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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 절 사회적 배제의 영역 구분

앞 절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사회적 배제는 다양한 차원에서의 문제로 인해 발생하는 다차원적 현상이다. 그런데 사회적 배제의 각 영역을 구분하는 것은 개념 자체에 대한 이해방식을 드러낼 뿐만 아니라, 뒤에서 살펴볼 지표체계의 개발과 관련하여 중요한 의미가 있다.

발라와 라페이어(Bhalla and Lapeyre 1997)는 사회적 배제가 발생하는 영역을 경제적 차원, 사회적 차원, 정치적 차원으로 구분한다. 경제적 차원의 배제는 소득 및 생산과 관련된 문제로, 다른 사람들은 접근할 수 있는 재화와 서비스 에 대해 일부 사람들이 접근할 수 없는 경우를 지칭한다. 센(Sen)의 기능 (capability)개념이나 다스굽타(Dasgupta)의 권리박탈(disenfranchisement) 개념은 경 제적 배제에 해당된다. 사회적 차원의 배제는 사회적 서비스(의료, 교육 등)에 대한 접근의 제한, 노동시장에 대한 접근의 제한, 사회적 참여의 기회 제한을 뜻한다. 정치적 차원의 배제는 특정 집단에 대한 인권, 정치적 권리의 불인정을 뜻하는 것으로, 개인적 안전, 법의 지배, 표현의 자유, 정치적 참여, 기회의 균 등, 노조의 결성 등과 관련된 권한이 침해받는 현상이 이에 해당된다.

이러한 구분은 마셜(Marshall 1977)의 시민권 구분과 유사하다. 마셜은 시민권 을 시민적(civil) 권리(표현의 자유, 법의 지배, 정의에 대한 권리), 정치적 권리 (정치권력 행사에 대한 참여), 사회경제적 권리(개인적 안전, 기회의 균등, 최소 수준의 건강 보장, 실업수당 등)로 구분한다. 국가와의 관계에서 본다면 정치적 차원의 배제는 기본적 권리와 시민적 자유를 보장해주어야 할 국가가 그러한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고 지배계급의 이해만을 보호할 때 발생하며 시민적 권리

의 결여는 국가가 권리를 보호하지 못하거나 개인, 집단, 사회조직들이 자신들 의 권리를 수호하지 못할 때 발생한다.

블레밍스와 버먼(Vleminckx and Berghman 2001)은 사회적 배제가 사회체제를 구성하는 네 가지 제도 중 하나 또는 몇 가지 제도의 작동 실패로 인해 발생한 다고 본다. 첫 번째는 민주주의적, 법적 제도의 실패이다. 이로 인해 시민적 통 합(civic integration)이 위협받고, 그로 인해 민주주의적 제도 내에서 모든 시민 들이 평등한 존재로 간주되지 않게 된다. 둘째는 노동시장의 실패인데, 이로 인 해 경제적 통합이 위협받는다. 경제적 통합은 직업을 보유함으로써 경제적으로 유의미한 기능을 하고 있음을 인정받음을 의미하므로 경제적 통합의 실패는 개 인적 차원에서는 사회적 인정의 실패이다. 세 번째는 복지국가 제도의 실패로, 이로 인해 사회적 통합이 위협받는다. 마지막으로 가족과 공동체제도의 실패이 다. 이로 인해 개인 간 통합(interpersonal integration)이 위협받는데, 그것은 가족, 친구, 이웃 등 사회적 네트워크로부터 필요한 경우 도움과 도덕적 지지를 얻을 수 없게 됨을 의미한다. 위에서 소개한 발라와 라페이어의 구분이 대상영역별 수평적 구분이라면, 이들의 구분은 사회적 통합이 이루어지는 사회 공동체의 층위에 따른 구분이다. 이 구분은 사회적 배제가 일어나는 차원을 가족공동체, 시장, 시민사회, 국가로 구분하고 있다.

