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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장 한국 복지모형의 변화와 그 진단

제1절 문제제기

1. 한국 복지모형에 대한 기존 연구

우리나라에서 복지모형에 대한 연구는 주로 정부교체 시기에 집중되는 경향 이 있다. 특히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 시절 복지의 성격을 규명하고자 시 도된 연구는 과거 어느 시기의 연구보다 그 양과 논의의 심도에서 큰 진전을 보였다. 경제위기 이후 복지체제의 재정비가 이슈화되면서 급격하게 성장한 복 지의 성격을 규명하는데 관심이 고조되었던 것이다. 그 결과 2000~2002년까지 우리나라 복지모형에 대한 연구는 활발하게 진행되었다(김연명, 2001, 2002; 김 영범, 2001; 남찬섭 2002; 이혜경, 2002; 조영훈, 2000, 2001 등).

조영훈(2000, 2001)은 김대중 정부 복지정책의 주 대상이 빈곤층으로 한정되 어 있고, 생산적 복지를 강조하였다는 점에서 경제위기 이후의 복지정책의 성 격을 신자유주의적인 것이라 규정하였다. 최기춘(2003)도 경제위기 이후 개혁은 세계화에 따른 신자유주의적 거시경제정책에 대한 보완적 수단으로서 보상의 기능을 한 측면이 있다고 보았다. 정무권(2002)의 논의도 이 두 연구자의 결론 과 유사하게 우리나라 복지성격을 규정한 바 있다. 남찬섭(2002)은 복지개혁의 의도에 있어서는 국가책임을 강화하려 하였지만 계층차별적인 결과를 초래하였 으며 경제위기 이후의 복지는 전체적으로 보수주의적 성격의 것이라고 주장하 였다. 김영범(2001)은 경제위기 이후 우리나라 노동시장 정책과 사회복지정책의 변화를 분석하고 제도는 보수주의와 유사해지는 반면 결과는 자유주의와 유사 하다고 결론을 내렸다. 반면 김연명(2001, 2002)은 김대중 정부의 복지개혁이 국가책임의 강화를 보여준다고 평가하였다. 시장에 의한 복지공급을 선호한 증 거가 없고, 의료보험 통합, 전 국민 연금확대 등 지위차별화를 축소시키는 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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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가 있었다는 점이 그 근거로 지목되었다. 결론적으로 가족책임에 대한 의 존이 있지만 국가의 주도적 역할이 확대되었다고 평가한다.

위에서 언급한 연구들은 우리나라 복지모형을 이해하는데 유용한 통찰력을 제공하였다. 그러나 이후 극복하여야 하는 몇 가지 한계도 공통적으로 갖고 있 다. 첫째, 서구선진 자본주의 국가들을 중심으로 한 분석과 논의과정에서 도출 된 복지유형론을 수용하고 우리나라 복지의 유형은 과연 무엇인가라는 수준에 서 논의가 한정되었다는 점이다. 이러한 접근은 우리나라의 복지성격의 몇 가 지 주요 특징을 이해하는데 유용한 것이었지만 선진복지국가와 다른 우리나라 복지의 특이성을 간관하게 한다. 둘째, 위에서 언급한 평가들은 대개 경제위기 이후 2003년 이전까지의 제도적 변화를 분석한 결과들이다. 당시의 많은 연구 들은 재정부담자로서의 국가책임 강화는 일정 수준으로 한정되었고 보편적 제 도 도입에 소극적이어서 사회보장제도의 확충이 여전히 잔여적이고22) 낙후되 었다고 결론내리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는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에 순응적 반응이며, 결과적으로 경제위기 이후의 구조적 문제 해결에는 미흡한 것이었다 는 견해가 대세이다. 1997년부터 대략 2000년까지의 변화만으로 우리나라의 복 지변화나 성격을 논하는 것은 현재의 복지 성격 규명에서 성급하거나 미완의 결론으로 이어질 위험을 갖고 있다. 1997년 이후 복지가 과거와 크게 다른 점 은 복지의 확장이 그 규모와 속도 면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이었다는 것이 다. 복지성격을 규명하고자 하는 학계의 관심도 이러한 변화에서 추동된 것이 라는 점은 이미 앞에서 언급한 바 있다. 하지만 과거와 다른 변화를 보인 지 단 몇 년 만의 정책 자료로 변화의 성격을 논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셋째, 주 로 복지영역의 변화만으로 한정하여 분석을 시도하고 있다. 경제와 정치 환경 에 대한 일부 분석이 이루어졌음에도 상호 관계에 대한 고려는 약하다.

노무현 정부가 들어서면서 우리나라 복지 성격에 대한 분석은 주춤한다. 노 무현 정부가 성장주의자들과 대립하면서 선택한 ‘사회투자’라는 개념의 정립과

22) 정부책임의 강화를 주장한 김연명의 연구에서도 주로 사회보험의 통합 및 확대를 근거로 하 여 지위차별화 축소를 사회보험의 확대 수준이 일정 수준으로 그치고 만 현상으로 반론이 제기될 여지를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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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용을 지원하는 연구들이 그 자리를 대신하였다. 논의의 초기에 ‘사회투자국 가’에서 ‘사회투자전략’, ‘사회투자정책’으로 그 논의 수준의 조정이 이루어졌던 사회투자 담론은 당시 상황에서 이루어진 다분히 전략적인 선택으로 해석된다.

