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결과가 없습니다.

Ⅱ. 연어의 개념과 유형

1. 연어의 정의 및 특성

1.1. 연어의 정의

영국의 언어 학자 Firth가 1957년에 “단어의 의미는 그것과 같이 나타나는 단 어들에 의해 파악된다.”라는 말로 연어의 개념을 처음 도입하였다. 또한 Firth는 연어의 의미는, 단어의 의미에 대한 개념적 또는 추상적 접근과 직접적으로 관련 되는 것이 아니라, 결합적 층위에서 추출된다고 하였다. Firth의 정의에서 연어가 다른 어휘적 결합 관계와 구분할 수 있는 본질적인 특징을 보이지 못하지만 연 어 구성요소들이 높은 공기성을 가지고 결합한다는 점을 찾아볼 수 있다.

Firth에 이어 서구 언어 학자들은 연어에 대해 좀 더 정교한 정의를 내렸다.

Cruse(1986)에서 연어는 습관적으로 공기하지만 각각의 어휘 구성 성분이 의미 구성 성분이라는 점에서 완전히 투명한 어휘 연속체라고 하였다. Cruse의 정의에 서 연어의 구성 성분의 공기성뿐만 아니라, 연어 의미의 합성성이라는 의미적 속 성도 동시에 강조한 것을 볼 수 있다.

Wanner(1996)에서 '주어진 의미를 표현하기 위한 어휘소 L1의 선택이 L2에

연구자 연어의 정의 정의에서 제시한

어휘적 차원에서 특별히 긴밀하고 제한적인 결합관계를

투명하게 전체 의미에 반영되어 있는 구이다.

긴밀한 통사적 결합 구성으로, 선택의 주체(연어핵)가 되는 어휘요소가 선택의 대상이 되는 어휘요소나 문법요소(연어변)를 선호하여 선택한다.

김지은(2010)

연어 핵에 의해 연어 변이 다의화하였거나 연어변의 결합이 아주 제한적이어서 하나의 의미단위로 인식 가능한 언어형식.

의미 다의화 통사적 제한 구성요소 간의 단 일방향적 선택 관

1.2. 연어의 특성

기존 연구에서 연어에 대한 정의는 연구자에 따라 다르지만 대부분 연구는 연 어 의미의 투명성12)과 합성성13), 그리고 구성 요소 간의 공기성14)과 같은 연어의 특성에서 출발하여 연어의 본질을 논의한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연어 의미의 투명성에 대해 논의한 연구는 홍재성(1995), 문금현(1996), 송정근(2002), 임근석 (2002) 등이 있다. 연어 의미의 합성성에 대해 논의한 연구는 이희자(1994), 홍재 성(1995), 문금현(1996), 최경숙(1997) 등이 있다. 구성 요소 간의 공기성에 대해 논의한 연구는 문금현(1996), 최경숙(1997), 강현화(1998), 김진해(2000), 임근석 (2002)등이 있다. 그리고 최근에는 주로 연어의 구성 요소 간의 선택 관계를 중 심으로 연어를 논의한 경향이 있고 최경숙(1997), 김진해(2000), 임홍빈(2002), 임 근석(2002, 2006, 2010), 김지은(2010)에서 연어의 어휘적 선택관계에 대해 구체적 으로 논의하였다.

1.2.1. 어휘적 결합 관계의 제약

12) 임근석(2010)에 따르면 언중이 특정 어휘요소의 의미를 분명히 인식하고 있으면, 그 어휘 요 소의 의미는 투명하다고 할 수 있다고 했다. 이때 연어를 구성된 투명한 의미를 가진 어휘 소는 투명성이 있다.

13) 연어 의미의 합성성은 두 구성요소가 축자적 의미를 유지하고 연어 구조 전체의 의미는 이 두 구성요소의 축자적인 의미의 합에 해당한다.

14) 연어의 공기성은 두 구성요소가 자주 공기하여 함께 나타난다는 뜻이다.

보통 언어의 결합 관계에 대해 주로 통사론적 관점에서 설명되어 왔다. 즉, 문 장은 통사적 선택을 통해 서술어와 결합할 수 있는 문법범주와 의미자질을 요구 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한국어의 모든 어휘적 결합 관계(구, 문장도 포함됨)는 통 사론적 관점에서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이 지적되었다.

