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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정책과 출산율: 아동돌봄의 사회화와 가족화

제2절 개념틀과 분석방법

1. 가족정책과 출산율: 아동돌봄의 사회화와 가족화

하딩(Harding, 1996)에 따르면 가족정책에 대한 합의된 정의도 분석적인 정의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렇다면 가족정책은 독립적 영역으로 존재할 수 있는 것일까? 윤홍식(2005)이 정리한 내용을 보면 다음과 같다.

논의가 분분하다 그렇다고 주장한 학자들도 있고(Kamerman & Kahn, 1978; Zimmerman, 1992) 다른 사회정책과 차별성이 없다고 주장하는 경우 도 있다(Myrdal, 1968: Zimmerman, 1992). 실용적인 측면에서 보면 가족정 책을 미성년 아동과 1명 이상의 성인으로 구성된 가구(가족)를 대상으로 하는 국가의 정책이라고 포괄적으로 정의하고 있을 뿐이다. 즉, 구체적으

로 가족이 직면하는 문제에 대해 개별적이지만 상호 연관되어 있는 정책 선택의 집합체로써 가족정책을 정의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가족정책을 대상을 중심으로 정의할 경우 논점이 매우 모호해진다. 가족정책은 유급노동과 무급노동을 포괄하는 정책으로 젠더 관점이 분명하게 드러나야 하는데 대상을 중심으로 정의하게 되면 젠더라 는 중심논점이 희미하게 된다. 스웨덴 가족정책의 역사는 왜 가족정책이 젠더관점에서 논의되어야하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윤홍식, 2005). 스웨 덴에서 가족정책은 1910년대 아동이 있는 가족에 대한 (조세정책을 통한) 소득보장정책으로부터 출발했다(Liljestrom, 1978). 이후 1930년대 출산율의 감소로 인해 가족정책이 사회정책의 중요한 영역으로 공식화 된다. 미성 년 자녀가 있는 가족에 대한 소득보장과 저출산을 계기로 등장하게 된 가 족정책은 부와 모 모두의 경제활동 참여를 통한 가족의 소득보장과 아동 출산 및 양육을 병행할 수 있는 조건을 창출하는 문제로 집중되었다 (Liljestrom, 1978:21). 이러한 과정을 거쳐 1970년대 이르면 미성년 자녀가 있는 부와 모의 노동시장 참여와 돌봄노동수행이 스웨덴 가족정책의 핵심 적 과제로 자리 잡게 된다. 이로써 가족정책은 무급노동과 유급노동을 포 괄하는 모습을 띄게 되는 것이다. 더욱이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가 개별적 선호에 의한 선택이 아니라 가구의 적절한 생활수준을 유지하기 위한 필 수적 전제임에 동의 한다면 가족정책이 무급노동과 유급노동을 포괄하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결과인 것이다.

그러나 전통적 성별분업이 완고한 사회에서 유급노동의 참여는 (특히 미성년 자녀가 있는 여성에게) 무급노동의 사회화(탈가족화)를 필수적 전 제로 한다. Esping-Andersen(1990)의 탈상품화에 대한 여성주의자들의 핵심 비판 또한 이러한 논의와 맥을 같이 한다. 탈상품화는 상품화를 전제하고, 상품화는 돌봄노동으로부터 자유로운 노동력을 전제하고 있다는 점을 간 과하고 있다는 점이다. 무급노동이 사회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돌봄노동으

로부터 자유로운 노동자란 결국 유급노동의 참여를 전제로 무급노동의 책 임을 면제받은 남성으로 제한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현실에 대해 Orloff(1993)는 기존 복지국가에 대한 연구가 국가에 의한 남성 지배력을 재생산하는 방식과 정도에 대해서만 관심을 기울였다고 비판하고 있다.

바로 이지점에서 가족정책은 출산의 과제와 직접적 연성을 갖게 된다. 여 성에게 돌봄노동이 사회화되지 않았을 때 남아 있는 과제는 유급노동과 무급노동의 양자택일의 문제로 제한되기 때문이다. 출산 부담은 출산이라 는 행위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오히려 출산 이후의 아동양육은 출산 자체 보다 더 많은 노력, 정성, 시간을 필요로 한다. 그러므로 출산은 이후 양 육에 대한 대안(노동시장 참여 단념을 포함한)이 존재하지 않다면 현실화 될 가능성이 높지 않을 것이다. 실제로 한국과 같이 출산력의 급격한 저 하에 직면한 사회에서 유급노동과 무급노동은 양립의 과제가 아닌 양자택 일의 과제로 나타나고 있다. 그리고 양자택일의 과제에서 많은 사람은 출 산과 양육이 아닌 일을 선택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 논의에서는 저출산에 대한 대응 정책으로 가족정책 에 대한 분석은 무급노동과 유급노동을 포괄하는 정책으로 설정했다. 무 급노동은 돌봄의 가족화와 관련된 정책으로, 유급노동은 돌봄의 사회화를 위한 정책으로 정의했다. 일부에서 가족정책을 돌봄과 관련된 과제로 제 한하려는 시도가 있지만 전통적 성별분업을 유지ㆍ강화하려는 정책적 의 도가 없는 한 가족정책을 돌봄노동의 문제로 고정시키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다만 모성휴가, 부모휴가, 아동보육 등 개별가족정책과 출산율과의 관계는 이미 선행연구를 통해 그 관련성이 확인된바 본 연구에서는 개별 가족정책과 출산율의 관계를 분석하지 않았다. 대신 가족정책이 출산율과 관련이 있다는 전제로 OECD 22개국이 돌봄의 사회화와 돌봄의 가족화를 어떻게 수행하고 있는지 비교하는 것을 분석의 주요한 과제로 설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