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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사 표준 발음을 표상하는 표기

표준 발음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지만, 현실 발음에서 일상적인 발음이거나 음성 적으로 잘 구별되지 않는 발음을 유사 표준 발음으로 구별하였다. 예를 들어, 연음 을 규정하고 있는 표준 발음법 제13항, 제14항을 참조하면, <섞인>은 [서낀]으로 연음되어 발음될 가능성이 큰 표기이다. 반면에 <섞긴>은 [석낀]으로 발음될 가능 성이 큰 표기이다. 이때 종성의 [ㄱ]의 실현 여부는 의사소통에 지장을 주지는 않 지만, 음성적으로 차이를 만들어 낸다. 이 현상에 대하여 신지영(2011: 288)에서는 국어에서 조음 위치가 동일한 장애음이 이어서 발음되지 않는다고 보고, 동일 조 음 위치 장애음 탈락을 제약으로 설정한다. 배주채(2018: 138)에서는 중복 자음 감 축(degemination)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또박또박 발음할 때는 잘 탈락하지 않는 수의적인 현상으로 보고 있다.

이처럼 조음 위치가 같은 장애음의 연쇄에 대한 해석이 다를 수 있으며, 표준 발음이라는 규범적 잣대를 너무 엄격하게 적용하면 비표준 발음 사이에 존재하는 의미 있는 질적 차이를 포착하기 어렵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유사 표준 발음을 따로 분류하여 표준 발음과 비표준 발음의 중간 지대를 설정하였다. 유사 표준 발 음에는 중복 자음과 관련된 현상 외에도 조음 위치 동화, 공명음 사이에서 /ㅎ/이 수의적으로 탈락하는 현상, 표준 발음법 제22항과 관련된 j 첨가123), /ㅖ/의 /j/가 자음 뒤에서 수의적으로 탈락하는 현상, /ㅔ/와 /ㅐ/가 합류하는 변화 등이 포함된 다. 이러한 현상들은 의사소통에 큰 지장을 주지 않으면서도 표기와 관련을 맺으 며 표기 행위에 영향을 미친다.

122) [맞]제9항은 “‘의’나, 자음을 첫소리로 가지고 있는 음절의 ‘ㅢ’는 ‘ㅣ’로 소리 나는 경 우가 있더라도 ‘ㅢ’로 적는다.”이다.

123) ㅣ, ㅔ, ㅐ, ㅟ, ㅚ용언에 어미 두음 /ㅓ/가 연결될 때 그 사이에 /j/가 수의적으로 첨 가(배주채, 2018: 180)되는 현상이다.

표기 관습에 대한 지식 형태론적 지식 자소 변동 사례 [산출 표기(목표 표기)]

<ㅢ>의 여러 발음이 표준 발 음으로 인정되지만, <ㅢ>로 표기한다.

부사격 조사 ㅔ→ㅢ 나의 대해서(나에 대해서) 형용사 단일어 어간 ㅢ→ㅣ 히고(희고)

특이 형태소 한자어 ㅢ→ㅣ 히미하게(희미하게) Ÿ 사동 접미사 ‘-우-’가 결합할 때

공시적으로 분석되지 않는 ‘ㅣ’를 반영하여 <ㅢ>로 표기한다.

동사 준말 ㅢ→ㅣ 티우기(틔우기)

(1) 연속된 자음의 조음 위치와 관련된 표기

자음이 연속할 때 조음 위치와 관련된 현상으로 대표적인 것이 조음 위치 동화이 다. 동화주를 강조하여 변자음화(邊字音化)라고도 불리는 조음 위치 동화는 일상에 서 쉽게 관찰할 수 있는 발음이지만, 표준 발음법 제21항에서 표준 발음으로 인정하 지 않고 있는 발음이기도 하다. 조음 위치 동화가 반영된 표기로, <건망증>을 <검 망증>, <환갑>을 <황갑>, <굳건히>를 <국건히>로 표기한 사례 등이 수집되었다.

