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으로 기해통신사의 제술관 신유한이 창작한 해유록 의 문예적 특질을 밝히 고 일본 인식을 검토한 다음, 이를 바탕으로 통신사행록의 전통 속에서 해유록 이 차지하는 위상을 확인하였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우리는 해유록 이 여타 사행록 에 비해 구성과 서사 양 측면에서 빼어난 문학성을 갖추고 있음을 알게 되었고, 일 본 인식에 있어서도 전대의 사행록에 비해 진일보한 면이 상당하다는 사실을 확인 할 수 있었다. 이와 더불어 신유한의 일본 인식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일본 문사들 이 조선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었는지, 이들과의 교류의 실상은 어떠했는지도 아울 러 밝혀졌다. 이러한 논의의 결과를 바탕으로 해유록 이 전대 사행록의 전통을 창 조적으로 계승 발전시킨 작품이며, 이것이 다시 후대 사행록의 글쓰기에 일정한 영 항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도 두루 확인하였다. 이러한 논지 전개의 과정을 항목별로 요약하면서 마무리에 임하고자 한다.
제Ⅱ장에서는 본격적인 논의를 펼치기에 앞서 저술 배경을 검토하였는데, 텍스트 형성의 기저 원리로서 신유한의 문학론과 사상적 지향을 살펴보았다. 신유한은 젊 은 시절부터 고문사(古文辭)에 심취해 있었으며 문장의 정수가 사체(史體)에 있다는 독자적인 문학론을 주장하였다. 그는 사체를 다시 기사(紀事)·기언(紀言)·기물(紀物) 로 분류하고 모든 문장이 여기에 귀속된다고 하였다. 아울러 훌륭한 문장은 대상의 진실성을 담아내야 하는 바, 사기 의 인물 형상이 진실성을 담지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였다. 이와 같은 논의를 바탕으로 본론에서는 신유한의 문학론이 해유록 글쓰기에 고루 반영되어 여타 통신사행록과 차별되는 문예성을 획득하고 있다는 점 을 밝혔다. 한편 신유한은 인종적·지리적 화이관에서 탈각하여 문화(문명) 중심의 화이관을 견지하고 있었던 바, 일본을 야만시하던 종래의 관점에서 벗어나 일본 문 사들을 대등한 교유의 대상으로 인정하고 일본 문단의 동향에 민감하게 반응하였 다. 그리하여 당대 일본에서 고문사가 유행한 사실을 간취하고 비판적이고 성찰적 인 관점에서 교유에 임하는 모습을 보였던 듯하다.
이이서 한일 교류의 추이 속에서 기해사행이 차지하는 위상을 통시적으로 검토하 였다. 기해 사행이 이루어진 18세기 초는 일본이 문치(文治) 국가를 표방하고 유교 문명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던 시기이다. 아라이 하쿠세키(新井白石), 이토오 진사 이(伊藤仁齋), 오규우 소라이(荻生徂徠) 등 저명한 학자가 모두 이 시기를 전후하여 활발하게 활동하였다. 이들은 유교문명을 섭취하면서도 일본의 독자성과 우월성을 견지하였다. 특히 소라이 학파는 통신사를 신랄하게 비판함으로써 자기 학파의 세 력을 넓히고자 한 것으로 보인다. 이 시기에는 17세기 말까지 일본 문사들이 보였
던 통신사에 대한 존숭의 염(念)은 점차 사라지고, 문명국의 일원으로서 자신감에 찬 언사가 많이 보인다. 다른 한편으로는 조선 멸시관을 가진 유학자가 통신사를 조공 사절로 폄하하고, 조선정벌을 배경으로 삼은 연극이 민간에 유행하는 등 통상 적인 한일 관계에 균열이 일어난 시기이도 했다.
제Ⅲ장에서는 저술 배경을 바탕으로 텍스트에 대한 본격적인 분석을 수행하였다.
우선 거시적인 시각에서 구성 원리를 분석하고 미시적인 차원에서 서사의 특징을 규명하였다. 구성 원리는 세 가지 측면에서 검토하였다. 첫째, 해유록 은 여타 통 신사행록과는 달리 내부적으로 서사가 축조되는 원리가 존재한다는 가정 하에 서술 의 패턴을 추론해보았다. 해유록 은 주요 기착지를 중심으로 ‘여정’, ‘경물묘사’,
‘인문지리’, ‘상호교류’, ‘삽입시’의 다섯 가지 서술단락이 조합되어 하나의 패턴을 형성하고 있다. 이 서술패턴은 정형성을 가지고 반복되면서 전체 구성에 형식미를 부여한다. 아울러 기착지의 특성에 따라 유기(遊記), 일화, 전설, 대화체, 필담 등 다양한 문체를 동원하여 서술에 변화를 줌으로써 서술패턴은 다채롭게 변주된다.
이를 통해 다채로운 형식과 내용이 산만하지 않고 유기적으로 구성될 수 있었다.
