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으로 시각화 원리 측면에서의 확장 방향은 문법 교육의 일반적인 영역을 벗어나는 것으로 판단된다. 시각화 원리에는 한글의 서체뿐만 아니라 한글을 평면에 배열하는 방식도 포함될 수 있다. 해리스(Harris, 김남시 역, 2013: 165-166)는 우편 봉투에 주소를 기입할 때 일정한 방식이 있듯이, 문서의 종류를 구분하기 위해 문자 가 자리 잡는 공간을 특징적으로 구별하고 조직하는 것은 문자의 발전을 살필 때 보편적으로 발견되는 경향이라고 설명한다. 이처럼 문자를 적절하게 배열하는 일은 레이아웃(layout), 타이포그래피(typography)와 같은 개념과 연결된다. 문자를 어떻 게 적절하고 효과적인 방식으로 시각화할 것인지는 표기 행위 시 해결해야 할 중요 한 문제이다. 하지만 이와 관련된 내용을 문법 교육에서 다룰 수 있는지, 다루어야 하는지 판단하기 위해서는 별도로 더 많은 연구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언어 사용 능력이나 사고력 신장과 관련된 모든 언어적 사태가 문제 해결의 과 제로 인식되기도 한다(최지현 외, 2007: 41). 하지만 문제를 어떤 것으로 규정하는 가에 따라 문제 해결의 의미와 과정이 달라진다(최지현 외, 2007: 42)는 점을 고려 하면, 표기 교육에서의 학습 문제의 특성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1) 문법 탐구 촉발의 제재
이관희(2015)에서 ‘구현’은 교육 내용의 조직과 표상을 포함하는 개념이다.170) 이 관희(2015)에서 교육 내용 구현의 기준은 학습자의 지식 구성 양상과 숙련가의 지 식 구성 양상이다. 이관희(2015)에서는 사회 구성주의적 관점에 기초하여, 동일한 문법 지식이라도 그것을 획득해 나가는 방식은 학습자마다 다를 수 있으며, 문법 지식의 학습에서 어려움을 겪는 지점과 양상도 다름에 주목한다. 이때 학습자가 구성하고자 하는 지식의 결과는 숙련자의 지식 구성의 결과물이다. 이관희(2015:
171-184)에서는 학습자의 사고방식에 방향성을 부여하는 숙련자의 지식 구성 결과 물을 구심력에 비유한다. 이러한 구심력에 반하는, 즉 문법 지식을 구성하는 과정 에서 단절을 경험하는 학습자의 인지적 상태는 원심력에 비유된다.
그렇다면 교육 내용 구현 단계에서 원심력과 구심력이 작용할 수 있는 학습 공 간을 어떻게 창출해 낼 것인가 하는 문제에 관심이 쏠린다. 학습 공간의 창출은 교수·학습 방법과 긴밀하게 관련된다. 최지현 외(2007: 262-278)에서는 문법 영역 의 교수·학습 방법으로 설명 중심, 탐구 중심, 통합 중심을 제시하고 있다. 이에 대해 주세형(2008: 71-72)에서는 통합 중심은 수업 설계 차원에서만 고려될 수 있 는 것이며, ‘모형’의 수준으로 일컬을 수 있는 것은 설명 중심과 탐구 중심 두 개 만 남는다고 설명한다. 그리고 탐구 학습 모형이 적용되기 어려운 점에 대해 모형 을 구체화할 수 있는 방법, 기법, 수업 전략 차원의 연구가 후행되지 못했기 때문 이라고 분석하였다.
탐구 학습 모형의 적용 가능성에 대한 문제의식은 최근까지도 이어져 최선희 (2016)에서는 탐구 학습 모형의 적용 가능성을 높이기 위하여, ‘규칙과 원리를 발 견하기 위한 탐구 학습’과 ‘습득한 규칙과 원리를 활용하고 적용하기 위한 탐구 학 습’으로 문법 탐구를 이원화하고, <그림 22>와 같이 두 학습 모형의 연쇄로써 문 170) 이때 제민경(2015: 185-187)에서는 ‘학문적 지식’을 ‘가르칠 지식1’로 구체화하는
것을 ‘설계’라고 명명하고, 설계의 결과를 ‘가르칠 지식2’로 변환하는 것을 ‘구현’이라고 명명하였다. 이관희(2015)의 구현도 제민경(2015)에서의 구현의 개념과 동일하다고 판 단된다.
<그림 22> 문법 탐구 연쇄 모형(최선희, 2016: 442)
법 탐구 모형의 개선안을 도출하였다.
