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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절 코로나 감염증의 확산과 CARES Act의 탄생 4)

CARES Act는 정책의 방대한 규모와 범위에 비해 매우 빠른 기간(약 3 주) 안에 발의/인준된 법안이다. 보다 자세한 비교를 위해서는 미국 의회 사(史)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겠지만 최소 1990년대 이래 대규모 연방예 산을 수반하는 법안 중 이렇게 신속하게 입법 과정을 통과한 법안은 전무 하였다. 본 장에서는 2월 코로나 사태의 서막부터 3월 말 CARES Act의 발효까지 미국에서 코로나 팬데믹과 관련하여 발생한 주요 정치/경제/사 회적 사건과 중요 순간들을 시순(chronological order)으로 정리하고 CARES Act 입법과정의 내막을 자세히 들여다 본다.

1. 미국 COVID-19 팬더믹의 전개

2020년 1월 21일 미 질병통제국 (CDC: Centers for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은 미 본토에서 첫 번째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 했음을 공식적으로 확인한다 (CDC-a, 2020). 이 후 2월 중순까지 뉴욕, 캘리포니아, 워싱턴 등 해안 주 (coastal states)의 주요 도시들을 중심으 로 신규 확진자가 지속적으로 증가하였지만 미 연방정부는 소극적 대응 으로 일관하였다. 보건 전문가들의 회의적인 반응에도 불구하고 1월 31 일에 취한 ‘중국 체류 및 방문자에 대한 입국금지 조치’와 선언적 수준에 지나지 않는 ‘공중보건비상 (Public Health Emergency)’ 선포를 제외 하면 연방정부 차원에서 그 외의 대응은 전무하였다 (Thielking &

Fache, 2020). 2월 29일 CDC는 미국 내 코로나 관련 첫 사망 사례를 발 표하고 (CDC-b, 2020), 그로부터 10여일 후 세계보건기구 (WHO:

4) 본 절은 김태근 (2020)의 내용 중 일부를 보충하여 재구성하였다.

World Health Organization)는 COVID-19 팬데믹을 선포한다 (WHO, 2020). 이와 맞물려 3월 중순을 기점으로 미국 내 확진자 수는 폭발적으로 증가하기 시작하는데, 가장 빠른 확진자 증가세를 보인 뉴욕 주의 앤드류 쿠오모 주지사는 주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연방정부의 강력 한 개입을 촉구하였으며 안일한 방식으로 대처하던 트럼프 행정부의 대 응은 변곡점을 맞게 된다.

3월 13일을 기해 트럼프 행정부는 미 전역에 걸쳐 연방 비상 사태 (State of Emergency)를 선포하고 코로나 대응을 위한500억 달러 (약 62조원)의 긴급 자금을 각 주정부에 배포한다 (NCLS: National Conference of State Legislatures, 2020). 하지만 초기 방역에 실패한 대응에는 한계가 있었고 바이러스는 겁잡을 수 없는 속도로 확산되어 나 갔다 (Fox, 2020). 6개 주에 국한되던 확진 사례가 50개 전체 주로 퍼지 는데 채 일주일이 걸리지 않았고, 비상 사태 선포 후 단 2주 만에 미국은 82,000명의 확진자와 1,000명의 사망자로 세계에서 가장 많은 확진/사 망자 보유국이 된다 (Schumaker, 2020).

이 와중에 공공의료체계의 부재와 의료 물품 및 진단 키트의 부족은 사 태를 더욱 악화 시켰으며, 급기야 3월 18일 트럼프 행정부는 군수물품법 (Defense Production Act)에 의거하여 의료 용품에 대한 강제 생산 및 동원령을 발효한다 (Else, 2020). 아울러 3월 19일 코로나 대응의 총괄 지휘권을 보건후생성 (HHS: Department of Health and Human Services)에서 연방재난청 (FEMA: Federal Emergency Management Agency)으로 이관 하는데 이는 코로나 사태를 공중보건의 위기로 국한 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적 재난 사태로 인정하는 것이었으며 (NCLS, 2020), 동시에 초기 대응 실패의 책임을 CDC와 HHS로 전가하는 정치 적 체스쳐였다. 통제할 수 없는 바이러스의 파급력은 주 정부와 지방 정

부로 하여금 최후의 수단을 사용하도록 강제하였는데 그것은 바로 ‘봉쇄 (Lockdown)’이었다.