둘째, 삽입시가 서술패턴 내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검토하였다. 기착지를 중심 으로 하는 서술패턴에는 기착지와 관련된 시가 한 수 이상씩 수록되어 있다. 절구, 율시, 악부(樂府), 부(賦), 육언시(六言詩) 등 다양한 형식의 삽입시는 일록(日錄)의 단조로운 서술에 변화를 주기도 하고, 객관적 서술문에서는 드러내기 어려운 작자 의 내면을 노래하고, 일록에서 서술되지 않은 이면적 진실을 간접적으로 드러내는 역할을 한다. 단순히 일록에 시가 삽입된 형태가 아니라, 서사문과 유기적 관련성 을 맺으면서 상호보완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처럼 해유록 은 서정과 서사의 교직을 통해 형식과 내용의 두 층위에서 공히 기존 통신사행록과 차별되는 독특한 미감을 갖추게 되었다 하겠다.
셋째, 왕로(往路)와 복로(復路)의 내용이 대비적으로 구성된 점을 지적하였다. 여 타 사행록이 복로의 여정을 압축적으로 짧게 서술한 것과는 달리, 해유록 에서 복 로를 서술한 부분은 일본 문사들과의 이별 장면이 감동적으로 그려져 있는 경우가 많다. 왕로의 경우, 해로에서는 자연 풍경에 대한 묘사가, 육로에서는 도시의 번영 상에 대한 서술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이를 종합적으로 고찰하면 ‘자연’과 ‘도시’와
‘인간’이라는 여행의 세 요소가 단계적으로 서술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와 같이 왕로와 복로의 대비적 구성전략에 따라 해유록 을 읽는 독자는 일본의 여러 지역 을 추체험하게 되고 단계에 따라 체험의 양상과 깊이가 달라지게 된다. 특히 일본 문사와 석별의 정을 나누는 장면이 복로의 서술에 치중되어 있다는 점이 해유록 의 구성상의 주요 특징이라 할 수 있다. 이전 사행록에서 복로는 왕로의 반복으로 별다른 의미가 부여되지 않은데 비해, 해유록 에서 복로는 양국 문사의 인정(人
情)에 기반한 교유와 우정을 드러내는 공간으로서의 의미가 부여되고 있는 것이다.
문화(문명) 중심의 화이관을 바탕으로 일본 문사를 대등한 교유의 상대로 인정한 신유한의 사상성이 텍스트의 구성과 형식에도 일정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하겠 다.
제Ⅳ장에서는 앞서 거시적인 시각에서 구성 원리를 검토한 결과를 바탕으로, 시 각을 좁혀 미시적인 차원에서 서사의 특징을 밝혔다. 해유록 은 서사의 비중이 높 고 표현도 풍부하기에 그 문예성을 규명하기 위해서는 서사의 특징에 대한 검토가 필수적이다.
첫째, 신유한의 문학론과의 관련성을 염두에 두고 해유록 의 문체를 분석하였 다. 신유한은 기사(紀事)·기언(紀言)·기물(紀物)의 문체가 문장의 본령이며 후대의 모든 문체는 여기서 파생된 것이라 생각하였는데, 이러한 신유한의 독특한 문학론 을 해유록 의 서사적 특성을 분석하는데 원용하였다. 이를 통해 기사는 사실적인 묘사와 에피소드에 주로 쓰이고, 기언은 대화체나 문답체에, 기물은 일상적이고 미 시적 사물의 서술에 적용되고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이 세 문체는 서사를 구성하 는 세 개의 축으로 작용하면서 해유록 서술 전반에 관철된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러한 분석을 통해 선행연구에서 누차 지적되었던 사실적이고 세밀한 묘사와 문답 체를 활용한 서술이 신유한의 문학론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점이 밝혀졌다.
둘째, 해유록 은 짧은 분량의 에피소드들이 적재적소에 배치되어 서술 대상의 특징과 개성을 여실하게 담아내고 있다. 이는 신유한이 사기 의 형상성을 높이 평 가한 것과도 관련이 있다. 신유한은 사기 가 인물의 성격이나 인품, 사물이나 사 건에 내재된 진실성을 드러내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해유록 에서 다양한 에피 소드를 통해 대상의 진실성을 구현하고자 하였다. 일본 민중의 소박하지만 진실된 삶을 따뜻한 시선으로 응시하거나, 문맹(文盲)인 일본 관리가 보이는 학문에 대한 순수한 동경, 이별에 즈음하여 흘리는 눈물 뒤에 감추어진 이중적 면모 등을 에피 소드를 통해 생생하게 제시하였다. 몇몇 에피소드들은 형상화 수준이 높아 독자들 로 하여금 마치 실제 현장에 있는 듯한 순간적 체험을 유도하기도 한다. 에피소드 가 핍진할수록 독자는 생생한 현장감을 느끼게 되고 직접 서술되지 않은 인물의 내 면적 진실성까지 체험할 수 있게 된다. 이를 통해 텍스트에 대한 독자의 감응을 중 시했던 신유한의 문학론이 해유록 서술에도 관철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셋째, 여러 에피소드 가운데 장면제시적 서술, 곧 장면 확대를 통한 소설적 수법 이 해유록 의 문예성을 부각시키고 있다. 해유록 에 삽입된 여러 에피소드 가운 데 쓰시마에서의 연회와 다이부츠지(大佛寺)에서 벌어진 외교 갈등을 다룬 것은 분 량도 가장 많고 인물 형상도 핍진하다. 이 대목에서 신유한은 대화체를 많이 삽입 하여 인물의 개성을 효과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또 사건에서 한걸음 떨어져 관찰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