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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서론

1) 의무론에 관한 비판적 고찰

영화 《코리아》에서 분명하게 드러난 것처럼 탁구 경기에서의 오심이 경기 의 일부이고,야구에서의 빈볼이 관중의 재미를 북돋아주고,축구에서의 몸을 사 리지 않는 깊은 태클이 관중들에게 흥미를 더해주고,복싱 경기에서의 고의적인 반칙이 경기의 열기를 식지 않게 해주는 행위가 될 수는 있겠지만,그러한 행위 들이 각 경기 규칙의 범위 내에 있다는 점을 들어 윤리적으로 정당화될 수 없다.

승리를 위해서 비윤리적인 행위가 승인되고,소속팀 선수냐 아니냐에 따라 급변 하는 관중들의 윤리적 기준은 결국 도덕의 자충수를 두는 것에 불과하다.결국 그러한 행위를 통해서 누군가가 행복을 누린다는 것 자체는 성립되기 어렵다.그 럼에도 불구하고 공리주의가 과연 현실적으로 성립될 수 있는지 그렇지 않은지 의 물음은 지속적인 연구를 필요로 한다.

잣대를 제공하려는 것으로 이해된다.이러한 의미에서 칸트주의자들은 행위의 명 확한 지침으로 ‘의무’9)를 상정한다.10)의무로부터 도출된 도덕적 판단은 법칙적 인 의미를 지니고 있는데,칸트는 기본적으로 도덕성이 우리를 속박하는 법과 원 칙에서 나온다는 것으로 간주하고,이로부터 올바른 행위는 도덕 법칙에 대한 존 경으로부터 실행되는 것이라 생각했다.11)‘도덕은 우리로 하여금 어떤 행위를 수 행하거나 그러지 말도록 구속하는 일련의 법과 같은 원칙들로’간주된다(Crisp, 1996:15).이러한 일련의 법과 같은 원칙들은 법정의 절대적 판결처럼 당연히 해

9) 의무를 분류하는 칸트의 체계적 시도는 의무들을 묶어 나누는 데서 잘 드러난다. 칸트 의 설명에 따르면, 의무는 자신에 대한 의무와 타인에 대한 의무로 나뉘고 다시 그것은 완전한 의무와 불완전한 의무로 나뉘어 진다. 말하자면 칸트의 의무 분류는 네 가지가 된다. 그것은 (1) 자신에 대한 완전한 의무(a perfect duty to oneself), (2) 타인에 대 한 완전한 의무(a perfect duty to others) (3) 자신에 대한 불완전한 의무(a imperfect duty to oneself) (4) 타인에 대한 불완전한 의무(a imperfect duty to others)이다. 칸트의 의무 개념과 관련한 연구로는, 황필홍(2000). 칸트의 의무-자신에 대한 의무와 타인에 대한 의무. 윤리연구, 45(1). 한국윤리학회, 67-82 중 70. 참조.

10) 칸트의 윤리학은 보편적으로 ‘의무 윤리’라고 칭해지며 다양한 비판의 대상이 되어 왔 다. 특히 공리주의와 함께 근대 윤리학을 대표하던 칸트 윤리학에 대한 덕 윤리학의 비판은 세간의 주목을 받아 왔다. 덕 윤리학은 공리주의와 칸트의 윤리학이 공통적으로 보편적이고 공평한 원칙을 도덕적 의무로 제시한다고 지적한다. 덕 윤리학자들은 칸트 윤리학에 대해서 인간 삶의 다양성과 특수성을 배제(排除)한 채, 도덕성을 단지 형식적 인 도덕 법칙에 근거한 원칙들로 환원하여 실제의 인간 삶에 적용하기 난해한 도덕의 체계를 만들었다고 비판한다. 덕 윤리의 칸트 윤리 비판에 관해서는, 이은주(2013). 트의 덕 이론에 관한 연구. 미간행 박사학위논문. 중앙대학교 대학원. 참조. 칸트 윤리 학의 근본적인 특징을 잘 드러내주는 핵심 개념은 바로 ‘선의지’와 ‘의무’이다. 칸트는

『윤리형이상학 정초』에서 선의지를 ‘그 자체로 선한 것’(백종현 역, 2013: 83)이라고 규정한 후, 어떤 것의 선함은 이 선의지를 통해서 평가된다고 하였다. 즉 선의지는 인 간의 심성에 미치는 비도덕적이거나 나쁜 영향을 바로잡고, 그렇게 함으로써 행위의 원 칙을 보편적이고 목적에 맞게 하며, 동시에 이것은 욕구나 행위든 자기 이외의 다른 모든 것이 선한 것이 되기 위한 조건 그 자체이다. 그렇기 때문에 칸트는 도덕적 선이 도덕적인 자격을 지닌 주체의 의지와 관련될 수밖에 없다고 보았으며, 무엇보다도 도덕 적인 선은 의지의 대상에 의해서가 아니라 의욕 그 자체를 통해서 그 의미가 규정된 다. 또한 칸트는 의지의 자율 속에서, 즉 순수한 실천이성의 자기법칙 부여 속에서만 보편적으로 타당한 도덕의 근거를 해명하고자 한다. 칸트가 자율의 이념을 통해 표현하 고자 한 것은, 바로 인간이 이성적인 존재로서 스스로가 부여한 규칙에 복종할 수 있 는 능력을 지닌 도덕적 주체라는 점이다. 바로 이러한 칸트 의무론이 본 연구자의 견 해와 상이한 즉, 윤리의 의미를 새롭게 조명하고자 타자의 우위성을 앞세운 레비나스 타자윤리학과 상충된다.