조음 위치 동화가 주의를 기울여 식별할 수 있는 현상이라면, 조음 위치가 같은 장애음이 연속될 때 두 장애음(중복 자음 또는 겹자음)을 별개로 식별하기는 국어 화자에게 어려운 일이다. 국어의 장애음이 연속할 때 선행하는 자음은 평파열음화 를 겪게 되므로, 국어에서의 장애음의 연쇄는 평음과 경음, 평음과 격음이 될 수밖 에 없다. 이때 두 장애음의 조음 위치가 같을 때 선행하는 평음은 불파되므로(이 호영, 1996: 76-81), 앞에 평음이 있음을 식별하기 위해서는 결국 평음의 폐쇄 지 속 시간을 인식해야 한다. 하지만 국어에서 평음의 폐쇄 지속 시간이 격음이나 경 음에 비해 너무 짧기 때문에 국어 화자는 경음 또는 격음 앞에 평음이 있음을 식 별하기가 어렵다(유필재, 2005: 80-81). 겹자음과 단자음의 음운 대조를 보이는 언 어에서 파열음을 구분하는 가장 두드러진 음성적 단서는 폐쇄 구간이다(변군혁, 2015: 150). 폐쇄 구간, 즉 폐쇄 지속 시간이 국어에서는 음운론적 기능을 하지 않 는 것이다.124)

유필재(2005: 81)에서는 국어 중철 표기를 중복 자음의 이러한 음성학적 현상이 반영된 결과물이라고 해석한다. 평음자와 경음자, 평음자와 격음자를 연속하여 적 더라도 표기를 발음으로 환원활 때 음운론적 변별력을 가지지 못하는 것이다. 이 러한 중철 표기는 <지​​이>와 같은 과거의 표기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본 연구에 서 <뻐꾸기>를 <뻑꾸기>, <끄트머리>를 <끝트머리>로 표기한 사례 등이 수집되 었다. 형태론적 인식은 차치하고, 표기가 표상하는 발음만 살피면, <뻑꾸기>와

<끝트머리>는 중복 자음이 국어에서 음운론적 기능을 하지 못하는 사실과 관련되

124) 이탈리아어는 자음의 길이가 의미를 변별하는 역할을 하고, 겹자음이 음소로 기능하 여 단자음과 대립하는 대표적인 언어이다(변군혁, 2015: 146). 일본어에서도 촉음(促 音)은 [k], [s], [t], [p] 등과 같은 변이음으로 발음되며 한 음절의 길이를 지닌다(이 동욱, 2010: 158). 국어에서는 자음의 길이가 음운론적 변별력이 없으므로, ‘우유’를 뜻 하는 이탈리아어 ‘latte’를 [라떼]로 발음하든 [랃떼]로 발음하든 발음 차이가 크게 느껴 지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가득’을 뜻하는 일본어 ‘ippai(いっぱい)’도 [이빠이]로 발음하 든 [입빠이]로 발음하든 국어 화자에게는 발음 차이가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어 있는 표기임을 알 수 있다. 중복 자음의 음운론적 기능이 없으므로 중복 자음 감축이 발생할 수 있다. <받침대>를 <바침대>125), <알았다>를 <알아따>와 같이 표기한 사례에서 중복 자음 감축의 영향을 확인할 수 있다.

조음 위치 동화가 일어나는 환경에서 피동화주가 치조 파열음일 때, 조음 위치 동화와 중복 자음 감축이 관련을 맺는다. 예를 들어, <믿기지>를 <미끼지>로,

<늦게>를 <느께>로 표기한 사례는 조음 위치 동화와 중복 자음 감축이 모두 영 향을 미쳐 발생한 표기형으로 해석된다. 즉, /믿기지/→/믹끼지/→[미끼지]의 과정 으로 산출된 표면형이 표기에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는 것이다. 거꾸로 <깨끗 이>를 <깻끗이>, <그렇게>를 <그렇케>로 표기한 사례처럼 표기상 같은 환경에 서 과도하게 받침을 표기한 사례도 수집되었다. <깻끗이>와 <그렇케>는 발음으 로 환원 시, [깯끄시], [그럳케]가 될 가능성이 있지만, 조음 위치 동화와 중복 자 음 감축이 일어나면 [깨끄시], [그러케]로 발음될 가능성이 있다.

