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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각 영역별 지표들을 살펴봄으로써 지난 60년간의 한국 여성의 삶의 변화, 특히 다양한 통계를 통해 구체적인 변화상을 가늠할 수 있는 최근 10여년 간의 변화에서 몇 가 지 중요한 흐름들이 나타난다.

먼저 사회적 배경 지표에서는 가족구조와 결혼제도의 근본적인 변화가 관찰되며, 근대적 핵가족에서 ‘탈근대적’ 가족으로의 변화 징후가 나타난다고 표현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족과 결혼제도의 변화는 곧 여성들의 생애주기 자체가 재편성됨을 의미한다. 즉, 여성들은 예전 보다 더 늦게 결혼하고 더 늦은 나이에 더 적은 자녀를 출산하며, 더 긴 노년기를 맞이하고 있다. 또한 여성 개인을 기준으로 했을 때 전체 생애 중 가족관계 안에서 피부양자로 살아 가는 기간은 줄어들고 있으며, 여성 집단을 기준으로 했을 때 그러한 피부양자의 위치에서 살아가는 여성들의 수가 줄어들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여성들의 정책 수요에 상당한 변화 가 나타나고 있음을 함축하는 것이다.

자족성 지표에서는 지난 반세기 동안 여성교육의 눈부신 확대와 발전이 주목할 만한 변 화인데, 1960년대에 비해 이제 여성 4년대 대졸자는 약 20배정도 늘어났다. 이처럼 교육수 준이 상승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고용 면에서 여성들의 진출은 과거에 비해 개선되기는 하였 으나 여전히 미흡한 수준에 머물러 있다. 1970년 여성고용율은 38.2%이었으나 2007년에는 48.9%로 약 10% 상승하였다. 이는 물론 남성 고용의 정체에 비하면 긍정적인 변화이지만, 실제 연령별로 살펴보면 20대 여성의 고용율이 늘어났을 뿐 다른 연령층은 매우 미미한 변 화에 그쳤다. 지난 40여년간 여성 고용참여의 증대는 20대 여성에게서 집중적으로 나타났을 뿐 중장년 및 노년층 여성들의 고용지위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고 볼 수 있다.

형평성 지표에서는 성별 임금격차가 어느 정도 개선되고 있는 점이 주목되지만, 경력기 간이 긴 여성일수록 임금격차가 그대로 지속되는 현상이 나타난다. 저소득 집단이나 저임

금 근로자, 비공식부문 고용에서 여성들은 남성보다 훨씬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1995 년 이후의 변화추이를 살펴보면 여성들의 저임금 근로나 비공식부문 고용 비중이 서서히 감소하고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취업 여성 중 52.8%가 임시․일용근로자 또는 무급가족종 사자 등 취약한 고용 지위에 머물러 있다(2007년 기준). 종합소득세 신고자를 기준으로 여 성과 남성의 소득신고액을 비교해 보면 여성의 소득이 최근 증가하기는 하지만 남성과의 격차가 꾸준히 유지되고 있다. 또한 남성과의 격차가 가장 많이 감소하는 연령층은 20, 30 대 젊은 여성들이며 40대 이상 장년층 및 노년층에서는 성별 소득격차가 줄어들지 않는다.

전체적으로 여성의 삶에서 자족성과 형평성이 서서히 향상되기는 하였으나 모든 여성에 게 확산되지는 못하였으며 고용이나 소득에서의 지위 개선은 대부분 20대 젊은 연령층에서 집중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현재 20대 및 30대 초반인 여성들이 앞으로 결혼 및 육아기에 진입하였을 때 과연 지금까지 성취한 자족성이나 형평성 수준을 그대로 지속할 수 있을 것 인지 여부이다.

사회통합 지표에서 건강, 위험 및 안전 분야를 살펴보면, 여성의 수명이 남성보다 더 길 기는 하지만 실제 여성노년의 삶의 질이 남성보다 더 높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리고 자살로 인한 여성 사망자 수가 남성보다 수적으로 적기는 하지만 2000년 이후 급속히 늘어나고 있 는 점이 주목된다. 성폭력 범죄 발생 건수는 1994년 이후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데 이는 성 폭력 발생 자체의 증가와 성폭력에 대한 인식의 확대를 동시에 보여주는 것이다. 이처럼 성 폭력에 대한 인식도가 확산되는데 반해 강간범죄에 대한 구속율은 1994년 52.1%에서 2006 년 28.8%로 오히려 줄고 있다. 강력범죄 피해자 수에서 여성들은 남성보다 훨씬 높은 비중 을 차지하며 특히 2000년 이후 여성피해자가 급속하게 늘어나고 있다. 범죄에 대한 두려움 을 느낀다는 응답은 남성보다 여성이 훨씬 높게 나타나고 있다. 삶의 만족도나 자신의 계층 지위에 대한 응답에서도 여성들은 남성보다 더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지난 60년간 다양한 사회분야에서 일어난 여성 삶의 변화 양상들을 이 연구에서 고찰한 4가지 분야의 지표들이 모두 포괄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또한 여기에서 고찰한 다양한 지표 들이 보여주는 변화상을 한마디로 요약하기도 어렵다고 하겠다. 그러나 이러한 고찰에서 얻 을 수 있는 메시지는 분명해 보인다. 즉, 여성들이 과거보다 더 많은 평등과 더 개방된 기 회를 누리고 있지만 여전히 ‘선진국’에 비해 상당히 미흡한 수준에 머물러 있다. 특히 여성 의 자족성이나 형평성은 20-30대 젊은 연령층에서는 어느 정도 개선되고 있으나 이것이 여 성 전체로 확산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주목해야 한다. 여성의 사회진출이 공직분야 등 특정분야에 국한되어 있는 것도 이와 유사한 흐름이다. 지난 60년간 양성평등 향상의 성과 들이 일부 여성이 아닌 모든 여성, 특히 취약한 여성들에게까지 확산될 수 있도록 하는 사 회적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또한 여성의 삶이 과거보다 개선되는 것과 더불어 삶의 불 안정성이나 새롭게 대두하는 위험에 이전보다 더 많이 노출되는 변화도 간과해서는 안된다.

급속하게 변화하는 사회에서 보다 안전한 삶을 원하는 여성들의 새로운 요구가 높아질 것 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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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 간지

<목 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