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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결합의 경쟁효과

문서에서 기업결합규제의 진화 (페이지 108-115)

공정거래법에서 원칙적 금지대상이 되는 기업결합은 ‘일정한 거 래분야에서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제7조제1항)하는 경우이며

‘강요 또는 기타 불공정한 방법’에 의한 경우(제7조제3항)에는 경 쟁제한성 여부에 관계없이 금지된다. 여기서 이론적으로나 법집행 에서 문제를 야기하는 것은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하는 행위’의 정의로서 공정거래법 제1조제8항제2호는 이를 ‘일정한 거래분야의 경쟁이 감소하여 특정사업자 또는 사업자단체의 의사에 따라 어느 정도 자유로이 가격‧수량‧품질 기타 거래조건 등의 경쟁에 영향을 미치거나 미칠 우려가 있는 상태를 초래하는 행위’로 정의하고 있 다.133)

이어 제7조제4항에서는 경쟁제한성의 추정요건을 명시하고 있 다. 먼저 제1호에서는 시장구조지수의 관점에서 기업결합의 당사 회사의 시장점유율의 합계가 ①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추정요건에 해당하거나134) ② 당해 거래분야에서 제1위이거나 또는 ③ 그 합계

133) 기업결합심사지침에서도 이와 유사한 정의를 반복하고 있다. 즉 “경쟁제한 성”이란 “특정한 기업 또는 기업집단이 어느 정도 자유로이 상품의 가격‧수 량‧품질 기타 거래조건 등의 결정에 영향을 미치거나 미칠 우려가 있는 상 태를 초래하거나 그러한 상태를 상당히 강화”하는 것으로 정의하고 있다.

문장을 자세히 검토하면 법제1조8항의2의 정의에 비하여 행위주체에 사업 자단체가 제외된 대신 기업집단이 포함되고 효과에 있어서는 거래조건의 경쟁이 아니라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대상으로 하며 그러한 상태를 초래하는 것만이 아니라 강화하는 것도 추가하고 있으나 본질적으로 양자 는 같다고 할 수 있다.

134) 공정거래법 제1조의7에서는 ① 시장점유율이 50% 이상인 단일사업자이거나

② 3 이하의 사업자의 시장점유율의 합계가 75% 이상인 경우 시장점유율이

와 시장점유율이 제2위인 회사의 시장점유율과의 차이가 그 합계 의 25% 이상일 경우에 일정한 거래분야에서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하는 것으로 추정한다. 다음 제2호에서는 대규모회사가 직접 또는 특수관계인을 통한 기업결합으로 ① 중소기업의 시장점유율 이 3분의 2 이상인 거래분야에서 ② 5% 이상의 시장점유율을 갖 게 되는 경우에 경쟁의 실질적 제한을 추정하고 있다.135)

기업결합을 제한하는 논거인 ‘경쟁의 실질적 제한’은 ‘경쟁을 현 저하게 저하시키거나 독점을 창출할 개연성이 있는may be substan- tially to lessen competition, or to tend to create a monopoly’ 타회사 주식이 나 자산의 취득을 금지한 미국 클레이튼법 제7조의 규정에 연유하 는 것으로서 일본의 독점금지법에서도 같은 표현이 사용되고 있 다. 미국에서는 경쟁제한성의 실체적 의미를 구체적인 판례를 통 하여 해석하고 있는데, 일반적으로 ‘시장력market power’이 형성되는

‘과정’을 중시하고 있다. 미국의 1992/97년 「수평합병지침」136)상의 판매자의 시장력은 단순히 기업이 한계비용을 넘는 가격을 설정할 수 있는 추상적인 힘이 아니라 특정시장을 지배함으로써 자신의 제품가격을 상당 기간 동안 ‘경쟁수준’ 이상으로 인상하더라도 구 매량의 감소가 적어 이윤을 증대할 수 있는 힘을 말한다.137) 또한

10% 이상인 복수의 사업자들을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칭한다.

135) 공정거래위원회는 이 규정의 제정취지를 대기업이 중소기업 분야로 혼합결 합을 통하여 진입할 경우에 월등한 자금력‧유통망 등에 의하여 해당분야에 서 시장력을 쉽게 형성하고 다른 기업의 신규진입을 저지하여 ‘공정한’ 경 쟁을 저해할 가능성이 큼에도 불구하고 경쟁제한성에 대한 입증이 곤란하 므로 이에 대처하기 위한 것이라고 하였다.

136) Horizontal Merger Guidelines(1997년 4월)는 1992년의 수평합병지침(최초의 지침은 1968년, 1차 개정지침은 1982년에 작성)을 부분적으로 개정한 것이 다.

