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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지배구조

문서에서 기업결합규제의 진화 (페이지 70-89)

(1) 소유‧경영의 분리와 대리문제

우리나라에서는 최근 소위 재벌의 일인지배형 경영체제에 수반 하는 문제에 대응하려는 정책으로서 기업지배corporate governance구 조의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기업지배는 여러 가지로 정의될 수 있지만78) 외국에서는 일반적으로 주식회사가 확대하면서 소유와 경영이 분리되어 주주와 경영자간에 이해가 괴리되면서 발생하는 대리agency문제를 해소하여 주주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수단적

77) Hovenkamp(1999)

78) Van den Berghe(1999)는 기업지배의 다양한 정의를 소개하고 있다.

장치를 말한다. 그러므로 기업지배는 주주와 경영자를 중심으로 하는 기업의 이해관계자들간의 이해를 조정하여 기업이 효율적 경 영을 하도록 경영자를 규율하고 통제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기업지배문제는 최초의 주식회사인 동인도회사United East India Co.

가 1602년에 설립되었을 때 회사의 소유주와 경영진이 구별되어 대리문제가 발생하면서 시작된 것으로 본질적으로 그것은 인간심 성에 내재하는 이기심이 주식회사제도하에서 표출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Adam Smith는 주식회사가 그다지 보급되지 않았던 18 세기 중엽에 이미 이 문제를 투시한 바 있지만,79) 현대적인 대규 모 주식회사를 관찰하여 대리문제를 경영자지배론으로 체계화한 것은 Berle and Means(1932)가 효시이다.

대리문제는 기업의 계약이론적 관점에서는 자금제공자와 경영자 가 장래의 모든 우발사태를 예견하여 경영자의 자금사용방법과 그

79) 스미스는 국부론 (1776)에서 주식회사joint stock company의 본질을 다음과 같 이 통찰하고 있다. “주식회사의 업무는 항상 이사회에 의하여 관리된다. 이사 회는 많은 면에서 주주총회에 의하여 통제된다. 그러나 주주의 대부분은 회 사의 업무에 대하여 여간해서 무엇인가를 아는 척 하려고 하지 않는다. 자신 들 사이에 당파심이라도 퍼져 있지 않는 한, 회사업무에는 관심을 갖지 않고 이사들이 타당하다고 생각하여 시행하는 반년 또는 일년마다의 배당을 만족 스럽게 받는다. 이와 같이 한정된 금액 이상의 어려움과 위험으로부터 완전 히 면제되므로 합명회사에는 어느 경우라도 자신의 재산을 걸지 않을 많은 사람들이 주식회사에서 모험가로 된다. 따라서 일반적으로 그러한 회사는 어 떤 합명회사보다도 훨씬 많은 자본을 동원할 수 있다. …… 그러나 그러한 회사의 이사들은 자신보다는 다른 사람들의 돈의 관리자이므로, 흔히 합명회 사의 사원이 자신의 돈을 감시하는 것과 같은 자세로 다른 사람들의 돈을 감시할 것을 그들에게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부자의 집사처럼, 그들은 조 그만 일에 주의하는 것은 주인의 명예를 위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쉬 어 주의를 태만히 한다. 따라서 그러한 회사의 경영에는 항상 태만과 낭비가 다소간 있을 수밖에 없다. 외국무역을 위한 주식회사가 개인모험가들을 상대 하여 거의 경쟁을 유지할 수 없었던 것은 바로 이 이유 때문이다. 따라서 주 식회사는 배타적 특권이 없이는 여간해서 성공하지 못하였고 그러한 특권을 갖고서도 흔히 성공하지 못하였다”.

