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규범 표기 가운데 표면형에서 실현되는 발음 정보를 제대로 표시하지 못하여 표준 발음이나 유사 표준 발음, 비표준 발음 중 어떠한 발음도 표상하지 못하는 표기가 존재하였다. 이러한 표기를 발음 표상에 실패한 표기로 분류할 수 있다. 발 음 표상에 실패했다고 판단한 근거에 따라 해당 표기를 분류하였다.
(1) 발음 정보의 질적 수준이 미흡한 표기
표면형의 음소와 다른 음소를 표상하는 자음자를 사용하여 발음 표상에 실패한 유형이다. 표면형의 음소를 표기로써 표상하였지만, 표기로써 드러난 음소 정보를 신뢰할 수 없기 때문에 발음 정보의 질적 수준이 미흡한 표기라고 할 수 있다.
① 표면형의 음소와 조음 위치가 다른 자음 표상
조음 방법은 같지만 조음 위치가 다른 자음을 나타내는 자소를 표기한 유형이 다. 초성 자리에서 일어난 현상과 종성 자리에서 일어난 현상으로 구분하여 살필 수 있다.
초성 자리
초성 자리에서 조음 위치가 다른 자음을 나타내는 자소를 표기하여 발음 표상 에 실패한 사례를 정리하여 제시하면 <표 51>과 같다. <ㄷ>이 <ㅂ>이나 <ㄱ>
143) 경상도 지역에서 이루어진 연구에서 수집된 <쉽운>과 같은 표기는, 경상도 방언에서 ㅂ 불규칙 용언이 ㅂ 규칙 용언으로 나타나기도 하기 때문에, 규칙 활용한 발음이 반영 된 표기라고 해석해야 할 수도 있다. 그러나 경기와 전라 지역에서 이루어진 연구에서 도 같은 유형의 사례가 보고되어, 일괄적으로 형태를 규칙적으로 표기하려는 경향으로 분류하였다. <표 50>에 제시한 사례는 정세경(2005)에서 보고한 것으로, 서울 지역의 초등학교 3학년 학습자로부터 수집한 사례이다.
144) 목적격 조사로 <을>을 써야 할 자리에 <를>을 표기한 사례로, <과일를> 이외에
<한글를>, <얼굴를>, <캐롤를>, <아이들를>이 수집되었다. 이는 발음 표상에 실패 한 표기의 유형 중 하나인 어중 공명음 표기가 미숙한 유형으로도 분류할 수 있다. 목 적격 조사에 대한 직관적인 인식을 기반으로 표기 형태를 유지하려는 인식이 작용한 것 인지, 표면형에 실현된 공명음의 음절 경계를 확인하고 표기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이 발 생한 것인지는 본 연구에서 확인할 수 없다. 추후 실증적인 연구가 요청되는 부분이다.
으로 표기된 사례는 특기할 만한데, 조음 위치 동화가 일어나는 환경이 아닌 어두 에서 나타난 현상이기 때문이다. 학습자가 자소를 혼동하였거나, 학습자의 어휘부 수준에서 단어의 형태가 잘못 입력되어 있을 가능성도 있다.
<표 51>의 사례 중에서 /ㄱ/, /ㅂ/은 변자음(邊子音)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굵 은>을 <붉은>으로 표기한 사례는 박혜옥(2008)뿐만 아니라 박종관(2019ㄴ)에서도 보고되고 있는데, 두 연구 모두 철자 검사를 통해서 수집한 자료임을 고려할 때, 받아쓰기 과정에서 학습자가 두 자음을 혼동하여 청취한 것이 표기에 반영된 것으 로 추정할 수 있다.
/ㅈ/, /ㄱ/은 ㄱ-구개음화와 관련되는데, <나뭇가지>를 <나뭇가기>로 표기한 것 은 ㄱ-구개음화를 과도 교정하려는 의식이 작용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이를 확실히 하기 위해서는 해당 유형의 표기를 산출하는 학습자의 실제 발화를 확인해야 하므로, 본 연구에서의 해석에는 한계가 존재한다.
표기 양상 자소 변동 형태론적 지식 예시[산출 표기(목표 표기)]
과도 양순음자
ㄱ→ㅂ 형용사 단일어 어간 붉은(굵은)145)
ㄷ→ㅂ 동사 단일어 어간 벞어(덮어)
부사 한자어 법석(덥석)
과도 연구개음자
ㄷ→ㄱ
동사 특이 형태소 고유어 귀척이다(뒤척이다)
부사 고유어 어느 것(어느덧)
부사 어근 고유어 그디어(드디어) ㅈ→ㄱ 명사 명사 어근 고유어 나뭇가기(나뭇가지)
연결 어미 지키기(지키지)
<표 51> 초성 자리에 조음 위치가 다른 자음을 표상한 사례
종성 자리
산출 표기의 받침을 조음 위치 동화로 설명할 수 없는 사례와 연음 환경에서 조 음 위치가 다른 자음자를 표상한 사례를 발음 표상에 실패한 표기로 분류하였다.
