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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절 CARES Act의 정치사회적 함의와 향후 전망

CARES Act가 초당적 합의로 통과 되었던 것과 달리, 물밑 접촉을 포 함해 2주간 진행된 양당의 8월 헙상은 불발된다. 낸시 팰로시와 척 슈머 의 당 장악력을 바탕으로 조직적으로 움직인 민주당은 좀처럼 양보의 기 미를 보이지 않았고 (Zanona, 2020) 민주당과의 협상은 물론 백악관과 의 이견도 조율해야 했던 공화당의 원내지도부는 정치력을 발휘하는데 한계를 보였다. 협상이 교착에 빠진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구제안 관련 4개의 행정명령을 발동한다. 첫째, 연소득 십만 달러 이하 노동자의 사회 보장세금 유예, 둘째, 추가 실업급여 지원, 셋째, 퇴거 금지 연장, 넷째, 학자금 대출 상환 유예이다 (Long, 2020).

이 중에서 두번째 행정명령이 논란의 중심이 되었는데 이는 연방정부 의 대규모 재정 투입을 요구하기 때문에 의회의 승인이 필수적이기 때문 이다 (Megerian et al., 2020). 즉 의회의 승인이 없으면 사실상 효력이

21) 예를 들어 기존 주당 (weekly) 임금이 $700의 경우 $490의 실업수당을 받는다. 그러 나 기존 임금이 $1000인 경우 $700을 받는 것이 아니라 최대 한도인 $500을 받는다.

없는 행정명령이다. 트럼프의 실업급여 지원안을 보다 구체적으로 보면 올 12월까지 주당(weekly) 400달러의 추가 실업급여를 지원하되 이 중 300달러는 연방 예산에서 부담하고 100달러는 주정부 예산에서 지원하 는 것으로 하고 있다. 일단 추가 지원금의 액수로만 보면 민주당 안 ($600)과 공화당 안 ($200)의 절충지점이라 할 수 있다. 이런 면에서 이 번 행정명령은 실제 집행을 목적으로 한 것이 아니라 협상의 여지를 만들 고 추가 실업 급여 지원에 대한 백악관의 의지를 홍보하는데 더 큰 목적 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공화-민주 양당의 CARES Act 후속안 재협상이 9월 초에 시작될 것으로 알려졌다. 11월 초 대통령 선거와 상하원 선거가 있는 정 치일정을 고려할 때 이번 협상에서 어떤 식으로든 반드시 결과가 나올 것 으로 예상된다. 왜냐하면 CARES Act 종료 후 경제적 어려움에 직면한 가계가 많고 이를 방치하는 것은 선거를 앞둔 정치권의 입장에서 큰 부담 이기 때문이다 (Rodems & Cooney, 2020). 우선 양당의 이견이 거의 없다는 점에서 소득지원정책 (EIP)는 현재 CARES Act에서 약간 수정/보 완되어 전체 지원액이 증가하는 수준에서 무난히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두 가지 핵심 쟁점, 주정부 지원안과 실업급여 확대정책이다.

주정부 지원안의 경우 양당이 제시한 양보안의 경우에도 예산 차이가 8 천억 달러 (1,000조 원)에 가깝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 합의점 찾을지 아 직 미지수이다 (Carney, 2020). 특히 코로나 사태를 겪으며 많은 주정부 들이 트럼프 행정부와 각을 세워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공화당이 얼만큼 백악관을 설득하느냐가 관건일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실업급여 확대정 책의 경우 최근의 행정명령에서 보듯 양당간 절충점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즉 CARES Ac보다 지원액과 지원 범위를 다소 축소하는 수준에 서 최종안에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 실업급여 확대정책이 노동유인을

