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주택용 전기요금 제도 개관
1.2. 주택용 누진제의 문제점
주택용 누진제가 가진 가장 큰 문제점은 1단계 단가가 지나치게 낮게 설정되어 있다는 점이다. 누진제의 도입 배경을 살펴보면, 석유파동 당시 에너지비용 상승에
4) 원가연계형 요금체계의 도입배경 등 자세한 내용은 산업통상자원부 보도참고자료(2020.12.17)를 참고하기 바란다.
5) 산업용 및 일반용에 적용되는 계시별 요금제 도입 배경 및 현황에 관해서는 정연제·박광수(2018, 제2장)를 참고하기 바란다.
6) 실제로 당시 산업통상자원부는 주택용 계시별 요금제 도입을 통해 누진제에 대한 불만을 완화할 수 있다는 점을 기대효과로 제시 했다(산업통상자원부, 보도참고자료, 2020.12.17).
7) 대표적인 사례로 에너지경제연구원(2018)을 들 수 있다.
따라 에너지절약을 유도하기 위한 목적도 있었지만, 전력 소비량에 따른 요금 차등 적용을 통해 소득재분배 효과를 달성하고자 하는 것도 중요한 요인이었다. 누진제를 통해 소득재분배를 달성한다는 것은 주택용 전력 소비량이 낮은 소비자일수록 저소 득층 혹은 취약계층일 가능성이 클 것이라는 가설에 기반한 것이다.
하지만 최근 경제 수준 향상, 가구 구성 변화, 전력 소비 실태 변화 등을 고려한 다면 전력 소비량과 소득수준 간의 직접적인 연관성이 약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도 여전히 전기요금 설계 과정에서 전력 소비량이 적은 소비자에 대해 단가를 높게 부과하는 것은 정책적으로 쉽지 않은 결정인 것으로 판단된다. 누진구간을 6단계에 서 3단계로 낮춘 2017년 개편 과정에서도 1단계 단가를 낮게 유지하기 위해 고민 한 흔적은 여러 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처럼 1단계 단가를 낮게 설정한다는 것은 요금 설계 과정에서 중요한 제약조건 으로 작용한다. 요금체계를 변경하더라도 사업자가 회수하는 판매수입에는 변화가 없도록 해야 할 필요성이 있는데, 1단계 단가를 올릴 수 없다면 3단계 단가를 낮출 수 있는 폭에도 한계가 존재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3단계 누진제의 누진구간별 단 가는 120원, 150원, 170원으로 책정될 때 주택용 전기공급에 따른 원가를 모두 회 수할 수 있다고 가정해보자. 이 상황에서 1단계 단가를 100원으로 낮추면 3단계 단 가는 필연적으로 170원보다 높아질 수밖에 없으며, 누진배수도 기존의 1.41배보다 커지게 된다. 즉 저소득층 및 취약계층을 지원하려는 목적과 누진배수를 완화하는 작업은 동시에 최적화될 수 없는 구조적 문제를 지니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이렇게 1단계 단가를 낮게 적용하는 것이 당초 의도한 정책 목적 달성에도 별 실효성이 없다는 점이다. 감사원(2019)이 분석한 바에 따르면, 전력 소 비량이 낮은 가구 중에도 소득 수준이 높은 가구가 상당히 많이 존재한다. 오히려 소득 수준이 낮거나 취약계층 중에서는 전력 소비량이 높은 (즉, 누진 1구간이 아 닌) 경우가 나타났다. 즉 1단계 단가를 낮게 설정했지만 정작 지원해야 하는 소비자 는 혜택을 보지 못하는 상황이다.
