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문법서에서 나타난 중국어 문법체계
3.2.3 중국어 품사 체계의 특수성
문법서에서는 중국어 품사의 활용 개념을 정립했다. 즉 본래의 특정 품사에 귀속 하는 단어가 간혹 기타 품사의 의미, 기능을 하는 경우가 있다고 간주한 것이다. 이 와 같은 품사 활용의 개념은 중국어는 한 글자가 다양한 의미를 지니는 경우가 많지 만 형태 변화가 없어 품사를 달리해도 구분되지 않기 때문에 필요하다. 이는 중국어 문법 이론의 특수성에 해당한다. 다음은 각 문법서에의 품사 활용에 대한 논의를 살
펴보기로 한다.
文通에서는 ‘가차하다[假借]’, ‘~와 같이 사용되다[用如, 用若]’의 개념으로 각 품 사에서 기타 품사를 활용한 경우를 설명한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① 형용사, 동사, 부사를 가차하여 추상명사[通名]로 사용한 경우
② 명사, 대사, 형용사, 부사를 가차하여 동사로 사용한 경우
③ 명사, 형용사, 동사를 가차하여 부사로 삼은 경우
④ 동사, 부사를 가차하여 접속사로 삼은 경우
⑤ 보통명사, 고유명사, 대사, 동사, 부사가 형용사처럼 사용되는 경우
그 외에도 讀와 같은 문법단위가 특정 품사로 기능하는 것, 특정 품사가 주어[起 詞], 술어[表詞]의 문장성분으로 기능하는 것을 설명할 때에도 가차, 활용의 개념으로 설명한다. 하나의 품사 안에서 자동사가 타동사로 기능하는 경우나 타동사가 개사, 개사가 타동사로 기능하는 경우 역시 이로서 묘사했다.101)
漢文典에서는 「文章典⋅文法⋅字法⋅分析法」에서 “중국의 글자는 같은 글자가 다른 용법으로 기능하는 것[同字異用]이 매우 많다. 같은 글자가 용법이 다르다는 것 은 體는 같은데 性이 다른 것이다.”고 했다. 그 예로 ‘死活’, ‘精粗’, ‘眞假’, ‘動靜’,
‘輕重’, ‘虛實’에 대해 논했다.102) 이 가운데 ‘死活’, ‘動靜’, ‘虛實’은 중국 전통 언어
학에서도 논의되던 개념으로 명사, 동사, 형용사와 같은 품사의 활용과 관계되지만 기타 문법서에서처럼 그 품사 개념을 적용하여 논의하지 않았다.
中國文典에서는 ‘바꾸어 이루다[轉成]’, ‘가차하다[假借]’의 개념을 통해 품사 활 용에 대해 설명했다. 동사, 형용사, 부사가 명사로 바뀐 경우, 명사, 대사, 형용사나 부사가 동사로 바뀐 경우, 명사, 동사가 형용사로 바뀐 경우, 명사, 동사, 형용사를 가차해서 부사로 사용한 경우를 설명했다. 中等國文典은 ‘빌려 사용하다[假用]’로 품사활용을 설명했다. 명사, 형용사, 부사와 같은 기타 품사 성분에서 유래한 동사를
‘假用動詞’라고 하고 부사에서도 명사, 형용사, 동사가 부사로 사용된 경우로 ‘假用副
詞’라 했다. 형용사에서는 명사, 동사가 성상형용사[示象形容詞]가 되는 경우를 언급 했으며 이 경우에는 假用動詞, 假用副詞와 같이 별도의 명칭을 부여하지 않았다. 國
101) 文通 564, 631, 302쪽 참조.
102) 각 개념에 대해 간략히 소개하면 ‘死活’은 본의, 인신의의 구분이다. ‘精粗’는 그 문맥에 따라 글자가 단순한 의미를 나타내는 것, 엄중한 어조를 포함하는 것을 구분한다. ‘眞假’
는 글자가 본의로 사용된 경우, 비유의 의미로 사용된 경우를 구분한다. ‘動靜’은 동일한 글자가 동사, 명사로 사용되어 품성(품사)를 달리한 경우이다. ‘輕重’은 그 어기가 상이 한 것이다. ‘虛實’은 글자가 해석이 될 때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음을 구분한다.
3. 문법서에서 나타난 중국어 문법체계 69
文典에서는 中等國文典과 마찬가지로 ‘假用動詞’와 기타품사가 성상형용사[示象形 容詞]가 되는 경우, 부사가 기타 품사에서 유래한 경우, 3가지를 통해 품사활용을 설 명했다.
要略修文에서는 다른 종류의 품사가 명사와 같이 사용된 경우를 ‘假借名詞’, 명 사, 동사, 형용사에서 빌려온 부사를 ‘假借副詞’라 명명했다. 명사, 대사, 형용사, 부 사는 모두 가차하여 동사로 삼을 수 있다고 했다. 要略에서는 字는 한 글자가 하 나의 뜻에 그치지 않아서 여러 가지 품사에 속할 수 있으며 각각 그 의미에 따라서 변통하는 것이라고 하고 명사, 대사, 동사, 형용사, 부사, 개사, 접속사, 조사의 변통 에 대해 설명했다. 이 역시 품사활용에 해당한다. 新講義는 기타 품사가 동사, 형 용사, 부사가 된 경우를 ‘變動字’, ‘變靜字’, ‘變狀字’라 하고 이를 각 품사의 하위부 류의 하나로 삼았다.