11) 칸트는 자신의 규범윤리학에서 ‘선하다’는 술어를 가질 수 있는 문제에 대해 천착한다.

이런 이유로 선한 것은 단지 결과가 아니라 의지 자체가 선할 때에 참된 의미에서 선 하다고 말할 수 있다. 칸트윤리학에 있어 명법과 타자의 문제에 관해서는, 손영창 (2012). 리쾨르의 윤리학에서 살펴본 자기성과 타자의 문제-리쾨르의 아리스토텔레스와 칸트의 해석을 중심으로. 대동철학, 59. 대동철학회, 187-218 중 195-199. 참조.

야만 하는 것으로 이해된다.12)우리는 이들의 목표를,지속적으로 특별하게 정해 진 규칙을 형식화하고 옹호하는 것이라고 판단할 수 있다.그리고 이러한 원칙들 이 행위에 대한 옳고 그름의 명확한 판단을 내려 줄 것이라고 강조할 수 있다.

칸트는 전통적인 자연적 원리나 초자연적인 어떤 존재에 근거하여 도덕규범 들을 세우기 위한 고․중세의 입장과 윤리를 유용성에 입각해서 정초시키려는 근대의 입장 전부를 거부하고 ‘의무론적 윤리설’을 제시하고자 하였다.13)그런데 칸트는 전자의 입장이든 후자의 입장이든 인간이 행복을 위해 도덕을 수단화한 다면,이성적 존재가 행하는 행위의 진정성과 순수한 의도가 최우선적인 가치로 고려될 수 없음을 우려한다.14)

하지만 형식화된 혹은 규격화된 원칙으로 행위를 판단하기에는 우리가 당면 하고 있는 스포츠에서의 제문제(諸問題)들이 너무도 다양하다.예를 들어,‘나는 축구 시합에서 상대에게 겁을 줄 만한 태클을 해도 되는가’,‘우리는 농구 경기 중,심판 몰래 반칙을 해도 되는가’,‘나는 우리 배구팀원들에게 내가 주장이 되 었다는 사실을 말해야 하는가’라는 문제들은 하나의 일정한 잣대로 판단하기에 곤란할 정도로 상이(相異)하다.이러한 상황에 관한 우리의 명확한 판단은 용이 해 보이지 않는다.따라서 우리가 동일한 규칙을 적용함으로써 그것들 모두를 위 한 해결책을 찾을 수 없을 것처럼 보인다.만약 그러한 문제들이 다양하다면,우 리는 예외를 허용하지 않는 하나의 엄격하고 완고한 규칙으로 해결책을 찾으려 고 기대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의무론은 엄숙주의라는 평가를 받듯 공정하고 비개인적인 도덕 개념을 강조

12) 칸트에 있어서 도덕철학의 근본목표는 순수실천이성의 최고 원리, 즉 도덕의 법칙을 발 견하고 그것을 정당화하는 것이다(이윤복, 2004: 339).

13) 칸트가 거부하는 두 입장은 모두 행복을 의도하고 있는데, 칸트에게 있어서 전자는 이 상적 행복을 후자는 현실적 행복을 의도하고 있다.

14) 칸트는 대상 중심의 윤리학에서 추구하는 것처럼 의지의 규정 근거를 행복이나 쾌락 등 경험적 대상으로부터 찾는 방식으로는, 윤리학을 학문으로 성립시킬 수 없다는 결 론에 다다랐다. 따라서 칸트는 윤리를 종교와는 단절된 자율성의 문제로 여기거나 또 는 윤리의 기준을 우리의 외부에서 구하지 않고 내부에서 찾고자 하였다. 이러한 맥락 에서 칸트는 아리스토텔레스, 벤담, 밀 등으로 대변되는 대상 중심의 윤리학처럼 의지 의 규정 근거를 행복과 쾌락으로부터 이끌어내는 방식으로는 윤리학을 학문으로 성립 시킬 수 없다고 생각했다. 이와 관련하여, 문성학(2006). 칸트 윤리학과 형식주의. 대 구: 경북대학교 출판부, 118-119. 참조.

함으로써 도덕 판단의 과정에서 행위자 자신을 지나치게 과소평가하거나 소홀히 다룬다고 비난받는다(노영란,2002:198).동시에 도덕적 행위자의 복지와 이익을 무시하고 평가절하 한다는 비판을 받는다.의무론은 행위자가 갖고 있는 동기 혹 은 경향성,쾌락 혹은 행복이 도덕적 행위의 동기가 될 수 없다는 이유로 그것들 을 거부하거나 무시하려는 경향이 있다.우리의 실생활에서는 칸트가 주장하는 것처럼 언제나 의무라는 동기에 따라서 행위를 하지 못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 다.즉 의무 이외에도 욕망이 행위의 동기가 되어 움직이는 경우들도 분명하게 존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