(1) 가. 밥을 먹다, 고기를 먹다, 과일을 먹다, 과자를 먹다, 아이스크림을 먹다...

나. 담배를 먹다 다. 욕을 먹다 라. 겁을 먹다 마. 친구를 먹다

(1)의 '가'에서 '먹다'는 '음식 따위를 입을 통하여 배 속에 들여보내다.'라는 기본의미의 타동사로서 음식물의 명칭인 목적어를 요구한다. 따라서 '밥을 먹다, 고기를 먹다, 과일을 먹다...'등 어휘적 결합들을 통사 분석을 통해 선택적 제약 관계로 설명이 가능한 결합 관계이다. 그러나 '나'~'마'의 경우를 보면 '가'와 같 이 통사론적 관점에서 설명하기가 어렵다. 왜냐하면 이때 서술어 '먹다'는 특정 한 어휘적 결합 구조에서의 의미로 볼 때 '먹다'의 기본 의미가 아닌 확장적, 전 이적, 혹은 비유적 의미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나'에서 '먹다'의 의미는 '담 배나 아편 따위를 피우다.'라는 의미이며, '다'에서는 '욕, 핀잔 따위를 듣거나 당 하다.'라는 의미이며 '라'에서는 '겁, 충격 따위를 느끼게 된다.'라는 의미로 위의 예시와 또 다른 의미이다. '먹다'의 의미의 변화는 서술어 앞에 나오는 명사에 의해 설명된다. 즉, 음식류 명사는 기본의미인 '먹다'와 결합할 수 있지만 '담배, 욕, 겁, 친구'는 '먹다'와 결합할 때 동사 '먹다'의 의미를 전이시키고 전이된 동 사의 의미를 제한적으로 선택한다. 따라서 이런 구조는 명사에 의해 동사를 선택 하는 결합 관계라고 할 수 있다. 이를 보면, 이런 어휘적 결합 관계들은 동사의 가장 상용적인 기본 의미로 분석할 수 없는 특별한 결합관계이다. 동사의 기본 의미를 암기하는 방식을 통해 어휘를 개별적으로 학습한 중국인 학습자들이 (1) 의 예시중 '나~마'의 어휘적 결합 표현을 만나게 될 때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그리고 모국어 화자의 입장에서 위의 표현들은 모두 상당히 자연스러운 일상 표

현이지만 외국어로서 한국어를 배우는 외국인 학습자들에게 결합 구조를 스스로 예측하고 이해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것이다. 이런 표현을 능숙하게 활용하기 위해서 암기하는 방법밖에 없다.

(2) 가. 머리를 감다

*나. 머리를 씻다

(1) 중의 '나~마'는 어휘 결합 관계에 서술어 동사의 의미는 기본의미가 아니 고, 선행하는 명사에 의해 결합 관계의 통사적 의미에서 의미의 전이나 확장의 과정을 겪어 비유적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이때 일반적인 어휘적 결합 표현과 달 리 특별한 어휘적 결합 관계15)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통사론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어휘적 결합 관계에는 동사의 의미가 모두 전이되는가 하는 의문이 있을 수 있다. (2)와 (3)을 보겠다. (2)의 '가'에서는 동사 '감다'의 의미는 '머리나 몸 을 물로 씻다.'라는 기본 의미로 '머리'와 같이 결합하여 결합의 전체 의미는 통 사론적으로 설명이 가능하다. 그러나 '감다'의 유의어인 '씻다'는 '물이나 휴지 따위로 때나 더러운 것을 없게 하다.'라는 기본의미로 '머리+를+(동사)'의 구조 중에서 '감다' 대신 '(동사)'의 위치에서 넣을 수 있을 것 같지만 실제로 한국어 에서는 아주 어색한 표현이다. 이때 유의어의 교체가 왜 안 되는지에 대해 통사 론적 관점에서 설명할 수 없고 단지 서술어인 동사 '감다'는 제한적으로 '머리' 를 요구할 뿐이라고 설명할 수 있다. 결국, (2)는 (1)과 같이 모두 통사론적 관점 에서 왜 반드시 이렇게 구성해야 하는지를 설명할 수 없는 결합 관계이다. 그러 나 (1)과 달리 (2)는 구성요소인 동사가 기본 의미를 유지하면서 제한적으로 명 사를 요구하는 구성이다. 외국인들이 이런 특별한 어휘적 결합을 배울 때 유의어 로 인해 오류를 초래할 수 있고 의사소통을 진행할 때 통구조(통 문장/구 전체) 를 외우는 방법 외에는 이런 표현의 구성요소를 머리 속에 떠올리고 자유롭게 결합하여 활용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15) 본고에서 연어의 정의를 밝히기 전에 연어에 해당되는 어휘적 결합 표현을 가리킬 때 모두 ' 특별한 어휘적 결합 관계'라는 용어로 부른다. 연어에 대해 더 명확한 정의를 내리기 위해 일반 적인 어휘적 결합과 차이가 있는 결합 표현에 대해서 많은 예시를 들어 논의를 진행할 것이다.

