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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준화제도 및 대학입시의 개선방향

SCI (수)

Ⅳ. 평준화제도 및 대학입시의 개선방향

1. 평준화제도의 개선방향

평준화제도가 여러 가지 측면에서 그 한계를 드러내고 있지만 일시에 기존 틀을 깨는 것은 우 리 국민의 교육열을 고려할 때 대단히 위험한 실험이 될 수 있다. 따라서 평준화제도의 폐해를 줄이면서 이 제도를 일시에 폐지할 경우에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을 최소화하는 방향에서 정책적 대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견지에서 보면 현재보다 점진적으로 교육수요자에게 학교선 택의 범위를 넓혀주는 노력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정책당국은 평준화제도에 대한 불 만을 가진 집단에 대한 배려에 대단히 인색했었다. 그러나 이제는 평준화제도의 유지를 원하는 집단에 못잖게 이 제도의 폐지를 원하는 집단에게도 균등한 선택의 기회를 제공해 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러한 노력은 궁극적으로 평준화제도로 인하여 매우 허약해진 공교육의 체질을 강화 시키는 데도 많은 기여를 하게 될 것이다.

전술한 맥락에서 보면 우선 단기적으로는 제한적인 범위에서나마 역량과 여건을 갖춘 사립학교 들을 중심으로 학생선발 및 교육과정 운영의 자율성을 부여하는 방안을 강구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특목고, 자립형 사립고의 설립을 지금보다 확대하는 것도 한 방안이다. 그리고 공영형 자 율학교의 설립까지도 전향적으로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일각에서는 자립형 사립고의 설립을 귀 족명문학교의 등장과 연계시켜 강한 거부감을 피력하고 있다. 그렇지만 경제적 능력을 지닌 학부 모가 그 능력에 상응하는 지원을 하여 자녀가 양질의 교육을 받도록 하는 것을 반드시 부정적인 시각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 특히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중산층이 자녀가 보다 나은 교육을 받 도록 하기 위하여 조기유학을 보내는 것에 대해서는 별다른 문제제기를 않으면서 유독 자립형 사 립고의 등장에만 강한 거부감을 보이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우리 국민의 소득수준은 지난 수십 년 동안에 가히 폭발적인 추세로 증가해 왔다. 그런데 만일 그렇게 증가해 온 가계소득의 상당 부분이 어떤 형태로든 교육이라는 매우 생산적인 용도로 흡수 되지 않고 다른 방향으로 흘러들어 갔다면, 그 결과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았을 것으로 생각된다.

지식기반사회에서 교육경쟁력은 국가경쟁력과 직결된다. 국가가 질 높은 교육을 제공할 의지도 능력도 없다면, 사적 부담을 통해서라도 스스로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 이러한 자구적 차원의 노 력마저 없다면, 치열한 국가간 무한경쟁 시대에 개인은 물론 국가와 민족의 장래를 담보할 방법 도 없다.

그동안 정책당국이 평준화제도를 존속시키게 된 이면에는 교육평등의 차원에서 소외계층에게 보다 나은 교육여건을 제공하려는 배려도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실제로 학업성취의 관 점에서 보면 평준화제도가 중하위권 학생들에게는 상당히 유리한 측면도 지니고 있다. 그리고 이 는 외국의 경험에서도 입증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소외계층 출신 학생들은, 동일한 사회경제적 배경 을 지닌 학생들의 비중이 압도적인 학교보다는, 적절한 비율의 중산층 출신 학생들을 포함한 학교에 다닐 때 더 높은 학업성취 수준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학생들의 학업성취는 포부수준의 영향을 크게 받는 데, 이 포부수준이 친구나 동료학생들에 의하여 상당 부분 형성되기 때문이다 (Thornton and Eckland, 1980; Waslander and Thrupp, 1995; Fischer et al., 1996).

