 아니면 집에 남아 병든 어머니를 돌 봐야 하느냐 식의 딜레마는 각자의 가치관에 따라 다른 방식으로 해결될 수밖에 없다.

- 이인탁, 「절대적으로 보편 타당한 윤리는 있는가」에서(고등학교 ‘독서’ 교과서)

<C>

격세유전(atavisme). 이 얼마나 아름다운 단어인가! 모양도 좋고 음악적이고 발음하기 쉽고 듣기도 좋고 괴상하지 않으면서 기이하며 유식한 냄새를 피우지 않으면서 과학적이다. 이 이름은 돌연변이 를 발견하고 연구한 네덜란드의 식물학자 휴고 데 브리스(Hugo De Vries)가 처음으로 만든 것이다.

이 단어는 라틴어 어간 atavi(4대 조상)에서 만들어진 것이므로 하나의 제유(提喩)일 뿐이다. 왜냐하 면 이 말은 단순히 4대 째의 조상만이 아니라 수많은 다른 조상들을 환기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중략)

이 격세유전이라는 개념은 매우 귀중한 것이다. 왜냐하면 그 개념 덕분에 하마터면 우리들의 직접 적인 부모가 우리를 마치 판에 박은 듯이 찍어서 만들어놓을 우려가 있는 유전적인 덩어리가 엄청난

―그러나 무한하다고는 할 수 없는―수의 작은 조각들로 분쇄되기 때문이다. 격세유전에 의해 유전 은 더 이상 한 세대에서 다음 세대로―마치 토목 공사장의 인부들이 줄을 서서 손에서 손으로 전달 운반하는 벽돌장처럼―옮겨지는 덩어리가 아니라, 우리들 각자가 개인적인 성좌를 구성하기 위해 골 라 가지는 먼지처럼 많은 별들과도 같은 것으로 이해될 수 있다. 가로로 난 줄무늬 때문에 새끼 돼 지는 아비 돼지와 어미 돼지를 우습게 여긴다. 그는 자신이 어쩌면 옛날 천 년 전 갈리아 숲 속에서 살았을 멧돼지와 더 가깝다고 확신하는 것이리라. 그리하여 그는 나름대로 자유를 구가한다.

격세유전은 영양생식의 반대다. 어떤 식림가(植林家)들은 나무의 씨앗을 심는 것보다는 꺾꽂이에 의존하는 것이 더 능률적이라고 생각한다. 나무에서 가지를 떼어내어 땅에 묻으면 뿌리가 내리면서 그 자체가 나무가 된다. 여기서 한 가지 중요한 문제가 제기된다. 이것은 같은 나무일까, 아니면 다 른 나무일까? 그것은 나이로 보면 다른 나무다. 그 나무는 더 어려서 그에게 생명을 준 나무가 늙어 죽고 난 뒤에도 오랫동안 살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유전적인 차원에서 보면 그것은 같은 나무다.

그래서 거기에는 심각한 위험이 생긴다. 순전히 꺾꽂이로만 이루어진 숲이 있다면 그 숲은 아주 부 자연스러운 유전적 단조로움을 지니게 되어 질병, 기생식물, 퇴화, 기상이변 등 외부적 공격에 대하 여 극도의 취약성을 드러내게 되기 때문이다. 공격에 대한 생명의 가장 훌륭한 방어는 그 생명이 구 현된 개체들의 무한한 다양성이다. 유럽 삼림의 유전적 빈약함은, 특히 독일 같은 곳에서 개탄해 마 지 않는 저 치유할 길 없는 쇠약증세의 경우에 있어서, 필경 상당한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을 것이다.