<그림 22>의 개선안에서 주목되는 점은 탐구 학습의 가설 설정과 가설 검증을
‘분석하기’로 일원화하였다는 점이다. 이 같은 처리는 문법 영역은 과학과, 사회과 와 같이 과학적 방법에 따른 복잡다단한 가설 검증의 단계가 이루어지지 않고, 그 보다 탐구 주제에 적합한 몇몇의 자료를 통해 예상한 바에 대해 서로 토의하고 토 론하며 현상을 보다 설명력 있게 해석하는 데 중점을 둔다(최선희, 2016: 432)는 문법 교과의 속성에서 연유한 것이다.
이처럼 가설 설정과 가설 검증의 부담감에서 벗어남으로써, 문법 탐구는 엄격한 절차로써 실현되는 것이 아니라, 의도를 가지고 가공된 자료가 학습자에게 제공될 때 촉발되는 것으로 변모한다. 이로써 문법 탐구는 탐구 학습 모형으로써만 일어 나는 것이 아니라, ‘문법’을 대상으로 삼기 때문에 일어나는 행위로 좀 더 일반화 될 수 있다. 이처럼 문법 탐구를 개념화하면, 표기형을 결정할 때 부딪히는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을 문법 탐구의 한 양상으로 포섭할 수 있고, Ⅱ장에서 논의했던 표
기 문제를 학습 문제로 구체화하는 교육적 논리를 확보할 수 있다. 따라서 표기 교육에서 학습 문제는 문법 탐구를 촉발하는 제재라는 위상을 가진다.
(2) 문법 탐구 경험 체계화의 수단
문제는 다양한 양상으로 존재한다. 조나센(Jonassen, 조규락·박은실 역, 2009:
39-44)은 문제가 존재하는 양상의 다양성을 구조성, 복잡성, 역동성, 맥락 특수성 의 네 측면에서 분석하였다. 여기서 역동성은 시간의 흐름에 따른 과제의 환경과 요인이 변하는 성질을 말하며, 맥락 특수성은 문제 해결 활동이 이루어지는 맥락 이나 영역에 따라 문제 해결의 방법이 달라지는 성질을 말한다. 표기 교육 내용으 로서의 학습 문제는 표기 교육의 장에서 다루어진다는 점에서 동일한 맥락 특수성 을 가진다. 그리고 역동성 측면에서 진행 중인 언어 변화의 영향을 받는 정도가 문제마다 다르기는 하지만, 언어 변화의 진행 속도는 비교적 더디고, 현행 규범 표 기법은 정착되어 있으므로, 표기 교육의 학습 문제는 역동성 측면에서 안정적이라 고 할 수 있다. 따라서 표기 교육의 학습 문제의 다양성을 결정하는 요인은 구조 성과 복잡성이다.
구조성은 문제의 해결 방법의 다양성과 관련되어 있다. 구조화된 문제는 학습자 에게 문제의 모든 요소를 제시하고, 제한된 수의 잘 구조화된 규칙이나 원리를 적 용하도록 요구하며, 해답이 정해져 있다(최정임·장경원, 2015: 75). 표기의 합리성 을 판단하는 기준은 정해져 있기 때문에, 표기의 합리성을 판단하는 활동을 의도 하고 개발된 학습 문제는 구조화된 문제로 나타난다. 반면에 비구조화된 문제는 다양한 해답이나 해결 경로를 가지고 있고, 극단적인 경우에는 해답이 없을 수도 있다(최정임·장경원, 2015: 75). 표기의 소통 가능성을 판단하는 활동을 의도하고 개발된 학습 문제는 상대적으로 비구조화된 문제로 나타난다.
복잡성은 문제 해결 과정에 작용하는 요인의 수와 관련되어 있다. 비구조화된 문제가 구조화된 문제보다 복잡한 경향이 있지만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Jonassen, 조규락·박은실 역, 2009: 42). 이는 표기 교육의 학습 문제에도 해당한다. 연음을 활용하여 받침을 표기하는 원리를 이해하는 활동과 경음을 평음자로 표기해야 하 는 경우를 이해하는 활동은 모두 구조화된 문제로써 이루어질 수 있다. 그러나 경 음화가 일어나는 환경이 다양하기 때문에 경음을 평음자로 표기하는 활동이 더 복 잡할 수밖에 없다. <그림 23>은 표기 교육에서 학습자가 수행할 수 있는 몇몇 활 동을 복잡성과 구조성의 정도에 따라 분류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