76 세계화‧정보화 시대의 경쟁정책

수익의 배분 등을 완벽하게 사전적으로 결정할 수 없기 때문에 발 생한다. 그러한 ‘불완비계약’의 현실적 조건하에서는 경영자와 자 금제공자는 잔여지배권residual control rights, 즉 계약에 의하여 완전 히 예견되지 않은 상황에서의 결정권을 배분하여야 한다. 그러나 정보비대칭성 때문에 현실적으로 경영자가 이 권한을 행사하게 되 어 사익추구행동을 위한 여지가 넓게 된다. 즉 주주는 형식적 권 한formal authority을 갖지만 결정의 상당부분을 경영자에 이양하므로 경영자가 실질적 권한real authority을 갖게 된다.80)

Berle and Means는 출자와 지배의 분리하에서 전통적 재산이 사채‧주식 등 소극적 재산과 자본으로서 현실적으로 기능하고 있 는 회사자산인 적극적 재산으로 변혁되고 이에 대응하여 기업지배 에 있어 법률적인 재산의 논리와 경제학적인 이윤의 논리가 대립‧

모순된다는 것을 지적하였다. 이들은 이러한 상반된 두 가지 논리 를 초월한 세 번째 가능성으로서 ‘설득력 있는 사회적 의무의 체 계convincing system of community obligations’가 설정된 경우에 한하여 기업의 지배자인 경영자가 순수하게 중립적인 전문가로서 사회의 다양한 집단의 이해를 조정하고 사리보다도 공공이익을 기반으로 하여 행동하는 한편 소유자인 주주가 사회의 요구에 응하여 이익 의 일부를 포기한다는 도식을 제시하였다. 즉 이들은 경영자들이 사익만을 추구하는 대리인이 아니라 주주들에 대하여 신의성실의 의무를 수행하는 수탁인fiduciary으로서의 성격을 강조한 것으로 볼 수 있다.81)

대리문제의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으로 수많은 투자자들이 자신들의 투자수익에 대한 명시적인 보장이 없이도 막대한 자본을 경영자의 처분에 위임하고 있다. 그 원인은 그들의 수탁의무를 부

80) Aghion and Tirole(1997)

81) 이 입장에서의 대표적 논의는 Clark(1985) 참조

분적으로 신뢰하는 것 외에도 기업내부‧경영자노동시장‧자본시장‧

제품시장에서의 규율을 통하여 경영자의 사익추구적 및 비효율적 행동이 부분적으로 제어되기 때문인 것으로 볼 수 있으나 그러한 규율이 대리문제를 충분히 제거할 수 없다.82)

결국 대규모의 자본을 기업에 투자하는 주주의 입장에서 대리문 제에 따른 위험을 극복하는 최선의 방법은 경영에 대한 직접적 지 배권을 보유‧행사하는 것으로 될 것이다. 최근의 실증분석에 의하 면 전세계적으로 대부분의 대기업에는 지배주주controlling share- holder가 존재한다.83) La Porta 등(1998a)은 주식회사 내의 특정주 주(가족 포함)가 갖는 직‧간접적 의결권이 20% 이상인 경우에 이 를 지배주주라고 한다면, Berle and Means류의 경영자지배기업은 매우 희소하다고 한다. 그리고 대주주의 지분율은 주주의 권리에 대한 법적 보호력이 강할수록 낮다.84) 다시 말하여 대리문제로 인 하여 주주의 이익이 침해될 가능성이 적을수록 자기보호를 위한 소유집중유인이 저하하여 주식소유가 상대적으로 분산되어 있다.

이러한 관찰은 소유분산이 자본주의경제의 주식회사가 지향하여야 할 진화론적‧당위론적 방향으로 인식하고 이를 정책적으로 추진하 려는 시각에 중요한 반론을 제기한다. 이익을 추구하여 투자하는 주주로서는 가능한 한, 투자원본의 회수와 과실의 최대화를 가장 확실하게 보장하는 수단을 강구할 것이며 지배주주로 되어 경영을 지배할 힘을 획득하려고 할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나라에서도 이 러한 자본의 생리를 무시하기보다는 주주이익에 대한 법적 보호를 확실하게 하여 소유분산을 유도하면서 소유권을 넘는 지배권의 보 유 및 소유집중에 수반하는 부작용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이 중요할

82) Holmstrom and Tirole(1989)은 이 문제를 상세하게 논의하고 있다.

83) 예컨대 Shleifer and Vishny(1997)와 La Porta et al.(1998b)을 참조 84) La Porta et al.(1998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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것이다.

