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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절 산업발전단계에 따른 경제·사회구조의 변화

제2절 산업발전단계에 따른 경제·사회구조의 변화

여기서 제시한 모델은, 사회정책 방향은 산업발전단계에 의해 규정되 어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그런데 사회정책 방향은 산업발전단계 뿐만 아니라, 인구 및 가구 구조 그리고 지역구조에 의해 규정되기 때문 에 이러한 모델의 전제는 극단적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산업발전단계와 인구구조, 가구구조 그리고 지역구조는 많은 경우에 동 시적인 변화를 해왔다고 할 수 있다(埋橋孝文, 2011; 武川正吾・宮本太郎 編, 2012; 福原宏幸・中村健吾編, 2012; 宮本太郎, 2013). 다만 모든 경 우에 엄밀하게 동시적인 변화 패턴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또 인구구 조와 가구구조는 한 국가 내에서도 구조가 다양하다. 따라서 여기에 제시 된 모델은 사회학적인 의미에서 이상형(ideal type) 이라고 할 수 있다.

1. 산업구조의 변화

아래 그림은 모델의 기본적인 틀을 제시한 것이다. 시기구분으로서 전 공업화 단계, 공업화초기단계, 공업화단계, 탈공업화단계의 4단계로 나 눌 수 있다. 각 단계 중심이 되는 산업은 전공업화단계에서는 제1차 산업,

제4장 일본의 사회보장제도와 고용‧복지 연계 91

공업화단계에서는 제2차 산업, 탈공업화단계에서는 제3차 산업이다. 기 본적으로 제1차 산업이 농림수산업, 제2차 산업이 제조업인 반면에, 제3 차 산업의 경우 그 내용은 매우 다양하다. 금융업, 증권업, 정보 산업 등 상 대적으로 급여가 높은 업종이 포함 된 반면에, 도소매업 등 평균적으로 영 세한 업종도 여기에 포함된다. 또 최근 급격히 고용이 증가 하고 있는 의료 및 복지 부문 등도 여기에 해당한다. 제1차, 제2차 산업과 달리 제3차 산업 은 그 다양성 때문에 그것을 이미지화 시키기 어렵다. 최신기술을 구사 한 지식기반형 산업에서 기존의 가족경영형태의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한 산 업까지 있으며, 생산성과 임금 격차도 크다. 세계적으로 봐도, 제3차 산업 의 취업자는 여성의 비율이 높은 것도 특징의 하나이다. 즉, 제2차 산업을 중심으로 한 공업화단계에서는 취업자가 비교적 균질하지만, 제3차 산업 을 중심으로 한 탈공업화단계에서는 취업자의 이질성이 확대된다.

〔그림 4-1〕 산업발전단계에 따른 소득분배

위의 그림은 소득의 관점에서 표시한 것으로, 세로축은 소득의 높낮이 를 나타내며 상위에 위치할수록 소득이 높으며, 하위에 위치할수록 소득

92 고용‧복지 연계정책의 국제비교연구 - 한‧중‧일 비교를 중심으로

이 낮다. 본고의 모델에서는 이러한 소득격차도 산업단계에 규정된 움직 임을 보일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즉 전공업화단계에서는 국민의 소득분 포는 저소득 위치에 집중되어있고 소득격차는 작다. 그런데 공업화 초기 단계에 들어가면 서서히 도시화가 시작하면서 저임금 노동자가 도시에 집중하기 시작한다.

공업화단계에 도달한 선진국에서는 두꺼운 중산층이 형성되고, 빈곤 층, 저소득층의 비율은 매우 작아진다. 즉, 공업화 초기단계에서는 소득 분배가 악화 일로를 걷지만, 공업화가 진전되면서 소득분배는 개선되는 추세를 보여준다. 이 현상은 개발경제학자로 알려진 쿠츠네츠(Kuznets) 의 '역 U자곡선 '과 동일하다. 공업화에 도달한 단계는 경제적으로도 사 회적으로도 안정된 시기이다. 1950년대부터 1960년대까지 구미선진국, 197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의 일본처럼 완전고용이 달성되고 안정적 인 경제성장이 계속된다. 그러나 이 시기는 영구적으로 계속되지는 않는 다. 제조업의 경쟁력이 약화되고 산업구조는 제3차 산업을 중심으로 변 화 한다. 그렇다면, 전술한 바와 같이, 제3차 산업은 제2차 산업에 비해 그 내용이 다양하며 취업자의 급여의 격차도 크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소 득격차가 확대된다. 그림에서 탈공업화단계 그래프가 고소득에서 저소득 까지 연속적으로 퍼지고 있는 것은 이러한 추세를 의미하고 있다. 탈공업 화가 1970년대부터 시작된 구미선진국에서는 미국과 영국을 전형적인 예로서 소득분배의 악화가 시작되었다. 도시사회학자 삿센(S. Sassen) 이 세계도시의 양극화현상을 지적한 것은 이 시대의 뉴욕이나 런던의 도시 의 황폐한 모습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일본에서 제조업 종사자가 감소추세를 보이기 시작한 것은 1970년대 였지만, 1990년대 초의 버블붕괴에 이르기까지 그 감소속도는 상대적으 로 빠르지 않았다. 1980년대 일본경제는 매우 호조된 상태였으며, 그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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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력으로서 일본 제조업의 힘이 주목 되었다. 1980년대의 일본기업의 힘 의 비밀은 이러한 시간적인 차이가 있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