또한 1단계 단가를 이렇게 낮게 유지함에 따라 전력공급에 든 비용을 제대로 회수
설비 제공, 발전 및 송배전 설비 건설 등 전력 사용량과 무관하게 결정되는 특징을 반영한 비용이다. 따라서 전력 소비량이 아무리 적은 고객이라 할지라도 이러한 고정 비용을 지불할 수 있도록 요금설계가 이뤄져야 하며, 100%는 아닐지라도 상당 부분 부담할 수 있도록 하는 요금 수준 설정이 필요하다. 하지만 현행 1단계 요금 단가는 이러한 원가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8) 문제는 이렇게 1단계 단가를 낮게 설정함으로써 회수하지 못한 비용은 다른 소비자가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1단계 단가만의 문제가 아니라 주택용 전기요금의 기본요금이 낮다 는 문제로 연결된다. 평균적으로 전기요금 판매단가 중 기본요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대략 20% 수준이나 주택용은 8%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결국, 기본 요금을 통해 회수하지 못한 고정비용은 전력량 요금을 통해 회수할 수밖에 없게 되 는데, 이 경우 사용자 간의 형평성 문제가 발생한다. 고정비용의 일정 비중만 기본 요금 형태로 회수하고 나머지는 전력량 요금 형태로 회수하는 것이 일반적이긴 하 다. 하지만 우리나라 주택용 요금 중 기본요금의 비중은 지나치게 낮아 전력 사용자 간의 교차보조 문제를 더 악화시키고 있다. 따라서 지금보다는 다소 기본요금 비중 을 높이는 작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9)
두 번째 문제점은 주택용 전기요금의 수준이 지나치게 낮다는 점이다. 전기요금 수준이 적절한지는 공급원가와의 비교를 통해 판단할 수 있는데, 현재 계약종별 공 급원가가 공개되지 않아 정확한 판단을 내리기는 어렵다. 하지만 다른 용도의 요금 과 비교를 통해서, 간접적으로나마 주택용 전기요금의 적정성을 판단할 수 있다.
<표 2-3>은 2014년 이후 주택용과 산업용의 판매단가 추이를 보여주고 있는데, 2017년 누진제 개편 이후 주택용과 산업용의 판매단가 격차가 크게 줄어든 것을 알 수 있다. 전력 소비량이 많은 산업용 고객의 경우 송전단에서 바로 전기를 공급받으 므로 배전 비용이 발생하지 않으며 송전 손실도 적다는 점을 고려하면 산업용의 공 급원가가 주택용보다 낮은 것이 일반적이다.10) 이러한 원가 차이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데도 두 계약종의 판매단가가 비슷한 수준으로 나타난 이유는, 주택용이 원가보 다 크게 낮은 수준으로 공급되고 있기 때문이다.
8) 감사원(2019)도 우리나라 1단계 요금 단가가 원가에 비해 상당히 낮은 수준임에 대해 지적한 바 있다.
9) 이유수(2020)도 비슷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연구를 진행하였다.
10) 공급원가를 반영해 요금이 결정되는 해외사례를 살펴보면, 주택용 전기요금이 산업용 전기요금보다 비싸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단위: 원/kWh)
연도 주택용 산업용 전체
2014 125.14 106.83 111.28
2015 123.69 107.41 111.57
2016 121.52 107.11 111.23
2017 108.50 107.41 109.53
2018 106.87 106.46 108.75
2019 104.95 106.56 108.66
2020 107.89 107.35 109.80
2021 109.16 105.48 108.11
자료: 한국전력공사, 한국전력통계 제91호(2022.5.31)
<표 2-3> 주택용과 산업용의 판매단가 추이
하지만 이러한 현실과는 달리 소비자 인식은 주택용에 대해 과도하게 높은 수준 의 전기요금을 부과하고 있다는 것으로 형성되어 있다. 사용량에 비례하여 전기요금 이 증가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많이 쓴다는 이유로 더 많은 요금을 내야 하는 요금 구조가 공정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높으며, 결국 이러한 인식이 광범위하게 형성된 것은 잘못된 주택용 누진제 구조가 오랫동안 유지되었기 때문이다. 또한 산 업용의 경부하 시간대 요금 단가와 주택용 누진제의 3단계 요금 단가를 단순히 비 교하는 것도 이러한 인식이 형성되는 데 이바지한 것으로 보인다.
가장 중요한 문제는, 전력은 공공성을 지닌 재화이므로 국가가 당연히 싸게 공급 하여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점이다. 전기는 일상생활을 함에 있어 꼭 필요한 재화이 므로 모든 소비자가 합리적인 가격에 사용할 수 있어야 함은 분명하다. 하지만 아무 런 제한 없이 원하는 대로 전기를 쓸 수 있는 것을 전제로 하는 게 아니라, 기본적 인 생활의 질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수준만을 보편적 서비스의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 하지만 현재 국내의 상황은, 필수소비량에 대한 고민은 없이, 단순히 모든 주택용 소비자가 전기를 싸게 공급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향 이 강하다. 이러한 잘못된 인식으로 인해 주택용 전기요금 수준이 과도하게 낮은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