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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표어의 영향으로 인한 오류

Ⅴ. 중국어권 학습자들의 연어 습득 양상에 대한 조사와 분석

2. 한·중 언어 대조 관점에서의 중국어권 학습자들의 연어 오류 분석

2.2. 목표어의 영향으로 인한 오류

언어 간 오류 외에 제2언어 학습에서 목표어의 영향이 오류의 주된 요인이기 도 하다. 이정희(2005)에서 한국어 오류 현상 중에서 목표어의 영향으로 인한 오 류에 대해 과잉 적용 오류와 불완전 적용 오류로 분류하였다. 과잉 적용 오류와 불완전 적용 오류는 복잡한 한국어 음운 규칙이나 문법 규칙을 제대로 적용하지 못하는 것은 오류의 원인으로 본다. 그러나 본고에서 검토한 연어 오류는 어법 규칙의 문제보다 어휘 체계 내부의 의미와 형태에 대한 구분의 문제로 보는 것 이 더 낫다. 따라서 본고에서 목표어의 영향으로 인한 연어 오류는 유의어의 대 치 오류와 자동사와 타동사의 혼동 오류와 같은 두 가지로 분류하겠다.

(1) 한국어 유의어의 대치 오류

한국어 유의어의 대치 오류는 한국어 유의어 간의 미세한 의미 차이나 용법 차이를 변별하지 못해서 범하는 오류이다.

설문 조사를 통해서 통계된 오류 중에서 한국어 유의어나 다의어의 대치 오류 는 모두 49개가 있고 전체 오류 유형에서 13.8%를 차지한다. 대표적인 오류의 예는 아래와 같다.

(1) 穿袜子 *양말을 입다(√양말을 신다) (2) 月亮升起 *달이 오르다(√달이 뜨다) (3) 挨骂 *욕을 받다(√욕을 먹다/당하다) (4) 被拒绝、遭到拒绝 *거절을 받다(√거절을 당하다)

(5) 下定决心,下决心 *결정을 내리다(√결심을 내리다/마음을 먹다)

'(1)'은 '신다'와 '입다'의 용법을 구분하지 못해서 범하는 오류이다. 비록 '신다 '와 '입다'는 모두 착탈어로서 '의류를 몸의 어느 부위에 꿰다'와 같은 공통된 의미가 있지만 '신다'는 '발에 꿰다.'라는 의미로 같이 결합할 수 있는 목적어는 신, 버선, 양말 따위 밖에 없다. 그러나 '입다'는 '옷을 몸에 꿰거나 두르다.'라는 의미로 앞에 나올 수 있는 목적어에 대해 상의나 하의류 명사만 한정한다. 따라 서 '양말을/구두를 입다'와 같은 오류는 유의어의 구분 문제를 비롯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중국어의 '穿'는 한국어에서 '입다'와 '신다'와 모두 의미적 대응 관 계를 형성할 수 있으나 학습 순서와 사용 빈도에 따라 중국인 학습자들이 '穿'를 '입다'만으로 대응하는 경향이 많기 때문에 '양말/신발을 입다'와 같은 오류를 더 쉽게 범할 수 있다고 예측할 수 있다.

'(2)'는 '뜨다'와 '오르다'의 사용 범위를 구분하지 못해서 범하는 오류이다. 비 록 이 두 단어는 의미 측면에 모두 '아래에서 위쪽으로 움직이다.'의 뜻을 나타 낼 수 있는 공통점이 있으나 '해나 달, 별 따위가 위로 돋아 오르다.'와 같은 특 정한 의미를 표현할 때 '뜨다'만을 쓸 수 있다. 이런 특정 의미적 환경에 대해 잘 익숙하지 않으면 '달이 오르다'와 같은 어류를 쉽게 범할 수 있다.

'(3)~(4)'에서 피동 의미를 가진 중국어 용언을 모두 '받다'로 오역된 예시들이 다. 중국어 피동의 표시인 '被,受,挨'는 한국어에서 용언 '당하다'나 '받다'로 대응할 수 있다. 그러나 피동 의미가 있는 연어를 번역할 때 '받다'를 써야 하는 지 역시 앞에 나오는 체언이 무엇인지 등 구체적인 환경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

비록 '받다'와 '당하다'는 모두 '다른 사람이나 대상이 가하는 행동, 심리적인 작 용 따위를 당하거나 입다.' 라는 의미가 나타나지만 보통 '당하다'는 좋지 않은 일 따위를 직접 겪거나 입는 경우, 혹은 해를 입거나 놀림을 받는 부정적인 상황 에 쓴다. 따라서 '받다'는 '욕'과 '거절' 등 부정적 의미를 가진 명사와 어울리지 않고 '당하다'와 같이 결합 관계를 이루어야 한다.

