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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연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우리사회는 지난 수 십 년간 직면했던 어떤 사 회경제적 변화보다 충격이 클 수 있는 새로운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이는 우 리가 이미 지나간 시대를 이야기하는 문제에 처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이 연구는 경제․사회구조가 급격하게 변화하는 상황에서 현재 우리 사회보장 제도가 어떻게 대응하고 있으며, 그 성과와 한계가 무엇이고, 향후 발전방향을 어떻게 설정해야 하는지 탐색하고자 한다.

우리사회가 기존의 성장전략과 (재)분배전략을 그대로 유지한다고 가정할 때, 소득불평등과 빈곤문제가 심화됨이 없이 성장을 계속할 수 있는가. 이는 지난 10년간 상대적인 저성장국면에서 ‘불안정고용의 증가로’ 소득분배구조가 지속 적으로 악화되어 왔으며, 세계경제의 침체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기존의 성장전 략을 통해 분배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의문을 전제하고 있다.

우리 사회보장제도는 경제․사회적 현실변화에 조응해야 한다는 점에서 일종의 Aggiornamento가 필요한 국면에 놓여 있는 것이다.

물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발상의 전환을 통해 보다 근본적인 대안 을 모색해야 한다. 이는 사회보장제도에 대한 미시조정을 넘어 복지국가 또는 복지국가체제에 대해 비판적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성장전략과 분배전략의 결합방식에 대한 단선적 사고를 극복하는 노 력 또한 필요할 것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경제성장의 재분배 효과를 시간적․공간적으로 비교분석하여 경제성장만으로 소득불평등 완화효과를 설명 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이를 토대로 각국의 경제사회적 특성과 역사적 전통에 따라 재분배전략의 제도적 배치가 어떠한 차이를 보이며 그것이 어떠한 결과를 초래하였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한국복지모형에 대한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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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국가의 다양한 발전경로의 존재는 우리사회에서 복지국가의 발전전략을 구축하는데 매우 중요한 함의를 갖는다. 이 연구의 부제로 제시된 ‘그 보편성 과 특수성’이라는 표현 또한 동일한 의미를 갖는다. 보편성은 자본주의국가라 는 보편성, 민주주의가 시장을 조절하는 특성, 사회보장제도의 일반적 형식 등 의 측면에서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복지국가의 다양성 을 감안하면, 좀 더 하위수준에서 보편성 문제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 즉, 상이 한 경제적 조건, 정치적 환경, 역사적 경험을 가진 국가들과의 비교연구가 필요 한 것이다. 이는 기존 복지체제 유형론으로 설명하기 힘든 저발전국가나 신흥 산업국과의 비교연구라는 맥락에서 한국 복지국가의 성격 문제를 분석해야 할 필요성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러한 접근방식을 취하는 이유는 기존 서구 복지 체제 유형론을 통해 한국 복지국가의 성격을 제대로 규정할 수 있는가 그리고 이러한 논의결과를 통해 보다 현실적인 정책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가 하는 의 문과 관련이 있다.2)

지난 수년간 한국사회는 복지국가 성격논쟁 또는 복지체제 유형론에 대한 논 의를 통해 그것이 우리사회에 어떠한 정책적 함의를 주는지 고민해 왔으며, 이 과정에서 많은 교훈을 얻었다. 복지국가 성격논쟁은 한국 복지국가가 어떠한 체제에 속하는가 하는 유형론에 대한 학문적 관심에서 출발하여, 국제비교를 통해 한국 사회보장제도의 저발전 문제를 공론화하고 복지확장을 앞당기는데 중요한 기여를 하였다. 그리고 초기 유형에 대한 관심에서 벗어나, 복지국가의 현실을 객관적으로 진단하고, 그 성격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을 규명하고, 향 후 발전방안을 모색하는 방향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복지재원의 투자와 관련해서 어떠한 대상에게 어떠한 방식으로 어느 정도의 재원을 투입해야 할 것인지를 고민하는 단계에 들어서 있는 것이다. 또한 서구 복지국가를 모델로 삼는 방식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비교대상의 외연을 확대하는 시도가 이루어

2) 한국 복지국가는 ‘거대한 복지국가들의 세계’의 일부이다. 하지만 한국 복지국가를 구성하는 다양한 요소(구조의 하위)는 서로 다른 속도로 움직이고 있으며, 그것이 빠른 속도로 평균으 로 수렴할지 단정하기는 힘들 것이다. 이 점에서 한국 복지모형에 대한 비교연구는 OECD 국 가 외에도 저발전국가 및 신흥산업국과의 비교연구가 필요한 것이다.

제1장 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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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동아시아국가들과의 비교연구가 활성화 되고 있다는 점이 그것이다. 물론 동아시아국가들은 한국 복지국가의 과거, 현 재 그리고 미래를 생각하는데 유용한 가치를 갖는 비교대상인 동시에 접근하기 어려운 분석대상이다.3) 하지만 본 연구에서는 이러한 한계 속에서 탐색적 연구 를 시도하고자 한다.

현재 우리사회가 시급하게 고민해야 할 사항 중 하나는 급속한 대․내외 환 경변화 속에서 국민들을 다양한 사회적 위험으로부터 보호하는 동시에, 지속가 능성을 갖는 <최적의 복지모형>4)을 개발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 연구의 저변에 는 다음과 같은 두 가지 공감대가 자리하고 있다. 첫째, 복지모형은 정치체제 및 생산체제와 조응하도록 설계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정치적, 경제적으로 지속 가능한 복지모형이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현실에서 복지체제는 정치체제와 생산체제를 둘러싼 사회세력간의 힘 관계를 통해 확장되거나 변화 하는 속성을 갖는다. 이 점에서 한국 복지모형은 ‘복지의 정치’와 ‘복지의 경제 적 토대’에 대한 검토를 수반해야 하는 것이다. 둘째, 최적의 복지모형이란 ‘성 장에 기여하는 복지체제’, 또는 ‘정치적 목적에 이용되는 복지체제’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물론 현재 상황에서 지속적인 성장은 매우 중요하다. 하 지만 생산과 마찬가지로 분배 또한 그 자체로 사회시스템의 중요한 한 축을 이 루고 있기 때문이다.

3)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비교대상 국가들을 비교할 수 있는 기초연구 및 통계자료가 충분하지 않다는 것임. 이는 많은 논의가 여전히 추상적인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임. 동 아시아국가들은 권위주의적 정치체제와 관료집단, 유교주의적 문화, 반공주의의 포로가 된 진 보정당과 노동운동, 고도성장을 통한 대규모 일자리 창출, 노동을 통한 소득분배의 중시 등과 같은 공통점을 갖고 있음. 하지만 경제발전의 정도, 민주화, 사회보장제도의 발전 등 내부적으 로 매우 큰 격차가 존재하고 있음. 이는 동아시아국가간의 비교보다 유사한 여건을 가진 다른 국가들과의 비교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주장으로 이어질 수 있음. 더욱이 연구결과가 현실의 변화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할 사항 중 하나임. 한국을 비롯한 동 아시아국가들의 급격한 경제사회적 변화는 최근의 이론작업을 추월하는 상황이기 때문임.

4) 여기서 복지모형이란 넓게는 복지국가체제, 좁게는 분배 및 재분배와 관련된 각종 사회보장 제도의 제도적 배열 또는 구성 체계를 지칭하는 것이다.

한국복지모형에 대한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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