식물의 꺾꽂이에 해당하는 것이 바로 유전자 조작에 의한 동물 복제다. 이 같은 방식에 의한 인간 복제가 내일 당장에 이루어지지는 않겠지만 어쩌면 멀지 않은 장래에 실현될지도 모른다. 그렇게 되 면 남자는 사내아이를 태어나게 할 수 있고 여자는 여자아이를 태어나게 할 수 있게 되어 그 아이 들은 그들의 정확한 복사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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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략) 복제인간들의 사회는 꺾꽂이로 이루어진 삼림의 경우와 마찬가지 이유에서 극도로 허약한 사회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한 개인이 전염병, 혹은 그를 마약 중독이나 자살로 몰아넣는 어떤 정 신적 위기로 인해 쓰러진다면 그 피해자는 오직 그 개인뿐이다. 그러나 사회 전체가 그 개인의 복제 에 불과한 집단이라면 한 번의 치명적 타격으로 모든 인간이 다 제거되어 버릴 가능성이 있다. 인류 는 오늘날까지 온갖 질병에도 불구하고 소멸되지 않고 살아남았다. 그러나 그것은 엄청나게 다양한 사회집단 속에, 치명적인 세균들에 저항력을 가진 충분한 수의 개인들이 항상 존재했기 때문이다.

- 미셸 투르니에, 김화영 옮김, “예찬”에서

<D>

다음은 미국 콜럼비아 대학의 Stepan과 Robertson이 이슬람 문화와 민주주의의 관계를 분석하기 위해 정리한 자료 중 일부이다. <표 1>은 47개 이슬람권 나라(이 중 아랍권은 사우디아라비아 등 16개국, 비아랍권은 말레이시아 등 31개국)를 대상으로 삼아 민주화가 양호한 나라의 비율을 계산한 것이고, <표 2>는 이슬람권뿐만 아니라 비이슬람권까지 포함시키되, 전체적으로는 소득수준이 1인당 GDP 1,500달러 미만인 나라(이슬람권 16개국, 비이슬람권 22개국)로 분석 대상을 한정시켜 각 그 룹 별로 민주화가 양호한 나라의 비율을 구한 것이다. (자료 : Journal of Democracy, 2003)

<표 1> 이슬람권 나라 중 민주화가 양호한 나라

아랍권 비아랍권

16개국 중 1개국 (6%) 31개국 중 12개국 (39%)

<표 2> 1인당 GDP 1,500달러 미만(1996년 기준)의 나라 중 민주화가 양호한 나라

이슬람권 비이슬람권

16개국 중 5개국 (31%) 22개국 중 7개국 (32%)

아랍권 비아랍권 기독교 국가 기타

1개국 중 0개국 (0%) 15개국 중 5개국 (33%)

10개국 중 3개국 (30%)

12개국 중 4개국 (33%)

* 두 표에서 민주화가 양호한지 여부는 Polity IV 및 Freedom House 지수를 근거로 1973-2001년의 기간에 대해 평가한 것임.

<E>

사나운 야수를 끊임없이 만난다는 위험과 공포에 쭉 직면하고 있는 이 20일간을 마치면 산간에 다수의 작은 촌락이 산재하는 지방에 이른다. 이 고장에는 다음과 같은 결혼 풍습이 있다.

(23)

여기에서는 무슨 일이 있어도 처녀를 아내로 맞지 않는다. 다수의 남자와 관계한 일이 없는 여자 는 가치가 없다. 사내를 한 사람도 모르는 여자는 신들의 혐기(嫌忌)를 받고 있기 때문이라고 믿고 사내들은 이러한 여자를 기피한다. 바꿔 말하면 만약 여자가 모든 우상에게서 사랑을 받을 정도라면 사내들은 이 여자를 쫓아가서라도 손에 넣으려고 할 것이 틀림없다고 간주한다. 이것이 이 고장 주 민이 갖는 결혼에 대한 풍습이다.

외지에서 찾아온 낯모르는 사람들이 이 고장에서 천막을 치고 숙박할라치면 거리에서나 마을에서 나 나이 지긋한 노부인이 저마다 자기 딸을 데리고 20명에서 40명이나 되는 집단을 이루어 천막을 찾아와서 자기 딸들을 이들 타관 사람에게 권한다. 나그네들은 이 처녀들을 마음대로 고를 수가 있 고 함께 잘 수도 있다. 타향사람들은 처녀를 텐트에 유숙시켜 마음 가는 대로 언제까지나 즐길 수 있다. 그러나 여자를 다른 곳으로 데려가는 것은 허용되지 않으므로 야영 장소는 늘 같아야만 한다.

