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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법상 이행확보 규정의 흠결

제2장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오늘날 젊은이들의 노부모에 대한 부양의식은 날 이 갈수록 약해지고 있는 반면, 공적 부양에 의존하려는 경향은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국가의 재원은 한계가 있는 것이어서, 오늘날 대부분의 국가와 마찬가지 로 우리나라도 노부모 부양은 사적부양을 원칙으로 하고 공적 부양을 보충적으 로 하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노부모 부양에 있어서 부양의무의 발생원인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민법 제974조의 법정부양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민법 제974조에서 제979조까지의 부양관련 조문을 살펴보면 부양의무 를 이행하지 않는 경우 그 이행의 확보에 대하여는 전혀 규정되고 있지 않다.136) 다만 가사소송법 제5편 이행의 확보(제62조에서 제65조까지)에서 가사소송법 제2 조 소정의 마류 사건에 대한 이행확보에 관한 규정이 있을 뿐이다.137)

일반적으로 채무불이행의 경우, 그 불이행에 대한 구제방법은 민법 제389조의 강제이행의 청구를 통하여 해결하고 이를 통하여 해결할 수 없는 경우에는 제 390조의 손해배상청구를 통하여 해결할 수 있다. 여기에서 민법상 강제이행과 손

136) 한삼인, 전게서, 269면.

137) 즉, 가사소송법은 부양의무의 이행이 부양권리자의 생존과 관련된 문제이므로, 법원은 원칙적 으로 담보를 제공하지 않고 가집행할 수 있음을 명할 수 있고(동법 제42조), 신속한 이행을 요 하는 경우에 임시로 필요한 사전처분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동법 제62조), 부양의무자가 심판에서 정한 방법에 따라 이행하지 않으면, 당사자의 신청에 의하여 일정기간 내에 그 의무를 이행할 것을 명하는 것과 함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동법 제64조 제1항, 제67 조). 또한, 제63조에서는 마류 가사비송사건을 본안(本案) 사건으로 하여 가압류 또는 가처분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이 경우 ‘민사집행법’ 제276조부터 제312조까지의 규정을 준용토록 하는 규 정을 두고 있다.

해배상에 의한 이행확보방법에 관하여 살펴보고, 이 규정들로 노부모 부양의무의 이행을 확보할 수 있는지에 대하여 검토하고자 한다.

(1) 민법상 강제이행의 방법

1) 직접강제

국가권력으로 직접 급부를 실현하는 직접강제의 방법은 물건의 인도를 목적으 로 하는 채무, 즉 ‘주는 채무’에 대해서만 인정된다. 반면 ‘하는 채무’, 즉 물건의 인도 외의 일정한 작위를 내용으로 하는 채무138)와 일정한 부작위를 내용으로 하는 채무139)는 직접 채무자의 신체에 강제력을 가하지 않으면 실현할 수 없기 때문에, “채무의 성질이 강제이행을 하지 못할 것인 때”(제389조 제1항 단서)에 해당하여 직접강제가 허용되지 않는다.

2) 대체집행

채무의 성질상 ‘강제이행’(직접강제)이 허용되지 않는 경우, 즉 물건의 인도 외 의 작위 또는 부작위의 급부에서 급부내용을 제3자로 하여금 실현시키고 그 비 용을 채무자에게 부담시킴으로써, 마치 채무자 자신이 자발적으로 실현한 것과 같은 상태를 만드는 방법이 대체집행이다.140) 따라서 작위 또는 부작위의 급부이 더라도 제3자가 대신 행할 수 없는 급부(부대체적 급부)에 대해서는 대체집행이 불가능하다. 즉 대체적인 작위급부와 부작위급부를 내용으로 하는 채무의 불이행 의 경우에만 채권자가 대체집행을 법원에 청구할 수 있다.141)

제389조 제2항 전단은 채무가 법률행위를 목적으로 한 경우에 채무자의 의사 표시에 갈음할 재판을 법원에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것도 일종의

138) 예를 들면, 목수가 집을 수리하여야 할 채무, 가수가 노래를 부를 채무 등이 작위채무에 해당 한다.

