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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동아시아 복지모델 연구의 출범과 발전

여기서 동아시아 복지모델 또는 동아시아 복지체제라는 용어는 특정한 이론 적 구조물을 전제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동아시아 복지국가를 관통하 는 공통점이 있음을 가정하는 이론 혹은 개념을 통칭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지난 20년간 동아시아 복지국가의 보편성을 강조하는 주장이 없었던 것은 아니 다. 그것은 때로 정치의 과잉을 강조하였고, 때로는 유교문화에 기초한 가족적 전통을 강조하였으며, 때로는 경제중심주의 또는 발전주의를 강조하기도 하였 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을 하나의 복지체제에 대한 정교한 이론적 구성물이라 고 말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그것은 대부분 제한된 자료에 대한 단편적 설명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동아시아 복지국가의 공통점에 착안했던 가장 선구적인 연구자 중 한 사람은 Jones였다. 그는 1990년 가족적 복지국가(Oikonomic Welfare State), 1993년 유교 주의 복지국가(Confucian Welfare State)라는 개념을 통해, 동아시아 국가들을 관 통한 보편적 측면을 지적한 바 있다. 이는 상대적으로 공적보장보다 사적보장 체계에 의존하고 있는 이들 국가의 특성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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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은 이후 많은 연구자들이 공유하고 있으며, 새로운 연구결과를 통해 보완 하는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 따라서 그의 이론은 동아시아 복지모델에 대한 이 론적 토대 중 하나를 구축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어 Goodman과 Peng(1996)은 동아시아 복지모델(East-Asian Welfare Model)이 라는 개념을 통해 이들 국가의 특징을 설명하고자 하였다. 그들은 동아시아 국 가들이 사적안전망에 대한 과도한 의존성과 복지에 대한 정의의 과도한 규정성 을 특징으로 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였다. 이 또한 과히 틀린 말은 아니다. 최 근 해당 국가의 복지체제 연구자들 또한 발전주의나 정치과잉 등의 개념을 통 해 이러한 특징에 주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 그 또한 동아시아 복지 모델에 대한 중요한 이론적 토대를 구축한 것으로 간주할 수 있다.

2000년 이후 서구 연구자들 사이에서는 동아시아 복지모델에 대한 관심이 빠 르게 증가하기 시작하였고, 보다 다양한 연구결과가 나타나기에 이른다. 그리고 같은 시기 동아시아 국가 내부에서도 이 주제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 기 시작한다. 그 중에서 대표적인 연구자 및 그 주장을 두 가지만 제시하기로 하겠다. Gough(2004)의 ‘사회투자국가’(Social Investment State), Holliday(2005)와 Wilding(2008)의 ‘생산적 복지국가’(Productive Welfare State) 개념이 그것이다. 이 들은 동아시아 복지국가가 <보편성․보장성․탈상품화>보다 <선별성․근로유 인․재상품화>의 경향이 강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이들 중 Ian Holliday(2003)와 Paul Wilding(2008)의 연구결과는 이후의 논의에 매우 실질적인 도움을 주게 된다. 이 두 연구는 동아시아 복지모델과 관련된 논의의 출발과 최근의 동향을 이해할 수 있는 중요한 단서를 제공해 주기 때문 이다.

먼저 Holliday는 동아시아 복지국가들과 관련된 초기의 종합적인 논의를 대변 하고 있다. 그는 싱가폴, 홍콩, 대만, 한국의 복지체제를 정책과정, 규제, 공급, 재원 등 네 가지 측면에서 비교하여 여섯 가지 공통점을 제시하고 있다: ①정 치적 목적의 중시, ②경제발전과 완전고용을 통한 복지의 대체, ③생산적 복지 의 우위,16) ④서구 복지국가에 대한 비판여론의 조성, ⑤가족의 역할 중시, ⑥ 행정을 통한 정치의 흡수가 그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특성을 가진 동아시아 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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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체제가 세계화의 충격에 반응하는 양상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다. 즉, 세계 화는 동아시아 복지제도를 강화하고, 복지축소에 대한 대중적 저항을 강화하는 경향을 나타내고 있다는 것이다(Ian Holliday & Paul Wilding, 2003). 이 논문은 동아시아 복지국가들의 초기 확장국면에서 나타나는 이행기적 특성을 잘 설명 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이어 Wilding의 최근 논문은 수년간의 변화된 현실에 대한 고려를 담고 있다.

