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문법서에서 나타난 중국어 문법체계
3.1 문법단위의 분석
3.1.1 단어 개념의 탄생과 字 와의 구분
우선 字에 대해 살펴보기로 한다. 모든 문법서에서 字에 대해 논의했지만 그 정의 내용은 일치하지 않는다. 각 문법서에서의 字에 대한 논의는 크게 2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첫째, 字가 전통적 의미 그대로 사용된 경우이다.
(1) 대개 종류에 의거하여서 형태를 본뜨는 것을 가리켜서 文이라 하고, 형태와 소리를 서로 더하는 것을 字라고 한다.51)
(2) 字는 부호일 따름이다.52)
(3) 사람은 반드시 辭를 빌려 생각을 표현하고, 표현할 수 있는 생각을 그리면 字 라 한다.53)
후자는 「文章之構造」, 「文章之體例」 등에서 문장의 배치, 글의 구성에 대해 논했다. 이는 4.1장에서 다시 살펴보기로 한다.
51) 夫依類象形之謂文, 形聲相益之謂字也。馬氏文通⋅序 52) 字者符號而已。漢文典 21쪽.
53) 人必借辭以表思想, 思想之可以達者, 畵之而爲字。漢文典 380쪽.
(1)에서 文通은 說文解字의 해석54)을 빌어 文, 字의 비교를 통해 字는 文에서 파생한 것이라 정의했다. 이 때 字는 그림, 무늬에서 형, 음, 의를 갖춘 문자를 의미 한다. 漢文典에서는 字를 부호, 혹은 언어[辭]를 기록하는 문자로 간주했다. 또한 文, 句를 설명하면서 이는 字로 구성된다고 했다. 이와 같은 字에 대한 인식은 기존 전통 언어학의 것과 큰 차이가 없다.
둘째, 단어의 구성성분, 즉 형태소의 의미로 사용된 경우이다. 일부 문법서에서는 단어의 개념이 등장하면서 전체 문법단위 체계가 변화한다. 전통적으로 단어, 형태소 는 구분 없이 字로 통용되었지만 단어의 개념이 별도의 문법단위로 설정되면서 字는 단어의 구성성분으로 기능하게 된다. 연구대상으로 삼은 문법서 가운데 단어와 유사 한 개념은 中國文典에서 가장 먼저 보인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中國文典에 서는 각 문법단위에 대해 상세히 정의하거나 규명하지 않았지만 字와 구분되는 문법 단위를 사용한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中國文典에서 字는 문자 단위로, 대개 글 자 수를 언급하는 경우에 사용된다. 이와 구분하여 ‘語’라는 단위를 제시하고 이를 그 형식에 따라 1字로 구성되는 ‘單語’, 2字로 구성되는 ‘複語’, 2字가 연결하여 하나 의 의미를 나타내는 ‘熟語’, 그리고 같은 성질의 문자를 연용하거나 같은 문자를 중 복하는 ‘疊語’로 분류했다. 이때 字는 語의 하위범주이며 특히 ‘熟語’를 구성하는 2 字는 각각의 의미를 잃고 하나의 의미를 나타내는 기능한다는 점에서 기존의 字와는 상이한 개념이다.
中等國文典은 孟子⋅梁惠王下의 “齊宣王見孟子於雪宮”을 예문으로 취해 이는 모두 9字이며 文法 상에서 보면, ‘孟子’, ‘齊宣王’, ‘雪宮’은 모두 명사이고 ‘見’은 동 사, ‘於’는 전치의 개사로 모두 5개의 詞이다고 했다. 또한 字와 詞의 관계에 대해 다음과 같이 논했다.
(4) 1字가 1詞가 될 수 있지만 1詞는 반드시 1字인 것은 아니다. 일반적으로 논하
면 字가 되고 文法 규정대로 논하면 詞가 되니 이것이 字와 詞의 구별이다.55)
中等國文典에서는 詞는 字와 상이한 개념으로 문법적 설명을 위해 필요한 것이 라 여겼다. 字를 詞의 구성요소로 직접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1字는 1詞가 될 수 있지만 1詞는 1字이외에도 2字 이상으로 구성되는 요소도 포함하는 단위라는 점
54) 葢依類象形, 故謂之文, 其後形聲相益, 即謂之字. 文者, 物象之本, 字者, 言孶乳而浸多也.
說文解字⋅敍
55) 是一字可爲一詞, 而一詞不必爲一字, 泛論之則爲字, 而以法規定之則爲詞, 此字與詞之區別也。
中等國文典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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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지적했다. 즉 詞는 字와 동일한 단위가 아니며 詞는 字의 개념을 포함하는 보다 큰 범위의 단위임을 인식한 것이다.
