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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절 한국 복지체제의 당면문제

한국 복지모형 구축과 관련해서 중요 현안을 정하는 문제는 결코 간단하지 않다. 이는 문제의 우선순위 설정 자체가 정치적 현안이기도 하지만, 인관관계 규명 등 다양한 이론적 쟁점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한계에도 불 구하고, 우리사회가 지난 10년간 축적해 왔던 연구성과를 토대로 복지모형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과 우리사회의 당면 현안 그리고 대책에 대해 간략하게 살 펴보고자 한다.

1. 복지국가의 세 가지 토대

복지국가에 대한 논의와 관련해서 그 지속가능성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제6장 한국 복지모형의 대안적 모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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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인은 크게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그것은 <노동․소비․재원>의 문제이 다. 이 세 가지는 서로 밀접한 관련성을 갖고 있으며, 부분적인 인관관계를 설 정할 수 있다. 하지만 각각 독립된 영역으로 이해해야 할 것이다.

먼저 지속적인 노동은 경제를 지탱하는 전제조건이자, 개인 및 가구단위에서 생활에 필요한 소득을 조달하는 안정된 기반이다. 그리고 노동을 통한 1차 소 득분배의 활성화는 기타 복지수요를 감소시키는 역할을 하게 된다. 따라서 실 업 등 노동배제의 증가는 소득과 소비로부터의 배제를 동반하며, 복지지출을 증가시키는 요인이 된다. 특히 노동시장의 구조가 급격하게 변화하면, 장․단기 적으로 실업 경험 집단이 증가하게 되고, 이들을 중심으로 소비영역에서 박탈 을 경험하는 집단이 증가하게 된다. 더욱이 이를 지원할 가족적 지지망이나 사 회보장체계가 발전하지 않았다면, 그 충격은 더욱 클 수 밖에 없다.

이어 필수재의 성격을 갖는 재화 및 서비스에 대한 공급방식 또한 복지국가 를 지탱하는 중요한 기반이다. 가족은 노동의 지탱하는 기반이자 노동을 통해 보전하고자 하는 가치일 수 있다. 그리고 가족은 아동을 교육하고 부양하는 중 요한 기능을 담당한다. 하지만 필수재를 구입하는데 필요한 지출이 급격하게 증가한 경우, 심각한 사회문제가 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재화나 서비스가 사적으로 구매되는 형태를 취하는 경우, 이러한 문제가 더욱 심각하게 나타날 수 있다. 이는 교육비, 의료비, 주거비 등이 급격하게 증가하는 경우, 대부분의 가구는 그 지출을 감당하기 힘들다는 것을 의미한다. 해당 욕구에 대한 복지수 요가 증가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기초적인 소비를 보장하는 사회보 장제도가 발전하지 않았다면, 그 부담은 더욱 크게 느껴지고, 결과적으로 다른 경제․사회영역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끝으로 복지재원은 복지국가를 지탱하는 가장 중요한 토대라고 말할 수 있 다. 물론 그것은 노동시장 여건이나 생활세계에서의 복지수요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노동시장여건은 사회지출에 필요한 재정수입에 영향을 미치며, 생활세계 에서 발생하는 복지수요는 지출증가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하지만 복지재 원은 고용구조의 변화와 행정인프라의 발전단계, 그리고 복지지출에 대한 국민 의식 등에 의해 결정되는 다른 차원의 문제이다. 대부분의 국가에서 복지지출

한국복지모형에 대한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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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 고용구조의 변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비임금근로자나 비공식부문 근로자 가 많은 사회에서 안정적인 복지재원을 마련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를 위한 행정인프라 또한 중요한 문제이다. 과세를 위한 행정인프라가 발달하 지 못한 국가는 복지재원을 확충하는데 형평성을 담보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더불어 복지지출에 대한 국민의식 또한 중요한 요인이다. 만일 조세부담이 증 가해도 그것이 자신의 생활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느끼거나, 과세 의 형평성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조세저항이 증가할 수 밖에 없다. 이러한 맥락 에서 복지지출의 증가가 잔여적 복지제도를 유지하는데 투입된다면, 이는 복지 지출의 확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1990년대 이후 세계 각국에서 이 세 가지 요인이 어떻게 조합되는가에 대해 서는 T. Iversen의 주장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그는 이미 널리 알려진 트릴레마 (Trilemma)라는 개념을 통해 현대 복지국가가 고용위기와 분배위기 그리고 재 정위기라는 세 가지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지 못하는 딜레마에 빠져 있다는 점 을 지적하였다. 탈산업화 경향은 고용위기를 심화시키고, 이는 분배위기를 심화 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하고 있다. 하지만 20세기 후반 들어 대부분의 국가에서 정부재정은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으며, 재정건전성에 대한 압력은 강해지고 있다. 이는 복지수요 증가에 따라 지출확대가 필요하지만 정작 재정여건은 악 화되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Iversen & Wren, 1998). 그렇다면 이 딜레마에 서 어떠한 선택을 할 것인가는 현대 복지국가라면 피할 수 없는 질문인 것이 다. 기존의 복지국가들이 어떤 한 가지를 희생하여, 다른 두 가지를 살리는 차 선을 선택하였다면, 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선택은 가능한가 하는 점이다.

