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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미적 특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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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정밀탈납주조 기물의 특성

5.4.3. 심미적 특성

재료와 결부된 고정 관념은 질감, 표현 기법과 함께 기물의 무게감에 영향을 준다. 특히 물성에 의한 본질적 무게감은 형태나 크기와 관련이 적다. 금속 기물 은 무겁기 마련이나, 제작 기법에 따라 정도가 달라진다.

얀 베게는 형태와 크기 가 동일한 화병을 단동 (丹銅, tombac)169)과 주철 (鑄鐵, cast iron)170)로 제작 하였다. <Double-walled Tombac Vase>는 단동판 으로 내형과 외형을 만든 후 간격을 두고 땜질해 벽 사이가 빈 화병이다. 반면,

<Cast Iron Vase>는 속이 꽉 찬 주물 화병이다. 색이

유사하고 형태가 같지만, 두 화병의 무게는 크게 차이난다. 즉, 주철 쪽이 훨씬 무겁다. 그러나 표면을 관찰하면, 주조 기물 특유의 질감이 돋보인다. 이처럼 주 물 특유의 질감을 그대로 살리면서 가볍기까지 해 시각적, 심미적으로 부담 없 는 금속 주조 기물이 필요하다 보았다.

‘가볍다’의 사전적 정의는 ‘무게가 일반적이거나 기준이 되는 대상의 것보다 적다’이다.171) 무게감은 점, 선, 면의 크기와 위치로 만들어지는 형태나 질감 그 리고 표현 방식에 따라서 다르게 느껴진다. 연구자는 기물 제작에 앞서 ‘얇은’

주물 판재의 특징을 드러낼 수 있는 기물의 형태를 탐구하였다.

동일한 형식과 구조를 취하고 있는 3개의 기물 모두는 울라 카우프만(Ulla Kaufmann)과 마르틴 카우프만(Martin Kaufmann) 부부의 공동 작품이며 정은 으로 제작되었다. 이 기물들은 흡사 리처드 세라(Richard Serra)의 조각 작품을 일상의 사물로 변환한 것 같다. 단조 작업으로 제작돼 단단하고 탄력 넘치는 재 169) 아연이 5∼20% 정도 함유된 구리 합금.

170) 3.0∼3.6%의 탄소를 함유한 주조에 적합한 철.

171)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 가볍다.

[그림 4-75] Jan Wege,

<Double-walled Tombac Vase>, Height 19cm

[그림 4-76] Jan Wege, <Cast Iron Vase>, Height 19cm

(출처: https://www.jan-wege.de)

질감에도 불구하고 마치 종이로 휜 듯한 곡면이 자아내는 유연함이 고도의 관능 미를 가지며 엄격한 절제미를 보여준다. 독일과 이탈리아를 오가며 활동하고 있 는 갤러리스트이자 전시 기획자인 엘렌 마우러 질리올리(Ellen Maurer-Zilioli)는 이들의 작업에 관해 “얇고 단정한 정은 판재가 나선형으로 감김으로써 형성되는 기벽이 어느 지점에 이르러 서로 겹쳐지면서 내면과 외면의 대화를 만들어내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한 “공허함을 끌어안은 유백색 기물의 형태가 엄격하고, 강 하고, 깨끗하다”라는 설명을 덧붙였다.172)

재료는 기물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형성하는데 가장 큰 영향을 끼친다. 또한 재료가 가진 근본적인 색상이나 질감, 재질의 상태, 그리고 제작에 사용된 기법 과 표현의 효과에 따라서도 영향을 받는다.

페터 베르버그(Peter Verburg)의 <Dishes>과 요코 타키라이(Yoko Takirai) 와 피에트로 펠리테리(Pietro Pellitteri)의 <Cube>는 비록 다른 용도의 사물이나 172) https://artjewelryforum.org/ulla-martin-kaufmann

[그림 4-77] Ulla & Martin Kaufmann, <Vessel Architecture>, Silver 925

[그림 4-78] Ulla & Martin Kaufmann, <Bowl Kreuzung>,

Silver 925

[그림 4-79] Ulla & Martin Kaufmann, <Schale Aus-dem-Kreis>, Silver 925 (출처: https://artaurea.com)

전반적인 형태가 유사하다.