나그네가 처녀들과 즐긴 뒤 그 고장을 출발하려 하면 자기와 같이 잔 처녀에게 보석이나 그 밖의 기 념품을 주는 것이 의무로 되어 있다. 이것은 이 처녀들이 나중에 결혼할 단계에 이르러 전에 애인을 갖고 있었다는 증거가 된다. 처녀들은 이러한 수단으로 이 기념품을 20개 이상은 손에 넣어야 한다.

그녀들은 이 기념품을 손에 넣으면 곧 이것을 목 둘레에 드리워 자기에게는 수많은 애인이 있어 많은 남자들이 그녀와 같이 잤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나타낸다. 기념품을 가장 많이 입수한 여자,

즉 가장 많은 애인을 갖고 가장 많은 사내들과 잔 일이 있는 것을 나타낼 수 있는 처녀는 누구 보다도 존중되며, 그 고장 남자는 이런 처녀라면 당장에라도 결혼하며, 그녀야말로 여러 신들에게 가 장 사랑을 받은 여자라고 선전한다. 이들 처녀가 만약 나그네의 아이를 잉태하였을 때에는 그녀를 아내로 삼은 사내가 자기 자식들과 함께 같은 대우로 양육하게 된다.

그러나 일단 결혼을 하고 나면 남편은 아내를 엄중히 감시한다. 남의 아내에 손대는 것은 발칙한 행위라고 믿어지고 있어 누구나 조심해서 이것을 피한다.

- 마르코 폴로, 「동방견문록(東方見聞錄)」에서

<F>

태국의 고산족 중에서 카렌족과 이수족, 타이야이족을 만났는데, 우리가 이들에게 관심을 갖게 된 데는 태국 북부 지방에 살고 있는 고산족의 대부분이 태국 원주민이 아니라 라오스나 미얀마, 중국 등지에서 피난 온 난민이라는 데 있다. 이들이 고국을 버리고 태국으로 넘어와 사는 이유는 정치적 으로부터 경제적 이유까지 다양하다. 국경을 넘어온 난민들을 태국이 받아들여 일정한 거주지를 주 고 그곳에서 살게 하고 있는데, 이들은 제한된 지역에서 살 수는 있지만 거주 이전의 자유가 없어 자기가 사는 마을을 벗어날 수가 없다. 이들은 태국 정부의 관광 정책에 의존하여 그 부족의 여인들 이 만든 수공예품을 관광객에게 팔아서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우리가 방문한 카렌족 중에는 여성들의 목이 긴 부족이 있다. 이 부족의 여인들은 한국의 텔레비 전 프로그램에도 방영된 적이 있다. 이 부족의 여성들은 어릴 때부터 목에 금빛으로 된 굴렁쇠를 감 고 산다. 해가 가면서 하나씩 개수를 늘려간다고 하는데, 한 나이 많은 여자는 26개를 하고 있었다.

일정한 굵기의 굴렁쇠를 목에 감고 있으니, 목이 가늘어지면서 길게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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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만큼 많은 개수를 하고, 얼마만큼 목이 늘어났느냐가 미의 표준이라고 한다. 목은 길게 늘어 날지 모르지만, 일정한 굵기의 굴렁쇠로 목을 고정시키고 있으니, 목의 움직임이 자유롭지 못해서 이 들의 움직임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 카렌족[Karen] : 미얀마 및 태국에 거주하는 민족 집단. 여인들이 목에 링을 걸고 다니며 링의 수와 종류로 사회 적 지위를 나타낸다.

