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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절 복지체제론의 주요 쟁점

복지체제론은 추상수준이 매우 높은 개념이며, 다양한 비서구권 국가의 복지 제도를 설명하는데 많은 한계를 안고 있다. 그럼에도 이 개념은 복지체제의 발 전방향을 모색하는데 중요한 시사점을 안겨준다. 그리고 그것은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그러하다. 탈상품화와 계층화의 문제가 그것이다.

1. 복지체제의 가치지향: 탈상품화와 재상품화

탈상품화는 복지제도가 지향하는 정책적 목표일 수 있다. 시장소득에 대한 높은 의존도로 인해 나타나는 박탈(deprivation)과 불평등(Inequality)의 문제를 해 결하기 위해서는 복지제도를 통해 그 충격을 흡수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이유에서 사회보험이라는 강제된 사회안전망을 구축하고, 이를 통해 보 호하기 힘든 집단에 대해 사회부조 형태의 지원을 강화하는 것이다. 이 두 개 의 제도는 서로 기능적인 상보관계에 있다고 볼 수 있으며, 가장 이상적인 관 계는 사회보험 등의 1차 사회안전망이 확충됨으로써 사회부조 등 2차 사회안전 망에 대한 수요가 최소화되는 것이다.

문제는 사회보험제도 등 1차 안전망의 지속가능성이 경제상황과 밀접한 관련 이 있으며, 지난 20년간 세계 각국이 직면하고 있는 고용위기의 문제는 사회보 험제도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 결과, 세수가 감소하고 사 회부조제도에 대한 지출이 증가함에 따라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미시적 복

제2장 복지모형에 대한 이론적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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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제도 개혁이 불가피했다는 점이다. 이것이 미국이 1990년대 중반 추진했던 복지개혁(PROWRA)이나 유럽 가국이 같은 시기 추진했던 각종 활성화정책 (Activation Policies)의 추진배경이었다.

이는 사회보험과 사회부조제도가 서로 상보적 관계에 있다고는 하지만, 사회 부조제도에 대한 의존성이 증가하는 경우, 정치적·재정적으로 기존 복지체제의 지속가능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귀결은 일정 정도 탈상품화(de-commodification)에서 재상품화(re-commodification)로의 경향을 나타내게 된다.

1990년대 이후 서구 각국에서 나타났던 이러한 변화는 2008년 현재 우리사회 에서 묘한 시사점을 안겨준다. 다른 많은 신흥산업국가처럼 우리나라는 사회보 험제도의 가입범위(coverage)가 낮다는 구조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다. 그것은 상 대적으로 큰 비임금근로자 비중과 노동유연화로 인한 비정규근로자의 증가 등 으로 표현할 수 있다. 이는 사회보험제도를 도입하였으나 그것이 20세기 중반 서구 국가들에서와 동일한 방식으로 작동하기 힘들며, 그로 인해 동일한 효과 를 가정할 수 없다는 점이다. 사회보험제도를 내실화하려는 노력을 하더라도 사회보험 가입범위를 확대하기 힘들며, 결과적으로 사회부조제도에게 의존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하지만 사회부조제도를 확장하는 과정에서 제기되는 문 제점은 서구 복지국가가 경험했던 복지의존성(welfare dependancy)을 어떻게 최 소화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바로 이러한 맥락에서 우리나라는 사회부조제도에 서 재상품논리에 기반한 활성화정책을 도입하게 된 것이다. 실제로 정책결정자 나 전문가들은 1999년 기초생활보장제도 법제화 과정에서 이러한 위험성과 대 책의 필요성을 잘 인식하고 있었다(강신욱 외, 2006).

2. 복지체제와 경제성장: 생산체제의 문제

복지체제는 생산체제(Production Regime)와의 관련성 하에서 논의되어야 한다.

여기서 생산체제란 ‘생산영역에 간여하는 다양한 기관(institutions)과 정책 (policies)의 구성체’를 의미한다(E. Huber & J. D. Stephens, 2001). 실제 기존 한

한국복지모형에 대한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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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 복지체제 유형화 논의는 생산체제에 대한 고려가 부족했던 것처럼 보인다.

예를 들어, 한국 복지체제가 자유주의와 보수주의의 혼합형이라고 규정하는 경 우, 그것이 향후 유럽 사민주의 복지체제를 모델로 해야 한다거나, 신자유주의 복지체제를 모델로 해야 한다는 논거를 제시해 주는가. 적어도 기존의 논의는 이 문제에 관해 적절한 답변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8) 이는 생 산체제의 성격과 발전방향에 대한 논의가 복지체제에 대한 논의와 함께 진행되 지 못함에 따라 규정성과 가능성을 함께 고려한 발전전략을 제시하지 못하고 단 순히 복지지출의 확대 필요성을 강조하는 원론수준에 머무르고 있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 복지체제와 생산체제에 대한 논의는 유기적으로 결합되어야 한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생산체제와 복지체제는 기계적인 일대일 관계가 아니라 다 대다 관계로 이해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 저변에는 생산체제가 복지체제 의 성격을 규정한다는 기존의 거대담론에 대한 비판이 전제되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 E. Huber는 동일한 복지체제를 가진 국가가 상이한 생산체제에 기초할 수 있으며, 반대로 동일한 생산체제를 가진 국가가 상이한 복지체제를 구축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것은 사회민주주의 복지국가(Social-Democratic Welfare State), 기독교민주주의 복지국가(Christian Democratic Welfare State), 자 유주의 복지국가(Liberal Welfare State), 봉급생활자 복지국가(Wage Earner Welfare State)로 유형화된다. 각 복지체제 유형 중 생산체제의 이질성이 심한 경우로 <기독교민주주의 복지국가>를 들고 있다. 특히 후자와 조응하는 생산체 제는 크게 세 개의 하위 집단으로 분화된다고 말한다(E. Huber & J. D.