본격적인 복지체제에 대한 논의는 2007년부터 재등장한다(신광영, 2007, 김연명, 2006 등). 역시 노무현 정부의 끝과 함께 당시 복지체제의 성격을 규명하고자 하는 동기도 함께 커진 것으로 이해된다.

2003년 이후 우리나라 복지체제를 다룬 연구들의 특징은 크게 두 가지의 특 징을 갖는다. 하나는 과거 선진국 중심의 복지유형을 극복하고자 하는 노력이 엿보인다는 점이다(권순미, 2004; 정동철‧박찬웅, 2005; 강욱모, 2005 등). 동아 시아의 복지가 갖는 특수성을 다룬 연구들을 비롯하여 기존 유형과의 차별화 시도가 진행되었다. 발전주의 국가의 유산에 대한 관심도 이러한 접근 중 하나 라 하겠다. 둘째는 복지체제를 분석하면서 생산체제와 정치체제의 영향 및 상 보성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는 점이다(백승호, 2005; 홍경준, 2005; 이성로, 2006;

신동면, 2006; 강명세, 2007; 문병주, 2007; 이정우, 2007; 이장원‧문진영, 2008;

노대명 외 2008 등). 위에서 정리한 접근은 과거와 달리 복지체제에 대한 보다 종합적이고 정치한 통찰력을 제공하는 것이라 하겠다. 하지만 한 가지 아직 극 복하지 못한 한계는 분석의 대상이 확장되지 못하였다는 것이다.

분석의 시기를 2005년을 넘어 최근으로 확대한 연구들도 적지 않다(조영훈, 2007; 양재진, 2008; 남찬섭, 2008 등). 남찬섭(2008)은 그 간 우리나라 복지의 성격을 신자유주의적 입장에서 정리한 연구들에 대한 반론을 제기하면서 기존 연구들이 오해한 환경과 제도적 노력 등을 구분하여 접근하고 있으며 전제가 되는 현실과 정책방향의 구분이 필요하다는 점을 간접적으로 주장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연구자들은 과거 쟁점이 되었던 사회보험제도의 변화와 몇 가지 확충 이 이루어진 제도를 중심으로 우리나라의 복지변화를 고찰하는데 그친다. 2003 년 이후 새롭게 실시되기 시작한 제도군에 대한 고찰이 일정 제도군으로 한정 되어 있으며 이러한 한계는 복지성격을 이해하는데 큰 장애가 된다. 특히 준보 편적 성격의 제도 도입에 대해서는 최근 연구에서조차 검토가 되고 있지 못하 고 이로써 한국 복지의 변화해석에 일정 한계를 지니게 되었다는 점은 재고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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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야 한다.

본 연구에서는 한국 복지체제의 현실 분석을 노동을 중심으로 하는 생산체제 와 정치체제와 함께 시도하되, 경제위기 이후 최근에 이르는 전 시기를 분석대 상으로 과거 제도의 변화 뿐 아니라 새로 도입된 제도에 대한 분석을 병행하고 자 한다. 그리고 우리의 복지가 어떠한 성격을 갖는 것인가에 대하여 선진복지 국가의 유형에 연하지 않고 상황분석에 집중하되, 보편성과 특수성을 모두 개 방적으로 수용하여 가장 정합성이 높은 해석의 도출을 시도하고자 한다.

2. 한국 복지모형 분석방법의 개요

이 장에서는 한국 복지모형의 지난 20년간의 변화를 중심으로 분석한다. 한 국 복지체제는 지난 20년의 기간 중 민주화와 세계화라는 두 가지 중요한 사건 을 경험하였다. 민주화와 세계화는 우리나라 생산체제와 정치체제의 주요한 환 경변화임에 분명하다. 분석에 앞서 한 가지 분명하게 할 것은 환경은 환경으로 서 의미를 가질 뿐이라는 점이다. 환경에 대응하는 정책은 선택되는 것이며 생 산체제 및 정치체제, 그리고 복지체제는 환경에 대한 정책적 선택의 결과이다.

환경과 결과는 구분이 필요하며 이 점이 분석에서 계속 견지되어야 한다.

1987년 민주화운동을 통해 형식적인 절차적 민주주의가 확보되었으며 미완의 민주화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계기로 복지를 둘러싼 욕구가 분출되고 이러한 상 황이 복지의 확장에 기여한 것이 사실이다. 물론 이러한 복지의 확장이 적극적 의미에서의 시장실패에 대한 개입을 의미한 것도 아니고 복지의 성격변화를 의 미하는 것도 아니다. 권위주의 정권초기에 공공복지지출이 큰 폭으로 증가하는 양상을 나타내기는 하였지만, 이는 정통성의 위기를 모면하려는 정략적 선택으 로 해석될 여지가 크고 1993년 민선정부가 집권하였지만, 마찬가지로 복지체제 를 강화하기보다 과거의 개발전략을 답습하는 경향이 적지 않았다. 오히려 복 지확장은 1997년 경제위기를 계기로 본격화되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정치적 환 경의 변화가 이후 복지체제의 변화에 일정한 수준으로 작용한 것은 사실이다.

이후 복지확장에 영향을 준 추진세력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을 수 있으나 민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