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표기 교육의 위상 정립
1.2. 문법 교육 대상으로서의 표기 문제
표기는 결국 표기 행위에 사용되는 수단이다. 따라서 표기 행위도 문법 교육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이때 독자의 독서 활동을 매우 전략적이며 자기 주도적인 문 제 해결 과정(이순영 외, 2015: 32)으로 보거나 쓰기를 일련의 목표 지향적인 문제 해결 과정(최미숙 외, 2016: 262)으로 보는 것과 유사하게 표기 행위도 음운 체계 의 반영 및 음운 연쇄에 대한 해석을 해결해 나가는 일종의 문제 해결 과정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문법 교육 대상으로서의 표기 행위는 표기 문제로 좀 더 초점 화될 수 있다.
(1) 일반적인 표기 문제의 발생 구도
표기 행위를 문제 해결의 과정으로 볼 때, 표기 문제는 자신이 의도하는 음성 언어를 표기로 산출해 내기 위해서 해결해야 할 과제로 이해할 수 있다. 이러한 표기 문제는 표기 행위가 지닌 일반적인 속성으로 인해 발생하므로, 일반적인 표 기 문제라고 일컬을 수 있다. 문법 교육의 교육 내용은 궁극적으로 언어생활로부 터 유래하는 것이므로 표기 행위에서 발생하는 일반적인 표기 문제를 파악하는 것 은 표기 교육 내용의 실제성을 확보하는 데에 이론적 토대가 될 수 있다.
강창석(1995)에서는 ‘표기(법)’라는 용어의 개념이 모호함을 지적하면서, 이를
50) 이러한 관점에서 앞서 예시한 <댕댕이>는 문법 교육의 대상으로 포함될 수 있다. 시 각적 유사성에 의하여 발생한 표기형이지만 발음으로 환원될 수 있는 구조를 유지하고 있어, 어휘부에 새로운 단어로 추가될 수 있기 때문이다.
명확하게 하기 위해서는 ‘표기 대상’, ‘표기 수단’, ‘표기 원리’의 각 측면에서 논의 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역설한다. 이때 표기 대상은 표기하고자 하는 언어이며, 표 기 수단은 그 언어를 적는 문자이고, 표기 원리는 문자를 운용하는 방법을 의미한 다. 그런데 언어생활에서는 규범 표기뿐만 아니라 비규범 표기도 사용되고 있다.
따라서 표기 양상의 실제를 다루기 위해서는 표기 행위가 이루어지는 상황 맥락도 고려해야 한다.
① 표기 문제의 형성 요인
표기 대상 및 표기 수단을 요인으로 하여 일반적인 표기 문제가 발생하는 구도 를 상정할 수 있다. 먼저 표기 대상 측면에서 표기 문제는 여러 언어 중 어떤 언 어를 표기의 대상으로 삼을 것인지와 특정 언어의 체계를 이루는 요소 중 무엇을 표기할 것인지의 문제로 구분된다. 어떤 언어를 표기 대상으로 삼을 것인지와 관 련하여 표준어를 표기할 것인지 방언을 표기할 것인지 고민하는 문제를 예로 들 수 있다. 특정 언어의 체계를 이루는 요소 중 무엇을 표기할 것인지와 관련해서는, 평파열음화를 표기에 반영할지 말지 고민하는 문제를 예로 들 수 있다.
수단 측면에서의 표기 문제도 두 가지 측면에서 살펴봐야 한다. 먼저 어떠한 문 자 체계를 사용할지의 문제이다. 국어의 표기가 이루어진 역사에서도 알 수 있듯 이 국어를 표기하는 수단은 한글 이외에도 향찰, 이두 등이 존재하였다. 다른 한편 으로는 기기와 매체의 발달로부터 비롯되는 표기 문제도 존재한다. 타자기의 등장 으로 인해 풀어쓰기의 문제가 대두되었던 것, 타자 배치에 따른 오타의 생성 문제 등이 그것이다. 결론적으로 표기 문제는 대상과 수단이라는 축을 중심으로 <그림 1>과 같은 범주를 형성하고 있다.
