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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글로벌 생태환경 변화와 생물다양성

경자유전 원칙이 헌법적 규정이기는 하지만 지속가능성과 현실적 실효성 측면 에서 한계에 처해 있다. 이 원칙이 사회적 정당성을 확보하고 지속가능한 원칙으 로 자리하려면 농업적 생산 기반의 보호라는 전통적 의미에 머물기보다는 새로운 변화된 가치체계와 환경에서 경자유전 원칙이 여전히 유효하며, 나아가 재해석·

재조명된 농지보호 원칙이 새로운 환경에 보다 더 적합한 원칙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해야 한다.

초국적 이동이 자유로운 이른바 흐름의 공간(space of flow) 시대에서는 글로벌 생태환경 역시 급변하게 되며, 네트워크로 연결된 모든 지역과 장소 또한 이러한 글로벌 흐름과 생태환경 급변의 영향을 동시에 받게 된다. 국지적인 농지와 농촌 환경의 문제는 더 이상 국지적·국내적 프레임 속에서 관리되는 것이 아니라 글로 벌 네트워크와 관계 속에서 변동하게 된다. 기후변화체제처럼 글로벌 생태환경의 문제는 국제 정치 질서뿐만 아니라 세계경제체제의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게 되 고, 국지적 농업·농촌 문제의 구조적 환경으로 자리하고 있다.

앞으로 대부분의 생물권에서 지구 생태계는 인간활동 중심으로 변화될 것이며, 그 중심은 농업적 이용과 인공생물계 형태로 구현될 것이다. 그만큼 농업적 토지 이용은 향후 지구생태계 변화의 중심을 이루게 될 것이다. 특히 농업적 이용에 중 요한 것이 토양이다. 토양은 삼림과 농업에 근본적이며 개미, 박테리아, 지렁이, 미생물, 미소동물(micro-fauna) 등 생물의 약 25%가 토양 속에서 생존한다. 따라 서 토양 생물다양성은 유전자(genes)에서 종(species)에 이르는 종합 저장고이고, 지역 환경에 따라서 다양하다. 토양의 풍부한 다양성은 생태계서비스의 다양성을 증가시키며, 토양에 거주하는 종 및 주변지역의 종에게 편익을 제공한다.

그림 4-1 토양생물다양성의 위험 상황 그림 4-2 지구적 차원의 생태환경 위험지수

자료: World Wide Fund for Nature(2018).

<그림 4-1>은 글로벌 차원에서 5단계로 구분한 토양생물다양성에 대한 잠재적 위험 상태를 보여주는 지도이며, 우리나라는 아주 높은 단계의 위험수준에 처해 있음을 알 수 있다. 토양을 포함한 종합생태계에 대해서 World Wide Fund for Nature가 지구의 생태계 위험지수를 산정하여 발표하고 있다<그림 4-2>. 지표다 양성의 손실, 오염, 부영양화, 과잉목축, 집약농업, 화재, 토양침식, 사막화 및 기후 변화 등으로부터 위협을 나타내는 지수이며 우리나라는 위험지수가 상당히 높은 국가에 속한다.

1.2. 글로벌 농지투기 심화와 농지가격 왜곡

헌법에서 규정한 소작금지 원칙은 농지기반 신분적 속박과 착취금지라는 본래 적 기능보다는 새로운 기능으로 그 정당성을 새로이 부여받는 것으로 평가되기도 한다. 즉 농지임대차에서 임대료를 제한할 수 있는 근거가 됨으로써 스마트팜과 같은 새로운 농업생산체제로의 전환을 용이하게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소작제도 금지 원칙을 폐기하게 되면 도시근교에서 농지가격 상승과 경자유전 원칙 파기를 불러와 농지의 다원적 이용과 보존을 심각하게 위협할 것으로 본다(이태호·사동 천 2017).

소작금지 원칙과 경자유전 원칙의 폐기가 자동적으로 농지가격을 상승시키는 것은 아니다. 농지가격 상승은 원칙적으로 소유자가 누구인가보다는 해당 토지이 용이 어떠한 용도로 이용 가능한가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다. 그리고 토지가격 결 정에서 중요한 최근 변화는 실제 토지이용 기반과는 분리된 소유권 거래시장의 성 립과 투자대안 상품으로 농지소유권의 부각이다. 즉 농지소유권이라는 재산권을 거래하는 시장이 독립적으로 발달하는 경우, 해당 토지가 실제 생산하는 소득이 득과는 무관하게 소유권 거래가격이 변동할 수 있다. 자산시장과 임대차 시장의 분리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농지가격 상승을 유발할 수 있으며, 이러한 추세는 토 지의 금융화 현상에 의해 전 세계적 차원에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최근 미국 농지가격 추이와 특징은 많은 시사점을 던진다. 토 지와 토지상의 구축물을 포함하는 농업부동산(farm real estate)은 미국 농업부문 자산의 80% 이상을 차지하며, 미국 농지가격은 1980년대 농업위기 이래 오랜 기 간 빠르게 상승하였다. 미국 농지가격은 순현금농가소득(net cash farm income)의 상승과 낮은 이자율을 요인으로 2004~2014년 기간에 빠르게 상승하여 인플레이 션 조정가격 기준으로 거의 두 배가 되었으며, 2015년 농지가격이 정점에 달한 후 현재 보합세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목초지보다 북부 대평원, 5대호 주변 및 옥수 수지대 지역의 곡물재배농지가 빠르게 상승하였다. 2018년 현재 미국 농지를 포 함하는 농업부동산 가격은 에이커당 3,140달러로 상당히 높은 수준에 도달해 있다.