Stephens, 2001).

한국 복지체제에 대한 논의 또한 생산체제의 성격과 발전방향에 대한 고려에 기초해야 한다. 먼저 GDP 수준, 국제 분업관계 상의 위치, 산업구조의 특성과 변화, 기업구조의 특성, 노동시장 유연화 등에 대한 현실인식을 토대로 국가의

8) 더욱이 기존의 서구 복지체제 유형화는 복지체제를 독립변수로 고려하는 과정에서 생산체제 와의 관련성을 소홀하게 처리하거나 암묵적으로 동질적인 생산체제를 전제하는 경향을 나타 내고 있다. 이 점에서 기존의 유형화 방법을 무비판적으로 비서구권 국가에 적용하는 경우, 복지체제와 생산체제의 관계를 고려하지 않은 추상적인 논의로 귀결될 위험성이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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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적 개입전략을 명확히 해야 한다. 생산체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관계, 비정규직 문제 등과 맞물려 복지체제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그것은 단순히 빈곤율의 증가나 복지수요의 증가에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복지제도의 적용 방식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노동시장의 균열과 이해관계의 대립은 보편적 복 지제도의 형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위험성이 크다. 이 점에서 생산체제에 대한 고려 없는 복지체제 논쟁은 공허하게 들릴 수 있다.

물론 복지체제는 이 생산체제의 영향을 받는 동시에 그것을 보완 또는 개선 하는 기능을 수행한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복지체제는 시장경쟁을 통해 발 생하는 취약계층과 빈곤층을 지원함으로써 계층 간 갈등을 최소화하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아울러 각종 제도적 장치를 통해 생산체제 차원에서 빈곤발생 을 예방하는 다양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 시장에서 발생하는 소득불평등은 국 가의 복지정책을 통해 완화될 수 있으며, 그 정도는 각국 복지체제의 성격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9) 그럼에도 복지체제는 부의 창출여건(생산체제)을 훼손 하지 않아야 한다는 원칙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이는 GDP 대비 사회지출로 표 현되는 지출총량의 적정성 외에도 기능별 지출비중과 지출방법 측면에서 복지 체제가 생산체제 상 발생하는 소득불평등을 해소하는 동시에 성장에 기여하는 방식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성장과 분배의 선순환 관계는 구체적 실천에 있어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기 용이하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그 러한 이유에서 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로 이것이 복지체제가 생산체제와의 관계에서 일차적으로 풀어야 할 숙제인 것이다.

9) Oxley et al.(1998)에 따르면, OECD 11개국을 대상으로 시장소득과 가처분소득 기준 지니계수 를 살펴보면, 1994~1995년경 각국은 평균 16.7%의 지니계수 감소효과를 나타내고 있다. 하지 만 국가에 따라 지니계수의 감소효과는 매우 큰 편차를 보이고 있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다.

지니계수 감소효과가 가장 적은 국가는 일본으로 7.5%이고, 가장 큰 국가는 스웨덴으로 25.8%로 나타나고 있다. 그리고 이는 빈곤률 감소효과를 살펴보아도 유사하게 나타난다. M.

F. Forster(2000) 또한 OECD 13개국을 대상으로 1994~1995년경 시장소득과 가처분소득 기준 빈곤률 감소효과를 살펴보고 있는데, 그에 따르면 평균 18.9%의 빈곤률 감소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미국이 가장 낮은 9.4%의 빈곤감소 효과를 나타내고 스웨덴이 가 장 높은 28.7%의 빈곤감소효과를 나타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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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복지체제와 고용체제: 고용기근과 고용불안의 문제

복지체제에 대한 논의는 생산체제 외에도 고용체제(Employment Regime)와의 관련성하에서 논의될 필요가 있다. 그 이유는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고용 없 는 성장> 문제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경제성장이 이루어진다 하더라도 그것이 복지수요 증가에 미치는 영향은 고용을 매개로 하기 때문이다. 경제가 지속적

복지체제에 대한 논의는 생산체제 외에도 고용체제(Employment Regime)와의 관련성하에서 논의될 필요가 있다. 그 이유는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고용 없 는 성장> 문제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경제성장이 이루어진다 하더라도 그것이 복지수요 증가에 미치는 영향은 고용을 매개로 하기 때문이다. 경제가 지속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