공명음을 나타내는 자음자 사이에서 다양한 대체 사례가 확인됨이 주목된다. 일반 적으로 종성 자리에서 장애음보다는 공명음의 발음이 용이하다고 알려져 있다. 그 145) 초성 자리의 <ㄱ>을 <ㅂ>으로 표기한 사례는 박혜옥(2008)에서밖에 수집되지 않 았다. 그러나 동일한 철자 검사 문항을 활용한 박종관(2019ㄴ)에서도 <붉은>이 수집 되었다. 어두의 /ㄱ/을 /ㅂ/으로 인식하는 것이 특정 개인의 우연한 실수만은 아니라는 점을 확인할 수 있으므로 분석에 포함하였다.
러나 수집된 비규범 표기 사례로 볼 때, 발음의 용이함이 발음을 의식적으로 변별 하여 표기하는 능력을 보장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표기 능력 측면에서는 장애음 뿐만 아니라 표면형의 종성 자리에서 실현되는 공명음의 음가를 변별하여 표기하 는 능력도 중요한 부분을 차지함을 알 수 있다.
연음 환경에서 발음 표상에 실패한 사례에서는 표기형에 받침이 있다는 인식은 학습자들이 가지고 있으나 받침을 선택할 때 발음 정보를 전혀 활용하지 못하고 있 음을 확인할 수 있다. 종성 자리에서 표면형과 조음 위치가 다른 음소를 표상하는 자음자를 사용하여 발음 표상에 실패한 사례를 정리하여 제시하면 <표 52>와 같다.
표기 양상 및 환경 자소 변동 형태론적 지식 예시[산출 표기(목표 표기)]
과도 양순음자
ㄱ→ㅂ 명사 한자어 현장합습(현장합습)
ㄴ→ㅁ
명사
한자어 고밈(고민)
명사 어근 고유어 장남감(장난감) 한자어 자심감(자신감)
부사 고유어 섬뜻(선뜻)
관형사형 어미 넘어뜨림(넘어뜨린) ㅅ→ㅂ
명사 사이시옷 한자어 곱간(곳간)
동사 단일어 어간 집게(짓게)
부사 고유어 무릅(무릇)
과도 치조음자
ㄱ→ㅅ
명사 명사 어근 한자어 엿부족이었다(역부족이었다)
부사 고유어 무첫(무척)
한자어 법섯(법석)
ㅁ→ㄴ
명사 고유어 인금(임금)
한자어 난방을(남방을)
명사 명사 어근 고유어 신부름꾼(심부름꾼) 한자어 공연불(공염불) 명사/부사 고유어 잔깐(잠깐)146)
부사 고유어 든뿍(듬뿍)
명사 파생 접미사 부친개(부침개)
ㅇ→ㄴ
명사 고유어 지분에(지붕에)
한자어 만원경으로(망원경으로)
명사 한자어 관견병(광견병)
형용사 특이 형태소 한자어 황단하다(황당하다) 부사 부사 어근 한자어 정년코(정녕코) ㄴ→ㅇ
명사 한자어 청막(천막)
명사 명사 어근 한자어 계랑탕(계란탕)
<표 52> 종성 자리에 조음 위치가 다른 자음을 표상한 사례
② 표면형의 음소와 조음 방법이 다른 자음 표상
규범 표기와 대조했을 때, 조음 위치는 같으나 조음 방법이 다른 자음을 표상하 는 자음자로 대체함으로써 발음 표상에 실패한 유형이다. 조음 방법이 다른 자음 을 표상할 때 국어에 존재하는 음운 변동과 관련을 맺지 못하는 경우 발음 표상에 실패한 표기가 된다. 예를 들어, <잔치>를 <찬치>로 표기한 사례를 보면, <ㅈ>
과 <ㅊ>은 유기음화와 전혀 관련이 없다. 따라서 표준 발음과 무관한, 발음 표상 에 실패한 표기로 분류된다. 마찬가지로 <목욕탕>을 <목용탕>으로 표기한 경우,
<ㄱ>과 <ㅇ>은 비음화와 전혀 관련이 없다. 따라서 이 또한 발음 표상에 실패한 표기로 분류된다.
