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Ⅱ. 「헌법」의 제․개정과 여성의 관계

문서에서 지표를 통해 본 한국여성 삶의 변화 (페이지 140-143)

1. 헌법의 특성과 입법의의

헌법은 국가의 운영원칙 및 통치구조와 국민의 기본권을 규정하고 있다. 모든 법령의 제․개정은 「헌법」에 근거하여 이루어지고 「헌법」과 상충되면 무효가 된다. 그러므로 「헌법

」은 국가의 기본법이자 최고법이라고 한다.

그러므로 「헌법」 에 성평등권을 명시하는 것은 국가의 기본질서를 성평등하게 만드는 기 초적인 일이자 효과적인 방법이 된다.

2. 헌법의 제정(1948.7.17)

「제헌헌법」은 자유와 평등을 중시하는 민주법치국가의 헌법으로서 차별금지를 기본원 칙으로 하였다. 그리하여 “모든 국민은 법률 앞에 평등하며 성별, 신앙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라는 조항을 두었다. 나아가 “혼인은 남녀동권(男女同權)을 기본으로 하며 혼인의 순결과 가정의 건강은 국가의 특별한 보호를 받는다.” 라는 조항도 두었다. 이러한 조항의 설치는 당시 혼인과 가 족제도가 유교적 가부장제도인 상태였기 때문에 그 의의가 크다.

당시 여성의원이 한 명도 없는 입법구조에서 이러한 평등권조항이 제헌헌법에 포함된 것은 근대법의 조류에 따른 것이지만, “여성단체 대표들의 노력과 진보적인 남성들의 협력이 도움 이 되었다”.2)

한편, “여자와 소년의 근로는 특별한 보호를 받는다.”라는 조항도 마련되었다. 이러한 조 항을 헌법에 둔 국가의 예는 매우 드문데도 「제헌헌법」에 삽입된 것은 법리적으로는 당 시 여성의 열악한 취업상황을 감안하여 실질적 평등을 도모한 것이라 설명될 수 있지만, 약자로서의 여성관도 작용한 것으로 보여 진다.

3. 헌법의 개정

「헌법」의 개정은 지금까지 9차례 이루어졌는데, 그중 성평등과 관련한 개정은 3차례이 다. 여성들이 「헌법」의 개정에 입법안을 제시한 것은 민주헌법이 마련되기 시작한 1980년 의 개정이후였다.

(1) 제5차 개정(1962.12.26)

1961년에 5. 16군사정변이 일어난 후 1962년 12월 26일에 공포된 제5차 「개정헌법」(제3 공화국 헌법)은 인간의 존엄과 가치, 생존권의 보장, 직업선택의 자유를 명시하는 조항들을 신설하고 차별금지의 영역을 문화적 영역으로까지 확대하였다. 그러나 한편, “혼인은 남녀 동권을 기본으로 하며”라는 「헌법 」조항의 문구를 삭제하였다. 이 삭제는 1950년대부터 여성들이 가부장적 가족법이 헌법에 위반되는 것이라고 주장하자 그 시비를 봉쇄하기 위한 입법조치라 보여 진다.

(2) 8차 개정(1980.10.27)

박정희 대통령의 시해사건 후 군사정변을 거쳐 전두환 대통령이 취임한 후 국민의 민주 화 요구 속에 제5공화국 「헌법」이 만들어 질 때, 한국여성유권자연맹은 여성법학자들이 참여한 ‘헌법연구위원회’를 만들고 “양성은 본질적으로 평등하며 성에 의해 가정이나 직장 에서 차별받지 아니한다.”라는 조항의 신설과 권력구조의 개편안을 담은 헌법개정안을 마련 하고 그 관철을 위해 노력하였다.3) 또한 우리나라는 1980년 5월에 UN이 1979년 12월에 채 택한 「여성차별철페협약」에 서명하였다.

그 영향으로 1980년 10월 27일에 공포된 개정「헌법」에 “혼인과 가족생활은 개인의 존 엄과 양성의 평등을 기초로 성립되고 유지되어야 한다.”라는 조항이 신설되었다. 이 입법은 우리나라 「가족법」의 기본방향을 구체적으로 정립하여 「가족법」을 남녀평등하게 변화 시킬 수 있는 명확한 헌법적 근거를 마련한 의의가 있다.

아울러 이 개정헌법에서 행복추구권과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에 관한 조항들도 신설되었 다. 이 조항들은 간통죄나 성희롱, 성매매 등 성애(sexuality)에 관련한 기본권 보장에 주요

2) “남녀동권선언 및 그 구체화를 위한 제헌헌법 공청회에서의 황신덕(여성대표)의 발언과 헌법안 심의회에서 국 회의원 이윤영, 조헌영, 장면, 권태의 등의 발언으로 평등권규정이 제청되었다.”(이은영(1999), 「법여성학 강의」, 박영사, pp.42-43). 권태희 의원은 1948년 6월 25일 열린 제헌의회 헌법안 제1독회에서 “국민이라고 설흔 한 번이 나 말한 이 헌법에서 1천5백만의 여자가 있는 사실을 잊어버리고 더욱 우리들의 자손의 복리를 말하면서 자손에 게 가장 밀접한 관계가 있는 가정문제를 맡은 여자 문제에 대해서 한 마디도 말이 없다는 것은 이 헌법의 기초적 인 착오로 생각합니다.” 라고 발언하였다.(박선영외(2007), p. 19 각주 13에서 재인용)

3) 한국여성유권자연맹, pp.194-221.

