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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질과 장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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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장식적 패턴 스탬핑

1.2. 물질과 장식

점토는 물질적 속성의 변형을 꾀한 최초의 물질이다. 그리고 점차 기능적, 상징적 의미를 확보하게 되었다. 점토 의 성형 과정은 인간의 정신과 몸, 물질 사이에 진행된 역동적인 상호 작용의 결과였다. 제작자의 손 안에서 형태가 만들어진 사물에는 아직 제작자의 손자 국이 남아 있기도 하다.180) 인류는 점토 의 가소성을 이용해 필요한 모양이나 크기를 구현할 수 있었다. 자연에서 쉽 게 구할 수 있는 점토를 반복 사용하면 서 속성 및 적용 가능성에 대한 심도 있는 지식을 갖게 되었고, 숙련의 개념 도 생겨났다.181)

고대부터 인류는 다양한 공예 소재의 물성을 바탕으로 문자를 비롯한 상징적 문양을 넣는 행위를 지속해 왔다. 특히, 말랑말랑한 점토로 제작한 토기나 도자 기 등의 표면에 금속, 나무, 돌 등의 단 단한 소재로 만든 여러 가지 도구로 긁 거나 눌러 찍어 문양을 채웠다. 새겨진 문양은 바탕 소재에 따라 확연한 차이

를 보인다. 부드러운 물성의 점토는 제작자의 표현 의지까지 느낄 수 있을 정도 의 강하고 직접적인 흔적을 남긴다. 점토와 물성이 비슷한 밀랍을 사용한 모형 180) 플로렌시아 콜롬보, 빌레 코코넨, 고일홍 역, op. cit., p.1.

181) ibid., p.4.

[그림 5-4] <고산리식 토기>, 제주 고산리 유적, 출토사적 제412호

(출처: 제주문화유산연구원)

[그림 5-5] 우르크(Uruk) 쐐기문자, 3100BC-3000 BC, The British Museum

으로 주조된 금속공예품에서도 유사한 효 과가 발현된 사례를 쉽게 찾을 수 있다.

소성을 통한 점토의 고형화와 마찬가지로 주조를 통해 금속으로 고형화함으로써 안 정성과 영속성을 얻는다.

이처럼 왁스는 점토와 유사성이 크다.

특히 가하는 힘에 반응하는 성질이 닮았 다. 그러나 금속은 이와 반대되는 물성을 가지므로, 금속과 왁스는 만졌을 때 느낌 부터 완전히 다르다. 왁스는 누르거나 가 격했을 때의 반응이 확연히 다르다. 외부

로부터 가해지는 힘을 흡수해 반응함에 있어 매우 유연하다. 그러나 왁스는 특 정한 온도 범위 내에서만 유연하다. 세심한 환경 조건에서만 반응을 보이므로 함부로 다루기 어렵다. 더불어 왁스는 주조의 공정을 거쳐 금속으로 재탄생되는 극적인 변화 과정이 매력적이다.

작품 연구의 스탬핑은 도자 스탬핑과 한 가지 점에서 차이가 있었다. [그림 5-8]과 [그림 5-9]를 비교해 보면, 도자 그릇에는 바깥 면에만 스탬핑의 흔적이 생기고, 스탬핑 무늬가 안쪽 면으로 전이되지 않았다. 그러나 판형 왁스의 경우 에는 상대적으로 두께가 얇아 전이 효과가 분명했다. 이 효과를 적극 활용해 판 형 왁스의 양면에 모두 무늬를 찍기도 하였다.

<도장무늬바리>를 보면 음각 무늬만 구현됐는데, 이는 줄리 블리필드(Julie

[그림 5-6] 물성에 따른 스탬핑의 효과 (좌: 판형 왁스(0.7T), 우: 은판(0.7T))

[그림 5-7] 판형 왁스의

스탬핑 효과 [그림 5-8] 주조 후의

스탬핑 효과

[그림 5-9] <도장무늬바리>, 통일신라, 경주시, 토제, 높이

8.1cm, 국립경주박물관

Blyfield)의 <Acacia vessel>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반면 연구 작품 세부 이미지 인 [그림 5-8]을 보면 음각과 양각이 공존한다. 이는 결국 기물의 형태를 만든 다음에 스탬핑을 한 것과 입체 가공 전 판재 상태에서 스탬핑을 한 차이에 따른 결과이다.

손에 의한 스탬핑 결과물은 기계 스탬핑처럼 정확하고 정교하지 않지만 때때 로 우연의 효과가 발현됨으로써 의도치 못했던 독특한 무늬가 판형 왁스의 표면 에 구현된다. 조각가 안규철은 “손에서 인간의 비가시적인 내면이 가시적인 실 체로 형상화된다.”182)고 한 바 있다. 손에 의한 우연은 결국 내면의 가시화인지 도 모른다.

더불어 기물의 벽면에 스탬핑 기법으로 만든 규칙적이고 정교한 무늬는 보는 이로 하여 집중하게 만드는 묘한 분위기가 있다. 그 결과 “무심히 찍혀 있는 줄 무늬의 크기와 짜임새가 기물의 고풍스러운 모습을 자아내게 한다”라는 평을 받 기도 했다.183)

182) 안규철,『그 남자의 가방』,현대문학, 2001, p.39.

183) 제19회 실버트리엔날레(Silver Triennial International 2019) 심사위원들의 심사평 일부. Christianne Weber-Stober,『Silver Triennial International: 19th Worldwide Competition』, Arnoldsche, 2019, p.35.

[그림 5-10] Julie Blyfield, <Acacia vessel>,

2007, Silver 925, ∅10.5×10.8cm [그림 5-11] Julie Blyfield,

<Acacia vessel>의 세부

[그림 5-12]《제19회 실버트리엔날레》에 전시된 작품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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