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결과가 없습니다.

문법 교육에서 표기 교육의 기능

1. 표기 교육의 위상 정립

1.3. 문법 교육에서 표기 교육의 기능

지금까지 표기 및 표기 행위의 속성을 바탕으로 하여 표기 교육의 대상을 분명 히 하고, 표기 문제를 개념화함으로써 표기 교육에서 다루는 교육 내용의 성격을 확인하였다. 이러한 표기 교육은 문법 교육에서 다음과 같은 기능(機能)을 수행할 수 있으리라 기대된다.

(1) 표기와 매개된 문법 능력의 형성

음성, 음소를 관찰하는 데에 문자 체계의 영향력은 막강하다. 송철의(2010:

28-29)에서는 주시경이 /ㅐ/, /ㅔ/ 등을 단음이 아니라 합음으로 보았다든가 된소 리를 같은 소리의 중첩음으로 보았기 때문에, ‘내다’를 ‘나이다’로 표기하기도 하고

‘ㄲ’을 ‘ㄱ$ㄱ’54)으로 분리하여 표기하기도 했다는 점을 언급한다. 그리고 이 같은 사실에 대해, 그가 문자의 영향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것을 보여 주는 것이기 도 하고, 국어의 음을 설명하는 데에 한글 자모를 이용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에 발생한 현상이었으리라고 추정하기도 한다. 현대의 한글 사용자인 문법 교육 학습 자도 마찬가지의 상황에 놓여 있다. 음소와 자소의 대응에 성공한 학습자는 <불>

과 <물>이 표상하는 단어가 구별되는 까닭이 비음성의 유무에 있는 것이 아니라

<ㅂ>과 <ㅁ>의 시각적 부호 차이에서 기인하는 것이라는 사고방식을 가지게 될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표기 우선의 사고방식이 극복되어야 할 상태인가에 대한 판단은 문법 교 육의 목표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예를 들어, 음운 교육과 관련하여 김다연(2018), 이해숙(2018)에서는 공통적으로 <ㅇ>과 /ㅇ/의 균열에서 오는 학습자의 혼란과 의 문을 다루고 있다. 음성 언어 중심의 문법 교육을 지향하는 방향에서는 <ㅇ>이 초성 자리에서 쓰일 때 마치 음가가 있을 것만 같은 일종의 환상을 극복하는 것이 중요해진다. 그러나 표기 행위를 지향하는 방향에서는 <ㅇ>이 연음을 매개로 음 절자를 분할하는 단위로 기능하는 자소임을 익히는 것이 중요해진다.

최규홍(2011), 신지현·최영환(2016)에서는 연음을 원리로 활용하여 초등학교 학 습자를 대상으로 맞춤법 교수·학습 방법을 구안하여 제시하고 있다. 최종 학습 활 동의 형태를 보면, 학습자에게 연음은 글자가 이동하고, 글자의 이동에 따라 소리 도 변하는 것으로 인식된다. 이는 표기와 매개된 설명으로서, 연음이 음성 언어에 서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현상인 것과는 일치하지 않는다. 그러나 연음을 의식적으 로 인식하는 데에 효과적으로 작용한다는 점에서 박종관(2019ㄱ: 30-37)에서는 초 등학교급에서 연음은 표기를 통해 인식하게 되는 현상의 위상을 가진다고 설명하 였다. 나아가 명시적 문법 교육이 시작되는 중등학교급에서는 연음이 표기를 이해 하는 데 활용되는 지식으로 변모한다고 문법 지식의 위계적인 위상 변화를 설명하 였다. 이러한 문법 교육의 논의에서 표기와 매개된 문법 능력 형성이라는 표기 교 육의 문법 교육적 기능을 도출할 수 있고, <그림 2>와 같이 도식화할 수 있다.