그러나 베르버그의 작품은 굽이 있는 기물이 갖는 유 리함에도 불구하고 사면이 두꺼운 벽이라 상대적으로 훨씬 무거워 보인다. 게다 가 파이어스케일이 제거되 지 않아서 기물 표면에 남 아있는 얼룩들이 무거운 느낌을 가중시킨다. 반대로 타키라이의 <Cube>는 맑고 경쾌한 은백색으로 마감 됨으로써 베르버그의 기물과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더욱이 개구부에 얇은 판재 단면이 그대로 노출됨으로써 가볍고 경쾌한 분위기가 한층 더 고조된다.

그런가 하면 독일의 은세공가인 줄리아네 쇨스(Juliane Schölß)의 <Bottles and Cups>은 제목 그대로 개성적 형태의 병과 잔이다. 그의 작업은 0.3mm의

매우 얇은 은판으로 제작한 것이 특징이다. 금속 작업에 앞서 만든 종이 모델을 금속으로 그대로 치환한 기물임을 작품의 형태로부터 쉽게 인지할 수 있다. 위 로 길쭉이 뻗어 오른 원통형의 기물들이 전반적으로 가볍고 시원스러운 분위기

[그림 4-80] Peter Verburg,

<Dishes>, 2006, Silver 925, 10.2×10.2×9.5cm

[그림 4-81] Yoko Takirai &

Pietro Pellitteri, <Cube>, Bracelet, 2019, Silver 925,

6.3×6.3×6.3cm

[그림 4-82] Juliane Schölß, <Bottles and Cup>, 2011, Silver 925

(출처: http://julianeschoelss.de)

[그림 4-83] Juliane Schölß,

<Frühstücksbouquet>, 2010, Silver 925, 26×26×20cm

(출처: http://collections.vam.ac.uk)

를 만든다. <Breakfast Bouquet>는 아침식사 상을 화려하게 장식하는 꽃다발을 연상시키는 오브제 작업으로 여러 개의 크고 작은 은기들이 조합돼 전체 형태를 구성하고 있다. 크기와 비례가 다른 여러 개의 기물이 걸쳐져 쌓이고 교차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무겁게 느껴지지 않으며, 오히려 기물의 얇은 두께가 한층 부각된다.

이상으로 얇은 판재의 재료적 특 성을 효과적으로 시각화한 몇 가지 사례를 살펴보았다. 연구자의 작품 역시 말아서 붙이는 방식으로 제작 되고, 얇은 두께가 도드라져 보이도 록 단면이 그대로 노출된다. 차이점 은 재료적 속성에 있는데, 압연 과 정을 통해 단단히 다져진 매끈한 표 면의 판재와 달리 판형 왁스를 활용 해 다양한 질감은 물론 뚜렷한 요철이 전체 표면에 표현된 주물 판재라는 점에 서 차이가 확연하다.

요철을 생성하는 스탬핑을 제외하면 질감 표현은 양방향에서 이뤄지는데, 대 개 복합 문양이 얇은 기벽의 안팎에 고르게 장식됐다. 종잇장처럼 얇은 기물의 표면에 선, 면, 요철 등으로 구성된 무늬가 안쪽과 바깥쪽에 효과적으로 표현되 도록 계획하였다. 기벽 표면의 규칙적 요철은 빛의 음영에 따라 문양화되어 기 물의 전반적 분위기를 형성했다.

기능적 역할뿐 아니라 조형 요소로 작용하는 굽과 손잡이 등을 중심체에 부착 해 기물의 심미성을 모색했다. 표면 질감을 강조하기 위해 선택한 원통형의 단 순함을 감소시키고자 크기, 비례, 위치 등을 바꿔가며 최상의 조합을 찾았고, 보 통 종이 모델로 확인하였다. 주조 후 트리에서 주물 판재를 분리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는 곡선을 유지시켜 기물을 제작하기도 했다. 나선형으로 말았던 판형 왁스를 다시 펼치는 과정에서 생성된 판재 볼륨을 그대로 살려 옆 으로 길쭉한 형태의 기물을 만들었다. 이를 통해 원형이나 타원형에서 느껴지는 긴장감을 없앨 수 있었다.

[그림 4-84] 표면의 질감과 단면이 부각된 형태

질감의 표현, 몸체와 장식 요소간의 유기적 통일, 기형의 실험을 통해 가벼움 이 강조되고 심미성을 갖춘 독창적 금속 주조 기물이 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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