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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결합규제의 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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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01-12

세계화‧정보화 시대의 경쟁정책

이 규 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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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간사 3

발 간 사

20세기말부터 급속히 진행되어 온 세계화와 정보화는 최근 더욱 가속되어 우리 경제에도 심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러한 추세 는 기업의 조직과 활동은 물론 기업에 대한 각국 정부 및 국제적 수준에서의 정책도 크게 변모시켜 왔다. 특히 미국을 비롯하여 주 요 외국에서는 종래 폐쇄적인 국민경제의 차원에서 정태적 효율성 을 지향하여 시작되었던 경쟁정책을 새로운 시각에서 다시 접근하 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기업집단에 의한 경제력집중이 특유한 문제로 부각되어 있고 이에 대응하기 위한 일련의 규제법규가 공정거래법 을 중심으로 마련되어 있다. 특히 1997년말의 경제위기 이후 경제 구조조정의 핵심적 과제로서 기업집단의 구조와 행동을 개선하려 는 일련의 경쟁정책적 노력이 전개되어 왔다. 그러나 기업집단의 기능과 위상이 세계화와 정보화의 물결 속에서 급속히 변화하고 있기 때문에 기존의 정책 및 관련제도는 세계의 보편적 맥락과 우 리나라의 특유한 상황을 동시에 고려하면서 미래지향적 시야에서 객관적이고 논리적으로 재정비되어야 한다.

우리나라의 공정거래법과 기업집단정책에 대한 연구는 최근에 급격히 확충되었다. 과거에는 기업집단의 생성과 현황에 대한 이 론적‧통계적 연구가 경제학계를 중심으로 간헐적으로 이어져 왔고 법학계에서는 주로 공정거래법이나 기타 관련법제의 단순한 해설 과 사례소개에 치중하였다고 하여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최근 수 년간 공정거래법을 중심으로 하는 경쟁정책체계가 커다란 변화를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이에 대한 논리적인 분석이 이루어 지고 있지 않은 실정이다. 이 보고서는 이러한 문제의식하에서 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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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나라의 현행 관련제도를 해부하고 그 개선책을 제시함으로써 합 리적인 공정거래제도의 발전과 원활한 기업활동의 촉진에 기여할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경쟁정책은 정부의 시장간섭이 축소되면서 상대적으 로 중요하게 됨은 물론 세계화‧정보화의 도전을 극복하기 위한 기 업의 경쟁력을 배양하는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특히 새로운 조직과 원리로써 경제의 대변환을 이룩하여야 하는 우리나라로서 는 기업결합과 기업집단에 관련한 정책과 제도를 단순한 형식논리 의 정비가 아니라 동태적 효율성의 증진이라는 시각에서 그 경제 적 논거와 적용원칙을 철저히 해부하여 재정비하는 것이 필수적이 다. 그럼으로써 앞으로 우리나라 경제가 진화하는 과정에서 수시 로 변화하는 상황에 따라 근시안적 분석에 입각하여 법을 제정‧개 정‧적용하는 과거의 관행을 탈피할 수 있을 것이다.

바람직한 경쟁정책을 전개하기 위하여 현행제도를 이론과 현실 의 시각에서 분석하고 합리적 대안을 제시하는 것은 산업조직론이 나 경쟁법분야의 연구자만이 아니라 관련행정부서와 기업에도 매 우 중요한 과제이다. 종래 우리나라의 행정기관은 전문성을 충분 히 축적하지 못하였고, 기업들은 자신의 행동을 설명하고 유도할 수 있는 논리의 개발과 주장에 소극적이었다. 한편 연구자‧학생‧

대중매체 및 사회의 다른 부분에서도 기업집단에 대한 부정적 인 식 때문에 그에 대한 정책을 모색함에 있어 감정적 차원의 판단이 개재되는 경향도 볼 수 있었다.

이러한 시각에서 이 보고서는 우리나라의 공정거래법을 중심으 로 하는 경쟁정책을 경제적 합리성의 시각에서 평가하고 외국제도 와의 비교를 통하여 그 특징을 추출함으로써 우리나라의 관련제도 의 개선방향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특히 저자는 산업조직 론의 연구자로서만이 아니라 공정거래법의 제정에 적극적으로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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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간사 5

여한 외에 다년간 비상임 공정거래위원으로서 법을 실제로 집행한 경험을 갖고 있으므로 이에 바탕을 둔 그의 논의는 관련분야에 관 심을 갖는 모든 이들에게 적지 않은 참고가 될 것이다.

이 보고서는 제1장에서 우리나라의 공정거래법이 제정‧개정‧시 행되어 온 궤적을 소개하면서 이 법이 갖고 있는 비교법적 특징과 구성논리를 부각시키고 있다. 저자는 논의를 전개하면서 자유경쟁 의 원심력과 경제력집중의 구심력이 상호작용하는 가운데 시장경 제의 원리를 지향하려는 우리나라 경제의 시대적 고민을 전달하려 고 한다. 또한 제정당시 참고가 되었던 일본의 관련법과의 특징적 차이도 지적하고 있다. 이어서 최근 수년간 진행되어 온 경쟁정책 을 해부하여 그 논리적 결함을 적시하고, 세계화와 정보화가 초래 하는 새로운 정책과제와 이에 대한 미국의 대응을 주시하면서 세 계적 안목과 동태적 시야에서 경쟁정책을 전개하여야 한다는 것을 역설하고 있다.