이 여인들 중에 그림엽서에 소개된 이를 만날 수 있어 이야기를 나누었다. 카렌족 여성들은 다섯 살이 되면 목에 굴렁쇠를 끼기 시작한다. 지금은 의무가 아니라 선택할 수 있다고 하는데, 다섯 살 에 굴렁쇠를 꼈다고 하더라도 2년 후인 일곱 살이 되면 다시 한 번 의사를 물어 계속 낄지 안 낄지 기회를 준다고 한다. 그 여인보고 왜 굴렁쇠를 하겠다고 선택했느냐고 물었더니, “어릴 때 머리를 장식하고 목에 번쩍거리는 금붙이가 멋있어 보여서”라고 대답했다. 목이 불편하지 않느냐고 물었더 니 “익숙해져서 괜찮다. 오히려 편하다”고 대답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길들여진다는 것이 얼 마나 무서운 일인지 절감할 수 있었고, 전율이 왔다. 익숙해져서 괜찮다? 그러나 이들은 목에 굴렁 쇠가 없는 사람들의 자유로움에 대해서 경험한 바가 없으니, 진정 무엇이 편한지 알 길이 없는 사람 들이다. 막상 이 굴렁쇠를 끼고 있는 사람들은 그 폐해에 대해서 모르지만, 이걸 끼도록 만든 사람 들은 그 폐해를 잘 알고 있었다. 왜냐하면 이 여인들 중에 바람을 피거나 문제를 일으키면 남편이나 가족이 목에서 굴렁쇠를 벗겨내는 벌을 주었기 때문이다. 굴렁쇠를 낀 여인들에게 일정 기간이 지난 뒤 받침대 역할을 하던 굴렁쇠를 벗기면 목을 제대로 가누지 못해 고통스럽게 지내야 하고 심지어 목이 부러져 죽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 어느 네티즌의 여행기에서

[논제 1] 제시문 <A>와 <C>를 연관 지어서 문화의 속성에 대하여 논하시오.

[논제 2] 제시문 <D>의 두 표를 분석하여 아래 주장의 타당성 여부를 검증하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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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제 3] 제시문 <A>와 <B>에 나타난 관점을 적용하여 제시문 <E>와 <F>의 생활 방식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논술하시오.

분 석

∙ 논제 1 : 제시문 <A>와 <C>를 연관 지어서 문화의 속성에 대하여 논하시오.

논제 분석

what how

- 제시문 <A>와 <C>를 연관지어

논하라.

- 문화의 속성에 대하여

∙ 고려사항(option)

- 각 제시문의 논지를 파악해야 한다.

[출제의도]

∙ 제시문 A는 자문화 중심주의와 문화 사대주의, 문화 상대주의 개념을 설명하고 있는데, 그 속성을 문화 진화론 및 체계론과 연계하여 설명하는 것이 특징이다.

∙ 제시문 C에서 논의의 대상은 문화가 아니라 생명과 종(種)의 문제다. 식물과 동물, 나아가 인간을 대상으로 삼아 종(種)을 구성하는 개체의 다양성이 어떻게 발현되는지를 ‘격세유전’의 개념을 통해 과학적으로 설명하는 한편, 그 다양성이 종의 유지와 발전에 있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를 흥미롭게 풀어내고 있다.

∙ 제시문 C의 중심 주제인 ‘다양성의 가치’는 문화에 적용할 수 있는 자질을 내포하고 있다. 개별 문 화들이 다양한 양태로 실현되었음으로 해서 인류가 그 생명력과 존재가치를 훌륭히 발휘할 수 있 었다고 하는 인식이 도출된다.

∙ 개별 문화들이 다양한 양태로 실현되었음으로 해서 인류가 그 생명력과 존재가치를 훌륭히 발휘할 수 있었다고 하는 인식이 도출된다. 자연과학적 사고와 인문적 사고가 자연스레 통합되는 과정이 다. 이는 1번 문항을 풀어나가는 열쇠가 된다.

