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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민법과 경제생활

문서에서 북한의 대외경제법제 동향 (페이지 69-73)

북한이 민법체계를 새로이 구성하고 종합적인 성문민법전을 마 련한 배경은 북한의 대내외적 환경변화에 대응한 법제정비의 일환 에서 찾을 수 있다. 북한민법이 제정된 때가 1980년대말 사회주의 권의 대변혁의 시기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러한 변화에 대한 법적 대응책의 마련과 연관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다시 말하면 그런 변화에 대한 대응은 체제유지라는 기본목표하에 사회주의체제를 강화하는 한편 세계사적 변혁을 일부 수용하는 차원에서의 변화를 도모하는 조치를 취하는 과정에서 법제분야에서 민사관계법의 제 정 및 개정을 통해 나타나게 된 것이다.

북한은 통합된 민법전 없이 개별 민사규정들에 의해 민사관계를

규율해 오다가 1990년 새로이 독립된 「민법」을 채택(최고인민회의 상설회의 결정 제4호, 1990. 9. 5)하여 처음으로 통합성문민법을 채 택하였다.63) 이어 북한은 최고인민회의 제9기 2차회의(1991. 4. 11∼

13)에서 이를 승인함으로써 해방 후 처음 성문화된 민법을 갖추게 되었다. 북한의 1990년 민법은 총 4편 13장 271개 조문으로 구성되 어 있는데, 다음에 북한민법의 내용을 경제관계면에서 간략하게 평 가해본다.

첫째, 북한민법은 북한의 사회적 여건의 변화를 반영한 것이라 할 수 있다. 특히 민사법이 민사관계를 규율하는 본질상 북한의 경제관계의 변화는 민법체계의 변화모색이라는 필요성을 제기한 것이었다. 북한은 외부적으로 국제사회의 개방의 요구에 대응하여 야 하였으며, 내부적으로 주민의 경제난에 따른 불만을 해소하여 야 할 난국에 봉착하게 됨으로써 이를 타개하는 대응책을 마련하 여야 하였다. 그것은 경제적 난국을 극복하고 체제유지를 위한 대 안마련에 주안점을 두었으며 그 일환으로 민법체계의 재편을 시도 한 것으로 국제질서변화와 북한의 대내외적 환경변화에 따른 소산 물이라고 볼 수 있다.64) 북한은 1993년과 1999년 민법의 일부조항 을 개정하였다.

둘째, 외국기업과의 교역확대에 따라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법률분쟁과 관련하여 그 해결을 위한 법적 근거로서 민법이 규율 대상을 확대하는 조치를 마련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북한민법은 제11조에서 ‘독립적인 경비예산이나 독립채산제로 운영하는 기관,

63) 이에 관해서는 신영호, “북한민법 40년과 그 동향”, 「북한법률행정논총」, 제8 집(고려대 법학연구소, 1990), pp.129-157; 「북한의 민법개요」(북한연구소, 1992), pp.23-29; 최달곤, “북한민법의 회고와 전망”, 「북한법률행정논총」, 제10집(고 려대 법학연구소, 1994), pp.92-95.

64) 최달곤, “북한민법의 체계와 특색”, 「북한법 체계와 특색」(세종연구소, 1994), p.332.

기업소, 단체와 공민’, 그리고 ‘우리나라에 창설된 합영‧합자회사나 그밖에 법이 인정한 다른 나라의 법인’을 민사법률관계의 당사자 로 규정하고 있다. 또한 ‘국가’도 민사에 관한 법률관계에서 직접 당사자가 된다고 한다(제18조). 따라서 민사관계의 당사자로서 ‘법 적으로 등록된 합영회사’를 포함하여 그 범위가 확대되었다(제11 조). 이는 북한의 대외경제개방정책의 추진과 관련하여 외국인 및 외국기업과의 민사관계의 법적 문제해결을 위한 대비책의 일환으 로 마련된 것으로 북한이 최근 입법하고 있는 외국인투자법 및 대 외개방관련법제와 밀접한 연관성을 갖는다.