제2장에서는 우리나라 경제의 핵심적 존재인 기업집단에 대한 정책의 전개과정을 비판적으로 고찰하고 있다. 기업집단이 갖는 특수성에 비추어 기업집단의 생성요인과 성과를 경제논리적 차원 에서 논의하고 기업집단정책이 추구하여야 할 기조를 제시한 바탕 위에 내부거래‧기업지배구조‧금융자본과 산업자본간의 관계 등 주 요 논점에 대한 정책을 이론적 관점에서 개관한다. 특히 그러한 문제에 대한 인식에는 오랫동안 감정적 요인들이 혼입되어 왔으므 로 저자는 정책의 논리적 타당성과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이 긴요 함은 물론 외국의 관련정책의 역사적‧사회적 배경과 이념적 특성 을 무시한 채 단순히 모방하여서는 안된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제3장에서는 경쟁정책의 중심적 수단인 공정거래법상의 기업결 합제한제도가 변천한 과정을 추적하면서 그 이론적 근거를 분석한 다. 우리나라에서는 그동안의 법의 집행과정에서 축적된 경험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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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탕으로 최근 미국의 정책사조의 흐름을 관찰하면서 관련제도를 개정하여 왔다. 저자는 기업결합심사의 주안점인 경쟁의 실질적 제한성에 대한 양국의 제도를 비교하고 기업결합의 유형 중 현실 적으로 가장 중요한 수평결합을 중심으로 일정한 거래분야‧시장점 유율‧경쟁제한성‧효율성 항변 등 주요 논점을 이론적으로 조명함 으로써 기업결합을 좀더 합리적으로 심사할 수 있는 근거를 제공 하고 있다.

이어 제4장에서는 제3장에서 얻은 분석안을 통하여 우리나라에서 의 기업결합의 추이를 개관하고 「기업결합심사지침」이 변경된 1999 년 이후에 발생한 SK텔레콤‧인천제철‧현대자동차‧질레트 등 주요 한 기업결합사건에 대하여 공정거래위원회가 심결한 내용을 평가 한다. 저자는 심결을 통하여 나타난 현행 기업결합규제정책의 특 징을 추출하고 심결상의 문제점을 지적하여 좀더 바람직한 심결을 위한 개선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제5장에서는 정보화와 국제화의 물결 속에서 최근 미국 등 기술 선진국에서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는 경쟁자간의 다양한 협력형태 가 야기하는 경쟁효과와 이에 대한 정책대응을 논의한다. 먼저 경 쟁자간 협력의 가장 대표적인 형태인 합작회사의 경제적 특성과 긍정적‧부정적 경쟁효과를 제품시장‧기술시장은 물론 혁신시장의 틀 속에서 지적하고 있다. 또한 미국의 새로운 경쟁정책을 대변하 여 2000년에 작성된 「경쟁자협력지침」의 내용을 이해하기 쉽게 해 석하는 한편 그 논거를 규명함으로써 앞으로 우리나라에서 유사한 정책을 형성하는 데 참고자료를 제공하고 있다. 저자는 특히 첨단 정보기술산업에서 중요한 경쟁변수로 대두된 표준화의 경쟁효과와 이에 상응하는 규제의 기본방향도 제시하고 있다.

끝으로 제6장에서는 제1장에서 제기한 문제의식과 제2장부터 제 5장에 걸쳐 논의한 결과에 입각하여 우리나라가 앞으로 추구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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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간사 7

야 할 경쟁정책의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 저자는 경쟁정책을 전개 함에 있어 기업을 끊임없이 환경변화에 최적반응을 하는 유기체로 인식하여 기업에 대한 합목적적 유인을 설정하여야 하며, 기업의 독립적인 법인격만을 강조할 것이 아니라 경영단위로서의 유연성 도 인식하여 기업간의 자원 및 전략의 제휴가 신축적으로 이루어 지도록 조장하여야 하며, 궁극적으로 정부‧기업‧사회가 새로운 연 대관계를 형성하여 세계적 차원의 경쟁에 대처하여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저자는 이 보고서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도움을 주신 많은 분들 에게 감사하고 있다. 저자는 이 보고서의 구상단계에서부터 유익 한 조언을 아끼지 않은 본 연구원의 박승록‧서정환‧이인권‧이주선‧

한현옥‧황인학 박사와 한국개발연구원의 이재형 박사, 그리고 특 히 이 보고서의 초고를 정독하고 오자의 지적에서 내용에 대한 깊 이 있고 건설적인 비평에 이르기까지 많은 도움을 준 익명의 평가 자들에게 깊이 감사하고 있다. 또한 저자는 허다한 참고문헌의 탐 색과 수집에 노고를 아끼지 않은 본 연구원의 구내영 사서와 박마 리아 연구조원, 그리고 원고교정에 많은 시간을 할애한 아주대학 교 경영학부의 조윤성‧원미선 조교에게 각별히 감사하는 마음을 전하고 있다. 끝으로 이 보고서에 담긴 모든 내용은 저자의 개인 적 견해이며, 본 연구원의 공식 견해와는 무관함을 밝혀두는 바이 다.

