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결과가 없습니다.

왜 과학기술학인가?

문서에서 인적자원개발: 다학문적 접근 (페이지 168-171)

사실상, 과학기술 분야에서는 인간관에 대한 논의가 중요한 주제가 아니며 인간관은 매우 추상적인 수준에서 가정되고 있을 뿐이다. 과학은 지식, 방법, 활동 등의 측면을 가지고 있지만, 일차적으로는 자연에 대한 지식으로 정의 된다. 이에 따라 과학은 자연관은 중요시하지만 인간관에 관해서는 별다른 관심을 가져오지 못했으며, 다만 인간은 자연현상이 보여주는 규칙성을 발견 하고 이를 법칙으로 만드는 존재로 상정되어 왔다. 과학활동과 관련된 대표 적인 자연관으로는 기계적 자연관과 유기체적 자연관을 들 수 있다. 최근에 는 모든 과학적 탐구활동을 기계론적으로 환원할 때 생기는 문제점이 지적 되면서 유기체적 자연관에 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제기되고 있다(홍욱희, 1998).

기술 분야의 경우에는 과학보다는 인간관에 대하여 상대적으로 많은 관심 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인간관에 대해 본격적인 관심을 가지고 있 는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기술은 인공물, 지식, 활동 등의 측면을 가지고 있 으며, 일차적으로는 인공물 혹은 그것의 체계로 정의된다. 여기서 인간은 실 용적인 목적을 위해 인공물을 개발하고 활용하는 존재라고 볼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기술활동과 관련된 대표적인 인간관으로는 도구의 인간 (homo fabre)이 자주 거론되어 왔으며, 최근에는 인간 세계에 도구적인 필요성 이상 으로 많은 발명품이 존재한다는 점에 착안하여 유희의 인간 (homo ludens) 에 초점이 주어지기도 한다(Basalla, 1988).

이처럼 과학 및 기술 분야에서는 인간관에 관한 논의가 매우 빈약하고 추 상적이어서 과학기술을 인간과 관련시켜 논의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한 것으 로 보인다.

이에 반해, 과학기술에 대한 철학적 차원의 접근에서는 과학기술과 관련된 인간 존재의 의미를 규명하려는 시도가 본격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장회익 (1990; 1998)은 생명의 단위가 되기 위해서는 자유에너지의 궁극적인 원천을

그 자체 내에 함유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생명의 본질을 우주적 생 명 (global life)에서 찾고 있다. 그럴 경우에 인간과 자연은 개체와 보(補)생 명의 관계에 놓이게 되며, 인간은 자연을 파괴적으로 활용하는 존재가 아니 라 자연과 함께 공생하는 존재로 재정립된다. 기술철학과 관련해서는 인간과 기계의 상호작용을 주제로 한 연구 중에서 인간과 기계의 공통점으로 피드 백을 가진다는 점이 지적되기도 한다(예: 홍성욱, 1999). 여기서 현대 기술의 역사는 인간이 기계를 단순히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기계의 범주가 확 장되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접근방식은 과학기술과 관련된 인간의 본질을 성찰하는 데에는 상 당히 의미있는 시각을 제공할 수 있으나, 인적 자원으로서 과학기술자를 육 성하는 문제나 과학기술에 대한 일반인의 이해도를 제고하는 문제와 직접적 으로 연결시켜 논의하기는 어려운 것으로 판단된다.

이러한 판단을 바탕으로 본 고에서는 과학기술학(Science and Technology Stu dies, STS)의 범주를 가지고 과학기술과 관련된 인간관 및 인적 자원의 문제를 살펴보고자 한다(Jasanoff, 1995). 과학기술학은 과학기술과 인문사회 를 잇는 간(間)학문분야(interdiscipline)로서 과학기술철학, 과학기술사, 과학 기술사회학, 과학기술경제학, 과학기술정책학 등을 포괄하고 있다. 특히, 과 학기술에 대한 사회학적 연구는 과학기술학의 세부 분야간의 중심적인 연결 점으로 작용하면서 과학기술학의 방법론에 관한 논의를 본격적으로 제기하 고 있다.

사실상 과학기술활동과 관련된 최근의 변화는 과학기술의 차원이 아니라 과학기술학의 차원에서 설명되어야 한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이와 관련하 여 Webster(1991: 제1장)은 과학기술활동의 새로운 방향으로 ① 과학기술활 동이 개인의 고립된 활동에서 팀 작업으로 변모하고 있다는 점, ② 과학과 기술의 상호작용이 증가하면서 과학과 기술을 명확히 구분하기 어렵다는 점,

③ 기업의 성장이 점점 과학기술의 혁신에 의존하게 되었다는 점, ④ 세계 각국의 정부가 과학기술의 진흥 및 규제에 정책적으로 관여하고 있다는 점 등을 들고 있다. 즉, 오늘날 과학기술활동에는 수많은 사회제도적인 문제가 결부되어 있으므로 과학기술과 관련된 문제를 이해하는 데에는 문과와 이과

라는 전통적인 구분을 넘어서는 과학기술학 차원의 상상력과 판단이 필요한 것이다. 사실상, 앞서 언급했던 과학기술이 가정하고 있는 인간관의 문제도 과학기술 자체보다는 과학기술학의 차원에서 이루어져 왔으며, 인간 존재의 본질에 관한 철학적 접근도 이러한 시도의 일환으로 평가할 수 있다.

문서에서 인적자원개발: 다학문적 접근 (페이지 168-1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