셋째, 북한민법은 사회주의적 소유에 관하여 국가소유권, 협동단 체소유권, 개인소유권 등 세 가지로 나누어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국가소유권은 최상위의 소유권이며 그 대상은 제한되지 않고 있다 (제45조). 한편 근로자들의 개인적이며 소비적인 목적을 위한 소유 의 대상에 기존의 개인소유의 범위에 가정용품, 문화용품, 그밖의 생활용품과 승용차 같은 기재를 포함시킴으로써 개인소유권의 대 상을 과거에 비해 확대하였다(제58조, 제59조). 이 점에서 개인소 유재산에 대한 상속권의 보장에 따라 개인소유의 인정범위는 확대 될 여지를 남기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65) 그러나 북한은 개인 소유권의 본질에 관하여 개인의 권리로 보기보다 노동에 의한 사 회주의적 분배법칙 내지 국가사회가 베푸는 추가적 혜택이라는 관 념에 입각하여 파악하고 있다.

넷째, 북한민법은 북한의 현실을 반영한 것으로 그 자체로 보아 북한의 변화를 실증하는 하나의 단면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그 면면을 보면, 북한의 경제적‧사회적 여건이 체제유지와 경제개방이 라는 이중적 상황에서 안정적이지 못한 현실을 반영하고 있는 것으

65) 「북한법의 체계적 고찰(Ⅰ) - 민사관계법」(법무부, 1992), pp.48-50.

로 보인다. 이런 면에서 비록 북한이 새로운 민법체계를 갖추었다 고 하지만 그 내용은 총설적인 수준에 머물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다섯째, 북한민법은 기존의 사회주의법체제의 측면에서 보면, 일 면 구소련민법이론의 틀에서 벗어나는 부분이 보인다는 점에서 북 한이 주장하는 바와 같이 그 독창성을 찾을 수 있다. 그러나 전체 적인 면에서 사회주의법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민법 체계의 본질이 사회주의체제에 입각함으로써 구체적이고 기술적인 민사법체계는 여전히 사회주의법의 범위 내에서 규율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여섯째, 북한민법이 종래의 민사관계법 규정과 달리 계획적 계 약66)의 범위를 축소하고 계획에 기초하지 않는 계약, 즉 일반계약 의 범위를 확대한 점은 북한경제활동의 변화를 반영하고 변화를 수용하는 차원에서 민사법 영역의 확대라는 현실을 대폭 수용하는 조치라고 할 수 있다. 비록 이것이 사회주의경제원칙에 기초한 북 한체제의 한계에 따라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한계를 지니고 있 지만, 일면 북한이 변화의 길을 모색하는 가운데 법제분야에서의 변화의 모습을 비치고 있다는 면에서 북한민사법제 변화의 의의를 찾을 수 있다.

일곱째, 북한민법은 시효제도에 관하여 총칙 편에서 규정하지 않고 별도의 편에서 규정하고 있다(제4편 2장). 북한에서 시효제도 는 개인간 권리관계의 확정 이외에 주로 기관, 기업소, 단체들 사 이의 결제관계를 적시에 처리하도록 함으로써 독립채산제와 계획

66) 이른바 ‘계획에 기초하는 계약(計劃的 契約)’은 계획적 과제를 수행하기 위하 여 체결하는 것으로서 경제계약이라고 한다. 이 계약은 계획과제의 내용과 부 합하여야 하며 계획경제가 변경되면 언제든지 그 효력이 변경 또는 소멸하게 된다. 이는 비록 계약이라는 표현에 의해 이루어지지만 계약의 체결, 상대방 선택, 내용 및 방식의 자유가 전혀 보장되지 않는 사회주의 특유의 개념에 기 인하기 때문이다. 최달곤, “북한 민법의 체계와 특색”, 앞의 논문, pp.110-116.

경제에 기여하도록 하는 데에 주된 기능을 두고 있다. 이 점에 관 하여 북한에서는 민사시효제도는 “시간의 경과와 그의 법적 효력 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으며, “법이 정한 기간 내에 재산상 청구권 을 제때에 행사하지 않은 청구권자의 재산상 권리를 법적으로 실 현할 수 없도록 규제하고 있는 민법상 중요한 제도의 하나”라고 설명한다.67) 이어 시효제도의 목적에 관하여 두 측면에서 설명하 고 있다. 먼저 한 측면은 “기관, 기업소, 단체들과 공민들이 재산 상 청구권을 제때에 실현함으로써 류동자금의 회전률을 높여 생산 을 정상화하고 근로자들의 경제생활의 편의를 보장하자는 데 있 다”고 하고, 또 다른 측면은 “사회주의적 법인들 호상간 그리고 서 로 다른 소유자들 사이의 민사관계에서 고찰할 수 있다”고 한 다.68) 이로부터 민법상 시효제도를 별도의 장으로 규정하고 있는 배경을 찾을 수 있다.69)

Ⅱ. 북한 상사법제와 경제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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