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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지관리 제도로서 경자유전 원칙과 토지공개념의 변화

1.1. 임시정부와 제헌헌법의 농지규정

대한민국 임시정부에서 농지와 관련한 규정은 임시정부법령 제2호로 공포된 1919년 9월 11일 시행 임시헌법 제8조 2호에 “대한민국의 인민은 법률의 범위 내 에서 재산의 보유와 영농의 자유를 향유”한다고 규정한 것이 유일하다. 이 조항이 임시정부 헌법 가운데 기존의 소작제도를 금지하고 경자유전 원칙을 잠재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있다.

4) 본 장의 1절, 2절, 3절 내용은 서울대 김용창 교수의 위탁원고 내용을 요약 정리한 자료이다.

해방 국면에서는 지주·소작제도를 금지하는 방식으로 토지의 사적 소유권을 제 한하려는 의지가 강하였고, 임시정부와 해방 국면의 논의들을 거쳐 1948년 제헌 헌법에서 경자유전 원칙을 내포한 헌법규정이 제정되었다. 제헌헌법은 다양한 정 치적 이해관계의 대립이라는 환경에서 제정될 수밖에 없었는데, 이 당시 가장 중 요한 문제가 농지분배였다. 당시의 농지분배는 식민경제구조를 타개할 방편과 더 불어 농민, 특히 소작인의 경제적 자활이 걸린 사안이었다. 특히 일제강점기 말기 의 농민 대다수가 빈농으로 전락하여 해방 이후 토지 소유구조의 개혁을 지속적으 로 요구하였다. 당시 이승만 대통령 역시 1948년 시정방침연설에서 소작제도 철 폐와 경자유전 원칙 확립을 강조하였다(조지은 2015).

제헌헌법 제86조에서 “농지는 농민에게 분배하며 그 분배의 방법, 소유의 한도, 소유권의 내용과 한계는 법률로 정한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경자유전 원칙을 실 현하기 위해 1949년 「농지개혁법」이 제정되었다. 「농지개혁법」 제17조에서는

“일체의 농지는 소작, 임대차, 위탁경영 등 행위를 금지한다. 단, 제5조 제1항 제2 호 단서의 경우 정부가 본법 기타 법령에 의하여 인허한 경우에는 예외로 한다.”라 고 규정하였다. 즉, 일본과 달리 소작과 임대차는 서로 다른 의미라는 것을 명시적 으로 규정하였고, 정부가 본법 기타 법령에 의하여 인허한 경우에만 소작, 임대차, 위탁경영 등을 허용하였다(이태호·사동천 2017).

1.2. 헌법 제119조의 경제자유(경제체제) 관련 조항

우리 헌법은 제헌헌법 이래 경제에 관한 장을 독립적으로 두고 있다. 농지와 농 업 및 농촌문제는 기본적으로 경제활동에 관한 사항이기 때문에 경제체제를 규정 하는 헌법규정의 규정을 받는다. 제헌헌법은 우리나라 경제 질서의 기본원칙으로 서 사회정의 실현과 국민경제의 균형 있는 발전을 규정하고, 개인의 경제 자유는 이 한계 내에서 보장한다는 원칙을 천명함으로써 자유방임적 경제체제가 아니라 는 것을 명확히 하였다.

제헌헌법 이래 헌법을 관통하는 경제질서에 대한 일관된 정신은 우리나라의 모

1.3. 헌법 제120조 국토자원관리와 이용 관련 조항

이 조항은 국가가 보호하고 관리해야 할 대상으로서 국토자원의 의미와 범위를 규정한 조항이다. 사회경제 발전과 환경변화에 따라 국토자원의 가치를 새로이 규정하고, 국가의 의무를 규정하는 것과 관련되는 조항이기 때문에 농지 가치의 재인식과 농지의 공익적 기능을 규정하는 문제와 밀접한 관련을 맺는 조항이다.

제헌헌법과 현재 헌법의 자연자원 관리 조항은 임시정부의 1941년 「대한민국 건국강령」에서 그 중심적인 내용을 찾을 수 있다.5)전술한 것처럼 건국강령에서 토지는 자력자경인(自力自耕人)에게 나누어 주되 토지의 상속·매매·저당 등은 금 지하였고, 대규모 산업기관은 국유를 원칙으로 하되, 소규모 및 중소기업은 사영 도 인정하기로 하였다.

국토자원 관리 규정의 핵심쟁점은 자연자원이 소유대상 자원인가, 아니면 공적 소유 또는 비차별적 공중접근성을 보장하는 자원으로 볼 것인가, 농지자원은 이 러한 범주에 속하는 자연자원인가 등이다. 그리고 그 관리기구로서 시장, 정부, 공 동체, 기타 혼합방식 가운데 어떠한 방식을 기본으로 채택할 것인가도 중요한 쟁 점사항이다. 최근 논의에서 부상하고 있는 국토자원 관리에 대한 커먼즈 (commons) 관점을 채택할 경우에는 토지, 특히 농지자원을 공유자원 대상으로 규 정할 것인지가 쟁점이 될 수 있으며, 재산권 체계와 국토자원 관리 패러다임에 근 본적 변혁을 요구하게 된다.

제헌헌법 제정 당시 제85조의 국유화 대상범위와 관련한 논의가 있었는데, 최 종적으로는 산림을 헌법적 규율대상에서 제외한 원안이 통과되었다. 이후 1954년 개정에서는 국토자원 관리와 관련하여 ‘국유’ 사항을 삭제하였다. 개정사유는 자 원관리의 국유에 대한 85조를 비롯하여 제87조 제1항, 제88조에서의 국유·국영·

공영 원칙이 우리나라 경제현실상 개인의 자유창의를 억압하고 합리적 기업운영 을 침해하고 있어 이를 삭제하고 사유, 사영 존중의 입장에서 실정에 적합하도록 융통성 있게 헌법이 아닌 법률로서 정하도록 한다고 제시하였다(조지은 2015).