<그림 2>에서 언어 능력은 생득적인 언어 능력을 의미하며, 표기 능력은 표기 체 계를 사용하는 능력을 의미한다. 언어 능력은 일차적으로 사회에 존재하는 음성 언어 의 영향을 받아서 형성된다. 이후에 문자 학습이 시작되면서 문자 언어가 언어 능력 에 영향을 끼치고 언어 능력은 표기와 매개되며 표기 능력의 형성을 촉진한다. 이때 형성된 표기 능력은 음성 언어에 대해 시각 부호와 매개된 새로운 인식을 촉발하는 54) $는 음절 경계를 나타낸다.

<그림 2> 문법 능력의 형성 및 작용 구도

데, 이는 문법 능력의 형성으로 이어진다. 이 과정을 실선의 화살표로 표시하였다.

표기 능력은 언어 능력을 경유하기도 하지만 문자 언어로부터 직접 형성되기도 한 다. 이는 시각적 인지 학습만으로도 표기 능력이 형성된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이관희(2015: 169, 각주 6)에서는 이성영(1998)에서 제시한 문법 학습 현상의 구 조에서 문법 능력의 개념이 모호하다는 점을 지적한다. 학자가 연구 대상으로 삼 는 문법 능력과 학습자가 학습의 결과로 가지게 되는 문법 능력은 구분되며, 전자 는 생득적인 언어 능력임에 비하여, 후자는 후천적으로 신장할 수 있는 능력이라 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그림 2>는 언어 능력과 문법 능력의 차이점을 분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표기 교육에서 문법 능력은 표기 학습을 통해서 생성되는 언어에 대한 새로운 인식으로써 형성된다. 초기에 형성된 이러한 문법 능력은 초보적인 수준으로서 초등학교급에서 표기로써 연음을 인식하는 수준에 대응된다.

학교에서의 문법 교육이 자발적 개념에 과학적 개념이 덧씌워지는 방식으로 전 개되며, 이러한 방식을 통해 결국 아동의 경험은 지속성과 계속성을 보장받을 수 있게 된다(남가영, 2011: 120)고 보면, 중등학교급에서는 자신의 언어 그리고 자신 이 속한 사회의 언어에 대해 명시적인 문법 용어를 사용하며 문법 탐구를 지속해 나감으로써 문법 능력의 발달이 계속 이루어질 수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때 초기 문식성 단계를 지나며 획득한 문법 능력으로써 자신이 지니고 있는 언어 능력과 표기 능력을 성찰하게 되며, 자신의 언어와 사회의 언어를 비교하게 된다. 따라서 문법 탐구의 방향은 형성의 방향과 반대로 이루어진다. 본 연구에서는 이러한 탐 구의 결과가 환류되어 문법 능력이 질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본다.55)

(2) 표기 문화에 대한 안목 형성

민현식(2007ㄱ: 54-55)에서는 ‘구세대가 정한 규범을 교사라는 구세대가 신세대 에게 따라오도록 동의를 구하는 과정’이 원활하게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단수 규범 주의 절차, 복수 규범주의 절차, 언어학적 원리, 문자 표기론적 원리에 합당하도록 최선의 합리적 결과를 도출해야 함을 강조하였다. 이러한 관점은 선행 연구에서 살펴보았듯이 규범 표기와 관련 있는 문법 교육 내용을 부각한 연구들이 나오면서 규범 표기의 설명력을 제고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여기에서 더 나아가 규 범 표기가 특정한 가치 판단에 의하여 결정된 산물이라는 점을 부각하여 교육 내 용을 제안한 연구들(박종관, 2016; 주지연, 2017; 이지수, 2019 등)이 등장하면서 규 범 표기 교육은 규범 표기를 둘러싼 사회 현상에 대한 관심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연구의 흐름은 표기에 대한 문법적 인식의 중층적인 면을 드러내 주면서, 국어 의식 차원에서 표기 교육을 논의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 주었다.