ⓐ는 어떤 언어를 어떠한 문자 체계로 표기할 것인가의 문제가 발생하는 영역이 다. 표기해야 할 언어가 확정되어 있는 상태에서 문자 체계를 고민할 수도 있고, 문 자 체계가 확정되어 있는 상태에서 표기해야 할 언어를 고민할 수도 있다. 전자는 국어를 한글과 로마자 중 무엇으로 적을 것인가 하는 문제를 예로 들 수 있으며, 후 자는 국어의 표준어와 방언 중 무엇을 표기할 것인가의 문제를 예로 들 수 있다.
ⓑ는 언어 체계를 어떠한 방식으로 표상할 것인가의 문제가 발생하는 영역이다.
즉, 표기법과 긴밀하게 관련되는 영역으로서, 한글로 적을 때 연철할 것인가, 분철할 것인가, 관습적 표기 방식을 얼마나 따를 것인가 하는 문제 등이 해당한다. 또한 표 기 체계를 악센트나 구두점으로 확장했을 때 발생하는 문제도 이 범주에 속한다. 예
<그림 1> 표기 문제의 형성 요인
를 들어, 외래어를 적을 때 장음 부호를 사용할지 말지의 문제, 양태를 드러내기 위 하여 물음표와 느낌표를 연달아 쓰는 것을 허용할지 말지의 문제 등이 있다.
ⓒ는 문자 체계를 어떤 도구로 시각화할 것인가의 문제가 대두되는 영역이다.
문자 기록 매체의 물질적 특성들은 근본적으로 글을 쓸 때라면 언제나 존재한다 (Ludwig, 이기숙 역, 2013: 29). 문자를 어떠한 방식으로 생산하고 보존할 것인가 는 표기 행위에서 해결해야 할 중요한 문제로서, 현대에도 이 문제는 유효하다. 수 기할 것인가, 타자할 것인가. 수기할 것이라면 연필로 쓸 것인가, 펜으로 쓸 것인 가. 종이에 적을 것인가, 전자 기기의 화면에 적을 것인가. 이와 같이 매체와 관련 된 표기 문제는 앞으로도 줄곧 제기되리라 예상할 수 있다.
이처럼 표기 문제를 구분해 봄으로써, 표기 문제의 성격이 같지 않음을 확인할 수 있다. 문법 교육으로서의 표기 교육에서 이러한 표기 문제의 가치는 동일하지 않다. 가장 핵심적인 표기 문제는 ⓑ의 범주에 속하는 것들이다. ⓑ의 범주에 속하 는 표기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음성 언어의 음운, 형태, 통사 층위를 문자 언 어에서 어떻게 다룰 것인지를 탐구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때 표기 행위를 성립할 수 있게 만드는 가장 기초적인 요소인 문자는 음운론 적 지식과 긴밀하게 관련되며, 단어의 표기는 형태음운론적 지식과 긴밀하게 관련 된다. 단어의 판별과 관련한 형태론적 지식, 문장 구성을 위한 통사론적 지식은 띄 어쓰기, 구두법과 관련되어 있다는 점에서 넓은 의미의 표기 체계와 관련된다. 따 라서 음운론 및 형태음운론적 지식과 결부된 표기 문제가 좀 더 핵심적인 표기 문 제라고 할 수 있으며, 형태론적, 통사론적 영역과 관련된 표기 문제는 표기 문제에
서 부차적인 문제라고 할 수 있다.
ⓐ 범주의 표기 문제는 표기 대상이 되는 특정 언어를 선택하는 문제와 관련되 어 어휘 교육적 접근이 요구된다. 따라서 ⓐ 범주의 표기 문제는 문법 교육에서 충분히 다루어질 수 있는 내용이다. 하지만 표기 교육의 측면에서는 ⓑ 범주의 표 기 문제보다는 주변적인 교육 내용이라고 할 수 있으며, ⓑ 범주의 표기 문제가 확장될 수 있는 방향에 위치한다고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괜스레’와 ‘괜시리’라는 두 단어를 비교해 보면, 두 단어는 공시적으 로 존재하는 단어로 표준어와 방언으로 비교된다. 이때 <괜스레>와 <괜시리>의 표기를 비교하는 것은 표면적으로 표기 교육의 모습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어휘 교육의 장으로 전환된 상태라고 볼 수 있다. 반면에 ‘억수로’라는 방언을 표기할 때, <억쑤로>로 적을 것인지, <억수로>로 적을 것인지를 탐구하도록 하는 것은 좀 더 핵심적인 표기 교육의 내용이라고 할 수 있다.
