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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개월 간 미국은 코로나 팬더믹을 겪으며 경제사회적 대변혁을 맞이했다. 8월 중순 현재 590만 명의 확진자와 17만 명의 사망자를 기록 하며1) 공중보건 실패의 민낯을 여실없이 보여주었고, 개인의 자유를 최 고의 가치로 여기는 사회에서 2달여에 걸쳐 미 전역이 봉쇄되는 초유의 사태를 경험하였다. 3월 다우산업평균지수는 40% 가까이 폭락했는데 이 는 뉴욕 증권거래소가 개장한 이래 단위 기간당 최대의 하락치였다. 4월 실업율은 15%에 육박하여 2차 세계대전 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하였 으며 7월까지 4개월 연속 10%를 상회하는 실업율을 이어가고 있다. 뿐만 아니라 2/4분기 경제성장율(GDP growth rate 기준)은 마이너스 33%

까지 후퇴하였는데2) 이는 현재의 성장율 계산 방식을 도입한 1940년대 이래 가장 낮은 분기별 성장률이다. 한 국가의 경제 기초체력을 나타내는 세 지표(주가-고용-성장)가 동시에 최악의 성적을 기록하며 1930년대 대 공황을 능가하는 경제적 파국의 신호들이 곳곳에서 감지되었다.

경제 기초의 급속한 붕괴는 곧바로 실물경기와 가계에 직접적인 영향 을 미쳤는데 유통업, 도소매업, 의류업, 레저산업 등을 중심으로 산업 전 분야에 걸쳐 연쇄적 파산이 발생하기 시작하였으며 기업과 고용주들은 공격적으로 임금을 삭감하고 개인연금보조 등을 폐지하였다. 미 노동성 주별(weekly) 임금추이 동향보고에 따르면 4월 실질임금은 전월대비 마 이너스11%로 하락하였는데 이는 노동성 통계에서 가장 큰 낙폭이다

1) 아직까지도 미국에서는 전국적 수준의 코로나 관련 통계가 정확하게 집계되고 있지 않다.

이 수치는 미 질병통제국의 8월 19일자 자료 (CDC, 2020)를 인용한 것이다.

2) 한국을 포함한 대부분의 OECD 국가들과 달리 미국은 분기별 성장율을 계산할 때 “annualized index”를 사용한다. -33%의 성장율은 OECD 표준방식으로 전환하면 대략 -8%이다. 연방준비 제도이사회(Fed)가 2020년 미국 잠재 성장율을 -7% 정도로 예측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Trading Economics, 2020).

(Boesler & Pickert, 2020). 이로 인해 가계의 가처분 소득은 급감하고 대출금 상환, 렌트비 지급, 생필품 구입 등 기본적인 경제활동에 제약을 받는 가구들이 급증하였다.

미국은 전통적으로 가계의 일반 저축액이 매우 낮은 수준이다. 연방준 비제도이사회(Fed: Federal Reserve Board)의 보고에 의하면 미국인의 39%가 계획되지 않은 (unplanned) $400의 비용이 발생할 경우 이를 감 당하지 못하는 수준의 여유 자금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Backman, 2020). 때문에 실업과 임금 하락은 곧바로 취약계층의 경제 적 파산을 야기할 수 있다. 특히 가계의 대출금 지급유예 문제는 또 다른 파급효과를 가져왔는데 이미 2008년 가계의 부실 모기지(subprime mortgage) 발(發) 자금위기를 경험하였던 금융기관들은 신용 경색을 우 려하여 긴축적 재무전략으로 전환하는 움직임을 보였으며 이는 가뜩이나 움츠러든 시장의 유동성을 더욱 위축하여 경제적 악순환을 증폭시키는 고리가 되었다. 이러한 경제적 불확실성은 언제 끝날지 모를 코로나 감염 증 확대와 맞물려 미국 전체의 국가적 위기를 초래하였다.

이러한 위기 상황을 타개하고자 미 정치권과 연방정부는 전광석화같이 2조 달러 (2,400조 원)가 넘는 초유의 정책 처방을 내리는데 바로 CARES Act (The Coronavirus Aid, Relief, and Economic Security Act)를 전격 발의하여 시행한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다른 서구 복지국가들과 달 리 미국은 유독 작은 정부를 지향하며 특히 연방정부가 시장과 사회에 직 접 개입하는 것에 매우 부정적이다 (Micklewait & Woodridge, 2004).

CARES Act는 이러한 ‘미국 예외주의 (American Exceptionalism)’ 전 통을 깨고 연방정부가 경제/사회 문제에 가장 적극적이고 포괄적으로 개 입한 정책이라 할 수 있다.