이처럼 평준화제도가 소외계층 출신에게 어느 정도 이점이 있는 측면이 있지만, 평준화제도가

지속되면서 공교육이 부실화되고 사교육이 창궐하면서 이 이점은 거의 사라지고, 궁극적으로 소 외계층 출신의 대학진학을 어렵게 하는 결과마저 나타나고 있다. 이와 관련해서는 이미 앞에서 언급한 바 있는 이주호․홍성창(2001)의 연구결과가 많은 시사점을 준다. 이들에 따르면 비평준화 지역에 비해 오히려 평준화 지역에서 사교육비 지출이 더 많고, 그 정도는 평준화제도를 폐지할 경우에 고입 경쟁이 가열됨으로써 발생할 수 있는 사교육비 증가 예상치를 능가하는 수준으로 밝 혀졌다. 이러한 결과를 토대로 이들은 과외가 세칭 일류대학의 진학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이른바 ‘과외효과’로 말미암아, 부유층들이 과외를 통해 자녀들을 일류대학에 진학시키기에 훨씬 유리한 입장에 놓여 있기 때문에, 평준화제도는 궁극적으로 교육의 형평성을 훼손하는 결과를 초 래하고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이상의 맥락에서 보면, 평준화제도가 소외계층에게 절대적으로 유 리한 제도라는 고정관념은 당연히 불식되어야 할 것이다.

김경근․변수용(2003)에 따르면, 중산층 학부모들은 대체로 평준화제도에 대하여 부정적인 태도 를 보이며 자녀를 자신이 원하는 학교에 보내고자 하는 욕구가 강하다. 한국사회에서 교육열을 선도하는 집단인 이들에게 평준화제도는 대단히 불만스러운 제도임에 분명하지만, 이 제도가 그 근간을 고스란히 유지한 채 존속된다고 하더라도 이들이 크게 초조해 할 이유는 별로 없다. 기본 적으로 이들에게는 자신의 자녀들이 교육경쟁에서 우위를 점유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동원할 수 있는 다양하고 풍부한 경제적, 문화적 자원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들은 자신들이 지닌 이러 한 이점을 십분 활용하고, 상황이 여의치 않을 때도 끊임없이 새로운 돌파구를 모색하여 원하는 바를 기어코 성취해내는 경향이 있다. 그러므로 자녀에게 좀더 나은 교육기회를 제공해 주려는 이들의 교육적 욕구를 수용하지 않고 이를 무조건 억제하려는 시도는 필연적으로 사교육의 창궐 과 조기유학 러시와 같은 또 다른 형태의 심각한 사회적 문제를 야기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앞으로 평준화제도를 보완함에 있어서 이들의 교육적 욕구를 충족시키는 일에 보다 많은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장기적으로는, 사회이동의 통로가 점차 다원화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여, 소외계층 출신 학생 들의 다양한 능력, 적성, 소질을 학업성취와 균등한 수준의 관심으로 계발함으로써, 모든 학생들이 궁극적으로 동일한 수준의 경제적 성취를 이룰 수 있게 하는 교육적 기반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학업성취 또는 교육성취 측면에서 소외계층 출신 자녀가 경쟁력을 갖기에는 이미 경쟁의 구도가 너무 계층 편향적으로 짜여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전통적 의미의 교육평 등을 성취하기 위하여, 단지 학업성취의 균등화에만 집착하는 것은 너무 현실성이 없다. 한국사회 에서 사회적 평등으로 이어질 수 있는 진정한 교육평등은 개별화된 교육을 통해 학업성취 경쟁에 서 열세에 놓여 있는 소외계층 출신 자녀들이 지닌 능력, 적성, 소질을 최대한 계발할 때 비로소 성취될 수 있을 것이다.

