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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 대안형 실업계 고교의 도입

실업계 고교는 일반적으로 학생들의 낮은 수학 능력과 학습 의욕 부족으 로 중도 탈락율을 겪고 있다. 본 연구에서 제기한 사립 실업계 학교 여학생 들의 높은 부적응 현상도 일단 그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중도탈락 학생들의 방치는 교육의 책무성면에서나 국가 인적자원의 총체적 질 향상면 에서나 모두 바람직한 일이 아니기 때문에, 이들에 대한 대안적인 형태의 교

육 실시는 불가피한 일이다. 이에 따라 정부로서는 중도탈락 학생들을 대상 으로 하는 대안형 실업계 고교의 확대・운영도 적극 고려해야 할 과제가 되 고 있다. 이들 퇴학생이나 생활 부적응 학생에 대한 교육에서는 무엇보다 인 성교육과 체험학습을 통한 자유로운 학습이 중요하고, 나아가 개개인의 적성 에 맞는 전문기술의 습득을 통해 생산적인 인간으로 변화시켜 나가는 데 역 점이 두어져야 할 것이다.

4. 변혁적인 직업진로교육 체계의 도입

급속한 경제・사회 환경 및 노동인력 수요 변화에 대한 실업계 고교의 신 속한 대응력 제고를 위해서는 학사 운영 체계의 변화 못지 않게, 학생들에 대한 체계적・과학적 진로교육 서비스를 제공할 필요가 매우 높다고 할 수 있다. 즉, 전문적 진로지도를 통해 개인의 능력・적성에 맞는 교육을 실현하 는 것은 물론, 합리적 직업선택 지도를 행함으로써 개인의 취업 확률을 제고 하고 필요 노동인력 공급의 적절성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고교 단계 직업 진로 상담 서비스의 운영 사례로 미국 오하이오주의 경우 는 매우 시사적이다. 이곳 학교에서는 학생들의 진로 고민을 덜어주기 위한 체계적인 진로교육 프로그램을 실시해 오고 있다. 본격적인 진로교육은 중3 에서 고교 3년까지의 4년의 기간 동안에 이루어진다. 9학년, 즉, 중 3이 되면, 영어, 수학, 과학, 사회 등 필수과목 외에 진로개발 과목을 수강하면서 개인 의 진로 목표를 설정하고, 구체적인 직업 관련 수업을 받게 된다. 또, 학교 내에 직업교육 빌딩 (Vocational Building)을 설치하여 회계, 여행과 관광, 컴 퓨터 프로그래밍, 법학, 비즈니스와 마케팅 등 5개 과목을 개설하고 있다. 이 들 5개 과목 외에 다른 과목에 관심이 있는 학생들은 인근의 다른 학교에서 진로과목을 수강할 수도 있다.

10학년에서는 다양한 직업의 세계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갖는다.

잡 섀도잉(Job Shadowing) 은 특정 직종에 종사하는 사람을 그림자처럼 따 라 다니며, 실제로 어떤 일을 하는지를 눈으로 확인하는 프로그램이다. 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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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은 약 1주일간 원하는 직종의 종사자(예를 들어, 스튜어디스, 미용사, 요리 사 등)를 따라 다니며, 그 일이 적성에 맞는지 혹은 본인이 생각하던 것과 차이가 있는지의 여부를 판단하게 된다. 11학년과 12학년에는 인턴십 (Intern-Ship) 프로그램에 참가하여 직접 일을 하며, 돈도 벌게 된다.

오하이오 진로교육의 결정체는 진로여권(Career Passport) 이다. 진로여권 이란 학생의 진로 목표와 이를 달성하기 위해 실천해 온 활동들을 기록한 서류철이다. 서류철에는 고교 시절의 활동, 수상 실적, 학업 성적, 상장 사본 등이 첨부되어 있으며, 약 85%의 학생들이 이를 작성하고 있다. 이 자료는 기업체에서 채용의 중요한 판단 자료로 활용된다(동아일보. 2001. 11. 24).

이러한 직업 진로 교육 체계는 우리 나라의 사립 실업계 고교에서 시험적 으로 시행해 볼만한 프로그램이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먼저 학사 및 교육 과정 운영면에서 자율권 확보가 전제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동일 법인내 에 중학교가 병설되어 있는 학교의 경우라면, 중학교 3학년 과정에 있는 실 업계 진학 가능 학생을 선정한 후, 동일 법인내 실업계 고교 진학을 상정하 여18) 이들에게 진로 개발 과목을 수강토록 하고, 고1 단계에서는 다양한 직 업을 직접 체험토록 하는, 잡 섀도잉을 통한 체험 교육 을 실시하는 방안을 적극 고려해 볼만하다. 아울러, 고 2, 3학년 단계에서는 선정된 업체의 인턴 프로그램 에 참가시켜 직접 일도 하면서, 향후의 취업세계와 직접 연계를 갖 도록 하면 될 것이다.

이는 일종의 산학 협동 형식이라고 할 수 있으나, 기존 산학 연계와는 상 당한 차이가 있다. 특히, 중3 과정에서 조기에 직업적성을 위한 진로 개발을 시도하고, 고1 단계에서 현장 체험 및 견습을 통하여 학생 자신의 적성을 스 스로 탐색하고, 고2 단계에서 직접 현장에 참여하도록 한다는 점에서 기존의 산학 연계 체계와는 차별적이다. 이와 같이 조기에 직업진로적성을 결정하게

18) 일본에서는 사립중학교의 입학 경쟁은 치열하지만, 일단 중학교에 입학하고 나면 동일한 사학법인의 대학까지는 무난히 진학할 수 있는 에스컬레이터 식의 사학 제도가 운영되고 있다<대한사립중고등학교장회, 세계의 교육과 중등사학, 1998:

594). 따라서 우리 나라에서도 동일 법인의 중・고등학교를 거쳐 전문대학 혹은 4년제 대학으로 진학하게 되는 학생에 한해서는, 학비 및 입학전형시 혜택을 주 는 우대 제도를 도입해 볼 만하다.