장애음과 공명음을 표상하는 자음자 사이에서 대체가 발생했을 경우 조음 방법 이 다른 자음을 표상한 것으로 분류하였다. 예를 들어, <일찍>을 <일찔>로 표기 했을 때, 각 받침이 표상하는 /ㄱ/, /ㄹ/은 조음 위치와 조음 방법이 모두 다르다.
146) 한자어에서 유래하였으나 고유어처럼 인식되어 한자음을 밝혀 적지 않으므로 고유어 로 처리한다.
147) 정세경(2005)에서 철자 검사로 수집한 사례이다. 표기상에서는 <ㄱ>과 <ㄷ>이 대 조되지만, 음성의 표면형에서는 [마기]와 [마지]가 대조되므로 /ㄱ/과 /ㅈ/이 대조되는 사례이다.
표기 양상 및 환경 자소 변동 형태론적 지식 예시[산출 표기(목표 표기)]
형용사 명사 어근 한자어 형평없게(형편없게)
과도 연구개음자
ㅂ→ㄱ 동사 단일어 어간 어근 괴록히는(괴롭히는) 부사 특이 형태소 한자어 극히(급히)
ㅅ→ㄱ
명사 사이시옷 고유어 부식돌(부싯돌) 명사/부사 부사 어근 고유어 잘목(잘못)
형용사 명사 어근 고유어 먹진(멋진) 특이 형태소 고유어 뿌득(뿌듯)
ㅈ→ㄱ 관형사 고유어 온각(온갖)
동사 단일어 어간 어근 우직다(우짖다)
연음
과도
치조음자 ㄲ→ㅌ 명사 고유어 밭으로(밖으로)
동사 단일어 어간 깥아(깎아)
과도
연구개음자 ㄷ→ㄱ 동사 단일어 어간 뻑어(뻗어)
접두사 막이(맏이)147) 평파열
음화
과도
치조음자 ㄱ→ㅅ 형용사 특이 형태소 고유어 시무룻한(시무룩한) 부사 특이 형태소 한자어 솔짓히(솔직히)
이때 공명성(sororant)을 두 자음을 구분하는 가장 상위의 자질로 보고, 조음 방법 이 변한 것으로 판단하였다. <ㅁ>이나 <ㅇ>이 <ㄹ>로 대체되었을 때도, 비음성 (nasal)의 유무에 따라 /ㄹ/과 /ㄴ/이 구별되는 점을 고려하여, 조음 방법이 다른 자음을 표상한 사례로 포함하였다.
초성 자리
초성 자리에 조음 방법이 다른 자음을 표상하는 자음자를 표기하여 발음 표상에 실패한 사례를 정리하면 <표 53>과 같다. <깎아서>를 <갂아서>, <빨래>를 <발 래>와 같이 표기한 사례가 수집되었는데, 어두 경음화를 의식하여 과도하게 평음자 를 표기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학습자의 실제 발음을 확인해야 실증이 가능하므 로, 표의주의 지향 표기가 아닌 표음주의 지향 표기로 보고, 본 유형에 포함하였다.
<표 53>의 사례들은 학습자의 발음이 반영된 표기라고 해석하기 어렵다. 예를 들어, 초등학교 저학년이라고 하더라도, 특수한 상황의 학습자를 제외하면, 초성 자리에서 /ㄴ/과 /ㄷ/을 구별하여 발음하지 못하는 학습자는 없을 것이기 때문이 다. 따라서 <ㄴ>과 <ㄷ>의 혼동은 무의식적으로 해 오던 발음을 의식적으로 표 기하는 과정에서 자소를 혼동하여 발생한 현상일 가능성이 크다.
표기 양상 자소 변동 형태론적 지식 예시[산출 표기(목표 표기)]
과도 장애음자 ㄴ→ㄷ 명사 한자어 도인(노인)
종결 어미 보였습디다(보였습니다)
과도 평음자
ㄱ→∅
명사 고유어 겁질을(껍질을)
명사 어근 고유어 갯잎(깼잎)
동사 단일어 어간 갂아서(깎아서)
명사 어근 고유어 감박하고(깜박하고)
부사 고유어 곡(꼭)
ㅂ→∅
명사 고유어 발래(빨래)
동사 단일어 어간 배면(빼면)
단일어 어간 어근 배앗긴다(빼앗긴다) 형용사 특이 형태소 고유어 부듯하거든(뿌듯하거든)
ㅅ→∅
명사 고유어 시앗(씨앗)
동사
단일어 어간 샇고(쌓고) 단일어 어간 어근 십히는(씹히는)
준말(어간) 쇠려고(쐬려고)
<표 53> 초성 자리에 조음 방법이 다른 자음을 표상한 사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