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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청주의의 문제

사회보장 수급권을 선정하는 방식으로는 신청주의와 직권주의가 있다. 신청주 의는 수급자가 되고자 하는 자가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에 요청하는 것을 말하고, 직권주의는 수급자를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가 top-down 방식으로 선정하는 것 을 말한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은 신청주의에 입각하면서 직권주의를 통하여 이 를 보완하는 형태를 취하고 있다.178)

즉,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제21조 제1항은 “수급권자와 그 친족, 그 밖의 관계인 은 관할 시장ㆍ군수ㆍ구청장에게 수급권자에 대한 급여를 신청할 수 있다”고 규 정함으로서 신청주의를 취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신청주의가 제도존재 자체의 무지, 신청 작성능력의 부재, 신청절차의 복잡성, 신청기관에 대한 낮은 접근성으 로 인한 문제점이 발생함에 따라 이를 보완하기 위해 제2항에서 “사회복지 전담 공무원은 이 법에 따른 급여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 누락되지 아니하도록 하기 위하여 관할지역에 거주하는 수급권자에 대한 급여를 직권으로 신청할 수 있다”

며 직권주의로 이를 보완하고 있다. 신청주의의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하여 직권

178) 손근원․김태성, 「사회복지정책론」, 나남, 2008, 32면.

주의가 존재하는 것이지,179) 직권주의가 신청주의의 대체재로서의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은 신청주의가 원칙이라 할 수 있다. 하 지만 신청주의를 원칙으로 할 경우에는 다음과 같은 문제점이 발생할 수 있다.

(1) 시민권의 침해

신청주의는 시민권(citizenship)에 반하는 것으로 사회보장기본법의 기본이념에 부합하지 않는다. 사회보장기본법 제2조는 “사회보장은 모든 국민이 다양한 사회 적 위험으로부터 벗어나 행복하고 인간다운 생활을 향유할 수 있도록 자립을 지 원하며, 사회참여ㆍ자아실현에 필요한 제도와 여건을 조성하여 사회통합과 행복 한 복지사회를 실현하는 것을 기본 이념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국민 의 행복을 강조하며 사회참여와 자아실현이라는 높은 수준의 시민의 지위를 강 조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하지만 국민기초생활보장법상의 신청주의는 ‘권리로서 의 급여’가 아닌 ‘시혜로서의 보호’에 머무르기 때문에 시민권을 침해한다.180)

인간이 갖는 욕구 중에서 가장 높은 수준으로 실현되어야 하는 자아실현의 욕 구는 개인의 힘만으로는 성취될 수 없고 사회 전체의 노력이 뒷받침 되어야 한 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신청주의 원리는 개인이 자신의 위험과 욕구를 증명할 경 우에만 급여를 받을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사회보장기본법에서 제시하는 보편 적 시민권이라는 목표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하겠다. 이렇듯 신청주의는 복지국가 에 있어서 보편적 내지 최선의 급여방식이라고 할 수 없다. 이는 국민기초생활보 장법의 문제만은 아니며, 우리나라의 대부분의 공공부조 제도가 갖고 있는 문제 로서, 자신과 소득에 대한 정보가 국가 통계 데이터베이스로 구축되어 있다면 충 분히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2) 공공부조 성격으로 인한 부정적 인식

179) 이승호․구인회,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부양의무자 기준 적절성 평가”, 「보건사회연구」, 제 30권 제1호, 한국보건사회연구회, 2010, 30면.

180) 함영진, “사회보장 수급권자 선정의 문제점과 권리구제 체계화 방안 연구”, 정책연구용역보고 서, 국회입법조사처, 2012.9, 33면.

신청주의는 공공부조의 성격이 내재되어 있기 때문에 그에 대한 부정적 인식 을 강하게 불러일으키게 된다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다. 행정관리비용이 높게 요 구된다는 점181)을 별론으로 하더라도, 공공부조는 사회적 낙인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게 된다. 즉,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의 신청단계에서 자신이 근로능력이 없음 을, 나아가 자신을 부양할 부양의무자가 없거나 중위소득 이하의 소득이 있음을, 또한 자신이 숨기고자 하는 가족관계 등의 비밀을 드러내야 하기 때문에 수치스 러울 수 있다는 것이다. 신청주의를 통한 낙인의 효과는 인간의 존엄성을 훼손하 고, 자존감의 상실로 이어져 심각한 인권 침해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3) 수급 대기기간의 장기화

국민기초생활보장법상 공적부양을 받고자 하는 자는 생존권적 위험에 노출된 빈곤층이다. 생존권적 위험이란 생명을 위협하는 위험이다. 신청주의를 채택하는 경우 복잡한 절차로 인하여 그러한 생존권적 위협을 받게 된다. 신청자는 상대적 으로 전문가적 지식도 부족한 경우가 많으며, 복잡한 행정절차를 전제로 하고 있 어 신청을 포기하는 경우도 발생하게 된다. 특히, 중위소득만으로 생활을 할 수 가 없어 하루하루 연명하는 경우도 많아 권리를 구제하기 위한 신청과정의 총비 용이 구제를 받으려는 총 급여보다 높을 때에는 신청자체를 포기할 가능성이 높 아진다. 뿐만 아니라 대기기간의 장기화로 인해 수급권자의 권리보장이 미흡한 실정이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의 제도를 신청함에 있어서 대기기간은 14일, 최대연장 대 기기간은 30일로 수급권자의 생존권적 긴박성에 비추어볼 때, 대기기간이 요구하 는 하루하루의 고통은 매우 클 수밖에 없을 것이다. 대기기간이 짧으면 짧을수록 보장기관과 신청인에게 모두 효과적인 것은 기정사실이므로 신청주의는 재고되 어야 할 것이다.

181) 데모그란트(Demogrant) 성격의 급여 및 기여금에 기반 한 사회보험 성격의 제도들보다 신청 주의에 기반 한 공공부조의 제도들은 행정비용이 높게 요구된다. 신청제도 자체, 선정단계, 감독 단계, 관리단계, 후속처리 등의 비용이 다른 제도에 비하여 추가로 발생하는 것은 물론, 행정절 차의 복잡성 및 행정쟁송의 단계까지 이어질 경우 이로부터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도 매우 높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