ⓒ 범주의 표기 문제는 표기라는 행위의 특성에서 비롯되는 문제로서, 표기 교 육에서만 다룰 수 있는 내용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표기 교육이 문법 교육의 하 위 영역이라는 위상을 고려했을 때, 과연 표기 행위와 매체의 관련성에 대한 지식 을 오롯이 문법 지식으로 일컬을 수 있을지는 회의적이다. 따라서 ⓒ 범주의 표기 문제는 표기 교육 내용에서 가장 주변부를 차지하며, 추후 국어교육의 다른 영역 과의 연계를 모색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② 소통 가능성 판단을 위한 표기 문제 형성 요인의 고려
일반적인 표기 문제를 형성하는 요인은 규범 표기와 비규범 표기를 사용하는 방 식을 분석하는 데에도 활용할 수 있다. 비규범 표기라고 해도 의사소통의 가능성이 담보되어야 사용할 수 있다. 따라서 특정 맥락에서 비규범 표기를 사용하고자 할 때에도 표기의 소통 가능성을 고려하여 표기의 수준을 결정해야 한다. 따라서 비규 범 표기에 대해서도 어떠한 언어를 어떤 수준으로 표기할 것인지의 판단이 요구된 다.51) 예컨대, 규범 표기 <좋아>와 함께 비규범 표기 <좋와>, <조아>, <쪼아> 등 이 함께 사용된다. 이는 <표 7>과 같이 웹에서 쉽게 실례를 찾아볼 수 있다.52)
51) 비규범 표기의 소통 가능성 판단 이전에 현재의 맥락에서 규범 표기를 사용할 것인지, 비규범 표기를 사용할 것인지는 이미 결정되어 있어야 한다. 규범 표기와 비규범 표기 간 선택의 문제는 앞서 논의한 ⓐ 범주에 속하는 표기 문제로서, 어휘 교육적 접근이 요구된다.
검색어 검색 결과
좋아
좋와
조아
쪼아
<표 7> 검색어 ‘좋아, 좋와, 조아, 쪼아’에 대한 블로그 검색 결과
<표 7>에서 볼 수 있듯이 ‘좋다’라는 단어의 의미를 전달하기 위하여 <좋아>,
<좋와>, <조아>, <쪼아>라는 표기가 고루 사용되고 있다. 주목되는 점은 이들 표기가 발음과 관련을 맺는 양상을 w 첨가, 후음 탈락을 표기에 반영했다거나 어 두 경음화의 경향이 표기에 반영되었다는 등 음운론적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점이 다. 이러한 해석 방식을 적용하면, <표 8>에서 <좋오>에 비해서 <좋이>가 수정 되어야 할 오타라고 판단할 수 있게 된다. 이처럼 음운론적 지식으로써 표기의 소 통 가능성을 판단할 수 있다는 점은, 비규범 표기를 사용하는 맥락에서도 표기하 고자 하는 언어가 무엇이며, 어떠한 방식으로 표상할 것인지를 의식적으로 사고해 야 함을 시사한다.
비규범 표기를 사용하는 맥락에서 표기를 음운론적으로 해석하는 것뿐만 아니라 기존에 존재하는 규범 표기 체계를 아는 것도 중요하다. 예를 들어, <표 9>의 사 례는 규범 표기를 알고 있어야 비규범 표기의 표현 효과를 이해할 수 있다. <표 9>에서는 규범 표기 <습니다> 대신에 <읍니다>, <스빈다>가 사용되고 있다. 주 52) 본 연구에 수록한 모든 웹 검색 결과는 다음(https://www.daum.net)에서 검색을 실시
하여 공개된 자료를 수집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