한 헌법적 근거로 활용되고 있다.

(3) 9차 개정(1987.10.29)

1987년 6월에 국민의 민주화항쟁이 일어난 후 제6공화국 「헌법」(현행법)이 추진될 때 한국여성단체연합은 토론회를 개최하고 <여성이 바라는 민주헌법에 대한 우리의 견해>라는 입법의견서를 발표하였다. 한편, 한국여성개발원도 <여성의 권익향상을 위한 헌법개정의견 서>를 작성하여 여․야 여성의원들과 언론에 대한 설명회를 개최하고, 정부와 국회 등 각 계에 제출하였다. 당시 여성의원들은 소속정당을 초월하여 헌법 개정을 위하여 함께 노력하 였다. 이 추진과정에서 여성계는 남녀평등권을 보장하는 UN의 「여성차별철페협약」의 비 준국으로서의 의무라는 점을 강조하였다.

이러한 배경과 여성들의 정치세력화를 의식한 정치권의 수용 등이 주효하여 여성계의 헌 법개정의견서는 1987년 10월 29에 공포된 「헌법」에 상당히 반영되었다. 그 결과 우리나라 는 다른 나라보다도 여성권익향상과 남녀평등을 위한 다양한 「헌법」조항들을 보유하게 되었다.

이에 따라 「헌법」의 “혼인과 가족생활은 개인의 존엄과 양성평등에 기초하여 성립되고 유지되어야 한다.”라는 조항(제36조제1항)에 “국가는 이를 보장한다.”는 문구가 삽입되었다.

또한 “여자의 근로는 특별한 보호를 받으며, 고용․임금 및 근로조건에 있어서 부당한 차 별을 받지 아니한다.”라는 조항(제32조 제4항)이 신설되었다.4) 아울러 “국가는 여자의 복지 와 권익향상을 위해 노력하여야 한다.”는 조항(제34조 제항)과 “국가는 모성의 보호를 위해 노력하여야 한다.”는 조항(제36조 제2항)도 신설되었다.

4. 입법의 효과와 과제

이와 같이 「헌법」에 성평등 조항들이 점차 구체화되면서 여성들은 국가에게 성평등 입 법을 보다 강력히 주장할 수 있었고, 국가도 성평등 입법을 점차 적극적으로 하기 시작하였 다. 1987년 10월 「헌법」 개정 직후 「남녀고용평등법」의 제정․공포(1987년 12월), 「모 자복지법」의 제정․공포(1989년 4월), 「가족법」의 개정(1989년 12월 국회 통과 )등의 입 법이 그 사례가 된다. 또한 헌법재판소는 동성동본금혼제(1997년 7월 16일 결정)와 호주제 (2005년 2월 3일 결정)에 대해 혼인과 가족생활에서 개인의 존엄과 양성평등의 기본원칙을 명시한 헌법에 상충된다며 헌법불합치결정을 내렸다. 한편, 제대군인가산제도에 대해 여 성의 평등권과 공무담임권을 침해한다는 위헌결정(1999년 12월 23일 결정)을 하면서 「헌 법」이 여성의 고용차별금지를 명시하고 있으므로 평등권 위반 여부를 심사함에 있어서 합 리적 이유의 유무를 심사하는 것에 그치지 아니하고 비례성 원칙에 따른 심사, 즉 차별취급 의 목적과 수단 간에 엄격한 비례관계가 성립하는지를 기준으로 한 엄격한 심사를 해야 한 다는 해석을 하였다.

4)제헌헌법이래 “여자와 소년의 근로는 특별한 보호를 받는다.”라는 조항이 존치되어 왔으나 여성에게 고유한 모 성기능에 기초한 “여자의 근로에 대한 특별보호”가 신체적․정신적 약자인 “연소자의 근로에 대한 특별보호”

와는 다르다는 이유로 여자와 소년의 보호규정을 분리하는 한편, 여성의 고용차별을 해소하고자하는 취지로 이루어진 것이다.

그러나 한편, 현행 「헌법」이 실질적 성평등을 권리와 국가의 실시의무로서 구체적으로 보장하지 않고 있어 헌법의 재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다. 「헌법」은 “성별 등에 의해 차별받지 아니한다.” 라는 소극적인 표현을 견지하고 사실상의 성평등권, 실질적 평등권을 명시하지 않아 국가가 적극적 평등실현조치를 실시하는 경우 위헌시비가 발생하기도 한다.

또한 서울YMCA가 여성회원들에 대하여 총회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총회원 자격을 주지 않아 제기된 가처분소송에서 서울YMCA는 임의단체로서 그 성질상 회원자격을 결정함에 있어서 상당한 재량권이 인정된다는 이유로 청구를 기각한 판결(서울중앙행정법원, 2005년 2월 23일 결정) 과 같이 현행의 차별금지규정을 관습이나 임의단체의 정관에는 적용하지 않 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또한 모성보호를 국가의 노력사항으로 하고 있는 문제도 개선해야 하며, 성적 폭력에 대응한 성적 자기결정권을 명시할 필요도 있다고 본다.

문서에서 지표를 통해 본 한국여성 삶의 변화 (페이지 140-1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