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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핑에 의한 몸의 주체성 상실

I. 서론

1) 도핑에 의한 몸의 주체성 상실

그렇다면 왜 선수들은 도핑을 하는 것일까?선수들이 자의에서 혹은 타의에 의해서 든 도핑을 선택하는 가장 주된 목적은 아마도 승리하기 위해서일 것이다(황정현, 2008:16).20)

사이클 선수인 암스트롱(L.Armstrong)은 믿기 힘든 장애를 딛고 최정상의 자 리에 올랐다.21)하지만 그 때문에 그의 명성과 전체 프로페셔널 사이클링 시장뿐 아니라 그에게 헌신한 많은 사람들의 노고에 흠집을 낸 약물 스캔들 발표는 더 욱 충격적이었다.지난 2013년 1월,그가 <오프라 윈프리쇼(OprahWinfreyShow)>

20) 이와 같은 문구(文句)가 스포츠철학에서 회자(膾炙)되고 있는 도핑문제의 주 내용일 것 이다. 본 연구자는 다음과 같은 의문을 던진다. ‘이러한 질문은 철학의 영역이 아닌, 통 계 즉 과학의 영역이 아닌가?’ 과연 ‘도핑’과 ‘승리’의 인과관계를 증명할 수 있는가?

어떤 한 마라톤 경기에 참가하고 있는 선수들 중, 당해 년도의 최고 기록을 지닌 선수 와 당해 년도의 최저 기록을 지닌 선수가 있다고 치자. 그러한 경우 최저 기록을 지닌 선수가 도핑을 할 경우, 과연 이 선수는 최고의 기록을 갱신하기 위해 도핑을 시도하여 경기에 참여한다고 볼 수 있는가? 해명하기 어려운 난제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지나 칠 정도로 ‘도핑’과 ‘승리’의 인과관계에 집착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도핑이라는 것을 과거의 자신, 즉 ‘타자’라는 굴레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처절한 한 인간의 몸부림으로 보는 것이 오히려 타당한 것이 아닌가?

21) 최고의 경력을 자랑하던 시절, 암스트롱은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스포츠 선수 중 하나 였고, 연봉과 스폰서십 계약을 통해 연간 2800만 달러의 수입을 거두기도 하였다. 더 욱이 암스트롱은 고환암을 딛고 세계 정상에 자리에 선 아이콘과 같은 존재였고, 실제 로 그의 Lance Armstrong 재단(현 Livestrong Foundation)을 통해 암환자들을 위 해 약 4억 달러를 기부하기도 하였다. 2004년부터 그의 서포터들의 손에 걸린  노란색

‘리브스트롱’ 팔찌는 희망과 투지의 상징으로 알려지게 되었다(Blending, 2013). 

에서 ‘뚜르 드 프랑스(TourdeFrance)’에서의 우승을 위해 1999년부터 2005년까지 기량 향상을 위해 약물을 복용해왔음을 밝혔을 때에도 그 사실에 놀란 팬들을 별로 없었다.암스트롱과 관련된 숱한 루머가 수년간 그와 함께 했기 때문이다. 

이 사건과 관련해 로즈(C.Rose)교수는 랜스 암스트롱과 관련한 일련의 스캔 들에 관한 보고서(FollowingLanceArmstrong:ExcellenceCorrupted-부패한 유능함) 를 발표했다.그는 많은 사람의 신의를 저버린 암스트롱의 결정뿐 아니라,그의 동료 선수들,메디컬 스탭,트레이닝 스탭 등 암스트롱의 측근들의 결정에도 관 심을 기울였다. 우승자에게만 관심을 갖는 풍조에도 불구하고,사이클링은 생각 보다 팀 스포츠에 가깝다.팀 동료들은 팀의 리더를 위해 레이싱 도중 그의 앞에 서 저항을 줄여주고 페이스 메이커 역할을 충실히 해낸다.이 때문에 암스트롱이 도핑을 하기로 마음먹었을 때 그는 자신의 향상된 퍼포먼스를 뒤따를 수 있도록 동료 선수들에게도 약물을 복용하기를 요구했고,팀 관계자들은 승리를 위해 이 러한 사실들을 모두 감쌌다.

물론 암스트롱만 도핑을 한 것은 아니다.90년대 이후로 도핑은 사이클링계에 만연해 있었다.암스트롱이 뚜르 드 프랑스에서 우승한 7년 동안,3위 안에 든 21명의 선수 중 20명이 그들의 경력 중,한 차례 이상의 도핑을 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22)윈프리와의 인터뷰에서 암스트롱이 줄곧 자신을 변호했던 말은 남들 도 모두 하지 않느냐는 것이었다. 암스트롱의 말은 도핑 자체가 이미 사이클링에 만연해있기 때문에 그 자신도 따라하지 않을 수 없었던,즉 필요악(necessaryevil) 을 의미한다.

모두가 공평하다는 그의 합리화에도 불구하고,암스트롱은 그의 부를 이용하 여 다른 선수들보다 훨씬 체계적인 과정으로 도핑을 시행해 왔다.이와는 대조적 으로 암스트롱의 팀 동료인 해밀턴(TylerHamilton)은 2년 전 연방 대배심에서 그 의 혐의를 인정하며 아무런 변명도 하지 않았다.이후 <60Minute>와의 인터뷰를 통해 암스트롱 팀의 도핑 사실이 공개적으로 드러났다. 가장 뛰어난 사이클리스 트 중 하나인 해밀턴은,그간 최상 난이도의 코스를 정복하며 자신의 실력을 입

22) 이에 반해, 사이클의 전설인 레몬드(Greg Lemond)는 한 번도 금지약물 테스트에 양성 반응을 보인 적이 없었다. 이러한 사실이 그의 업적을 더욱 빛나게 해주는 이유이다.