아래 〔그림 2-1〕에서 보는 바와 같이 전시체제 하에서 국가총력전을 펼쳤던 양차세계대전 (WWI, WWII) 기간을 제외하면 1950년대 이래 GDP 대비 미 정부지출의 규모는 대략 20% 선이었다. 연방정부가 시장 개입을 본격화한 1930년대 대공황 시기에 최초로 10%를 돌파하였고 코 로나 사태 이전 최대 경제 위기였던 2008년 금융위기(GFC) 때 25%로 정점을 찍는다. 그런데 올해 정부지출 비율은 아직 하반기를 포함하지 않 았음에도 이미 40%로 치솟아 2차 세계대전 기간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높은 수치를 기록 중이다. 이는 CARES Act를 통한 연방정부의 재정 투 입 규모가 얼마나 큰 것인지를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다. 더군다나 CARES Act의 후속으로 논의되는 추가 정책의 규모가 작게는 1조 달러 (1,200조 원)에서 많게는 3조 달러(3,600조 원) 임을 감안할 때 올 해 미 정부부문 지출 비율은 50%를 넘어 역대 최고치를 찍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림 2-1〕 GDP 대비 미 정부부문 지출 추이

CARES Act는 규모에서뿐만 아니라 내용면에서도 기존의 경기부양책 과는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Stimulus check이라 불리는 직접적인 가계 소득지원과 파격적 실업급여를 포함하여 미국의 기존 정책들에서 좀처럼 볼 수 없었던 대규모의 직접적인 현금지급을 그 주요 골자로 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CARES Act는 자유주의적 유산에 뿌리를 드리웠던 기존 미 국의 소극적 사회정책에서 탈피하여 적극적이고 선제적으로 사회문제에 대응한 최초의 사례라 할 수 있으며, 현대 사회에서 ‘큰 정부 (Big Government)’의 역할과 필요성이라는 화두를 미국 사회 전반에 제기함 (Seib & McCormick, 2020)으로서 미국 사회정책사에 큰 획을 그은 정 책이라 할 수 있다. 이에 본 연구보고서에는 CARES Acts를 중심으로 코 로나 팬더믹으로 인한 경제 위기와 미국 연방정부의 정책 대응을 살펴보 고자 한다.

일반적으로 사회정책을 분석하는 틀은 크게 세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첫째, 정책의 구조와 형식에 초점을 맞추는 Product study, 둘째, 정책 의 효과를 검증하는 Performance study, 셋째, 정책 형성 과정을 살펴 보는 Process study이다 (Caputo, 2013). 많은 사회정책 연구들이 정 책의 구조와 효과에 천착하는 반면 정책의 형성과 입안 과정에서 발생하 는 다양한 정치사회적 역동성을 분석하는 Process study는 상대적으로 부족한 실정이다 (김태근, 2017). Process study는 정책 형성 과정에서 다양한 정치사회적 주체들 (정당, 행정부, 시장 등)이 어떤 선택과 상호작 용을 통해 정책을 만들어 나가는지 보여준다 (Gilbert & Terrell, 2012).

미국의 경우 백악관과 의회의 정치공학을 이해하지 못하면 도저히 설 명할 수 없는 사회정책 사례들이 많이 있는데 이는 현대 의회민주주의 국 가에서 모든 정책이 ‘정치’라는 과정을 통해 수립되고 시행되기 때문이 다. 가장 최근의 예로는 트럼프케어의 입안 실패를 들 수 있으면

PRWORA(The Personal Responsibility and Work Opportunity Reconciliation Act)로 대표되는 클린턴 행정부의 보수적 복지개혁 (welfare reform)이라던가 오바마케어의 성립 등 미국의 굵직한 사회정 책들의 성패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당시 워싱턴의 정치 환경을 이해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이에 본 연구보고서에서는 Process study에 기반하여 CARES Act가 어떤 배경과 과정을 거쳐 탄생하게 되었는지 정치경제학 적 접근 (political-economic approach)으로 짚어본다3). 또한 후속 정책과 관련하여 현재 어떠한 정치적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지 살펴보고 핵심 논제들을 정리하여 향후 정책의 방향을 전망해 보고자 한다.

이를 위하여 본 연구보고서의 본문은 크게 세 부분으로 구성된다. 먼저 1장에서는 2월 코로나 사태의 시작부터 3월 봉쇄령 시행 및 경제 위기의 촉발 그리고 4월 CARES Acts의 시행까지의 과정을 요약해 봄으로 CARES Act가 탄생할 수 있었던 정치경제적 여건을 살펴본다. 2장에서 는 CARES Act의 주요 정책들을 요지별로 정리하여 본 법안의 특징을 파 악하는데 특히 개인 및 가계에 직접적인 현금을 제공하는 ‘실업급여 확대 정책’과 ‘소득지원정책’에 초점을 맞추어 살펴본다. 3장에서는 5월 이후 미 정치권에서 논의되고 있는 후속 정책안(일명 CARES Act 2)들을 망라 해 보고 민주당과 공화당의 대표안인 HEROES Act와 HEALS Act 비교 하여 본다. 마지막으로 8월 현재 양당의 협의가 교착상태에 빠진 가운데 백악관에서 자체적으로 발동한 대통령 행정명령(executive order)의 주 요 내용을 간략히 짚어본다. 그리고 CARES Act의 정치사회적 함의를 찾 아보고 후속 정책의 모습을 예단해 본다.

3) 단 제4절에서는 CARES Act의 주요 내용을 알아보기 위하여 Product study 접근법을 사용하여 정책을 분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