먼저 그는 동아시아 복지모델(East-Asian Welfare Model) 개념이 아직 효용성이 있는가 반문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그는 동아시아 복지모델 개념이 다음 네 가 지 이유에서 효용성이 있다고 말한다: ①980~90년대 서구 복지국가가 정체성의 위기를 경험하는 순간에 동아시아 사회정책 모델은 복지에 대한 대안적 접근방 식에 대한 어떤 시사점을 주고 있다는 점이다. ②서구 복지국가 비교가 국가 중심적 비교연구 모델이었다는 점에서 다른 지역을 단위로 하는 복지모델 개념 이었다는 점에서 큰 시사점이 있다는 것이다. ③경제정책과 사회정책간의 관계 에 대한 새로운 조합방식에 대한 관심을 고취시켰다는 점이다. 동아시아 국가 들은 복지지출은 낮지만, 사회적 웰빙 측면에서는 매우 높은 점수를 얻고 있다 는 점에서, 낮은 사회지출과 높은 경제성장 간의 관계를 믿고 싶은 사람들에게 중요한 의미를 가졌던 것이다. ④이 개념은 복지국가의 다양한 발전경로와 관 련해서 새로운 쟁점을 제기하였다는 점이다. 그것은 복지체제가 산업발전단계, 민주주의, 문화 등과 어떠한 관계가 있는가에 대한 새로운 쟁점을 제기하고 있 는 것이다. 이들 사회는 서구형 복지에 대한 필요성이 적은 것인가. 이들은 세 계화가 개념화되기도 전에 세계화된 경제체제를 가진 국가였는가. 성공적인 글 로벌 경쟁력은 낮은 세율과 공공지출이 전제조건인가 등이 그것이다.

또한 Wilding은 동아시아 복지모델이라는 개념이 위에 언급한 것과 같은 효 용성을 갖고 있지만, 그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생산적(productive) 복지 개념이

16) Holliday는 동아시아 복지국가를 ‘생산적 복지자본주의’(productive welfare capitalism)로 표 현하고 있는데, 그것은 ‘경제성장과 정치적 정당화에 초점을 두고 작동하는 정부가 추진하는 사회정책’을 지칭한다. 그리고 이러한 정책의 목표는 ‘경제에 양질의 노동력을 공급하고, 정치 사회적 안정성을 보장하고, 노동시장의 원활한 작동을 돕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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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공유되고 있는가 반문한다. 그에 따르면, 이들 국가 간에도 상이한 경향 이 발견된다. 싱가폴과 홍콩은 여전히 생산주의적 경향을 나타내고 있지만, 대 만과 한국은 생산주의적 경향에서 벗어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Wilding, 2008).

2. 동아시아 복지모델에 대한 내부적 연구

동아시아 연구자들에 의한 동아시아 복지모델에 대한 연구는 최근 들어 활발 해 지고 있음에 분명하다. 그것은 각국 연구자 간 교류가 활발해 지면서, 이 주 제에 대한 논의가 더욱 자주 출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국가에 따라 연구 활성화 정도에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의 국가에서 동아시아 복지모델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서 한 가지 언급해야 할 점은 동아시아 연구자들은 각국에 공통 적인 특징을 발견하는데 관심을 갖고 있지만, 그것을 피상적 수준이 아닌 매우 구체적인 수준에서 전개하고자 한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 경우에는 개별 국가 의 사회보장제도에 대한 구체적인 연구결과가 동아시아 복지모델에 대한 논의 로 쉽게 연결되지 못하는 문제점이 나타날 수 있다. 이들 국가 간 공통점에 대 한 논의를 구체적인 자료를 토대로 진행하는 경우, 훨씬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고 결과발표에 조심스럽기 때문이다. 이는 동아시아 복지모델에 대한 논 의가 보다 정교한 이론화 과정에 들어서 있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아래 연구자들은 상대적으로 거시적 관점에 따라 동 아시아 복지모델을 설명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이들은 최근 상대적으로 활 발하게 동아시아 복지모델에 대한 연구결과를 발표하고 있는 연구자이다. 홍콩 의 Ramesh와 Aspalter, 대만의 Lee와 Ku, 일본의 Kimura, 한국의 권혁주 등이 그들이다. 이들은 영문으로 각종 논문을 발표하여 이 주제에 대한 지역 내부의 논의를 활성화시키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그리고 이러한 논의 활성화는 지 금까지 서구 연구자들에 의한 피상적 또는 추상수준이 높은 연구와는 달리 개 별 제도에 대한 연구에 기초한 보다 구체적인 분석결과를 산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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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 언급한 연구자 중 권혁주와 Ramesh, 그리고 Aspalter의 논의를 중심으로 내부적 관점에서의 논의를 설명하고자 한다.

먼저 권혁주의 ‘발전주의 복지국가’(Developmental Welfare State) 개념은 다른 많은 연구자들에 의해 공유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에 따르면, 발전주의 (developmentalism)는 선별적 발전주의와 통합적 발전주의로 구분되는데, 전자는 선별적 사회투자와 권위주의에 기초한 생산주의이고 후자는 보편적 사회투자와 민주정부에 기초한 생산주의로 규정된다(Kwon, 2005). 그의 주장을 동아시아 국가에 적용하는 경우, 다양한 해석이 가능해지게 된다. 즉, 혹자에게 한국은 선별적 발전주의로 해석될 수 있으며, 다른 이에게는 통합적 발전주의로 해석 될 수 있는 것이다.

이어 Ramesh는 짧은 논문을 통해 세계화와 민주화의 충격이라는 두 개의 축 을 중심으로 동아시아 복지국가들의 발전과정과 실태진단 그리고 미래전망의

이어 Ramesh는 짧은 논문을 통해 세계화와 민주화의 충격이라는 두 개의 축 을 중심으로 동아시아 복지국가들의 발전과정과 실태진단 그리고 미래전망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