2. 대학입시의 개선방향

대학입시의 개선방향과 관련해서는 크게 대입 전형자료와 대입 전형방법 및 절차로 나누어 고찰할 필요가 있다. 먼저 대입 전형자료와 관련해서는 수능시험이 고등학교 교육을 획일화․

표준화시키는 현상이 나타나지 않도록 수능시험의 유형이나 수준을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 즉

학생의 소질이나 수준에 따라 취사선택할 수 있도록 시험의 유형이나 수준을 다양하게 할 필요 가 있다. 이렇게 함으로써 학생들이 자신의 소질이나 특성에 따라 원하는 내용을 선택적으로 공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 개별 학생이 지원하고자 하는 대학이나 학과의 특성에 따라 몇 개의 교과목을 선택하여 응시하게 하는 방안을 도입을 필요가 있다. 즉 거의 모든 교 과목이 아니라 일부 교과목에 대해 선택적으로 응시해도 대학진학이 가능해야 한다. 수능시험 에서 명실 공히 선택과 집중이 가능해야 초․중등교육의 다양화․특성화도 가능할 것이다(백순 근, 2004).

수능시험의 유형과 수준이 다양화되면 학생들을 시험성적에 따라 전국적으로 일렬로 세우는 일을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게 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지식기반사회에서는 지식과 정보를 창출하는 고등교육 부문의 경쟁력이 국가경쟁력과 직결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 고등교육의 질이 심각한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사실은 지극히 우려할만한 사태로 볼 수 있다. 대학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대학간의 경쟁을 활성화하여 대학들이 더 이상 지금처럼 재학생의 입학 성적에 의하여 설정된 경직된 서열에 안주하지 않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는 바, 여기에 수능시 험 유형과 수준의 다양화가 일조를 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대입 전형자료로서 내신 성적을 활용하는 데 있어서 학교간 학업성취 격차를 완전히 무시하는 정책은 시정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정책이 고수되는 한, 고등학교 교육이 다양화․특 성화되기는 난망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고교등급제가 지닌 교육적 문제점을 고려하면 그것의 자유로운 시행을 허용하는 것에도 신중할 필요가 있다. 결국 이 문제는 학교간 학업성취 격차 의 완전 무시와 전면적 고교등급제 시행 사이에서 적절한 타협점을 찾아, 상대적으로 우수한 학생들이 많이 재학하고 있는 학교의 학생들에게 돌아가는 불이익을 지금보다 경감시키는 방향 에서 해결할 필요가 있다. 구체적인 해결방안에 대해서는 좀더 많은 연구가 이루어져야 할 것 이다.

다음으로 대학별 전형자료와 관련해서는 대학에게 학생선발과 관련하여 좀더 많은 재량권을 허용할 필요가 있다. 특히 고유의 건학이념과 설립목적을 지닌 사립대학에 대해서는 더욱 그러 하다. 만일 부여된 재량권을 남용하거나 그것으로 불법행위를 저지르는 경우에는 그에 상응한 제재가 내려지면 된다. 한국사회가 떠안고 있는 고질적인 제반 교육문제의 뿌리를 되짚어보면 그것이 결국 사회에 만연한 불신을 대신할 타협할 수 없는 절대 기준으로서의 점수지상주의에 맞닿아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아직은 우리 사회의 도덕적 성숙도가 서구 선진사회만큼 높지 못한 탓이기는 하지만, ‘불신의 미만’ 때문에 대학이 건전하고 합리적인 소신과 판단력에 입각 해 학생을 선발하는 것이 용납되지 않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설령 어떤 학생이 아무리 향후 발전가능성이나 잠재력이 뛰어나더라도 단 0.0001점이라도 수능시험이나 내신 성적의 합산에서 다른 학생에게 뒤지면 불합격의 고배를 마실 수밖에 없다. 전형자료의 활용에서 나타나는 이와 같은 경직성이 개선되지 않는 한, 한국사회의 제반 교육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 또한 지식기반 사회에서 요구되는 인적자원개발도 일정한 한계를 드러낼 수밖에 없다.

전술한 관점에서 보면, 대학이 전형자료로서 활용하는 논술고사에서 적어도 노골적인 본고 사가 아닌 통합교과형 논술은 허용될 필요가 있다. 2008년 입시부터는 수능시험 성적의 변별력 도 현재보다 현저하게 낮아지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러한 필요성은 더욱 절실한 실정이다. 지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