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Ⅴ. 중국어권 학습자들의 연어 습득 양상에 대한 조사와 분석

2. 한·중 언어 대조 관점에서의 중국어권 학습자들의 연어 오류 분석

2.3. 조사의 오류

2.3. 조사의 오류

연어 구성의 내부적 문제로 인한 오류는 모국어나 목표어의 간섭 등 원인으로 이루는 오류 외에 조사의 오류도 있다. 한국어와 달리 중국어는 격조사가 없고 체언과 용언은 일정한 어순에 따라 직접 결합하면 구나 문장을 이룰 수 있다. 이

런 한·중 언어 어법의 차이로 인해 중국인 학습자들이 한국어 연어를 배울 때 연 어를 구성하는 체언과 용언보다 조사를 쉽게 소홀히 할 수 있다.

설문 조사를 통해서 통계된 연어의 오류 중에서 조사의 오류는 모두 74개가 있고 전체 오류 유형에서 20%를 차지한다. 대표적인 오류의 예는 아래와 같다.

(1)想起、想出 *생각나다, 생각 나다 (√생각이 나다) (2)入睡,睡着 *잠에 들다, 잠을 들다 (√잠이 들다)

(3)生气、发火 *화를 나다, 화가 내다 (√화가 나다, √화를 내다)

(4)积累经验 *경험이 쌓다, 경험을 쌓이다 (√경험을 쌓다, √경험이 쌓이다) (5)花时间、费工夫 *시간을 걸리다, 시간이 들이다(√시간이 걸리다, √시간을 들이다) (6)考试落榜 *시험이 떨어지다, 시험을 떨어지다(√시험에 떨어지다)

(7)合心意、喜欢 *마음이 들다, 마음을 들다 (√마음에 들다)

위에서 제시한 연어 구성에 있는 조사의 오류를 보면 (1)~(5)는 격조사와 관련 된 오류이고 (6)~(7)은 조사 '-에'와 관련된 오류이다. 중국어에는 격조사와 비슷 한 개념이 없다. 따라서 중국인 학습자들이 격조사가 참여하는 연어를 활용할 때 격조사를 생략하여 구성이 불완전한 연어를 쓰거나 아예 합성어의 형식으로 연 어와 같은 의미를 표현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이런 오류는 언어 사용의 규범 화의 문제이고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없는 문제이다. 이와 달리 학습자들이 연 어 구성에서 주어가 되는 체언 뒤에 목적격 조사를 쓰거나 조사 '-에'를 써야 하 는 데 격조사를 쓰는 경우를 모두 연어 구성 중의 체언과 용언 간의 관계를 제 대로 인식하지 못해서 조사를 잘못 쓰는 오류로 봐야 한다. 후자의 경우는 모국 어인 중국어의 영향을 받아 중국어 어순에 따라 한국어 연어 중의 체언이 주어 인지, 아니면 목적어인지를 함부로 판단하기 때문일 수도 있고 목표어인 한국어 의 영향을 받아 연어 구성중의 용언은 자동사인지, 타동사인지를 혼동해서 격조 사를 잘못 선택하는 상황일 수도 있다.

'(1)'은 중국어 '想起、想出'와 대응하는 연어는 '생각이 나다'인데 학습자들이 격조사 '-이'를 생략해서 '생각 나다'와 같은 형태로 표현하는 것이다. 이는 어법 규칙을 어기는 문제가 아니라서 웬만하면 오류로 보지 않아도 되는데 구어나 일 상생활에서 쓰는 표현 외에 역시 '생각이 나다'를 표준어로 인정되기 때문에 연

어를 제대로 쓰려면 조사에 대해도 소홀하면 안 된다. 또한 연어 '생각이 나다' 의 의미와 구성요소가 똑같지만 형태만 다른 합성어 '생각나다'가 있다. 합성어 '생각나다' 자체가 틀리지 않지만 연어 번역 테스트에서 합성어가 나타난 것을 보면 학습자들이 역시 연어와 합성어의 경계를 잘 구분하지 못하는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조사의 참여 여부에만 차이가 있는 연어와 합성어에 대해 학습자들 에게 명시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2)'에서 '잠'과 '들다'는 주술관계인데 학습자들은 이들 사이에서 주격조사 '-이'를 대신에 목적격 조사 '-을'을 쓰거나 조사 '-에'를 쓴다. 이 오류를 유발 한 원인은 모국어의 간섭이다. 중국어 동사 ''는 단어의 기본 의미에 따라 보통 한국어에서 '들어가다', '진입하다' 등 동사와 대응한다. 따라서 ''로 구성한 중 국어 표현은 한국어에서 대부분 '-에 들어가다', '-에 들어오다', '-에 진입하다' 와 같은 표현으로 옮긴다. 이런 선입견을 가지고 ''와 함께 나타난 체언이 무엇 인지에 대해 구분없이 '잠에 들다', '잠에 들어가다'와 같은 오류를 쉽게 범할 수 있다.

