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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주거 주거선택의 사회·공간적 특성

영화 ‘기생충’ 흥행 이후 한국 사회에서 지하주거가 주목을 받고 있다. 습기, 환기, 악취 등 지하주거의 열악한 주거상태를 고발하는 특집기사가 쏟아졌다(경향신문 2020; 아시아경제 2020; 한겨레 2020). 경향신문(2020)은 지하주거를 ‘입구에 모래 주머니를 쌓아둬야 하는 수해 위험’, ‘주거비 절감을 위한 차악의 선택지’, ‘자연소멸 을 기다릴 수 없는 정책문제’로 입체적으로 묘사한다. 정책연구도 발 빠르게 이루어졌 다(박인숙 2020; 최은영, 구형모 2020). 최은영, 구형모(2020)는 지하주거의 현황 파악을 위한 주택상태조사 실시와 더불어서 공공임대주택, 주거급여, 집수리 등 기존 정책수단 동원과 건강 위협 주택 임대금지 등 신규 정책수단 도입을 주장한다.

국토교통부는 2020년 주요업무 추진계획 중 하나로 지하주거 실태조사와 지원강화 를 제시했다(국토교통부 2020a). 2019년 11월부터 침수 우려 등 주거환경이 열악한 지하주거 거주가구에게 공공임대주택 입주와 보증금 지원을 제공하고 있는데, 실태조 사에 기초해서 이와 같은 지원을 확대할 계획이다. 지원 확대의 일환으로 2020년 7월 29일 「주거취약계층 주거지원 업무처리지침」 제3조 개정을 통해 ‘최저주거기준에 미 달하거나, 시장 등이 홍수, 호우 등 재해 우려로 인해 이주가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지 하층 거주가구’는 주거지원사업의 입주대상자로 추가되었다.

1980년대 이후 지하주거는 공식 주택시장에서 무허가정착지의 대체재 역할을 하면 서 새로운 비적정주거로 자리 잡았지만, 주거복지정책에서 지하주거 자체를 명시적인 정책대상으로 삼지는 않았다. 지하주거가 주목받기 시작한 2019년 이전에 지원대상으 로 지하주거를 직접 언급한 경우는 2010년 서울형 주택바우처가 유일하다. “가구소득 인정액이 최저생계비 120-150%”이면서 ‘“지하 등 주거환경이 열악한 자”가 지원대상 이다(박은철, 오근상 2011, 21). 지하주거 거주가구 중에서 일정한 소득수준 이하만 주거지원을 받는다. 2019년 이후 지하주거 관련 정책도 세부내용은 조금씩 다르지만, 소득수준 등 일정한 조건을 충족시킨 가구만 지원대상으로 규정한다. 지하주거 자체가 아니라 소득빈곤과 결합한 지하주거가 정책대상이다.

그렇다면 소득빈곤과 결합하지 않은 지하주거에 대해 어떻게 정책적으로 대응할 것 인가? 지하주거라는 열악한 주거상태를 생애주기 또는 가구특성과 같이 주거복지정책 의 소득수준 확대를 위한 요인으로 인정하는 것이 하나의 방법이다. 하지만 이는 재원 의 한계를 고려할 때 가장 열악한 상황에 놓여있는 최저소득층을 향한 사회적 자원 배 분을 감소시킬 수 있다. 더 열악한 주거환경에 처한 사람들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지하 주거에 거주한다는 사실만으로 소득수준이 낮지 않은데도 주거지원을 받는 것은 사회 적 논란을 초래할 수 있다.

지하주거는 열악한 내부상태를 갖춘 비적정주거이지만, 상대적으로 양호한 주거환 경과 공식 주택시장에서 선택적 행위를 특징으로 갖는다. 이와 같은 지하주거의 양면 성은 최저소득보다는 상대적으로 높은 소득수준에 기초한다. 높다고 볼 수는 없지만, 주택시장에서 일정한 선택을 할 수 있는 소득수준을 갖췄다. 이런 측면에서 지하주거 거주가구는 주거지원이 가장 시급한 시장소외계층으로 보기 어렵다. 오히려 시장소외 계층 바로 위에 있는 집단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지하주거는 ‘소득빈곤과 결합하지 않은 선택적 비적정주거’라는 특성을 갖는다.