되면, 학생들의 높은 참여율과 관심으로 중도탈락률이 크게 감소될 것은 물 론, 자신의 진로에 대한 확실한 신념과 함께 교육에 임할 가능성이 높아 교 육 효과도 그만큼 배가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직업진로 체계의 변화를 위해서는 산업체와 학교간에 긴밀한 협조 체계가 선행적으로 형성돼야 하며, 정부 차원에서도 이를 적극 지원하 는 제도 장치가 마련돼 있어야 한다. 일단 장기적인 차원에서 일정한 실험 운영 기간을 두고, 사립학교들과 이를 관리・지도할 수 있는 한국직업능력개 발원과 공동으로 연합하여 다양한 유관 사례를 조사・분석하고, 프로그램 개 발과 시행, 평가까지 체계화시켜 나가면, 효과적으로 학교 현장에 정착시킬 수 있을 것이다. 위의 직업진로교육 체계를 도식화하여 나타내면 다음의〔그 림 Ⅴ-3〕과 같다.

〔그림 Ⅴ-3〕 사립 실업계 학교의 직업교육진로 체계 탐색도

고3 업체 Intern-Program 참가, (취업)

고2 업체 Intern-Program 참가

고1 Job Sh ad ow in g(직업 체험)

중3 진로개발 과목 수강(적성 탐색)

중2 일반교과 수강

중1 일반교과 수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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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Ⅵ. 결론 및 제언 1. 결론

1990년대 중반까지 산업체에 우수 인력을 공급하던 실업계 고교가 몰락한 것은 산업구조 고도화와 지식기반사회의 도래에 대비한 적절한 대책이 없었 으며, 미래사회를 진단하는 빠른 정보망 구축이 결여되었던 데서 기인했다고 볼 수 있다. 지식기반사회에서도 여전히 기초적 기술 수준의 인력 공급은 중 요한 일이고, 따라서 실업계 고교를 중심으로 한 중간 이하 수준의 기능 인 력 양성은 국가적으로도 계속 추진돼야 할 과업이다. 그러나 1990년대 중반 이후 우리 사회에서는 고등교육에 대한 편중된 열망과 함께, 기능 인력 개발 이 정보통신 분야에만 치우치는 불균형 상태가 빚어져 오고 있는 현실이다.

이에 따른 파급 효과로 실업계 고교는 초유의 정원 미달 사태가 몇 해씩 이어지는 현상이 나타났고, 급기야 정부는 2001. 11 실업교육 육성 대책 을 통해 무너진 실업계 고교 교육을 되살리기 위한 노력을 시작했으나, 신입생 유치만을 염두에 둔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평가까지 나오는 등 엇갈린 반응 을 보이고 있는 형편이다. 무엇보다 그것은 실업계 고교의 근본적 체질 개선 을 견인하는 질적 체제 개편의 시나리오가 전혀 제시되지 못한 데서 말이라 고 볼 수 있다. 즉, 학교간 경쟁을 통해 실업교육의 질 제고를 촉발한다거나 노동 수요 대응력을 제고하고, 단위학교의 행・재정 자율권을 대폭 확대하 며, 우수 인력의 실업계 고교 교원 임용을 촉진시키는 등의 실질적이고도 강 력한 실업계 고교 체제 개편 방안을 담보하고 있지 못한 데 따른 불만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본 연구에서는 우선 사립 실업계 고교를 자율학교 로 전환하 는 방안을 제시하면서 여기서 얻게 되는 학사 및 교육과정 운영의 자율성을 바탕으로 독자적인 학교 특성화 및 전문화 방안을 모색해 나가도록 권장하 였다. 이렇게 사립 실업계 고교의 근본적 체제 개편을 통해 직업교육 전체의

획일성 탈피와 다양성 제고가 실현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구축될 때, 학 교별 교육 프로그램의 특성화 유도도 한층 원활해지고, 학교간 선의의 경쟁 을 유발해 배출 인력의 경쟁력도 높아질 수 있게 되리라는 것이다. 요는 공・사립 학교를 망라한 실업교육 공급자들이 여하히 스스로의 교육에 대한 책무성을 인식하고 또 실현시켜 나가도록 이끌어 낼 것인가에 실업계 고교 의 인적자원개발 기능의 성패가 달려 있다는 것이며, 그 중심에 사립 실업계 고교의 자율성 보장 문제가 위치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2. 제언 : 사립 실업계 고교 육성을 위한 정책 방안

실업계 고교가 직면한 문제는 급속한 사회환경 변화에 의하여 복합적으로 발생한 문제로서, 짧은 순간에 몇 가지의 방안만으로 해결될 수 있는 일이라 고는 볼 수 없다. 또, 어느 실업계 고교 단독의 노력만으로 해결될 수 있는 일도 아니다. 정부의 장단기적인 직업교육 정책 개발과 일관성 있는 추진, 유관 연구기관과 산업체 등의 지속적인 협력이 함께 어우러질 때만 그 해결 이 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사립 실업계 고교는 본래의 자율성을 살려 사회와 학생의 교육수요 에 맞는 다양한 교육 운영을 실천해 나가야 하는데도, 정부의 행・재정적인 지원의 결핍 속에서 학교 경영상의 어려움만 가증돼 나가고 있는 현실이다.

그런 차원에서 사립 실업계 고교 육성 지원을 위한 정책 방안들을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