會通에서는 文과 字의 상관관계를 개체(么匿, unit), 총체(拓都, total)로 설명하고 字는 文의 구성 요소임을 지적했다. 또한 字를 모아 句를 이루고 句를 모아 章을 이 룬다는 것에 의거하면 “字는 文의 바탕[質點]이 된다.”고 했다. 이는 文通, 漢文典 과 같이 전통적 字의 의미기능에 대해 논한 것이다. 하지만 會通에서는 이에 그치 지 않고 字와 詞를 다음과 같이 구분한다.
(5) 文을 떠나 字의 體를 논하는 것은 字라 명명하고 文에 붙어서 字의 용법을 논하는 것은 응당 詞라 명명해야 한다.56)
字와 詞를 字의 ‘본체[體]’와 ‘쓰임[用]’의 개념으로 구분했다. 이는 文通에서 詞 를 문장성분의 단위로 삼은 것과 유사하다. 하지만 會通에서는 詞는 다시 字라 논 해서는 안 되며 詞와 字는 각각의 구분이 있으니 절대 섞어서 하나로 간주할 수 없 다고 하고 詞를 字와 상이한 하나의 문법단위로 설정했다. 또한 字, 詞 개념을 그 구 성요소에 근거하여 비교, 대조하기를, 중국의 字는 1字가 다만 하나의 음, 하나의 의 미를 지니는 것도 있고, 1字가 하나의 음, 의미를 지니는 것에 그치지 않고 다수의 음과 의미를 지니는 것도 있지만 詞는 여러 字로 구성될 수 있으나 하나의 의미를 전달하는 것이라 했다.
國文典에서는 字는 의미를 지니는 독립적 단위, 詞는 1字나 2字로 구성되며 하 나의 뜻을 나타내는 단위로 정의했다. 詞를 구성하는 형태소로서의 字는 단어로서의 字가 독립적으로 본의를 지니는 것과 상이하게 다만 단어의 구성 성분으로서 본래의 의미를 잃고 단어의 의미를 나타낸다는 점을 지적했다.
要略에서는 특별히 「詞與字之區別」이라는 장을 마련하여 그 개념 구분에 주력 했다. 기존의 문법서와의 차이점은 要略에서는 字類, 詞類를 구분하고 字와 詞 각 각의 품사분류 상의 특징을 논의한 점이다. 字, 詞 각각의 품사 분류상의 특징을 살 펴보면 다음과 같다.
(6) 변통은 1字가 하나의 뜻에 그치지 않아서 1字가 귀속되는 것이 하나에 그치 지 않는다. …… 각각 그 의미에 따라서 변통하는 것이다.57)
56) 離乎文而言字之體, 則名之曰字, 麗乎文而言字之用, 則當名之曰詞。會通 5쪽.
57) 所謂變通, 一字不止一義, 卽一字之所歸, 不止一類, …… 各隨其義而變通者也。要略上編 118쪽.
(7) 詞의 성립은 여러 字를 집합한 것도 있고 1字를 사용한 것도 있다. 이미 詞를 이루면 여러 字이던지, 1字이던지 각각의 詞는 하나의 類로 귀결되며 다른 類를 겸 할 수 없다. 이는 詞와 字의 차이이다.58)
우선 字는 반드시 하나의 품사에 귀속되지만 字의 의미는 하나가 아니므로 그 의 미에 따라서 字가 귀속되는 품사도 하나에 그치지 않는다고 했다. 이에 字類의 變通 이 성립하는 것이다. 반면 詞는 여러 字, 혹은 1字로 구성되며 字와 달리 하나의 類 로 귀결되어 다른 類를 겸할 수 없으며 즉 詞類의 變通은 성립이 불가하다고 했다.
이것이 詞와 字의 차이라고 강조했다. 즉 품사 분류에 있어서 變通이 가능한가의 여 부가 문법단위 字, 詞의 구분 기준이 된다. 뿐만 아니라 形式, 聲音, 意義 3가지 기준 에 의거하여 字, 詞를 구분한다. 우선, 形式에서 1形 혹은 많은 形이 1詞가 되고 字 는 오직 1形으로 구성되며 많은 形이 字가 될 수 없다고 했다. 이때 形은 곧 字의 수를 가리킨다. 또한 聲音, 意義에서는 詞를 구성하는 字는 하나의 독음으로만 읽을 수 있고, 다른 의미를 겸할 수 없으며 字가 다양한 독음, 의미를 지니는 것과 상이함 을 설명했다.
이처럼 要略에서는 字와 詞를 그 품사 및 형, 음, 의의 특징에 의거하여 구분했 다. 한편 詞를 “사람의 의도로 집합된 字로 그 의미를 전달하기 위해 사용되는 것을 詞라 한다.”고 정의하기도 했다. 이는 文通에서 문장성분의 단위로서 詞를 정의한 것과 유사하며 실제 詞를 문장성분의 단위로 사용하기도 했다.
新講義 總略에서는 字, 詞 각각을 다음과 같이 정의했다.