2. 한국 복지국가의 토대에 대한 진단

2008년 현재 우리사회 또한 이러한 질문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적어도 지난 10년간의 상황은 고용위기와 분배위기의 심화로 설명할 수 있다. 그리고 상대적으로 반복되는 경제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재정건전성 또한 점진적으로 악화되는 상황이다. 따라서 여기서는 우리사회에서 복지체제를 지탱하는 각 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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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의 여건이 어떠한지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기로 한다.

첫째, 고용위기는 이미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점이다. 지난 30년간 우리 사회가 경험했던 것은 대량의 일자리 창출을 통해 대부분의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그것은 양질의 노동력을 공급하여 경제성장을 견인하고, 보편적 빈곤문제를 해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이러한 경험은 21세기에 도 여전히 우리사회 전반을 강하게 지배하고 있다. 일자리 창출이 최선의 해법 이라는 것이다. 물론 이는 당연한 일이다. 문제는 현재 우리사회가 과거와 같이 대규모로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지난 10년간의 각종 노동지표는 이것이 지난 고도 성장기에는 작동할 수 있었지만, 현재 상황에서 는 기대하기 힘들다는 점을 말해준다. 일각에서 말하는 <고용 없는 성장>은 이 러한 현실을 압축적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산업구조와 고용구조 의 급격한 변화에 기인하는 것이다. 탈산업화 경향이 가속화됨에 따라 제조업 부문에서 사라지는 일자리를 대체할 수 있는 양질의 일자리 창출은 더욱 힘들 어 지고 있다. 실제로 현재 서비스부문의 생산비중과 취업자 비중은 OECD국가 는 물론이고, 동아시아국가와 비교해도 낮은 수준이다. 달리 표현하면, 탈산업 화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임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양질의 일자리를 창 출하는 전략만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가능한 선택이 아니 다. 우리사회의 고용문제는 이미 질적․양적으로 새로운 전환기에 들어서 있다.

사람들은 보다 좋은 일자리를 선호하지만, 고정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짐에 따라 투자규모에 비해 창출되는 일자리 규모는 적다. 서비스부문에서 저임금의 일자리는 증가하지만 이를 통해서는 생활에 필요한 지출을 감당하기 힘들다.

이 점에서 고용위기 문제를 풀어가는 해법은 다양한 방식으로 모색되어야 할 것이다.

둘째, 생활세계에서 필수재의 성격을 갖는 재화나 서비스가 복지국가의 토대 를 위협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것은 단적으로 최근 가계가 부담하는 교육비와 주거비 부담의 급격한 증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물론 중질환이나 만성질환 을 가진 사람들이 부담해야 하는 과도한 의료비 문제도 존재한다. 이는 가족과 사회의 재생산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필수재의 가격안정이 매우 중요한 문제

한국복지모형에 대한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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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을 의미하는 것이다. 소비문제는 노동 및 소득문제와 밀접한 관련이 있지만, 사실은 그것과 별개의 문제이다. 일정한 소득을 보장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생각은 근시안적인 생각이다. 현실에서 개별 가구의 소비욕구는 가구 구성과 생애주기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인다. 더욱이 시장을 통해 재화를 소비해 야 하는 경우, 가격인상이나 욕구증가가 문제가 된다. 그리고 우리사회는 주거 비와 관련해서는 가격인상의 문제에, 교육비와 관련해서는 욕구증가의 문제에 봉착해 있다. 특히 교육비는 교육체계 전체가 사교육 중심 체계로 작동하게 되 면서, 욕구경쟁을 벌이는 양상을 나타내게 된다. 그것은 소득계층과 무관하게 교육비 비중이 증가하는 것으로 귀결된다. 문제는 이것이 소득지위에 따라 교 육기회의 불평등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점이다. 참고로 2008년 현재 저소득 여성가장의 사교육비 부담은 일반 가구의 부담에 비해 매우 높은 수준이다. 특

임을 의미하는 것이다. 소비문제는 노동 및 소득문제와 밀접한 관련이 있지만, 사실은 그것과 별개의 문제이다. 일정한 소득을 보장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생각은 근시안적인 생각이다. 현실에서 개별 가구의 소비욕구는 가구 구성과 생애주기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인다. 더욱이 시장을 통해 재화를 소비해 야 하는 경우, 가격인상이나 욕구증가가 문제가 된다. 그리고 우리사회는 주거 비와 관련해서는 가격인상의 문제에, 교육비와 관련해서는 욕구증가의 문제에 봉착해 있다. 특히 교육비는 교육체계 전체가 사교육 중심 체계로 작동하게 되 면서, 욕구경쟁을 벌이는 양상을 나타내게 된다. 그것은 소득계층과 무관하게 교육비 비중이 증가하는 것으로 귀결된다. 문제는 이것이 소득지위에 따라 교 육기회의 불평등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점이다. 참고로 2008년 현재 저소득 여성가장의 사교육비 부담은 일반 가구의 부담에 비해 매우 높은 수준이다. 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