137) 물론 수평합병지침은 우리나라의 심사지침과 같이 시장력을 갖는 판매자는 품질‧서비스‧혁신 등 가격 이외의 차원에서의 경쟁을 저하시킬 수 있다는 것을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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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평합병지침은 이와 대칭적으로 공급자의 가격을 경쟁수준 이하 로 인하하여 공급량을 축소시킬 수 있는 구매자의 시장력, 즉 수 요독점력monopsony power에 의한 경쟁제한성에도 주목하고 있다.138) 그러나 수평합병지침이 합병에 의한 이론적인 시장력의 증대 여 부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에 대한 반론도 제기되어 왔다. 예컨 대 Scheffman(1993)에 의하면 합병은 근본적으로 ‘동태적인 전략 행동’으로서 장래의 어떤 ‘게임’에서든 결합기업이 유리하게 채택 할 수 있는 전략의 집합을 변화시킨다는 의미에서 일종의 ‘약속

commitment’이다. 물론 합병은 결합기업의 현재상황에 영향을 주지 만 ‘현재’의 목표에 대한 결정이 아니다. 합병은 특정한 구체적 목 적을 달성하려는 것이 아니라 장래의 ‘잠재력’을 이용하기 위하여 이루어지는 것으로서 중요한 효과는 장래에 나타나며 장래에는 결 합기업의 제품도 현재와 다르게 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여러 논의에서 알 수 있듯이 경쟁제한성의 의미와 효과 는 ‘고려대상시간’과 ‘기업규모’에 따라 다를 수 있다. 그러나 공정 거래법에서는 경쟁제한성을 구체적으로 정의하고 있음에도 불구하 고 시간적 요소가 명시되어 있지 않다. 또한 일정규모 이상의 기 업이 기업결합의 당사자인 경우에만 사전에 신고하도록 하는 반면

138) 흔히 시장력은 독점력monopoly power과 동의어로 사용되기도 하나, Werden (2000)은 양자가 다른 의미를 갖는다고 한다. 즉 시장력은 단기에 이윤을 증대하면서 경쟁적 수준 이상으로 가격을 인상할 수 있는 힘, 그리고 독점 력은 장기에 걸쳐 이윤을 증대하면서 경쟁적 수준 이상으로 가격을 인상할 수 있는 힘이며, 따라서 기준이 되는 경쟁가격의 수준은 시장력이 문제일 때에는 단기한계비용, 독점력이 문제일 때에는 장기한계비용이라고 한다.

한편 Dewey(1997)는 독점력은 독점지대를 얻을 수 있는 힘이며 시장력은 독점력과 아울러 기업규모에 결부된 힘을 내포하는 것으로 보고, 합병정책 은 시장집중률로 나타난 단순한 외형상의 독점이 아니라 일정규모 이상의 대기업만을 대상으로 하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에는 Mueller(1997)와 Scherer(1977)도 동조하고 있다.

원칙적으로는 규모에 관계없이 모든 기업에 의한 경쟁제한적 기업 결합이 일단 제한대상으로 되어 있다. 이러한 규정의 취지는 기업 집단소속기업에 의한 기업결합을 제한하려는 것으로 되어 있으나 그 논거의 타당성이 분명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거꾸로 기업집단 과 관계가 없는 소기업에 의한 경쟁제한적 합병을 배제할 수 있는 근거가 없으므로 오히려 선별적 제한에 따른 자의성의 문제가 발 생할 소지가 크다.

좀더 중요한 것은 경쟁제한성의 정의가 함축하는 의미이다. 기 업결합은 기업의 수를 감소시키므로 다른 조건이 일정하다면, 구 조적 측면에서는 일견 경쟁도가 감소하게 될 것이다. 앞서 인용한 정의에 따르면 그러한 구조적 변화가 어떤 임계수준을 넘으면, 예 컨대 가격경쟁에 영향을 주거나 줄 수 있는 것으로 되어 있다. 특 히 그러한 효과가 실제로 발생하기 전에도 발생할 수 있다는 개연 성만으로 기업결합의 경쟁제한성을 판정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즉 위의 정의에 의하면, 공정거래법의 기업결합규제는 구조주의 적 사전규제를 지향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이 정의의 문맥 을 보면, 기업결합으로 가격 등의 경쟁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 는 경우를 ‘실질적’ 경쟁제한으로 간주하기 때문에 경쟁의 ‘현저한’

저하와 이윤증대를 ‘시장력’의 형성으로 해석하는 미국의 판례법에 비하여 훨씬 제한성의 범위가 넓다고 할 수 있다. 또한 가격에 영 향을 미친다는 것의 의미가 분명하지 않다. 우선 가격에 영향을 주는 것이 공정거래법에 저촉되려면 가격이 하락하는 것이 아니라 상승하는 경우이어야 할 것이다. 또한 경쟁기업간에 합병한 경우 에 합병기업이 자신의 제품가격을 인상하는 경우에 경쟁자들의 제 품과 합병기업의 제품이 동질적이라면 비용면의 절약효과가 크지 않는 한 소비자의 이탈로 오히려 손해를 자초할 것이다. 그러므로 합병후 가격인상이 유리하려면 반드시 제품차별화를 필요조건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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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며, 가격인상으로 한계적 소비자의 이탈로 인한 매출액 감소분 보다 한계내 소비자에 고가로 판매함에 따른 매출액 증가분이 커 야 한다는 것이 충분조건이 될 것이다. 이러한 시각에서 보면, 정 의에서 말하는 ‘경쟁에 영향을 준다는 것’의 분석적 의미는 분명하 지 않다.