(8) 獨音, 獨形으로 단순한 의미를 표시하는 것을 字라 한다.59)
(9) 2字 이상을 합쳐서 단순 또는 복잡의 의미를 나타내는 것을 詞라 한다.60)
新講義에서는 字, 詞의 구분에서 字는 1음, 1형으로 단순한 의미를 나타내고, 詞 는 형식상 2자 이상으로 구성되고 단순, 복잡한 의미를 나타내는 것으로 차이를 지 적한 점이 특징이다.
이와 같이 일부 문법서에서 문법단위로서의 字는 전통적 字의 개념과 상이하다.
이는 문자 단위와 상이하게 그 의미기능에 의거한 최소 언어 단위, 단어의 개념이 형성되고 이것이 전통적 字의 개념과 구분되는 과정에서 말미암은 것이다. 따라서 58) 詞之成立, 有集合多字者, 有單用一字者, 惟旣已成詞, 無論爲多字, 爲一字, 每詞祗歸一類, 不得
兼屬他類, 是謂詞與字之區別。要略下編 1쪽.
59) 以獨音、獨形、表示單純之意思者, 曰字。新講義 1쪽.
60) 合二字以上, 以表示單純或複雜之意思者, 曰詞。新講義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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字는 단어를 구성하는 형태소 혹은 1字로 구성되는 단어를 지칭하고, 형식상 2字 이 상으로 구성되는 것은 字로 지칭하지 않게 되었다. 이처럼 일부 문법서에서 字의 개 념은 전통적으로 字가 형태소, 단어를 구분하지 않고 모두 지칭하는 것에서 변화했 으며 이는 보다 체계적인 문법구조 형성에 기반이 된다.
반면, 文通, 漢文典에서 단어 개념을 별도의 문법단위로 구분하지 않고 字로 통칭하며 이는 아래와 같은 문제를 야기한다. 즉 두 문법서의 字는 지시범위가 상대 적으로 넓고 2字 이상으로 구성되는 어휘 역시 字라 칭한다. 그 예로 文通에서는 조사[助字]에서 ‘合助助字’로 雙合字, 參合字를 설명하며 “합쳐진 助字의 글자는 각각 그 본의를 가지며 이로써 문장 중에 담긴 어기를 나타낼 따름이다.”라 했다. 여러 字 로 구성되는 경우도 역시 字라 칭하며 글자가 각각 본의를 잃지 않는다는 점도 단어 개념과 상이하다. 漢文典의 ‘複雜字’ 개념도 이와 마찬가지이다. 漢文典에서는 複雜名字를 “하나의 名字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여러 字가 하나의 名字를 구성하는 것을 일컫는다. 2字, 3字, 4~5字로 상이하다.”고 정의했다. 동사[動字]도 ‘複雜字’가 있 으며 ‘來往’, ‘運行’ 등이 이에 해당한다고 했다. 複雜名字의 정의에 따르면 ‘하나의 名字’가 아닌 그 이상의 ‘여러 字’가 複雜名字를 구성하는 것으로 여러 字는 名字로 제한되는 것인지가 불분명하고 복잡한 名字와 이를 구성하는 名字 개념이 구분되지 않는다. 이는 단어와 그 구성성분의 단위가 구분되지 않은 것에서 말미암는다. 하지 만 이후 문법서에서는 단어 개념의 등장으로 전자는 字, 후자는 詞의 개념으로 구분 되고 양자의 구분 과정에서 字의 형, 음, 의 및 그 품사 분류 상의 특징이 명백히 밝 혀졌다. 이는 보다 체계적인 문법구조를 형성하는데 바탕이 된다.
다음은 단어에 해당하는 문법단위의 출현 과정을 살펴본다. 文通, 漢文典에서 는 단어 개념에 해당하는 단위를 설정하지 않았지만 그 이후의 문법서는 모두 단어 개념을 하나의 문법단위로 설정했다. 다만 각 문법서에서 단어에 대한 개념정의, 특 징에 대한 설명은 차이를 보인다. 中國文典, 中等國文典에서는 단어 개념을 언급 하고 이를 기존의 字와 구분했지만 단어를 하나의 문법단위로 정의 내리지 못했다.
다만 문법 설명을 위해서 문자의 형에 구속되지 않고 그 의미에 의거한 새로운 언어 단위를 정립해야 한다고 인식한 것으로 보인다. 이를 발판으로 이후의 문법서에서는 형, 음, 의, 품사분류와 같은 다양한 특징에 의거해 詞의 개념을 정의하고 이를 字와 구분했다. 특히 會通, 國文典 要略에서 논의한 詞의 개념은 현대 문법의 단어 개념과도 일치한다. 이는 중국 문법학에서 단어 개념이 하나의 문법단위로 정립되어 가는 과정을 반영한다.
한편, 단어는 초기 문법서에서도 신개념으로 그 개념 정의나 용어 사용에 있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