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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에도 최적의 타이밍이 있다

문서에서 R&D 성공실패사례 에세이 (페이지 111-118)

연구에도 최적의 타이밍이 있다

ReSEAT 전문연구위원 최철림

리에틸렌은 각종 용기, 포장용 필름, 파이프 등 평범한 용 도로 사용되는 범용 플라스틱의 일종으로 고분자 중에서 화학구조가 가장 단순하다. 고분자는 분자 사슬이 길어서 스파게티 면처럼 무작위로 얽혀있는 구조가 일반적이다. 그러나 폴리에틸렌 은 구조의 단순함과 규칙성 때문에 분자들이 서로 나란히 밀착되어 하나의 덩어리로 방향성을 가지는 미세결정을 용이하게 생성할 수 있다. 이는 강도, 화학 특성 등 제반 물성을 향상시킨다. 따라서 폴 리에틸렌은 미세결정과 정형화 되지 않은 분사 사슬이 혼재하는 구 조로 이루어져 있다. 이와 같이 구조가 단순하고 미세결정 생성이 용이하기 때문에 폴리에틸렌이 평범한 재료에서 비범한 산업용 섬 유로 변신이 가능한 것이다.

폴리에틸렌 변신의 핵심은 고도의 배향 기술이다. 배향이란 고분자의

렌 섬유제조기술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1980년대 중반에는 고분자 복합재료 연구실의 초기 프로젝트 중 하나로 ‘폴리에틸렌 섬유의 표면처리’가 추진되었다. 향후 복합재료 강화섬유로 이를 응용하고자 하는 포석이었다. 이 프로젝트는 새로운 섬유의 응용을 넘어 섬유자체의 개발로 이어졌다.

이미 문헌에 나와 있는 기술을 자체 개발하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하는 과정은 관계 문헌을 정리·분석하고, 그들의 실험결과를 재확인 하는 일이다. 실험결과의 재현성이 확인되면 그 다음으로 실험실에서 실현 가능한 공정의 설계가 뒤따른다. 이어서 각 단위공정에 합당한 공정조건을 확립하게 된다. 폴리에틸렌 섬유의 개발도 이러한 순서로 진행되었다.

가장 먼저 시작한 과정은 적절한 용매의 선택과 균일한 용액의 제조였다. 폴리에틸렌은 상온에서 녹지 않는다. 고온에서 녹기는 하지만 조심스럽게 취급하지 않으면 비교적 낮은 농도에서도 균일한 용액을 얻기가 쉽지 않다. 고분자는 말 그대로 분자량이 높기 때문에 낮은 농도에서도 점성이 매우 커 다루기가 만만하지 않다. 문헌에서는 용해 도가 좋은 용매가 소개되었으나 휘발성이 강한 것이 단점으로 지적 되었다. 비교분석과 실용성 및 안전성 관점에서 용해도는 다소 떨어지나 휘발성이 낮은 용매를 선택하였다.

균질의 섬유를 얻기 위해서는 용액의 균질도가 매우 중요하다. 용매와 폴리에틸렌을 한꺼번에 혼합하여 녹는 온도까지 올리며 잘 저어주 더라도 깨끗한 용액을 얻기는 어렵다. 폴리에틸렌 입자들이 서로 엉켜

덩어리를 만들기 때문이다. 여러 번의 시행착오 끝에 해결책을 찾을

유리한 구조를 갖는다. 그래서 설정된 적정 농도에서 100배 이상의 연신이 가능해 진다. 이 같은 작업을 한 단계로 진행하려면 기계적으로 무리가 있다. 따라서 몇 단계를 거칠 것인지는 경제성과 섬유특성을 고려하여 결정했다. 각 단계에서의 온도 또한 고려되어야 할 사항이다.

적절한 온도를 부여하지 않으면 연신을 원활하게 할 수 없다. 단계에 따라 온도를 약간씩 높여가며 최적의 연신을 위한 조건을 맞춰야 한다.

철저한 문헌분석과 예비실험을 거친 후라 실험실에서의 진척은 비교적 순조로웠다. 반복되는 여러 번의 실험을 통하여 산업용 폴리 에틸렌 섬유의 제조공정에 대한 기초자료가 확립되었다. 그러나 아쉽 게도 실험실에서 다루기 어려웠던 전체 공정의 연속성과 용매의 회수 문제는 미해결된 채 프로젝트가 마감되었다. 이 두 가지는 상업화 과정에서 현장 엔지니어들에 의해 충분히 해결될 수 있는 과제이다.

최적의 공정조건이 확립되면서 그들이 제시한 물성에 필적하거나 보다 우수한 수준의 폴리에틸렌 섬유를 제조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프로젝트는 절반의 성공에 그치고 말았다. 실험실의 결과를 산업현장으로 확대 발전시킬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것이 이미 알려진 응용기술이라면 당연히 기술개발의 성패는 실용화의 성공여부에 달려 있다. 그러나 기술 수준이나 경제 규모가 현재에 훨씬 미치지 못했던 1980년대 말 당시에는 한국과학기술연구원 복합재료연구실의 연구 성과를 주의 깊게 보는 산업체는 어디에도 없었다. 기술개발에도 시의 성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2006년에 ‘고강도 초고분자량 폴리에틸렌

연구자에게는 연목구어 (緣木求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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