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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밖의 기회로 위궤양 치료제 원료를 개발하다

문서에서 R&D 성공실패사례 에세이 (페이지 67-72)

ReSEAT 전문연구위원 정갑택

년 경, 내가 미원의 연구실에서 개발과장을 맡고 있던 당시를 떠올리면 지금 생각해도 참 행복한 시 절이었다. 연구테마를 고를 수 있는 조건도 좋았거니와 잘 나가는 회사 덕에 연구를 위한 여러 여건들이 제대로 뒷받침되었기 때문 이다. 거기에 팀원들 모두 마음이 잘 맞아 연구실 분위기도 좋았 다. 그 때 회사는 조미료 MSG(Mono Sodium Glutamate)와 아미 노산 영양제로 쓰이는 라이신(Lysine)을 주종품으로 생산하고 있 었다. MSG의 경우 당시의 국내 판도의 75%를 점유하고 있었기 때문에, 우리 사원들 모두가 자부심을 갖고 열심히 일하는 분위기였

다. 우리 연구실에서도 신제품 개발과 함께 생산라인의 개선할 점을

타사의 65% 수준에 머물렀다. 우리 연구부서에서는 자존심이 상하는

차이라면 바로 이것 때문이 아닐까? 그리고 ‘그것은 틀림없이 특수 분쇄기의 문제일 것이다.’라는 확신. 그러나 한국에서는 아무데서도 그런 기계를 만드는 데가 없어서 우리는 시제품을 만들어 볼 수도 없었다. 하는 수 없어 다시 미원재팬에 부탁해 경쟁사의 분쇄기 납품 회사를 알아 낼 수가 있었다. 즉시 그 분쇄기를 도입해서 시운전을 했더니 어렵지 않게 똑같은 물건을 얻을 수가 있었다. 그 결과 대호평, 품질이 특급으로 인정돼 정상가격으로 올려 받을 수가 있었다.

여기까지 오는 동안 몸도 마음도 고생길의 연속이었다. 누구에게도 하소연 하지 못했던 탓에 혼자 짊어지고 있던 짐을 내려놓으니, 피로감이 싹 가신다. 그 때 우리가 느낀 기쁨은 말로 표현 할 수도 없었고, 어떤 형용사를 써서 마음을 표현해야 할지도 모를 정도였다. 사실상 이번 개발의 일등공신이라 할 수 있는 M제약의 K군이 소문을 듣고 찾아와 축하를 건넸다. 대폿집을 3차까지 더듬는 바람에 지갑을 탈탈 털어야 했지만, 그래도 기분은 좋았다.

마침내 6개월 후, 우리 원료로 제약을 해도 푸른색이 탈색되지 않고 타사품과 동일하게 우수하다는 칭찬을 들을 수 있었다. 정말로 완전한 성공을 거둔 것이다. 그런데 당시에는 분말의 입도가 나노화 됐을 때 왜 그런 효과가 생기는지 의문이었지만 최근에 들어서 나노기술이라는 것이 이토록 혁신적인 기술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당시의 궁금증이 해결되었다.

규명하는 기술을 말한다.

납품도 순조롭게 진행이 되면서, 반년을 태평세월로 보냈다. 그런데 어느 날, 납품처로 부터 수출금액의 5배를 손해배상 하라는 날벼락이 떨어졌다. 이게 무슨 일인가! 알고 보니 원료에서 금속성분이 검출되 었다는 것이다. 말도 안 되는 상황에 평화롭던 회사가 발칵 뒤집혔다.

원인을 조사해보니 분쇄기의 스테인리스 망이 닳아서 생긴 문제였기 때문에 조속히 조치를 취했다. 요즘 같았으면 공정 중에 금속검출기를 끼워 사전에 충분히 예방할 수 있는 일이었다. 그러나 당시는 그런 걸 모르는 시대였으니 돌이켜보면 어수룩한 시대를 살아왔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우리 공장에서 발효배지로만 자체 조달해서 사용하던 글루타민을 상품화 하는데 성공해 발명특허까지 받았던 성취에 대한 기쁨은 언제 떠올려도 기분 좋은 추억으로 남아있다. 당시 우리가 글루타민 관련 물질을 연구 개발하여 특허를 확보한 기술은 총 3가지이다. L-글루타민과 수용성 아줄렌 복합 항 궤양용 제제의 안정화 방법, N-아세틸-글루타민의 결정 성장 방법, 고순도 N-아세틸-L-글루타민의 제조방법이다.

제품을 개발하고 특허를 확보하기까지 쓰라린 실수와 좌절을 경험 하기도 했지만 평생의 교훈으로 안고 살아왔다. 고생의 그늘에서 머무는 날도 많았지만, 지금은 그 모든 찰라 들이 장미꽃밭 같은 한 폭의 풍경화로 남아있게 된다.

막히는 연구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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