감소시켜서 수급자들이 일터로 복귀하는 것을 방해한다는 비판이 보수진 영을 중심으로 꾸준히 제기되어 왔지만 최근의 경험적 연구들에 따르면 실업급여가 노동유인 감소에 미치는 영향이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Rampell, 2020). 이같은 결과들은 공화당내의 실업급여 비판론자들의 입지를 약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 사태를 겪으며 미 정치권이 합의한 CARES Act와 후속 정책 논 의들을 볼 때 중요한 함의를 발견할 수 있다. 경기위기 상황에서 사회정 책의 초점은 결국 가계의 소득유지와 실업자 지원으로 수렴한다는 것이 며 선제적인 현금 지원이 매우 효율적인 방법이라는 것이다. 이미 미 의 회예산국(Congressional Budget Office)은 일련의 정부 지원 조치들이 고용과 소비를 안정시켜 코로나 사태로 인한 경제 악영향을 부분적으로 완화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을 내놓았다 (Cox, 2020). 또한 최근의 조사 에 따르면 경제 위기 상황에서 현금 지원이 높은 수준의 적재성과 효능성 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대표적인 자료는 미 통계국(U.S.

Census Bureau)의 Household Pulse Survey이다. 현금지원금의 사용 처를 조사한 자료(항목별 중복 응답 가능)에 의하며 응답자의 80%가 음 식 및 생필품 구입, 78%가 렌트비 또는 주택 모기지 상환 등 매우 필수적 인 부분에 지원금을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U.S. Census Bureau, 2020). 즉 지원된 돈이 목적에 맞게 가계의 필수적 경제 활동을 위해 사 용되었다는 것이다. 이는 매우 중요한 대목인데 가계에 직접 현금을 지원 할 경우 투자/예금 등 비필수적 분야의 유동성만 증대시킬 것이라는 비판 론자들의 주장을 반박하는 결과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재정이다. CARES Act에 투여된 2조 달러의 예산은 고스란히 연방정부의 적자로 남는다. 후속 구제안의 규모가 어느 정도의 수준에서 합의 될지 아직 불확실하지만 공화-민주 양당의 중간값을 가정하더라도

추가적으로 2조 달러가 더 소요될 것이다. 올 한해에만 코로나 관련 정책 으로 4조 달러 (4,800조원)를 지줄하는 셈이다. 이는 2020년 미 연방정 부의 총 세수 예산인 3.9조 달러를 넘는 수치이다. 아무리 미국이 기축통 화 발행국이고 재정 적자에 익숙한 사회라고 하지만 한 해에 이 정도로 막대한 적자를 감내하는 경우는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권 뿐만 아니라 학계, Fed 심지어 시장에서조차 구제안에 대한 요구가 대두되는 것은 ‘미래’의 재정 적자를 걱정하기에 ‘지금’의 상황이 그만큼 녹록지 않 다는 것을 말해준다. 특히 소득지원과 실업급여 확대 등 가계를 대상으로 하는 현금 지급 정책이 가계의 경제 상황을 안정시킬 뿐만 아니라 경제 전반에 긍정적 효과를 가져온다는 것을 방증한다 하겠다.

아울러 코로나 사태를 겪으며 적극적 사회정책이 뉴노멀로 자리 잡은 이 시기에 현대통화이론(Modern Monetary Theory)에 근거해 ‘재정적 자’를 새롭게 개념화하려는 시도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현대통화이론의 대표 학자 중 하나인 스테파니 켈튼이 강조하듯 (Constant, 2020) “정부 의 적자 (deficit)는 경제 주체 중 누군가에게는 이득 (surplus)이 발생했 다는 것을 의미한다. 재정적자 그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돈을 어디에 어 떻게 쓰느냐가 문제이다. 같은 돈이라도 이미 충분히 부유한 기업 등에 지원되는 대신 수많은 일반인들에게 지원될 때 그 효과가 극대화되는 것 은 자명하다.” 이런 관점에서 CARES Act는 ‘사회적 투자’로서의 소득지 원정책의 효과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정책 예시라 하겠다.

제3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