그림 4-3 미국 농업부동산 가격의 변화 추이(인플레이션 조정가격, 1968~2018)

주: 농장부동산은 토지와 구축물을 포함. 자료는 매년 1월 1일 기준 가치이며, 알래스카와 하와이는 제외함.

자료: 미국 농무부 경제연구소(USDA ERS)(2019). Farmland Value(https://www.ers.usda.gov/).

농지가격을 오르게 하는 거시경제적 요인들은 높은 농산물가격, 낮은 이자율, 농작물 보험과 정부보조금 등과 같은 정부정책 등을 꼽을 수 있다. 예컨대, 농작물 보험 지급정책은 순수익의 변동성을 줄여주기 때문에 농지가격으로 자본 환원 효 과를 낳을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농지가격 상승은 전 미국 차원에서 볼 때 순현금

농가소득이 높았던 몇 시기를 제외하면 농지로부터 수익이 농장부동산 가치를 떠 받치지 못하고 있다. 2000년 이래 지금까지 지속적으로 곡물 재배농지의 자본환 원율(capitalization rates)이 미국 전 지역에서 하락하는 추세에 있다. 농지가격 결 정이 농업소득이 아닌 다른 요인, 즉 기관투자가들의 투기적 농지투자와 같은 요 인들의 영향을 점차 크게 받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요인에 의한 농지가 격의 급격한 상승은 농지를 실질적으로 필요로 하는 영농후계자에게 자연스런 농 지이전을 어렵게 만들고, 젊은 영농인의 진입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Burns et. al. 2018).

이처럼 글로벌 기관투자가의 투자와 외국인 농업·농지투자를 농지수탈 관점에 서 바라보는 것에 대한 대응책으로서 세계은행(World Bank)과 유엔식량농업기 구(FAO)가 공동으로 2010년 「책임 있는 농업투자원칙」(Principles for Responsible Agricultural Investment: PRAI)을 제정하였다. 이는 2006년 제정한 유엔의 「책임 투자원칙」(Principles for Responsible Investment: PRI)을 반영한 것으로서 기관 투자가들에게 지속가능성장을 위한 사회책임투자원칙(Environment, Society and Governance: ESG)의 준수를 요구한 것이다. 이러한 환경친화적이고 지속가능한 농지관리 투자원칙은 개발도상국뿐만 아니라 선진국에도 적용되는 것이며, 민간 자본이나 사기업의 책임투자를 더욱 촉진하는 국제규정이다(Ogura 2018; FAO 2015; 정수영·황은경 2008).

글로벌 자본이동 및 유동성 추이에 따라 농지가격은 자국 내의 경제상황과는 무 관하게 변동하게 되고, 자국의 제도적 자원으로 통제가 어려워지는 문제가 발생한 다. 특히 우리나라와 같은 개방경제체제에서는 이러한 글로벌 자산투자시장에 한 국 농지가 편입되면 농지가격 변동성이 더욱 커지게 된다. 자유무역협정에 따르는

「투자자·국가 간 소송제도」(Investor-State Dispute Settlement: ISDS)와 더불어 농 지개방이나 농지자격 요건의 완화나 유연화에서 반드시 고려해야 할 요소이다. 글 로벌 개방경제체제에서 농지에 대한 일정한 제도적 방어 장치가 없으면 쉽게 이러 한 글로벌 투기자본에 노출되고, 약탈적 농지투자 및 그에 따른 농지가격 상승과 하락, 실제 농업종사자의 불안정성 심화를 상시적으로 유발하게 된다.

이처럼 글로벌 유동성의 영향이 커지고, 기관투자가들의 투자대상으로 농지가 각광을 받는 상황에서 농지소유에 대한 별도의 조건을 설정하지 않게 되면 농지이 용과 임대차 관계가 교란되는 것은 물론, 농업환경의 구조적 불안정성이 심화되 고 스마트팜이나 수직농업 등 새로운 농업시스템의 발전에 장애로 작용한다. 최 근 미국 농지가격 상승에서 중요한 고려요인은 바로 글로벌 유동성과 금융투자상 품의 다각화이다. 한국 농지 역시 이러한 변화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기 때문에 농 지관리 정책에서 이러한 글로벌 투자시장과의 관계를 면밀하게 검토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