구본관(2016: 216)에서는 언어 인식을 학습자의 자기 언어에 대한 메타적인 인 식으로, 언어 의식은 자신의 언어 사용뿐 아니라 모국어에 대한 태도를 의미하는 것으로 정리하고, 언어 인식과 언어 의식을 교육과정상에서는 주로 국어 의식으로 칭해 왔다고 분석하였다. 문법 교육이 궁극적으로 국어 의식을 고양하는 데 목적 이 있다고 하면, 표기 교육 또한 이러한 교육 목표에 부합할 논리와 교육 내용을 마련하는 것이 요구된다.

이러한 관점에서 ‘표기 의식’이라는 용어가 주목된다. 이주영(2017: 26-27)에서는 표기 의식을 ‘표기 행위 시 언어 주체가 갖게 되는, 언어와 표기 행위에 대한 의식 적 지각과 앎’으로 정의하였다. 이러한 표기 의식이란 용어의 사용은 언어 사용의

55) 이와 관련하여 남가영(2011: 101-103)에서는 문법 문식성을 두 가지 방향으로 개념 화할 수 있다고 논한 바 있다. 먼저 읽고 쓸 줄 아는 데에 문법이 어떠한 기여를 하는 지, 즉 문식성의 구인으로서의 문법에 주목하여 문법 문식성을 개념화할 수 있다. 한편 으로 문법에 대한 의식적인 앎, 즉 문법적인 소양으로서의 문법 문식성을 개념화할 수 도 있다. 표기 능력의 형성이 문법 능력의 형성으로 귀결된다고 보는 본 연구의 관점에 서 문법 능력은 소양으로서의 문법 문식성과 같다. 조진수(2018: 38-40)에서는 ‘문식 성’을 ‘소양’으로 규정할 경우 ‘문법 문식성’은 문법에 대한 소양을 의미하게 되어 문법 능력과 변별하기 어려운 포괄적 개념이 됨을 지적하였다. 그리하여 문법 문식성을 문법 적 장치를 분석하고 해석하는 능력으로 개념화하고 있다. 조진수(2018)에서의 문법 문 식성 개념을 적용하면, 표기 능력과 매개된 문법 능력을 문법 문식성의 하위 능력으로 간주할 수 있다. 다만 조진수(2018)에서는 문장 구조 교육에서의 문법 문식성을 논하고 있어서 문법 문식성 개념을 표기 교육에 적용하는 일은 좀 더 정교하게 별도로 논의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된다.

주체를 중시하는 문법 교육관에서 유래하며, 표기 행위에서 언어 주체가 지니는 태도까지 다룰 수 있는 개념이다(이주영, 2017: 27). 표기 의식을 국어 의식과 대비 하면 <그림 3>과 같이 정교화해 볼 수 있다.

<그림 3> 국어 의식과 표기 의식의 관계

<그림 3>에서 국어 의식은 언어 인식과 언어 의식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이해된 다. 이때 언어 인식과 언어 의식이 어디를 지향하느냐에 따라 국어 의식을 이루는 하위 의식들이 형성된다고 볼 수 있다. 표기 의식은 표기 행위를 지향할 때 형성 된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표기를 형성하는 요인은 표기 대상, 표기 방법, 표기 수단으로 분석할 수 있다. 언어 인식과 언어 의식이 이들 요인에 작용함으로써 국 어 의식은 표기 의식으로 구체화된다.

언어 인식은 자신의 언어에 대해서 상위 인지적으로 인식하는 것이므로, 표기를 형성하는 요인을 탐구함으로써, 즉 언어 능력이 표기로 산출되는 언어학적 원리를 탐구하는 것으로써 형성된다. 반면에 언어 의식은 표기 행위에 대한 가치 지향적 판 단으로써 형성된다. 이때 언어 의식이 수구적(守舊的) 또는 교조적(敎條的) 태도를 벗어나 법고창신(法古創新)56)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언어 인식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56) 김은성(2013ㄱ)에서는 갑작스럽게 제기된 창의·인성 논의에 대응하여 법고(法古)와 창신(創新)의 개념으로써 문법 교육의 가치를 모색하였다. 이 연구에서 법고와 창신은 없던 것을 새로이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라 전통적으로 추구해 온 가치를 현대의 관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