중복 자음 감축이나 조음 위치 동화를 표기에 반영했을 때, 표기 대상이 표준 발음이 아닐 뿐, 해당 현상이 반영된 표기형은 현실의 발음을 잘 드러냈다는 점에 서 긍정적인 평가를 할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비규범 표기는 표기형 자체에 대 한 문제 제기가 아니라 표기 대상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하는 계기로 활용될 수 있다. 본 연구에서 수집된 관련 사례를 정리하여 제시하면 <표 39>와 같다.

125) 이때 /ㅊ/은 음성학적으로 [tɕh]으로 실현되므로(이호영, 1996: 83), 선행 음절의 종 성 [t]와 조음 위치가 음운론적으로 변별될 정도로 크지는 않다고 판단된다.

음운론적 지식 자소 변동 형태론적 지식 사례 [산출 표기(목표 표기)]

조음 위치 동화 (표음주의 지향)

ㄴ→ㅁ

동사 명사어근 고유어 봄받을(본받을)

명사 한자어 섬물(선물)

명사/부사 한자어 점부(전부)

동사 명사어근 고유어 봄받을(본받을)

 관형사형어미 돛담배(돛단배)

ㄴ→ㅇ 명사

고유어 마창가지니까(마찬가지니까)

한자어 자정거를(자전거를)

명사 어근 한자어 싱경질(신경질) 단일어 어간 어근 방가움(반가움) 형용사 단일어 어간 방가웠다(반가웠다) ㄷ→ㄱ

동사 단일어 어간 득고(듣고)

형용사 단일어 어간 어근 국건하다(굳건하다)

<표 39> 유사 표준 발음을 표상하는 비규범 표기 중 연속된 자음의 발음과 관련된 사례

음운론적 지식 자소 변동 형태론적 지식 사례 [산출 표기(목표 표기)]

ㅅ→ㄱ

명사 고유어 목박아(못 박아)

명사 어근 고유어 뜩밖이다(뜻밖이다)

동사 단일어 어간 씩고(씻고)

사이시옷 확김에(홧김에)

ㅅ→ㅁ 사이시옷 냄물(냇물)

ㅈ→ㄱ

동사/형용사 단일어 어간 늑게(늦게)

동사 단일어 어간 막기(맞기)

단일어 어간 어근 칠칠막게(칠칠맞게) ㅎ→ㅋ 동사 단일어 어간+명사형 어미 싹키(쌓키)

형용사 단일어 어간+명사형 어미 퍼럭케(퍼렇게)

중복 자음 (표음주의 지향)

∅→ㄱ 명사

고유어 땍깔(때깔)

부사 어근 고유어 뻑꾸기가(뻐꾸기가) 특이 형태소 고유어 숨박꼭질(숨바꼭질)

명사/부사 한자어 무족건(무조건)

∅→ㄷ 명사 명사 어근 고유어 윋층(위층)

동사 단일어 어간 목숨을 받친(바친)

중복 자음 (표음표의주의 지향)

∅→ㅌ 명사 고유어 끝트머리(끄트머리)

동사 단일어 어간 붙친다(부친다)

ㅇ→∅

조사 부사격 조사 박게(밖에)

명사 파생 접미사 고유어 연필깍기(연필깎이)

피동 접미사 석긴(섞인)

연결 어미 석거(섞어)

∅→ㅈ 동사 단일어 어간 시험을 맞쳤다(마쳤다) 단일어 어간 어근 끝맞쳤다(끝마쳤다)

∅→ㅊ 명사 고유어 몇칠(며칠)

동사 단일어 어간 빛추는(비추는)

ㅇ→ㄱ

조사 목적격 조사 밖글(밖을)

부사격 조사 밖그로(밖으로) 명사 파생 접미사 고유어 떡볶기랑(떡볶이랑)

피동 접미사 섞긴(섞인)

ㅇ→ㅊ

조사 주격 조사 끝치(끝이)

부사 파생 접미사 낱낱치(낱낱이)

사동 접미사 붙치고(붙이고)

연결 어미 좇차가며(좇아가며)

ㅇ→ㅌ 조사 부사격 조사 밭트로(밭으로)

연결 어미 훑터(훑어)

ㅎ→ㅊ 피동 접미사 닫친(닫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