지하주거에 대한 정책대응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이 선택성이 어떤 주거문제를 초래 하는지를 분석해야 한다. 열악한 주거환경뿐만 아니라 누가 왜 그런 열악한 주거환경 을 감수할 수밖에 없는지를 살펴봐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분석의 초점을 지하주거의 열악한 내부상태를 넘어 지하주거 거주가구의 주거선택으로 전환해야 한다. 그리고 이 와 같은 주거선택이 어떤 주거문제를 초래하는지를 파악해야 한다. 주거선택과 이에 따른 주거문제를 이해할 때, 우리는 이를 기초로 지하주거 거주가구에게 어떤 주거지 원을 제공할 수 있는지를 논의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접근은 주거복지정책에서 열악한 주거상태를 갖춘 비적정주거에 대한 관 심을 촉발할 수 있다. 지금까지 주거상태는 생애주기 또는 가구특성에 비해 주거지원 여부를 결정하는 요인으로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특히 소득빈곤과 결합하지 않은 열 악한 주거상태는 지금까지 주거복지정책의 사각지대에 해당한다. 지하주거에 대한 사 회적 관심을 계기로 이 사각지대를 어떻게 해소할지를 논의할 필요가 있다.

본 연구는 지하주거 거주가구가 열악한 지하주거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사회·공간적 특성을 분석한다. 사회·공간적 특성은 사회적 계층과 공간적 함의 그리고 이 둘의 결합 을 가리킨다. 누가 어떤 공간을 왜 선택하는지가 핵심질문이다(<그림 2-5> 참고). 첫 째, 사회적 계층의 관점에서 지하주거에서 누가 어떻게 거주하는지를 살펴본다. 둘째, 공간적 함의의 측면에서 지하주거 밀집지역이 어디에 위치하는지를 조사한다. 셋째, 지하주거 거주가구의 주거선택을 분석해서 사회적 계층과 공간적 함의의 결합 방식을 밝힌다. 지하주거 거주가구가 지하주거 이외 다른 주거여건을 선택할 수 있는지, 달리 말해 지하주거 거주가구가 지하주거를 벗어날 수 있는지를 파악한다. 넷째, 지하주거 의 주거문제에 맞춰 주거지원 강화방안을 제시한다. 주거복지정책으로 소득빈곤과 결 합하지 않은 선택적 비적정주거를 어떻게 포용할지를 구체화한다.

자료: 연구진 작성 그림 2-5 | 분석틀

CHAPTER 3

1. 지하주거 기초특성과 분석대상 정의 ···46 2. 지하주거의 물리적 주거환경 ···49 3. 지하주거 거주가구의 사회경제적 특성 ···56 4. 소결 ···62

지하주거 거주가구의

현황 분석

03 지하주거 거주가구의 현황 분석

본 장에서는 현황 분석을 실시해서 지하주거 거주가구가 가장 시급한 주거복지정책 지원대상인 지를 판단한다. 구체적으로 2019년 주거실태조사 자료를 활용해서 지하주거의 물리적 주거환경과 거주가구의 사회경제적 특성을 살펴본다. 분석에 앞서 지하주거의 기초특성을 파악하여 분석대상을 정의하고 비교대상을 명확하게 설정한다, 그리고 최저주거기준 미달과 주관적 평가를 기준으로 지하주거의 물리적 주거환경이 다른 주택유형에 비해 얼마나 열악한지를 파악한다. 마지막으로 소득수준, 고용형태, 가구구성, 점유형태, 주거비 부담을 활용해서 지하주거 거구가구의 취약성을 분석한다. 이와 같은 현황 분석을 통해 지하주거 거주가구가 가장 시급한 정책대상은 아니지만, 저소득에서 입지이점 추구가 주거비 과부담을 초래하는 독특한 주거문제를 겪고 있음을 밝힌다.