2. 경제 위기의 증대와 특단적 조치에 대한 요구

3월 19일 캘리포니아 주를 필두로 각 주 정부는 일명 ‘자택대피령’을 발효한다. 주 별로 사용하는 용어의 차이는 있었지만5) 법령의 핵심 내용 은 “필수 사업 (essential work)을 제외한 모든 행위 및 이동을 제한”하 는 실질적 ‘봉쇄’였다. 연방제 하에서 자택대피령의 발동 권한은 각 주정 부에 귀속되어 있기 때문에 연방정부에서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뿐 구 체적 발효 시기와 운영 방식은 전적으로 주 정부에서 결정한다 (Ortiz &

Hauck, 2020). 특히 시행령의 핵심은 “‘필수 사업’의 범위를 어디까지로 인정할 것인가?” 였는데 이 역시 각 주 마다 다른 기준을 적용하였다. 일 례로 사태가 가장 심각하였던 뉴욕주의 경우, 학교, 종교시설, 건축업, 유 흥업, 서비스업, 생필품을 제외한 모든 도소매업 등 광범위한 분야가 비 필수 사업 (non-essential work)으로 지정돼 폐쇄(shut down)되었으 며, 4월 24일까지 응급 수술 및 필수적 치료를 제외한 모든 의료 행위 마 저도 제한되었다 (Guarino, 2020).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거의 대부분 의 주에 걸쳐서 시행된 봉쇄령은 2월 말부터 하방 압력에 시달리던 미국 경제에 직격탄이 되었다.

경기 선행 지표인 국제 유가의 하락과 코로나발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 로 다우산업 평균지수가 2월 말부터 하락세에 접어들었고, 그나마 3월 3 일과 15일 두 차례에 걸친 연방준비제도이사회 (Fed: Federal Reserve

5) 대다수의 주에서 ‘stay-at-home order’ 또는 ‘shelter-in-place order’라는 용어를 사 용하였다.

Board)의 공격적 금리인하가 추가 하락을 억제하는 수준이었다 (Matthews, 2020). 하지만 봉쇄령으로 인해 생산과 소비를 동시에 아우 르는 실물경기의 위축은 잠재되 있던 시장 참여자들의 패닉을 폭발시켰 고 3월 22일 다우 지수는 18,000대로 폭락한다6). 이에 더하여 역대 최고 의 실업 쓰나미에 대한 경고와 마이너스 성장에 대한 우려가 언론과 관계 기관들을 중심으로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미 재무장관 스티브 무느신 은 상원 재정위원회에서 정부의 개입이 없을 경우 실업율이 20% 육박할 것이라 보고하였고 (Lawder, 2020), 골드만 삭스는 2사 분기 성장율이 마이너스 24%에 수렴할 것이란 암울한 전망을 내어 놓았다 (Domm, 2020). 주요 경제 지표로만 보면 이미 대공황을 뛰어 넘는 미증유의 사태 를 맞이한 것이다. 이제 코로나 사태의 해법은 두 개의 트랙으로 분화하 였다. 하나는 “어떻게 바이러스의 확산을 막고 의료체계을 유지할 것인 가?”이고 다른 하나는 “어떻게 무너지는 경제를 지탱하고 회복시킬 것인 가?”였다.

미국이 처한 현실을 고려할 때 확산의 방지를 위한 유일한 대책은 봉쇄 밖에 없었지만 봉쇄를 유지할 경우 경제 회복은 요원한 일이었다. 이 때 부터 봉쇄라는 딜레마를 둘러싼 트럼프 행정부와 주정부 사이의 갈등이 시작되는데 보건 전문가들과 절대적인 여론의 지지를 업고 주지사들은 봉쇄령을 선택한다. 이제 경제 문제 해법에 대한 방적식은 단서가 하나 더 붙으며 한 층 복잡해진다. “어떻게 하면 ‘봉쇄를 유지한 채’ 경제를 살 릴 것인가?” 이 고차 방정식 앞에서 백악관이 준비해 오던 경제 구제 (bailout) 방안, 즉 사회보장세 (payroll tax)의 전면적 폐지7)를 통한 감

6) 참고로 2월 말 다우 지수는 약 29,000대였다. 한 달이 채 안되는 기간 동안에 40%에 가 까운 주가가 증발한 것이다. 이는 대공황 이후 최대의 대폭락이었다.