이런 특별한 결합 관계에는 관용표현이 포함되지 않는다.

(3) 16) 가. 결론을 내리다

*나. 결론을 하강시키다/ 떨어뜨리다 다. 결론을 내다/ 짓다/ 맺다

(1)과 (2)에 대한 고찰을 통해 통사론적 관점에서 설명할 수 없는 어휘적 결합 관계들은 대부분 구성 요소 기본 의미의 전이 여부와 어휘적 선택 관계와 관련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다시 (3)을 살펴보겠다. (3)의 '가'에서 ' 내리다'는 '위에서 아래로 옮기다.'와 같은 방향성을 가지고 있는 기본의미와 달 리 '판단, 결정을 하거나 결말을 짓다.'라는 비유적 의미로 쓰인다. 이런 이유로 이 결합 관계에서 '내리다'의 기본의미와 비슷한 '하강시키다, 떨어뜨리다'로 교 체하면 비문이 된다. 그렇다면 이 결합 구조에는 어휘적 선택 관계는 어떻게 되 어 있는가? '결론'에 의해 '내리다'를 선택하는 것인가? 아니면 반대로 '내리다' 는 '결론'을 선택하는 것인가? 일단 '내리다'는 (2)의 예시에서 '머리'만 선택할 수 있는 '감다'의 상황과 달리 다의화를 통해서 같이 결합할 수 있는 체언은 상 당히 많다. 예를 들면, '계단을 내리다, 버스를 내리다, 짐을 내리다, 소매를 내리 다, 명령을 내리다, 판정을 내리다...' 등이 있다. 하지만 '결론' 뒤에 '판단하거나 결정하다'의 의미로 나올 수 있는 동사는 '내리다' 외에 '내다, 짓다, 맺다'밖에 없다. 따라서 이 결합 관계에 있어서 '결론'은 '내리다'를 선택하는 것으로 판단 할 수 있다.

위에서 논의하는 예시들은 (1)의 '가' 외에 사실 모두 본고에서 연어로 보는 대상이다. 그리고 연어 구성 요소의 의미와 상호간의 선택의 방향성을 중심으로 논의한 결과, 연어의 특성도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다. 그러나 기존 언어학 논 의 중의 통일시키지 못한 연어의 정의와 범위에 따라 (1) 중에서 어떤 것이 연어 에 해당되고, 어떤 것이 연어가 아니냐는 것이 판정된다. 연어의 분명한 정의와 범위를 밝히기 위해 지금부터 <표1>에서 제시된 각 연구에서 내린 연어의 정의 의 타당성에 대해 논의할 것이다.

위에서 논의하는 예시들은 (1)의 '가' 외에 사실 모두 본고에서 연어로 보는 대상이다. 그리고 연어 구성 요소의 의미와 상호간의 선택의 방향성을 중심으로 논의한 결과, 연어의 특성도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다. 그러나 기존 언어학 논 의 중의 통일시키지 못한 연어의 정의와 범위에 따라 (1) 중에서 어떤 것이 연어 에 해당되고, 어떤 것이 연어가 아니냐는 것이 판정된다. 연어의 분명한 정의와 범위를 밝히기 위해 지금부터 <표1>에서 제시된 각 연구에서 내린 연어의 정의 의 타당성에 대해 논의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