139) 예컨대 경업을 하지 않을 채무, 일정한 건축을 하지 않을 채무 등이 부작위채무에 해당한다.

140) 가령 목수가 도급받은 공사를 하지 않는 경우에 제3자(예: 다른 목수)로 하여금 공사를 대신 하게 하고 그 비용을 이행하지 않은 목수에게 부담시키거나(작위채무의 경우: 제389조 제2항 후 단), 일정한 건축을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위반하여 건축한 경우에 제3자로 하여금 그 건축물을 철거하게 하고 그 비용을 위반자에게 부담시키는(부작위채무의 경우: 동조 제3항) 방법으로 급 부를 실현시키는 방법이다.

141) 가령 음악가의 연주나 배우의 연기 등은 이 방법에 의할 수 없다.

대체집행이다.142) 그런데 의사표시가 채권자를 상대로 하는 것이거나 누구의 수

대해서만 허용된다. 그러나 부대체적 급부를 내용으로 하는 채무이더라도 다음과

법에 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따라서 ‘하는 급부’ 중에서 대체집행이 가능한 대 체적 급부에 대하여 대체집행의 방법만이 허용된다. 왜냐하면 이 방법에 의하더 라도 급부가 효과적으로 실현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채무자의 인격에 대한 불 필요한 압박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셋째, 직접강제에 의해서도 대체집행에 의해서도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경우 에 비로소 간접강제를 허용하는 것이 타당하다. 왜냐하면 채무자의 인격에 압박 을 크게 가하는 이 방법은 최후에 허용하는 것이 인격존중의 사상에 합치하기 때문이다.

요컨대, 직접강제가 가능한 경우에는 이 방법에 의하여야 하고 이것이 불가능 한 경우에 대체집행의 방법이 인정되며, 대체집행도 불가능한 경우에 간접강제의 방법이 허용된다. 그리고 간접강제도 허용되지 않는 경우에 채권자는 손해배상 기타의 구제수단에 의지하는 수밖에 없다.

(3) 강제이행과 손해배상

강제이행과 손해배상은 독립된 별개의 효력150)이며 양립할 수 있는 것이므로, 그 일방의 청구가 타방의 청구를 배제하지 않는다(제389조 제4항).

(4) 소결

자녀가 노부모에 대한 부양의무를 이행하지 않았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는가.

부양의무 이행의 확보 문제에 관하여 우리 민법은 침묵하고 있다.151) 이렇게 민 법상 부양의무의 불이행의 경우에 대한 구제방법을 규정하고 있지 않은 것이 현 재의 노부모 부양의무와 관련해서 가장 큰 문제라고 할 수 있다. 결국 부양의무 의 불이행에 대한 이행확보는 민법상 위의 강제이행과 손해배상에 관한 규정을 해석론에 의하여 해결하거나 가사소송법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150) 채무불이행의 손해배상은 채권의 효력이 아니고 채무불이행의 효과이며, 따라서 손해배상과 강제이행은 대등한 것이 아니라는 견해로 송덕수, 전게서, 16-7면 참조.

151) 한삼인, 전게서, 269면.

부양의무가 어떠한 의무로 구성되었는가에 따라서 민법상 강제이행 규정 중 어떠한 규정의 적용이 가능한지가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제2장 제3절 3. (부양 의 정도와 방법)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부양의 종류에는 동거부양 내지 인수부 양, 그리고 급부(급여)부양152)이 있다. 그리고 구체적인 방법은 당사자의 협의나 법원의 판결 등에 의해 정해질 문제이지만, 금전 급부부양이 일반적인 방법이라 할 수 있다. 이와 같이 부양의무를 단순히 부양료 지급의무로 해석한다면, 이는 주는 급부에 해당하므로 직접강제의 방법을 통하여 이행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 고, 만약 동거부양 또는 인수부양을 의미하는 경우에는 강제이행이 되지 않거나 간접강제를 통한 강제이행만이 가능하다고 할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제5장에서 구체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