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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양청구권에 의한 구제의 문제점

제2장에서 부양청구권의 법리를 개관한 바와 같이, 노부모에 대한 자녀의 부양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경우, 민법상 부양청구권의 법리에 의하여 이행의 청구를 할 수 있다. 부양청구권은 경제적으로 생활비의 지급을 그 내용으로 하므로 재산 권의 성질을 가지고 있지만,171) 필요한 경우에는 동거, 양육, 간호, 장례에 이르기 까지 매우 포괄적인 부조행위를 의미한다.172)

민법은 부모의 미성년자녀에 대한 부양의무는 제1차적 부양으로서, 그 의무를 이행하지 못한 경우 친권을 박탈하거나 강제로 양육비의 지급을 명하기도 하는 등 미성년 자녀에 대한 부양을 당연한 의무로 하고 있다. 현실적으로도 자녀들은

170) 대판 1983.9.13, 81므78.

171) 김주수․김상용, 전게서, 437면.

172) 이은영, 「민법Ⅱ」, 박영사, 1988, 923면; 박동섭, 전게서, 338면.

부모가 자신들을 잘 키워줄 의무가 있고 그 의무에는 기본적인 의식주 해결은 물론 대학까지의 학비를 부담하거나 결혼자금을 포함시키고 있고, 심지어 결혼 후에도 생활비를 지원해주기를 바라고 있다. 이같이 부모가 자녀를 부양하는 것 은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반면, 자녀가 노부모를 부양하는 일에 대해서는 자 녀 자신의 생활이 안정되고 여유가 있으면 부양할 수 있고 그렇지 못하면 국가 나 사회가 부담해야 한다는 의식이 오늘날 젊은이들의 일반적인 생각이다. 우리 민법도 자녀가 노부모를 부양하는 경우는 일정한 요건을 정해놓고 그 요건에 충 족될 때에만 부양의무가 있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노부모가 부양의무자인 자녀들을 상대로 부양청구를 한다는 것은, 우선 일정한 요건을 충족해야 하는 것은 물론, 설령 일정한 요건을 충족한다 할지라도 현실적으로 자녀를 상대로 법원에 부양청구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가 하는 한계 가 있다. 이런 이유로 예로부터 부모가 부양의무자인 자녀를 상대로 부양청구소 송을 제기하는 사례는 별로 찾아보기 어렵다.

여기에서는 과거에 자녀를 부양하지 못한 부모가 그 자녀를 상대로 부양청구 가 가능한지 여부에 대한 하급심 판례173)를 살펴봄으로써 부양청구권의 한계에 대하여 살펴보려 한다.

(1) 사건개요

청구인 A는 그의 딸 B를 상대로 부양청구소송을 제기하였다. A는 그의 아내 를 지속적으로 폭행하였고 이를 견디지 못한 부인이 집을 나갔으며, A는 B를 학 대하면서 중학교에도 진학시키지 않았다. B는 어머니와 연락되자 A의 집을 나와 어머니와 동거하면서 검정고시를 거쳐 초등학교 교사가 되었고, 결혼하여 남편과 두 자녀, 친정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으며, 요양시설에 있는 시어머니 요양비 월 110만 원을 부담하고 있고, 가계 빚도 8천여만 원이 있는 상태였다. 한편, B가 A 의 집을 나온 후 A는 B의 학비는 물론 양육비를 전혀 준 적이 없고 연락도 거 의 하지 않았는데, 최근 위암 수술을 받고 생계를 유지하기 어려워지자 국가에 생활보호대상자 신청을 하였으나 딸이 있었기 때문에 차상위 계층으로 선정되지

173) 청주지법 2012.9.27, 2012느단299(확정).

못하자 딸을 대상으로 부양청구소송을 제기한 사안이다.

(2) 법원의 판단

법원은 성년인 자녀와 부모 사이의 부양은 생활부조의 부양의무에 속하고, 생 활부조의 부양의무 발생은 부양의무자가 자기의 자력 또는 근로에 의하여 생활 을 유지할 수 없을 것과 부양의무자가 현재의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경제적 여 유가 있을 것을 요건으로 하고 있다고 하고, 청구인 A가 현재 자기의 자력으로 생활을 유지할 수 없는 상태이기는 하지만 상대방인 B와 그 배우자가 자녀 및 상대방의 어머니, B의 시부모 등을 부양하고 있고, 대출금 채무액수도 많고 월수 입은 그리 많지 않기 때문에 이러한 사정을 고려하면 B가 자기의 현재 생활을 유지하면서 청구인 A를 부양할 수 있을 만한 경제적인 여유가 없다고 판시하였 다. 한편 B가 경제적인 여유가 있다 하더라도 청구인이 B에게 부모로서 부양의 무를 전혀 이행하지 않았기 때문에 A의 부양청구는 권리남용에 해당한다는 주장 도 이유 있다고 판단하면서 청구를 기각하였다.