5) 자세한 내용은 <부록 1>을 참고 바란다.

표 3-2 헌법 제120조 국토자원관리와 이용 관련 조항의 변화

1.4. 헌법 제121조 경자유전과 소작금지 조항

해방 이후 소작제도 금지와 함께 경자유전 원칙이 중요한 사회적 쟁점으로 부 각되었다. 제헌헌법 제86조의 농지분배 규정은 개념 정의상 농민에 대한 요건이 문제가 될 수는 있지만 농지의 소유주체를 농민으로 규정함으로써 경자유전 원칙 과 소작제도 금지를 근간으로 하여 제정된 것이다. 소작농에게 농지를 분배하여 직접 경작케 함으로써 경자유전과 소작제도 금지라는 두 가지 이념을 동시에 달성 하고자 하였다.

1962년 개정헌법은 농지개혁이 종료됨으로써 한시법적 농지분배를 규정한 제 헌헌법 제86조를 폐지하고, 소작제도 금지 원칙을 명문화하였다. 현재의 헌법규 정과 달리 소작제도 금지만을 명문화한 것은 소작제도를 금지함으로써 경자유전 원칙이 실현될 수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임효준 2019; 이태호·사동천 2017).

1980년 헌법 개정 당시 농지조항과 관련하여 헌법에서 농지제도 조항을 삭제하 고, 농지제도 전반을 ‘토지공개념’ 규정에 포괄적으로 포함하는 대안도 제시된 바 있다. 이러한 대안의 장점으로 당시에 꼽은 것은 농지를 토지일반에 포함하여 토 지공개념 규정과 함께 그 소유와 이용을 규제·조정하는 대원칙을 포괄적으로 규 정할 수 있고, 농지제도의 세부사항은 현실요구에 입각하여 법률로 신축성 있게 규정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반면에 단점으로는 농지제도의 핵심인 소유, 이용, 상 속에 관하여 구체적인 입법원칙이 결여되어 있고, 소작제도에 대해 우려가 큰 여 론에 대처할 수 없다는 것을 들고 있다(헌법연구반위원회 1980). 이 당시 농지문 제에 대한 헌법연구반의 검토의견은 생산농민을 착취하는 반봉건적인 소작제도 는 사라지고 있고, 농지유동화에 대한 필요성은 커지고 있다는 판단아래 농지구 입 자격을 농민에게 한정하여 농지투기를 억제하고, 임차료를 적정수준으로 통제 하여 차지농의 공정한 이익확보를 보장하는 새로운 농지제도가 필요하다는 것이 었다. 여기서 제헌헌법 당시와 비교할 때, 산업화와 도시화의 진전에 따른 사회적 적폐로서 소작제도 위험성의 현저한 감소, 농지투기 억제 필요, 차지농의 적정한 이윤보장 등이 새로운 농지환경으로 자리했다고 판단했었다. 이에 따라 토지 일

반론적 관점에서 농지를 인식하고 토지공개념 접근으로 농지관리 방법을 개선하

1987년 헌법에서는 ‘경자유전 원칙’을 헌법에 처음으로 국가 의무로 천명하였 고, 종래 헌법과 다르게 소작제도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도 허용될 수 없 도록 강하게 규정하였다. 동시에 임대차와 위탁경영이 인정되는 사유로 종래 헌 법상의 사유에 더하여 ‘불가피한 사정으로 발생하는 경우’도 추가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강력한 헌법 규정에도 불구하고 실제 현실에서 농지의 경자유전 원칙을 강 력하게 실행하는 것은 쉽지 않게 되었다. 이는 농지개혁법이 폐지되고 1994년 새 로이 제정된 「농지법」 제6조 제2항에서 예외적 농지소유 허용에 관한 규정 중 ‘상 속에 의하여 농지를 취득하여 소유하는 경우’와 ‘대통령령이 정하는 기간 이상 농 업경영을 하던 자가 이농하는 경우, 이농 당시 소유하고 있던 농지를 계속 소유하 는 경우’를 포함함으로써 헌법상 법률유보에 관한 제121조 제1항을 사실상 파기 한 결과를 초래하였다. 이러한 상속과 이농에 관한 예외규정은 비농업인의 농지 소유를 확대시키는 결과를 초래하였다(김홍상 2006; 이태호·사동천 2017).

어쨌든 헌법 농지조항의 기본정신은 1941년 임시정부의 대한민국 건국강령 자 력자경인(自力自耕人)에게 농지를 배분하는 원칙을 계승한 경자유전과 소작제도 금지원칙을 지금까지 강력하게 관철시키고 있다. 2018년 대통령 개정안에서도 1987년 헌법조항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그러나 그동안 급격한 사회경제 발전 과 실제 현실에서 농지임대차 상황을 고려할 때, 이제는 경자유전 원칙을 고수할 것인가, 아니면 다른 목적과 결합하여 경자유전 원칙을 도구적으로 활용할 것인 가를 다시 판단할 시점이 되었다.

1.5. 헌법 제122조 국토개발과 토지공개념 조항

국토개발 관련 조항은 제헌헌법부터 1960년 헌법까지는 없었고, 1962년 헌법 에서 농지와 산지의 효율적 이용을 위해 신설된 이래, 1972년에는 그 대상을 기타 국토로 넓혔고, 효율적 이용에 더해서 개발과 보전을 추가하였다(임효준 2019).

1980년 헌법에서는 효율성 관점 이외에 균형발전 개념을 새롭게 도입하였다.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