증해 왔다.이후 해밀턴의 자백에 의하면 그는 1999년부터 테스토스테론과 관련 한 약물을 복용하기 시작했고,나중에는 발전된 도핑 기술로  ‘뚜르 드 프랑스’

기간 동안 암스트롱과 함께 적혈구에서 더 많은 산소를 감당할 수 있게 하는 도 핑을 해왔다고 한다.또한 인터뷰에서 그는 암스트롱을 비롯한 다른 팀 동료들이 이 사실을 밝히는 데 있어 반발할 것에 대해서도 이야기 했다.그는 ‘나는 사이 클을 사랑하고,그래서 이 스포츠를 위한 최선의 방법을 택한 것이다.아마 시간 이 흐른 뒤에는 모두가 나한테 고마워할 것이다.’라는 말을 덧붙였다.23)

일반적으로 스포츠는 시합의 형태를 갖게 되며,이에 반드시 승패의 결정이 필연적일 수밖에 없다.올림픽 헌장에는 ‘경기에 이기는 것보다 참가하는 데에 더 높은 의의가 있다’라고 강조하고 있지만,대부분의 스포츠 경기에서 승리에 비중을 두고 있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이러한 분위기에 내몰리고 있는 선수들 은 그 자신들이 행하는 스포츠에서 생생한 체험의 가치를 배제하게 되고,오직 승리를 위하여 자신들의 신체를 수단화․도구화시키고 있으며,심지어 금지약물 을 복용시키는 우를 범하기도 한다.스포츠 경기에서는 승리가 우선시 되고,우 승자가 되지 못한 참가자는 자신들의 참여가치 마저 상실되고 마는 승리지상주 의에 대한 사고가 선수의 윤리적 측면에서의 일탈문제를 더욱 부추김으로써 스 포츠맨십이나 페어플레이와 같은 스포츠 기본정신을 퇴색시키기에 충분하다(한도 령,2010:144).24)하지만 노동과 산업 영역에서 인간의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개발된 과학기술이 철저하게 목적합리적인 행위 양식이라고 볼 때,경기력 향상 을 위해 도입한 과학기술은 스포츠 영역에서 선수들의 퍼포먼스 능력 향상을 위 해 개발(송형석,2010:16)될 수밖에 없다.우승과 승리는 오직 한 팀 또는 한 운 동 선수를 위한 것인 이유로 이러한 승리 과정에서 종종 폭력이나 금지약물복용

23) 로즈 교수는 해밀턴의 사례를 통해 ‘어떠한 비윤리적 행위도 그 대가는 치르게 되어 있 다.’ 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자신의 보고서를 통하여, 이 사례가 한 개인이 자신의 가 치관을 이해하고 있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특히나 그 개인이 리더일 때) 알려준다고 덧붙였다.

24) 이러한 사태는 급격한 사회의 발전과 더불어 사회조직이 더욱 분업화 및 전문화되어 감에 따라 인간이 자기과시, 우월감, 투쟁, 승리 등의 생리적인 욕구를 지니게 되는데, 이것은 실제 사회생활 측면에 다양한 형태로 발현되고 있는 것에서 찾을 수 있다(이병 호, 1989).

이라는 도덕적 가치상실의 부작용이 동반된다(이정학,2005).

김민중(2007:53-104)과 송형석(2010:11-19)은 도핑의 정의를 다음과 같이 내 리고 있다.

일반적으로 도핑은 어느 특정한 선수 또는 경기단체가 약물이나 물리적 방법 혹은 어떤 다른 방법을 사용하여 경기에 대하여 생체의 체력적 또는 생리적 능력을 변화 시키기 위하여 행하는 부정행위라고 정의할 수 있다.다시 생각하면 생체에 생리적 으로 존재하지 않는 어떤 방법에 의하여 또는 생리적으로 존재하더라도 비정상적인 양이나 비정상적인 방법에 의하여 경기에서 경기능력을 인위적으로 불공정하게 증강 시킬 목적으로 선수에게 투여하거나 혹은 선수가 스스로 사용하는 경우를 도핑이라 고 할 수 있다(김민중,2007:57).

목적합리성의 주도하에 경기력 향상을 위하여 각성제와 강장제가 선수의 몸으로 투 입되고,경기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부상과 과도한 육체사용으로 인한 고통을 줄이 고 승부욕과 공격적 성향을 강화시킬 목적으로 각종 의약품과 인위적으로 생산된 호 르몬이 처방된다.이러한 과정을 통틀어 우리는 도핑이라고 부른다(송형석,2010:

17).

도핑이 근대스포츠의 이상을 실현하기 위하여 보편적으로 적용되는 과학적 수단이라고 한다면 스포츠과학에서 그러한 수단의 적용이 도덕적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다.왜냐하면 도핑이 경기력향상이라는 스포츠의 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가장 효율적인 행위 양식이라는 측면에서 보여질 수 있기 때문이다.도핑의 긍정적 측면은 한도령(2010:143-160)의 주장에서 확인된다.

에어도핑을 사용하는 선수는 사용 안하는 선수보다 부력이라는 이점을 만들어 수영 에서 수행 능력 향상을 가져다준다.그러므로 에어도핑을 사용하지 않은 선수는 오 히려 사용한 선수들 보다 불공평하다고 말 할 수 있다.똑같은 경기력일지라도 에어 도핑을 사용한 선수들은 수영 기록의 단축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한도령,2010:

152).

앞선 언급에서처럼,근대스포츠를 목적합리성의 측면에서 볼 때 도핑은 지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