2. 산업발전단계에 따른 경제사회적 변화

노동자의 생활상태 및 노사관계는 이러한 산업의 발전 단계와 같이 변 화한다. 노동자의 생활상태는 산업화초기 단계에서 19세기 영국에서 보 인 마르크스주의적인 '절대적 궁핍화 ' 상태가 나타났다. 즉, 이 시기에는 현재와 다르게 임금노동자인 것이 생활의 안정을 의미하지 않았다. 오히 려 노동자의 생활조건은 극도로 열악하였다. 임금노동자인 동시에 빈곤 층일 확률이 높았던 것이다. 또한 일본에서는 1960년대까지 대기업과 중 소 영세기업간 생산성 및 급여 등의 면에서 격차가 큰 "이중구조"의 형태 를 가지고 있었다.

공업화단계에 들어가면 임금노동자는 중산층이 된다. 더 이상 노동자 의 '절대적 빈곤' 이라는 구호는 국민의 공감을 얻을 수 없었다. 노동조합 활동의 목적은 노동자의 빈곤이 아니라 임금수준과 근로조건의 향상 또 는 현상유지로 변화해 나갔다. 1970년대 일본에서는 생산성과 성장력이 높은 중소기업이 주목 받게 되었고, '중견 기업' 이나 '벤처 기업' 등으로 불렸다. 1980년대 이후는 오히려 중소기업이 일본의 제조업의 경쟁력의 기초로서 간주 되었다32).

탈공업화단계에서는 세계화를 배경으로 신흥국의 추격, 선진국의 기업 에서는 임금삭감 등의 경쟁력강화와 고용형태의 다양화, 즉 비정규화가 진전한다. 이는 최근 일본뿐만 아니라 1970년대 이후 구미선진국에서도 보편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노동조합운동은 주로 정규직을 조직화하

32) 그러나 일본의 기업규모간 임금격차는 다른 선진국에 비해 현재도 여전히 큰 편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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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 때문에 점차 그 지지기반을 잃고 조직률은 하락하였다.

산업발전에 따라 인구구조와 가족구조도 변화가 생긴다. 인구구조의 측면에서, 공업화초기부터 공업화단계는 인구보너스 기간과 겹치는 경우 가 많다. 즉, 출산율 저하와 평균수명의 상승에 따라 유아·아동과 노인으 로 구성된 부양인구 비율이 하락하고 일할 수 있는 연령층의 인구 비율이 정점에 도달한다. 이 시기는 일반적으로 공업화초기부터 공업화단계의 기 간에 거의 일치 하고 경제는 꾸준한 성장을 누리 수 있다. 그러나 인구의 고령화가 진전하면 부양인구 비율은 상승세로 돌아 저출산⋅고령화 시대 를 맞이한다.

가족구조의 측면에서 보면, 공업화단계에 이르는 과정에서 가구규모의 저하경향이 일반적으로 나타날 수 있어 공업화단계의 전형적인 가구형태 는 핵가족이다. 그러나 탈공업화단계에 들어가면 핵가족은 다양화하고, 단신가구(1인가구), 한부모가구 등이 증가한다. 무엇보다 앞서 언급한 바 와 같이, 가족형태는 각국의 역사, 문화, 종교 등을 배경으로 매우 다양하 다. 원래 북유럽 국가에서는 단신가구가 많다. 반면에 남유럽 국가에서는 가족규모가 비교적 크고 단신가구는 적다. 그러나 각국의 본래의 가족형 태의 차이는 있지만, 탈공업화단계로의 이행에 따라 가족규모가 점점 축 소되어 단신가구 및 한부모가구가 증가하는 경향은 보편적으로 볼 수 있 다. 최근 일본에서도 고령자의 '고독한 죽음' 이나 '독거노인' 이라는 말 이 사용될 뿐만 아니라 사회문제화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