[문제 분석]

이 문제는 두 개의 서로 다른 제시문에 담겨 있는 지식 정보를 연결시켜 새로운 인식을 합리적으 로 도출하는 것을 요구하는 형태로 구성되어 있다. 두 제시문을 보면 A는 ‘문화를 보는 관점’을, C는

‘생물종의 속성’을 기본 화제로 삼고 있다. 이 두 개의 내용을 상호 연관 지어서 ‘문화의 속성’을 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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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라고 하는 것이 문제의 요구사항이다. A와 C의 창조적 연결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 문제를 효과적 으로 풀기 위해서는 ① 두 제시문의 내용을 각기 정확히 이해해야 하고, ② 두 제시문 사이의 연결 고리를 적절히 찾아내야 하며, ③ 합리적인 추론을 통해 새롭고 유효한 인식을 도출해야 한다.

제시문 A와 C의 연결은 두 방향에서 가능하다. 하나는 A의 내용을 C에 대입하는 것이다. 진화론 과 체계론, 상대주의와 절대주의 같은 관념을 C에 적용함으로써, C 글이 다양성을 중시하는 면에서 문화적 상대주의와 통하는 관점을 드러내고 있다는 식으로 논의를 풀어나갈 수 있다. 또 하나는 C의 내용을 A의 ‘문화’라는 화두에 대입하는 것이다. C에서 해명하고 있는 생물종의 속성을 문화에 적용 함으로써 문화에 있어 개체적 다양성이 그 본래적 가치를 발현하는 요건이 된다는 식으로 논의를 전 개할 수 있다.

이 두 가지 방식 중에 더 유력한 것은 후자라 할 수 있다. A의 내용을 C에 적용한 경우 문화의 속성을 새로운 각도에서 드러내기보다는 A에서 말하는 진화론이나 체계론, 또는 절대주의나 상대주 의 같은 관점을 생물종이라고 하는 대상에 단순 대입하여 확인하는 데 그칠 공산이 크다. 이에 비해 C의 내용을 A에 적용할 경우 생물종에 대한 인식을 매개로 하여 문화의 존재양상과 특성, 가치발현 방식 등을 새롭게 설명할 수 있게 된다. ‘문화의 속성’을 설명하라고 한 문제의 요구 사항에 부합하 는 논의가 되는 것이다. 관건은 C에서 설명하고 있는 생물종—식물, 동물, 인간을 포함한—의 속성에 대 한 설명을 문화의 속성으로 얼마나 설득력 있게 연결하는가 하는 데 있다. 아무런 근거 설정 없이 “생물 종을 대상으로 한 C의 설명은 문화에도 적용된다”고 하는 식으로 논의를 건너뛸 경우, 좋은 점수를 주기 어렵다. C의 설명이 어떤 맥락에서 문화에도 적용될 수 있는지 근거를 밝혀서 서술해야만 설득력 있는 논 의가 될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무엇을 근거로 삼아 어떤 논리로써 양자의 관계를 설정하는가 하는 지점 에서 1번 문제 답안의 수준이 변별될 수 있을 것이다.

이에 대한 가장 쉽고 보편적인 설명 방법은 문화가 생명처럼 유기체적 특성을 지닌다고 설명하는 것이 다. 하나의 문화는, 식물이나 동물과 유사하게, 긴밀한 내적 조직을 갖추고 있고 발생-성장-퇴화의 과정을 지니는 유기체적 존재로서 C에서 설명한 기본 특성—개체적 다양성이 종의 생명력과 가치의 요건이 된다 고 하는—은 문화에도 적용될 수 있다고 하는 방향의 논지를 설정할 수 있다. 이 정도라면 문제에 대한 무난한 답변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문화가 ‘격세유전’의 방식으로 변화 발전하는 특성을 지닌다고 하는 점 을 분석하여 두 지문의 연결고리라 삼을 수도 있을 것이다. 문화란 앞 세대의 것을 그대로 이어받는 것이 아니라, 그 앞 세대의 것을 포함한 다양한 요소를 복합적으로 수렴하는 가운데 제 나름의 형태로 변화 발 전하며, 그를 통해 고유한 개성과 가치를 발현하게 된다고 하는 방향의 논의이다. 이러한 논의를 펼칠 경 우 A와 C를 훌륭히 연결한 것으로 인정되어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한편 ‘격세유전’ 외에 ‘영양생식’에 초점을 맞추어 논지를 설정한 경우에도 좋은 답안이 될 수 있다. 문화는 다양성을 생명으로 삼는 것으로서, 혹시라도 그것이 영양생식과 같은 방식으로 기계적으로 ‘이식(移植)’ 또는