(3) 검토

노부모가 성년자녀로부터 부양을 받을 수 있는 두 가지 요건, 즉 부양청구권자 가 부양을 요하는 상태에 있을 것 및 부양의무자의 여력이 있을 것이라는 요건 이 모두 충족되지 않으면 자녀에게 노부모 부양의무가 생기지 않는다는 것이 통 설적 견해이자 판례의 태도이다. 위의 판례는 청구인의 상태에 대한 어떤 고려도 없이 부양권리자인 아버지가 부양의무자인 딸을 학대하고 양육하지 않았다는 이 유로 부양청구권 행사를 권리남용으로 판결하고 있는데, 이해하기 어려운 측면이 존재한다. 즉, 이 판례는 위의 부양을 받을 수 있는 두 가지 요건 외에 ‘과거에 부모와 미성년자 사이가 좋았을 것’이라는 또 하나의 요건을 요구하고 있는 셈이 된다. 만약 이와 같이 해석한다면, 부양의무자가 부양능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부양을 기피 또는 거부하는 경우에도 법원이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부양의무를 이행하도록 하지 못하는 결과가 된다.

이와 관련한 판례 중에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상 수급권자의 딸과 사위에게 월 270만 원의 수입과 1억 원이 넘는 재산이 있다는 것을 파악한 구청에서 수급권 자의 지위를 박탈하는 처분을 내린 사안에서 법원은 수급권자의 가정불화와 이 혼으로 인하여 사이가 좋지 않고 부양의무자는 현재 시부모를 모시고 살고 있기 때문에 수급권자를 부양하기 어렵다는 주장을 받아들이고 그 처분을 취소한 사 례도 있다.174) 이 사안도 결국 과거에 부모와 미성년자녀 사이에 사이가 좋았을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생각건대, 부모가 어린아이를 고의로 유기하거나 학대하면서 잘 돌보지 않았다 거나 가정불화 등으로 인하여 부양의무자와 부양권리자 간에 사이가 좋지 않았 다고 할지라도, 이러한 사정은 부양의 정도나 방법을 정할 때 참작할 사유에 해 당할 뿐이지, 이를 부양의무 인정 여부에 대한 요건문제로 보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생각된다.175)

제3절 국민기초생활보장법상 노부모 부양 관련제도의 문제점

공공부양과 관련하여 가장 중요한 법률은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이다. 이 법은 생 활이 어려운 사람에게 필요한 급여를 실시함으로써 이들의 최저생활을 보장하고 자활을 돕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이 법에 따르는 급여는 수급자가 자신의 생활의 유지․향상을 위하여 수급자의 소득, 재산, 근로능력 등을 활용하여 최대 한 노력하는 것을 전제로 이를 보충․발전시키는 것을 기본원칙으로 하고 있어 서(동법 제3조 제1항) 민법상 부양의무자의 부양이나 다른 법령에 따른 보호가 우선이다. 이 법은 그러한 부양이나 보호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을 때 보충적으로 적용하게 되는 것이어서,176) 민법상 부양과는 그 방법이나 정도가 다르다.177)

174) 부산지법 2012.4.5, 2011구합4436.

175) 김주수 교수의 견해에 따르면, 이러한 경우 부양의무가 경감되거나 면제되어야 하고, 다만 자 력이 없어서 부득이하게 자녀를 부양할 수 없었던 부모의 경우에는 부양하지 않은 사실만으로 는 부양청구권을 상실하지는 않는다고 한다(김주수, 전게서, 448면).

176) 박향미,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부양의무자 기준에 관한 연구”, 대구대학교 박사학위논문, 2011, 9면.

177) 손윤석, “국민기초생활보장법상 수급권 보호”, 경북대학교 박사학위논문, 2011, 168면.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서는 수급자격요건으로서 부양의무자를 기준으로 하고 있으므로, 노부모가 경제적으로 어려워서 수급신청을 하려고 할 때에 노부모에게 부양의무자가 있는 경우에는 실제로 부양을 받고 있는지 여부를 따지지 않고 수 급대상에서 제외하게 된다. 그러한 노부모에게 부양의무자가 있다고 해도 그 부 양의무자가 경제적 여력이 충분하지 못하여 부양을 받지 못하는 경우에도 이 법 상의 수급대상자가 되지 못하는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 결국 민법상 법정부양인 자녀에 의한 부양이나 이 법에 의한 공공부양 모두로부터 배제되는 결과가 발생 할 수 있게 된다.

여기에서는 노부모에 대한 공공부양과 관련하여 국민기초생활보장법상 신청주 의의 문제, 수급자격요건으로서 부양의무자 기준의 문제 등에 대하여 살펴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