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Ⅲ. 중국어권 학습자들을 위한 교육용 연어 목록 선정

1. 한국어 교육에서의 연어

한국어 교육학에서 연어에 대한 논의 방식은 순수언어학적 연구와 조금 다를 수 있다. 왜냐하면 한국어 교육에서 연어 교육을 진행하는 목적은 연어의 정체가 무엇인지를 밝히는 것이 아니라 연어 관계인 어휘적 결합을 외국인 학습자들에 게 효율적으로 가르치는 데에 있기 때문이다. 한국어 교육학에서 연어에 대한 논 의는 크게 두 가지의 관점이 존재한다. 하나는 어휘 차원에서 어휘소 간의 선택

제약으로 제한된 결합 관계를 연어로 보고 다른 하나는 통사적 구성에서 어휘소 가 서로 공기하는 빈도 양상의 관점에서 공기 빈도가 높은 구성을 연어로 보고 있다. 통계학 관점에서 결합의 빈도에 의해 연어를 판단하고 선정하는 연구는 홍 종선 외(2000), 한송화·강현화(2004), 김진해(2007) 등이 있다. 연어 선정 작업에 있어서 이런 통계적 방법은 언어학적 연어 규칙이나 언어학자의 주관적 판단이 나 직관적 관찰에 의해 선정하는 방식보다 더 객관적이고 고빈도 연어 관계의 실용성을 확보할 수 있다. 그러나 통계적 방법으로 실제적으로 추출하는 어휘적 결합 관계에서는 '모르는 사람', '생각을 하다', '학교에 가다'28)와 같은 일반구도 포함되었다. 따라서 통계적 방법에 의해 추출된 연어는 자유 결합이나 관용 표현 과의 경계가 분명하지 않아 교육용 연어의 범위를 크게 벗어날 수 있다. 또 다른 한계점으로는 통계적 방법으로 진행하는 연어의 선정 작업은 말뭉치에 대한 의 존도가 상당히 높다는 것이다. 말뭉치의 규모, 말뭉치에서의 어휘 결합의 정확성, 난이도, 구어나 문어 등 말뭉치 자료의 성질 등 여러 가지의 요인은 선정 결과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 결국, 교육할 필요가 있는 연어 항목은 말뭉치 크기의 한 계로 제외되는 문제, 말뭉치 중의 오타로 인해 정확하지 않은 연어 표현이 추출 되는 문제, 학습 어휘의 범위를 넘어선 어휘소로 구성된 연어를 추출하는 문제, 그리고 일상생활에서 의사소통할 때 자주 쓰이지 않는 연어를 추출하는 문제가 모두 생길 수 있다. 이런 한계점을 감안하여 한국어 교육에서의 연어의 범위를 파악할 때 말뭉치 분석에 의한 통계적 방법만 적용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본 다. 역시 국어학의 이론적 논의도 동시에 진행할 필요가 있다.

위에서 제시한 두 방법 외에 최근 몇 년간에 연어의 대조언어학적 연구가 많 아짐에 따라 언어 비교의 차원에서 연어의 정의와 범위를 검토해 보는 연구도 있다. 한송화·강현화(2004:299-300)는 함께 나타나는 단어들의 결합 혹은 통계적 으로 일정한 수준 이상으로 함께 나타날 가능성이 더욱 많은 어휘들의 결합으로 서 말뭉치에서 높은 빈도로 결합하는 구뿐만 아니라, 모어화자가 특별한 결합이 라고 생각하지 않더라도 학습자가 오류를 양산해내거나 스스로 텍스트에서 유용 한 연어라고 선택하는 것들도 연어로 본다. FanQihui(2010)에서 한국어 교육에서

28) 위에 세 개 예시는 각각 홍종선 외(2000), 한송화·강현화(2004), 김하수 외(2007)에서 말뭉치 분

다루어야 할 연어를 학습용 연어라는 용어로 외국인 학습자가 학습을 통하지 않 고서는 이해하거나 구사하기 힘든 것이 연어라고 정의했다. 학습용 연어는 구체 적으로 어떤 것들이 포함되어 있는지에 대해서 '한국어 연어를 외국어로 번역할 때 연어의 구성요소 중 하나 또는 두 개가 외국어와 간접대응 또는 비대응 관계 를 이룰 때 그 연어는 학습용 연어에 해당한다.'라고 밝혔다. 이 정의는 대조언어 학적 관점에서 한국어 연어 교육을 접하는 것으로 의의가 있다. 그러나 정의에서 제시된 학습용 연어의 범위는 분명하지 않고 모호성이 있다. 그리고 정의에서 언 급한 외국어와 간접대응 또는 비대응 관계가 어떤 것인지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 지 못하는 점은 아쉽다.

한국어 연어가 외국어와 간접대응 또는 비대응 관계를 이루는 이유는 언어 간 의 표현 차이와 문화 차이 등의 원인 외에 대부분 연어의 의미 전이 여부와 관 련된다고 본다. 본고의 2.1에서 연어를 두 어휘소 간의 긴밀한 통사적 결합 구성 으로, 선택의 주체(연어핵)가 되는 어휘요소가 선택의 대상(연어변)이 되는 어휘 요소를 제약적으로 선택하고 공기하며 통사적 의미는 투명하거나 반투명한 것으 로 정의했다. 그리고 2.2에서 논의한 듯이 한국어 연어 교육에서 전제적 연어와 관습적 연어는 모두 중국인 학습자들에게 어려운 부분이다. 전제적 연어는 선택 제약에 따라 의미자질이나 어휘류에 의해 제한된 결합을 예측할 수 있지만 한·

중 대조 양상의 차이와 유의어 등의 문제로 인해 오류를 쉽게 범할 수 있다. 관 습적 연어는 어휘 개념 구조에서 해석하기 힘들고 구성 요소의 내적 구조로는 전혀 예측할 수 없고 구성 요소에 의해 연어의 의미를 쉽게 이해할 수도 없다.

김진해(2000)에서도 관습적 연어에서 의미 전이는 필수적으로 꼭 어휘의 다의화 를 수반하므로 연어와 다의화의 관계를 고찰해야 한다고 지적하였다. 연어의 구 성요소가 의미 전이를 통해 다의화된 현상은 중국어에서의 대응 양상에 차이가 생기는 원인이다. 전이 의미에 의해 대부분의 한·중 간접대응이나 비대응 연어가 나타난다. 이동혁(2003)에서 전제적 연어와 관습적 연어가 서로 구분되는 이유는 의미의 전이 여부이라고 밝혔다. 전제적 연어는 기본 의미에 충실하고 관습적 연 어는 기본 의미가 아닌 비유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하였다. 이는 본고에서 제시한 연어의 정의 중에서 '통사적 의미는 투명하거나 반투명함'이라는 특성과 일치한 다. 따라서 본고에서의 연어의 정의는 충분히 한국어 교육 분야에서 적용할 수

있다고 본다. 따라서 관습적 연어와 전제적 연어를 모두 교육용 연어로 보고 연 어의 대조 분석에서 연어 구성 요소 중 용언의 기본의미 유지 여부를 중요한 기 준으로 삼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