‘복제(複製)’되어 전개된다면 문화는 획일적인 것이 되어 그 본래적 가치와 생명력을 잃게 된다고 하는 방향의 논의가 그것이다. 이 또한 C의 논지와 문화의 특성을 긴밀히 연결시킨 답안으로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어느 요소에 초점을 맞추든 A와 C의 논지를 연결한 결과는 기본적으로 ‘다양성’을 중시하는 입장. 곧 체계론과 문화 상대주의 관점을 뒷받침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문화는 개체적 다양성과 자율성이라는 속성

(27)

을 바탕으로 가치를 발현하며, 그렇게 다양한 문화가 공존함으로써 인류의 문화 전체가 생명력을 온전히 발휘할 수 있다고 하는 입장이다. 특정의 문화를 이식하거나 복제하여 문화를 획일화하려는 시도는 문화의 본래적 가치에 반하는 일이라는 판단이 거기 수반될 수 있다.

유의할 것은 C의 논지가 A의 설명 중 ‘진화론’이나 ‘자문화 중심주의’ 등과 연결될 가능성이 전무하지 않다는 사실이다. C는 그 자체 생명체의 ‘진화적 발전’에 관한 논의의 성격을 지닌다. 격세유전은 생명체가 고유의 특성을 지닌 채 다양하게 발전하는 과정을 설명하고 있는바, 그 다양한 발전은 개체에 우월한 것과 열등한 것이 있다고 하는 논리로, 또는 각각의 개체가 스스로를 세상의 중심으로 인식하게 된다고 하는 논 리로 연결될 수 있다. 진화론적 문화관 내지 자문화 중심주의와 통하는 논리이다. 논증이 쉽지 않은 주장이 지만, 만약 이를 논리 정연하게 풀어나간 답안이 있다면 독창적인 것으로 평가될 수 있을 것이다.

[평가 기준]

1. 제시문 A와 C의 내용을 잘못 이해한 경우 낮은 평가의 대상이 된다. 특히 제시문 C에 있어 격세 유전에 의한 개체적 다양성의 발현 양상과 그 가치를 정확히 이해했는지의 여부가 중요하다.

2. 제시문 A와 C를 잘 연결하는 것이 문제 풀이의 관건이다. 두 지문의 연결이 잘 이루어지지 않은 답 안, 예컨대 각 지문의 내용을 요약적으로 반복 설명하는 데 그친 답안은 높은 평가를 받기 어렵다.

3. ‘문화의 속성’을 논하라는 것이 문제의 요구사항이다. ‘문화의 속성’에 관한 논의로 나아가지 못하 고 문화를 보는 관점에 초점을 맞추어 글을 풀어나간 경우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없다. “A의 논의 에 비추어 볼 때 C 제시문의 관점은 체계론 또는 문화상대주의에 해당한다”고 하는 식의 논의에 그친 답안은 출제 의도에 충분히 부합한 것이라 보기 어렵다.

4. C의 설명을 문화에 적용하여 문화의 속성에 관한 논의를 풀어나간 경우 문제의 요구에 적절히 응 답한 것으로 인정된다. 관건은 C에 제시된 생물종의 속성과 A의 화두인 문화를 어떻게 설득력 있 게 연계하는가 하는 점이다. 대체로 다음과 같은 기준으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1) 특별한 근거나 맥락에 대한 설명 없이 “제시문 C의 설명은 문화에도 해당될 수 있다”는 식으로 둘을 연결지은 경우 높은 평가를 받기 어렵다.