'(3)~(4)'는 형태가 비슷한 자동사와 타동사를 구분하지 못해서 해당된 동사와 어울리는 조사도 제대로 쓰지 못한 경우이다. 예를 들면, '화를 나다'와 '화가 내 다'에서 볼 수 있듯이 자동사인 '나다' 앞에서 목적격 조사 '-를'을 쓰는 것과 타동사 '내다' 앞에서 주격 조사 '가'를 쓰는 것은 모두 동사의 성질을 잘 구분 하지 못해서 이루는 오류이다. 학습자들이 자동사를 타동사로 여기면 동사 앞에 서 나오고 주어를 담당하는 체언을 목적어로 오판할 수 있다. 반면에 타동사를 자동사로 생각하면 조사의 오류가 수반하기 때문에 원래 동작의 대상이 행동주 로 변할 수도 있다. 이를 보니 연어 구성에 있는 조사의 오류는 단지 조사의 문 제만 아니라 구 전체의 통사 구조를 바꿀 수 있는 문제라서 특별히 중시해야 한 다.

'(5)'는 중국어의 의미와 대응하는 한국어 연어는 여러 개가 있기 때문에 학습 자들이 다양한 연어 표현을 헷갈려서 연어 구성 중 조사의 오류를 일으키는 예 이다. 예를 들면 '花时间'와 대응하는 한국어 연어는 '시간이 걸리다'와 '시간을 들이다', '시간을 쓰다' 등이 있다. '시간이 걸리다' 중의 '걸리다'는 자동사로서 명사 '시간'과 결합하면 주격조사 '-이'를 써야 한다. 반면에 '시간을 들이다' 중

의 '들이다'는 동사 '들다'의 사동형으로서 명사 '시간'과 결합한 경우 목적격 조 사 '-을'를 써야 한다. 그러나 중국어에는 자동사, 타동사, 사동사 등 동사 유형 간의 경계가 명확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격조사도 존재하지 않다. 따라서 중국 인 학습자들에게 의미가 똑같은 이 두 '체언+용언'형 연어의 유일한 차이점은 조 사에 있다. 그러나 조사의 사용은 중국인 학습자들의 한국어 학습 과정에는 쉽게 소홀한 부분이다. 이로 인해 이 두 표현을 혼동해서 조사를 함부로 쓰는 상황도 많다.

'(6)~(7)'은 조사 '-에'와 관련된 연어 조사의 오류이다. '시험에 떨어지다'와 ' 마음에 들다'는 모두 '체언+에+용언'형의 연어이다. 이 두 연어중의 체언과 용언 사이에 있는 '-에'를 다른 격조사를 대체할 수 없다. 그러나 이 두 연어와 대응 하는 중국어 표현을 볼 때 '考试落榜'는 주술관계이고 '合心意'는 목술관계이다.

중국어에서 체언과 용언 간의 관계는 어순으로 결정된다. 따라서 중국인 학습자 들이 중국어 표현을 한국어로 번역할 때 모국어 어순의 영향을 받아 중국어와 대응하는 한국어 연어중의 체언과 용언의 관계도 중국어와 같은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주술관계인 '考试落榜'와 대응하는 한국어 연어는 '시험이 떨어지다'가 되고 목술관계인 '合心意'와 대응하는 한국어 연어는 '마음을 들다' 가 된다.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한국어 연어의 조사 오류는 단순히 '어법 규칙에 따 라 정확한 조사를 선택하여 사용할 수 있는지'의 문제가 아니라 어순이나 용언 의 의미 등 중국어의 간섭과 자동사와 타동사의 구분 등 한국어 내부의 간섭 등 영향을 받아 나타난 문제이기도 한다. 따라서 조사와 관련된 연어의 오류를 해결 하려면 역시 대조언어학의 관점에서 출발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