한편 Bebechuk 등(1999)이 지적하였듯이 주식회사의 소유구조 는 ㉠ 분산된 소유dispersed ownership(DO), ㉡ 대주주가 주식의 절반 이상을 점유하는 지배적 구조controlled structure(CS) 또는 ㉢ 낮은 지분율로 회사를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지배적 소수구조controlling minority structure(CMS)의 형태를 갖는다.85) CMS 구조는 우리나라 처럼 가족지배 복합기업이 많은 미국 외의 나라에서 흔히 볼 수 있다. CMS는 일반적으로 의결권의 다른 주식을 발행하는 차별적 다중주식제도‧피라미드형 출자구조‧주식상호보유의 세 가지 형태 를 가질 수 있지만 우리나라의 상법은 다중주식제도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86) 이러한 배경하에 우리나라의 기업집단의 경영지 배는 피라미드형 출자, 특히 주식상호보유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Bebechuck 등에 의하면, CMS 구조는 사업선정‧기업규모‧지배 의 역할 등에 관하여 효율적 결정을 내릴 경영지배자의 유인을 왜 곡할 수 있으며 그러한 대리비용은 경영지배자의 지분율이 작을수 록 가속적으로 증가한다. 더욱이 CMS 구조의 대리비용이 차입기 업 지배주주구조leveraged controlling shareholder structure(LCS)의 대리 비용과 비슷하지만 차입기업의 지배주주의 기회주의를 제약하는 계약상의 보호나 유인의 특성으로 제한받지 않기 때문에 그 규모 가 훨씬 크다. 또한 다른 조건이 일정하다면, CS 구조는 현금흐름

85) CMS 구조는 지배권보유자를 기업인수시장으로부터 차단하는 점에서 CS와 유사한 한편 지배권을 회사의 현금흐름의 작은 부분을 보유하는 내부자에게 부여하는 점에서는 DO와 유사하다. 그러므로 CMS에는 CS와 DO에 결부된 유인문제가 공존할 위험이 있다.

86) 피라미드형 출자는 일군의 기업을 지배하는 의결권이 단일 기업 내지 주주의 수중에 있는 것에 비하여 상호출자는 그러한 권한이 기업의 집단 전체에 걸 쳐 분산되어 있다. 또한 상호출자는 피라미드형 출자에 비하여 기업집단에 대한 지배의 궤적이 불투명하다.

을 보유하기 위하여 확장을 선호하고 배당을 억제할 것이다. 따라 서 일반적으로 CMS 구조가 DO나 CS 구조에 비하여 복합기업으 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

소유분산기업의 경영자에 대한 기업내부 및 외부시장으로부터의 직‧간접적 규율은 투자선택‧기업규모결정‧자산다변화선택‧산출량선 택‧제품시장에서의 경쟁 등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러나 기업이 나 사회후생의 관점에서 경영자지배기업이 반드시 소유자지배기업 에 비하여 우월한지 여부는 확실하게 판명할 수 없다.87) 마찬가지 로 Burkart 등(1997)은 대주주가 존재하는 기업에서 대주주의 지 분이 클수록 경영자재량을 감독할 유인이 커지지만 그 효과는 일 방적이지 않다. 대주주의 간섭이 커질수록 그가 선호하는 투자계 획이 실시될 가능성도 커지므로 이러한 통제효과control effect는 사 후적으로 대주주에게 유리하다. 반면 경영자는 주주가 간섭하면 사후적으로 효과적인 지배력을 갖지 못할 것이므로 주도적 행동을 억제할 것이다. 경영자재량이 사후적으로 주주의 이익에 배치된다 고 하더라도 그것은 새로운 투자계획의 모색과 같은 기업특유적 투자를 선호하므로 사전적으로 주주에게 이로울 수 있다. 이러한 주도효과initiative effect는 대주주에게 불리하다. 따라서 소유집중은 정의 통제효과와 부의 주도효과간에 상충관계를 수반한다. 그러나 상반되는 이해관계에도 불구하고 경영자의 주도적 행동 내지 기업 특유적 투자가 기업가치에 기여하는 한, 기업가치의 극대화를 위 해서는 어느 정도의 효과적 지배권을 경영자에 부여하는 것이 필 요하게 될 것이다.

이상과 같이 지배주주의 존재는 경영자의 대리문제를 부분적으 로 완화하는 반면 여러 다른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지배주주가

87) Holmstrom and Tirole(1989)은 이에 대한 문헌을 소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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