'(5)'은 유의어 관계인 명사 '결심'과 '결정'의 의미를 구분하지 못해서 범하는 오류이다. '결심'과 '결정'은 형태적으로 비슷할 뿐만 아니라 의미 측면에서 모두 '어떤 일을 정함'과 같은 의미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결심'의 '할 일에 대하여 어떻게 하기로 마음을 굳게 정함. 또는 그런 마음.'라는 의미를 '결정'의 '행동이

나 태도를 분명하게 정함. 또는 그렇게 정해진 내용.'라는 의미와 비교할 때 역시 차이가 크다. 비록 이 두 어휘는 모두 의미가 상대적으로 순수한 한자어이지만 중국인 학습자들에게도 특별히 유의하지 않으면 쉽게 혼동하여 오류를 범할 수 있다.

위에서 제시한 한국어 유의어의 대치 오류의 예시를 보면 이런 오류가 나타난 근본적인 원인은 유의어의 의미를 혼동하기 때문이다. 오류들 중에서 보일 수 있 는 구체적인 표현은 다음과 같다. 첫째, 특정한 의미를 표현하려고 할 때 난이도 가 높고 사용 빈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단어보다 초급 단계에 더욱 일찍 배우거 나 의미와 형태가 더 쉬운 단어로 중국어와 대응하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면,

‘穿鞋子’중의 ‘穿’의 대역어를 찾을 때 정확한 표현인 '신다'보다 먼저 배웠던 '입 다'를 선택하는 경향이 있는 것과 ‘月亮升起’의 ‘升’를 표현할 때 중급 어휘 '뜨다 '보다 '오르다'를 '달'와 같이 결합하면 어색한 표현으로 만든 상황이 많다. 둘 째, 유의어로 인한 연어 오류의 구체적인 원인은 개별 어휘들 간의 사전적 의미 의 차이에 있을 뿐만 아니라 어휘 자체의 감정 색깔, 사용 환경, 그리고 함께 공 기하고 자연스러운 어휘적 결합 관계를 생성할 수 있는 어휘가 뭐가 있는지 등 여러 방면에 달려 있다. 따라서 한국어 내부에 있는 유의어로 인한 연어의 오류 를 피하기 위해 강사는 학습자들에게 유의어의 의미 차이를 강조하는 동시에 유 의어 간의 용법의 차이도 강조해야 한다.

(2) 자동사와 타동사의 혼동 오류

외국인 학습자들이 형태가 유사하고 의미의 차이가 거의 없는 자동사와 타동 사에 대해 쉽게 혼동할 수 있다. 설문 조사를 통해서 통계된 오류 중에서 한국어 자동사와 타동사의 혼동 오류는 모두 7개가 있고 전체 오류 유형에서 1.9%를 차 지한다. 자동사와 타동사의 혼동으로 인한 연어 오류의 예시는 아래와 같다.

(1) 抽烟、吸烟 *담배를 피다(√담배를 피우다) (2) 花时间、费工夫 *시간을 걸다 (√시간이 걸리다) (3) 得/患感冒 *감기를/에 걸다 (√감기에 걸리다)

'(1)'는 '흡연하다'의 뜻을 표현하면 목적어 '담배' 뒤에 타동사 '피우다'를 써 야했는데 자동사 '피다'를 쓴 상황이다. 한국어에는 ‘피우다’의 의미로 ‘피다’를 쓰는 경우가 있으나 ‘피우다’만 표준어로 삼는다. ‘피다’는 자동사로 목적어가 필 요 없으므로 목적어를 쓰는 경우에는 ‘피우다’를 써야 한다. 따라서 '담배를 피우 다'가 정확한 표현이다. (2)와 (3)는 학습자들이 '걸다'와 '걸리다' 간의 관계를 자동사와 타동사의 관계로 생각하지만 실제로 두 어휘의 관계는 의미가 서로 다 른 부동한 어휘이다. '걸리다'는 '어떤 물체가 떨어지지 않고 벽이나 못 따위에 매달리다.'와 같은 특정한 의미가 나타날 때 '걸다'의 피동사로 하여 '걸다'와 유 의어로 볼 수 있다. 따라서 (3)와 (4)의 중국어 표현에서 용언의 의미에 따라 '걸 리다'만 쓸 수 있고 '걸다'의 의미는 완전히 달라서 중국어의 의미를 표현할 수 없다.

지금까지 정리한 목표어의 영향으로 인한 연어 오류의 예시를 보면 한국어 유 의어로 인한 대치 오류가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점을 알 수 있다. 유의어 오류 범주 중에서 용언의 오류는 체언의 오류보다 훨씬 더 많다. 체언의 오류를 고치려면 학습자들에게 단어 간의 의미의 차이를 강조하면 되지만 용언의 유의 어 오류에 대해 유의어 관계인 용언의 의미만 알려주면 안 되고 그 의미의 감정 색깔, 사용 환경, 그리고 그 용언과 같이 결합할 수 있는 명사가 보통 어떤 것이 있는지 등 정보를 동시에 알려주어야 한다. 또한 자동사와 타동사, 피동사와 동 사 원형에 대해 제대로 구분할 줄 알면 목적어 형태의 유사점으로 인한 연어의 오류도 피할 수 있다. 결국에는 문맥에서 연어를 배우게 되면 연어를 구성하는 어휘의 형태, 의미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어휘의 구체적인 용법의 정보를 확인할 수 있어서 목표어의 간섭의 영향을 줄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