대부분의 문법서에서는 동사, 형용사, 부사에서 기타 품사에서 유래한 경우를 언급 한다. 즉 실사에 속하는 품사 부류를 위주로 동사화, 부사화, 형용사화에 대해 논의 했다. 文通, 要略文典, 要略에서는 명사화에 대해서도 논의했으며 특히 文通,
要略에서는 개사, 접속사 등의 허사가 실사의 품사부류에서 기원한 것에 대해서도
논의한 점이 특징이다. 다만 각 문법서에서 품사활용은 모든 품사를 대상으로 일괄 적으로 논의되지 않으며 그 용어 역시 통일되지 않는다.
문법서에서의 품사 활용에 대한 논의의 특징은 대사가 형용사, 부사와 같은 기타 품사로 전환하는 경우에는 ‘假借’, ‘假用’의 품사 활용으로 간주하지 않은 점이다. 대 부분의 문법서에서 이는 별도의 형용사, 부사의 하위 항목으로 설정한다. 즉 형용사 의 종류 가운데 ‘代名形容詞’, ‘指示形容詞’, ‘代靜字’, 부사의 종류 가운데 ‘代名副 詞’, ‘疑問狀詞’, ‘代狀字’와 같다. 각 문법서에서의 해당 요소에 대한 정의 내용을 살 펴보면, 中等國文典에서는 代名形容詞는 대명사인데 형용사처럼 사용되는 것이라 하고 대명사를 분류한 것과 같이 代名形容詞를 指示形容詞, 疑問形容詞로 분류했다.
代名副詞는 그 단어가 대명사의 기능을 지니거나 대명사에서 부사로 변한 것이라 하 고 역시 대명사의 종류에 따라 代名副詞도 指示副詞, 疑問副詞로 재분류했다. 國文
典에서는 指示形容詞는 항상 대명사를 가차하며 名詞를 대신하는 용법으로 쓰이면
대명사가 되고, 명사를 지시하는 용법으로 사용되면 指示形容詞이다고 했다. 疑問狀 詞는 의문의 의미를 나타내는 부사로 대개 의문대사에서 변한 것이라 했다. 新講義
에서도 代靜字를 指示代靜字, 疑問代靜字로 분류하고 대명사 다음에 명사가 이어서 와서 指示代字가 수식어 위치[偏位]에 있으면 代靜字의 기능을 하게 됨을 지적했다.
新講義는 代狀字 역시 指示代狀字, 疑問代狀字로 분류하고 이는 한 문장에서 주어
로 사용되지 않고 동사 앞에서 이를 형용하는 기능을 하는 것이라 했다.
그 특징을 종합하면 이는 대명사에서 유래한 형용사, 부사에 해당한다. 형용사, 부 사로 간주하는 근거는 기타 성분과의 어순 관계, 문장에서 기능이다. 즉 이는 앞에서 논의한 품사 활용과 큰 차이가 없다. 그러나 中等國文典, 國文典, 新講義의 문 법서에서는 형용사, 부사가 기타 품사에서 유래한 경우에 대해 언급하고 있음에도 대명사가 형용사, 부사로 가차된 경우는 이와 함께 논하지 않는다. 예를 들면 대명사 에 유래한 부사는 기타 품사에서 부사가 된 것에 해당하는 假借副詞, 變狀字에 포함 시키지 않고 별도의 부사 종류로 간주한 점이 특징이다.
이는 서양 문법의 대명형용사(pronominal adjective), 대명부사(pronominal adverb)에 서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즉 서양의 언어는 단어의 품사가 변화하는 경우 대개 형 태변화로 이를 나타낸다. 그러나 대명사가 형용사, 부사로 사용되는 경우에는 단어의 형태가 변하지 않으며 따라서 이를 대명형용사, 대명부사와 같은 특수한 형용사, 부 사 개념으로 간주한다. 하지만 중국어는 한 글자가 다양한 의미를 지니며 본래의 품 사가 아닌, 기타 품사로 활용되는 경우에도 이는 형태상으로 나타나지 않는다. 대명 사의 활용 역시 이와 같다. 즉 대명사가 표지 없이 형용사, 부사로 활용되는 것은 중 국어에서는 특수한 예가 아니며 따라서 기타 품사의 활용과 함께 논의될 수 있다.
그러나 중국의 문법연구자들은 서양의 대명형용사, 대명부사와 같이 이를 별도의 형 용사, 부사로 간주했으며 이는 기타 품사의 활용과 융합되지 않는다.
또한 형용사, 부사, 동사 등의 품사의 활용으로 설명되는 예는 대개 특정 품사가 문장에서 주로 담당하는 기능을 다른 품사 성분이 하는 경우이다. 예를 들면, 형용사 로의 가차는 해당 단어가 형용사가 주로 사용되는 문장성분인 관형어로 사용되었음 을 뜻한다. 新講義에서는 ‘指示代字’와 ‘指示代靜字’는 그 다음에 이어지는 字의 품사가 무엇인가를 통해 구분할 수 있으며 뒤에 명사가 오는 것은 ‘指示代靜字’라고 했다. 즉 대명사와 형용사의 구분은 문장에서 기타 성분과의 관계에 의해서 이루어 지고 품사 간의 활용 역시 문장에서의 기능에 의거한다. 형용사라는 품사 개념과 문 장성분으로서의 수식어, 관형어와의 구분이 불분명하다. 이는 앞에서 품사 정의가 대 개 의미 기능에 의거한 것과도 거리가 있다. 또한 문장성분으로서의 수식어, 관형어 개념에 대해서는 정의했지만 문법서에서 이러한 개념어의 용례가 매우 적다는 점 역 시 이것이 품사의 명칭으로 대체되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중국어는 형태 변화가 없고 동일한 단어가 다양한 품사로 기능하는 특징을 지닌 다. 특히 1음절로 구성되는 단어가 다수인 고대 중국어는 이와 같은 성격이 강하다.
이에 문법연구자들은 품사 활용이라는 개념을 통해 중국어 품사를 설명했다. 이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