지하주거 기초특성과 분석대상 제한

주택유형과

지역별 점유형태

수도권 임차가구특유한 주거문제

지하주거의 물리적 주거환경

최저주거기준 미달,

거주가구의 주관적 평가

물리적 주거환경 열악성

지하주거 거주가구의 사회경제적 특성

소득수준, 고용형태, 가구구성,

점유형태, 주거비 부담

거주가구취약성

가장 시급한 정책대상인가? 아니라면 지하주거 거주가구가 직면한 주거문제는 무엇인가?

자료: 연구진 작성

그림 3-1 | 지하주거 거주가구의 현황 분석

1. 지하주거 기초특성과 분석대상 정의

5,782 179,490 1,727 - 7,006 62,388

(2.2%) (69.5%) (0.7%) - (2.7%) (24.2%)

지하주거에서 수도권 임차가구의 비율이 79.9%로 압도적으로 높다(<표 3-2> 참고).

아파트 3,160,326 1,625,098 130,099 3,767,400 1,194,558 135,488 10,012,969 (31.6%) (16.2%) (1.3%) (37.6%) (11.9%) (1.4%) (100%)

저층주거지 1,602,164 2,255,066 192,813 2,791,805 1,659,516 225,807 8,727,171 (18.4%) (25.8%) (2.2%) (32.0%) (19.0%) (2.6%) (100%)

지하주거 36,982 206,253 10,266 439 3,842 447 258,229 (14.3%) (79.9%) (4.0%) (0.2%) (1.5%) (0.2%) (100%)

비주택 1,773 209,953 5,388 41,088 92,376 19,176 369,754

(0.5%) (56.8%) (1.5%) (11.1%) (25.0%) (5.2%) (100%)

지하주거가 명백하게 수도권 임차가구의 문제임을 고려해서, 지하주거의 물리적 주 거환경과 지하주거 거주가구의 사회경제적 특성은 수도권 임차가구에 한해 분석을 실 시한다. 수도권과 지방은 주택보급률, 소득수준 등에서 상당한 차이를 보이기 때문에, 전국을 기준으로 지하주거 또는 지하주거 거주가구의 속성을 다른 집단과 비교하면, 지하주거의 수도권 집중에 따라 상당한 편의(bias)를 일으킬 수 있다. 예를 들어 지하 주거 거주가구의 소득수준을 저층주거지와 비교하면, 수도권에 모여있는 지하주거 거 주가구의 소득수준이 상대적으로 높아서, 지하주거와 저층주거지의 소득수준 차이가 과소평가될 수 있다. 따라서 분석대상을 수도권 임차가구로 한정해서, 수도권 임차가 구의 주거문제에서 지하주거가 어떤 위치에 있는지를 집중적으로 살펴본다.

지하주거 거주가구의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비교대상으로 수도권 임차가구, 아파트 임차가구, 저층주거지 지상주거 임차가구, 비주택 임차가구를 선정한다. 지하주거 거 주가구가 현재 어떤 상황에 있는지를 알기 위해서는 적절한 비교대상이 필요하다. 현 황은 지하주거에 관한 절대적 수치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지하주거의 상대적 위치로 드러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먼저 수도권 임차가구를 통해 분석대상의 전체적인 경향을 살펴본다. 아파트 임차가구는 지하주거가 몰려 있는 저층주거지와 대비된다는 점에서 비교대상으로 유용하다. 그리고 지하주거가 저층주거지에 속해있는 특별한 주거형태라

지하주거 거주가구의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비교대상으로 수도권 임차가구, 아파트 임차가구, 저층주거지 지상주거 임차가구, 비주택 임차가구를 선정한다. 지하주거 거 주가구가 현재 어떤 상황에 있는지를 알기 위해서는 적절한 비교대상이 필요하다. 현 황은 지하주거에 관한 절대적 수치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지하주거의 상대적 위치로 드러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먼저 수도권 임차가구를 통해 분석대상의 전체적인 경향을 살펴본다. 아파트 임차가구는 지하주거가 몰려 있는 저층주거지와 대비된다는 점에서 비교대상으로 유용하다. 그리고 지하주거가 저층주거지에 속해있는 특별한 주거형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