(2) A의 대상인 문화가 일종의 유기적 생명체에 해당하는 성격을 지니고 있음을 지적하면서 C의 내용 과 연결지은 경우 두 제시문의 논리적 통합이 비교적 무난하게 이루어진 것으로 인정될 수 있다.

(3) C에서 말하는 ‘격세유전’이나 ‘영양생식’ 등의 개념을 문화라는 대상과 연결지어 문화의 존재방 식과 전개과정, 가치발현양상 등을 설명한 경우 문제의 요구에 충실히 부합한 것으로 평가한다.

(4) 제시문 A와 C의 연결은 ‘문화 다양성’ 내지 ‘문화 상대주의’와 연결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 사실 이다. 하지만 C의 논지가 문화 진화론 내지 자문화 중심주의 등과 연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는 없다. 이 방향의 논의를 설득력 있게 수행한 경우에도 높은 평가를 받을 여지가 있다.

5. 설문에서 ‘논하라’고 한 것은 ‘논리적으로 따져 서술하라’는 의미로 사용된 것이다. 논리적 분석 없이 단순 설명에 그친 것은 출제의도에 못 미친 것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논리적 분석에 의한 판단이 충실히 도출된 경우 ‘수험생 자신의 주장’이 명시적으로 제시되지 않더라도 별다른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28)

∙ 논제 2 : 제시문 <D>의 두 표를 분석하여 아래 주장의 타당성 여부를 검증하시오.

논제 분석

what how

- 제시문 <D>의 두 표를 분석

검증하시오.

- 아래 주장의 타당성 여부를

∙ 고려사항(option)

- 제시문 <D>의 두 표를 분석한다.

- 아래 주장의 타당성 여부를 자신의 견해를 객관적, 실증적으로 밝혀야 한다.

[출제 의도]

∙ 이슬람이라는 특정 문화와 사회의 민주화 정도의 연관성을 관심 대상으로 삼은 것인데, 그 통계 수치는 이슬람권에 속한 사회가 다른 사회에 비해 더 비민주적이라는 판단이 성립될 수 없음을 확 인시켜 주고 있다.

∙ 개별 문화를 대함에 있어 막연한 선입견에 의해 부정적 견해를 갖는 경우들이 있거니와, 이슬람 문화에 대한 편견이 그 한 사례가 된다.

∙ D의 자료는 그러한 비합리적인 태도를 극복하고 객관적․실증적 태도로 세상을 보아야 함을 잘 보 여주고 있다.

∙ 객관적 태도는 ‘문화적 다양성’ 내지 ‘상대주의’와도 연결되는바, 2번 문항에서는 도표 분석에 이어 그 연결점을 찾도록 함으로써 통합적 사유를 유도하였다.

[문제 분석]

이 문제는 ‘이슬람 문화가 민주주의에 걸림돌로 작용한다’는 주장을 실증적으로 검증하는 것이다. 이 주 장이 엄밀한 타당성을 갖기 위해서는 ‘다른 모든 조건이 동일한 상황에서’ 종교문화적 차이(즉 이슬람이냐, 비이슬람이냐)가 민주주의의 발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보여야 한다. 설사 이슬람권 나라들의 평균적인 민주화 정도가 다른 문화권에 비해 낮다고 하더라도 이것이 위의 주장을 뒷받침해주지는 못한다.