이러한 문제는 일본의 판례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나 있다. 즉 일 본에서 경쟁제한성을 최초로 정의한 東寶‧스바루 사건에 대한 동 경고등재판소의 판결(1951년 9월 19일)에서는 경쟁의 실질적 제한 을 ‘경쟁자체가 감소하여 특정한 사업자 또는 사업자집단이 그 의 사로 어느 정도 자유롭게 가격‧품질‧수량‧기타 제반 조건을 좌우 함으로써 시장을 지배할 수 있는 상태(형태)를 초래하는 것’이라고 하였다. 이 정의에서는 시장력이 명시되었으므로 공정거래법의 정 의보다는 경쟁제한성의 범위가 명확하지만 가격을 변경하여 시장 력을 형성하는 것으로 되어 있어 시장력 때문에 가격을 인상할 수 있다는 논리와 인과관계가 역전되어 있다. 전자는 이론적으로 가 격을 대폭 인하하여 경쟁자를 배제함으로써 시장을 지배할 수 있 는 경우를 의미할 수는 있으나 이것은 경쟁제한성의 본래적 의미 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이 정의는 그 후의 판결에서도 대체로 답 습되어 왔으며 특히 위의 판결문에서 제시된 경쟁의 실질적 제한 에 대한 정의는 그대로 일본 공정취인위원회의 「회사합병 등의 심 사에 관한 사무처리기준」에 전재되어 있다.139)140)

139) 신일본제철합병사건(1969년 10월 30일) 판결에서는 경쟁의 실질적 제한을

‘당해 합병에 의하여 시장구조가 합병전과 비교하여 비경쟁적으로 변화하여 특정한 사업자가 시장지배적 지위를 획득하게 되는 경우’로 보고, ‘어떤 사 업자가 시장을 독점하게 되거나 혹은 거래상 그 의사로 어느 정도 자유롭 게 가격‧품질‧수량‧기타 제반조건을 좌우할 수 있는 힘을 갖게 되고 이에 의하여 경쟁사업자가 자주적인 사업활동을 할 수 없게 되는 경우’에 시장지 배적 지위가 획득된다고 하였다. 또한 석유가격카르텔형사사건(1980. 9. 27

(2) 경쟁제한성의 추정

그러나 이러한 제1조제8항제2호의 조문구성에도 불구하고 공정 거래법 제7조제4항제1호에서는 기업결합으로 상당한 수준의 고위 집중이 초래되는 것을 경쟁제한성의 추정요건으로 하고 있기 때문 에 결국 구조적 측면에서나마 시장력의 형성을 경쟁제한성의 요체 로 인정하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추정’이라는 단어가 의미 하는 바를 그대로 해석하면, 기업결합으로 일정한 시장점유율기준 이 충족되면 경쟁제한성이 인정되므로 시장구조지수의 외형적 상 승만으로 원칙적으로 기업결합을 제한할 수 있게 되어 있다. 그러 나 기업결합심사기준에 의하면, 예컨대 수평결합의 경우에 기업결 합 전후의 시장집중상황만이 아니라 수입경쟁‧진입‧공동행위‧인접 시장 등에 관한 상황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심사하도록 하고 있 기 때문에 이 추정조항의 의미가 퇴색하여 있다.

또한 법에서는 시장지배적 지위의 추정요건을 그대로 경쟁제한 성의 추정요건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예컨대 상위 3사 시장집중률 이 75% 이상인 경우가 이에 해당하게 되나, 심사기준에서는 이를 70% 이상으로 낮춤으로써 모법보다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모법에서 당연위법적 추정요건을 규정하였으나 심사기준에서는 여 러 다른 요인을 합리성의 원칙하에 고려하도록 하는 한편 집중률

판결)에서는 표현을 다소 달리하여 ‘일정한 거래분야에서의 경쟁을 전체적 으로 보아 그 거래분야에서의 유효한 경쟁을 기대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한 상태를 초래하는 것’으로 해석하였다.

114) 川越(1995)은 경쟁제한성을 유효경쟁의 저해로 이해하여 시장력의 형성으로 해석하는 이러한 판례의 문언은 지나치게 강한 표현이라고 비판하였다. 그 러나 유효경쟁의 저해정도와 시장력의 강도간에 어떤 관계가 있으며 시장력 을 형성하지 않고 유효경쟁을 저해하는 기업결합이 어느 경우에 존재하고 또한 그것이 왜 제한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분명한 분석을 제시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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