7) 한국의 국민연금에 해당하는 사회보장(Social Security)연금과 노령의료보험 (Medicare) 의 재정을 충당하기 위한 일종의 목적세로 피고용인의 총 소득을 기준으로 고용주와 피 고용인이 각각 7.5% (자영업자의 경우 본인이 15% 전액) 부담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

세안은 설자리를 잃게 된다. 왜냐하면 봉쇄조치로 대규모 실업이 불가피 한 상황에서 고용을 전제로 한 소득세의 개편은 실효성이 없을 뿐더라 그 정도의 미미한 정책으로 대응하기엔 이미 그 파고가 너무 컸기 때문이다.

한편 3월 중순을 전후하여 학계를 중심으로 경기 부양을 위한 ‘헬리콥 터 머니 (중앙은행의 발권력을 동원한 현금 살포)’의 필요성이 대두되기 시작한다 (Gali, 2020). 이에 화답한듯 3월 23일 제롬 파월 Fed 의장은

‘무제한적 양적완화 (unlimited quantitative easing)’를 선언하고 Fed 의 직접적인 채권 매입을 통해 연방 정부와 시장에 유동성을 ‘충분히’ 공 급할 것이라고 발표한다 (Matthew, 2020). 정치적 중립성을 중요시하여 현안에 대한 직접적 언급을 최소화하는 Fed의 관례에 비추어 볼 때 이번 파월의 발언은 ‘재정적 고려없는’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로 해 석되기에 충분하였다. 봉쇄라는 불가피한 현실적 조건, 학계와 여론의 적 극적 구제안 요구, 그리고 무엇보다 Fed의 전폭적인 재정지원 약속, 이 세가지 여건이 토대가 되어 의회의 구제안 논의는 급진전한다.

3. 초당적 합의와 CARES Act의 탄생

이미 의회에서는 코로나 사태의 심각성이 고조되던 3월 초순부터 민주 당 신예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 코르테즈 연방 하원의원을 중심으로 기 본 소득(basic income) 도입에 대한 논의가 있어 왔다 (Relman, 2020). 한발 더 나아가 공화당 소속의 톰 코튼 연방 상원의원은 코로나로 인한 경제 위기 타개책으로 전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기본 소득 (universal basic income) 구체안을 제시하였다 (Lahut, 2020). 그 외

임 이후 사회보장세의 폐지를 줄곧 주장하여 왔는데 코로나 경제 위기를 계기로 다시 한 번 폐지안을 꺼내 들었다 (Schneider & Holland, 2020).

에도 워싱턴 정가에서는 현금 지급, 실업보험의 확대, 취약 산업부문에 대한 금융지원 등 다양한 구제안들이 봇물처럼 터져 나온다. 공화당과 민 주당 사이에 각론의 차이는 있었지만 정부의 개입이 절실한 상황이라는 기본적 전제에 대한 동의가 있었기 때문에 의회에서 논의되던 방안들을 총 망라한 패키지 법안에 대한 합의는 순조롭게 진행되어 갔다. 앞에서 설명한 파월 의장의 성명은 입안 과정에서 가장 첨예한 부분인 예산안 논 의를 쉽게 만들었는데 이는 Fed의 양적완화 조치로 연방정부의 재정적자 에 대한 부담을 덜어내고 협의안을 다듬어 갈 수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법안의 빠른 상정을 위해 공화-민주 양당은 상대 당의 요구를 빼는 것 없 이 자기 당의 요구를 더해가는 방식으로 법안을 수정해 나갔다 (Hatmaker, 2020).

특히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 미치 맥코넬은 민주당의 암묵적 동의 하에

특히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 미치 맥코넬은 민주당의 암묵적 동의 하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