왜냐하면 다른 요인들이 동일한 상태로 제어되지 않은 상태에서 평균적인 비교만으로 결론을 내릴 경우 양자의 인과관계를 크게 호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이슬람권 나라들의 민주화 정도가 평균적으로 낮은 것이 사실이라 하더라도―물론 그것이 실제로 이슬람 문화 때문일 수도 있지만―그 원인이 이슬람 문화와 는 전혀 다른 요인(예를 들어 지정학적 또는 경제적 요인) 때문일 수도 있는 것이다. 이 점에서 지문 <D>

의 도표에 나와 있는 것과 같은 분석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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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문 <D>의 도표들을 살펴보면, 한마디로 위의 주장을 옹호하는 쪽이 아니라 오히려 배치되는 자 료들이다. 우선 <표 1>에서 볼 수 있듯이 동일한 이슬람권이라 하더라도 아랍권이냐 아니면 비아랍권 이냐에 따라 민주화 정도가 6% 대 39%로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슬람권이라고 해서 모두 다 민 주화 수준이 낮은 것이 아니라 그 내부적으로도 지정학적인 요인(즉 아랍권 및 비아랍권)에 따라 큰 차이가 있는 것이다. 어떤 면에서는 이슬람 문화가 민주주의를 저해하는 것이 아니라 지정학적 요인 이 걸림돌로 작용하는 것일 수도 있다.

다음으로 <표 2>는 저소득 국가만을 대상으로 이슬람권과 비이슬람권의 평균적인 민주화 정도를 그룹별로 비교했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소득수준을 일정 수준으로 그룹화한 것은 중요한 의미를 지 닌다. 이렇게 하지 않고 소득수준에 관계없이 모든 나라를 대상으로 이슬람권과 비이슬람권의 평균적 인 민주화 정도를 비교할 경우 그 차이가 종교문화적 차이 때문인지 아니면 소득과 같이 여타 (잠재) 요인 때문인지 구분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소득에 제한을 가하지 않고 세계 모든 나라를 대상 으로 비교할 경우 이슬람권이―예를 들어 기독교권에 비해―평균적인 민주화 정도가 낮은 수준일 가 능성이 있다. 왜냐하면 미국, 유럽 등 주요 민주주의 선진국들이 비이슬람권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표 2>에서 볼 수 있듯이 분석대상을 저소득 국가만으로 제한할 경우 이슬람권과 비이슬람권의 민주 화 정도는 31% 대 32%로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는 어떤 면에서는 민주화 정도 를 결정하는 요인은 종교문화가 아니라 그 나라의 소득수준 혹은 발전정도라는 것을 간접적으로 의 미하는 측면도 있다. 더욱이 소득수준을 제한하더라도 이슬람권 내에서는 여전히 아랍권과 비아랍권 의 차이가 0% 대 33%로 뚜렷이 남아있다는 점에서 ‘이슬람 문화’라는 요인보다는 ‘아랍권의 지정학 적 요인’이 민주화에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지문 <D>에 나와 있는 정보로 판단하건대 ‘이슬람 문화가 민주주의에 걸림돌로 작용한 다’는 주장을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요약할 수 있다. 이슬람 문화가 민주주의를 저해한다는 주장에는 한편으로는 ‘서구(기독교) 우월주의적 시각,’ 그리고 다른 한편으로는 이슬람 문화의 고유한 속성을 다른 문화에 비해 열등한 것으로 간주하는 ‘절대론적 윤리설’의 성향이 배어 있다고 할 수 있다. 학 생들은 구체적인 실증 자료의 분석결과를 기초로 그와 같은 문화적 선입견의 위험성 내지 함정을 지 적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상의 분석이 이슬람 문화가 민주주의 발전과 전혀 관계가 없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 다. 위의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하는 것이 그 반대의 주장이나 전혀 새로운 주장을 인정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평가 기준]

1. 문제의 요구사항이 ‘표를 분석하여’ 주어진 주장을 검증하는 것이기 때문에 답안이 갖추어야 할 가장 기본적으로 조건은 표를 다각도로 분석하는 내용이 들어 있어야 한다. 표의 정보들을 무시・왜곡 하거나 혹은 소홀히 한 채 자신의 견해나 주장 위주로 작성된 답안은 높은 평가를 받기 힘들다. 동시 에 표가 의미하는 정보들을 충분히 활용하는 것도 중요한데, 두 개의 표가 주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어 느 하나만 이용한다거나 혹은 표의 특정 수치나 의미만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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