버먼과 필립스(Berman and Phillips 2000)는 사회적 배제 개념이 여전히 사회 정책의 기초가 되기에는 협소한 개념이라고 보고 벡(Beck et al. 1997)의 사회의 질(social quality)개념을 이용하여 지표화를 시도한다. 벡에 따르면 사회적 질은

‘시민들이 자산들의 복지(well-being)와 잠재력을 제고시키기 위해 공동체의 사 회경제적 삶에 참여할 수 있는 정도’를 의미한다(Berman and Phillips 2000에서 재인용). 이들에 따르면 사회의 질은 네 가지 요소로 구분된다. 첫 번째는 사회 경제적 안정/불안(social-economic security/insecurity)의 구분으로, 이는 각 시민이 일상의 생존을 위해 필요한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가를 의미한다. 즉, 시민들 의 생존에 책임이 있는 각 기구나 제도들로부터 복지혜택을 받을 수 있는가를 뜻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사회적 통합/배제(social inclusion/exclusion)의 구분으 로, 이것은 평등의 원리 및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구조적 원인들과 관련된다.

세 번째는 사회적 응집/아노미(social cohesion/anomie)의 차원으로, 사회적 네트 워크를 형성, 유지, 붕괴시키는 일련의 과정과 그러한 네트워크를 지탱하는 사 회적 하부구조를 의미한다. 마지막으로 권력화/탈권력화(empowerment/

disempowerment)의 차원은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 문화적 과정에 참여하기 위 해 개인의 능력을 실현되고 있는지를 구분하는 것이다.

버먼과 필립스는 이 네 차원을 각각 다음과 같은 영역으로 더욱 세분화한다.

사회경제적 안전은 물질적 안전, 고용안전, 주거의 안전, 건강의 유지 등으로 세분되고, 사회적 통합은 사회안전망으로의 통합, 노동시장으로의 통합, 주택시 장으로의 통합, 보건서비스로의 통합, 교육제도와 서비스로의 통합, 정치적 통 합, 공동체 서비스로의 통합, 사회적 지위의 통합 등으로 세분된다. 사회적 응 집은 경제적 응집, 사회적 지위의 응집, 정치적 응집, 정치적 안전, 이타적 행동 등으로 세분된다. 권력화의 차원은 사회 문화적 권력화, 정치적 권력화, 경제적 권력화, 사회심리적 권력화로 구분된다.

그런데 이와 같은 사회 질의 네 차원은 일반적으로 모두 사회적 배제의 요소로 간주할 수도 있는 것이다. 버먼과 필립스는 사회적 배제를 좁은 의미로 사용하여 어떤 제도의 수혜대상에 포함되지 못하는 경우를 의미하는 것으로 사용하고 있는 데, 사회적 배제를 다른 논의들에서와 같이 좀더 확대해서 이해할 경우 사회의 질의 네 가지 요소를 사회적 배제의 각 측면으로 해석하여도 무방할 것이다.

한편 사회적 배제를 좀 더 경제 중심적으로 해석한 것이 로빈슨과 오펜하임 (Robinson and Oppenheim 1998)의 구분이다. 이들은 대상 영역을 더 좁혀 빈곤이 나 저소득과 관련된 영역으로 국한시키고, 그것을 소득, 실업, 교육, 건강 등으로 구분한다. 이러한 범위 설정은 앞서 2장의 2절에서 언급했던 유럽연합에 의해 수 용된 사회적 배제 개념에 근접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사회적 배제를 빈곤을 중심으로 이해하되, 전통적 의미의 빈곤에 국한하지 않고 빈곤의 원인 혹은 영향 으로 간주되어 온 주변영역까지 분석의 대상을 확대한 것이다. 이 후에 본 연구 에서 사회적 배제의 지표화를 시도할 때에는 우선적으로 배제의 영역을 제한적으 로 해석하여 구분하는 로빈슨과 오펜하임의 구분방법을 준거로 삼고 이들의 구분 에 포함되지 않았던 몇 가지 영역을 추가하여 지표화의 틀로 삼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