2001년 6월 한국경제연구원 원 장 좌 승 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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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례

제1장 경쟁정책의 궤적··· 11

1. 공정거래정책의 진화 ··· 13

2. 최근 기업집단정책의 조감 ··· 29

3. 환경변화와 정책대응 ··· 41

제2장 기업집단정책의 전개··· 53

1. 기업집단의 본질 ··· 55

2. 내부거래 ··· 62

3. 기업지배구조 ··· 74

4. 금융자본과 산업자본 ··· 93

제3장 기업결합규제의 진화··· 105

1. 기업결합규제제도의 변천 ··· 107

2. 기업결합의 경쟁효과 ··· 114

3. 기업결합심사기준 ··· 121

제4장 최근의 기업결합 심결례··· 161

1. 기업결합의 추세 ··· 163

2. 기업결합 심결사례 ··· 1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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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례 9

3. 기업결합 심결의 특징 ··· 176

4. 기업결합 심결의 문제점 ··· 182

제5장 기술혁신과 경쟁자협력··· 189

1. 합작회사 ··· 191

2. 혁신시장 ··· 203

3. 경쟁자협력지침 ··· 208

4. 공동표준설정 ··· 217

제6장 결언 : 경쟁정책의 기본방향··· 225

참고문헌··· 234

영문초록··· 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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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차 례

<표 1> 대규모기업집단의 부당내부거래규제 실적 ··· 66

<표 2> 연도별 기업결합 현황 ··· 163

<표 3> 유형별 기업결합 추이 ··· 164

<표 4> 수단별 기업결합 ··· 165

<표 5> 외국인에 의한 기업결합 비중 ··· 166

<표 6> 위반유형별 시정실적 ··· 167

<표 7> 경쟁제한적 기업결합사건 일람 ··· 1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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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장

경쟁정책의 궤적

1. 공정거래정책의 진화 ···13 2. 최근 기업집단정책의 조감 ···29 3. 환경변화와 정책대응 ···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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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공정거래정책의 진화1)

(1) 공정거래법의 제정배경

기업은 시장경제체제의 핵심적인 주체이다. 경제성장을 견인하 는 기업의 힘은 자유경쟁을 통하여 형성‧발현된다. 일반적으로 경 쟁적인 시장구조와 기업행동이 경제의 진보와 사회후생의 증대를 위한 필요조건이라는 것은 이론적‧경험적으로 확립되어 있다. 그 러므로 미국을 위시하여 시장경제체제를 채택한 대부분의 나라에 서는 경쟁을 보호‧촉진하기 위한 법적 장치를 마련하고 이를 시행 하여 왔다. 과거 사회주의체제국가에서도 시장경제적 요소가 존재 하는 범위 내에서는 불공정거래행위의 규제를 중심으로 한 정책을 시행하였고 최근 경제체제의 변환에 따라 본격적인 경쟁정책을 도 입하고 있다. 개발도상국 및 중진국에서도 경제의 자생적 발전을 위해서는 정부의 시장간섭을 축소하는 대신 경쟁질서를 확립하는 것이 긴요하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경쟁질서법의 제정‧시행이 확 대되는 추세에 있다.2)

우리나라에서 경쟁법적인 성격을 부분적이나마 명시적으로 갖춘 법률은 1975년 12월에 제정, 1976년 4월에 시행된 「물가안정및공

1) 우리나라 경쟁법의 중심인 「공정거래법」의 제정배경과 그 변천과정 및 경제적 배경과 논리 등에 관하여는 「공정거래백서」(1983), 「공정거래 10년」(1991), 「공 정거래연보」(각년도) 및 졸저(1990)에서 상세히 다루고 있으므로 아래에서는 본서의 시각에서 중요한 부분만을 간략하게 다시 정리한다. 참고로 앞의 두 저작물의 내용 가운데 본장과 관련된 부분은 저자의 참여하에 작성되었음을 밝혀둔다.

2) 1980년대 말에는 30개국에서 경쟁법이 제정되어 있었고 이 가운데 10개국 정 도가 비교적 활발하게 법을 시행하였다. 우리나라도 이 범주에 포함된다고 보 아야 할 것이다. 이에 비하여, 1999년에는 무려 83개국이 경쟁법을 시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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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세계화‧정보화 시대의 경쟁정책

정거래에관한법률」(이하 물가안정법)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법은 종전에 시행되어 왔던 「물가안정에관한법률」의 가격관리규정과 1963년 이래 여러 번 변형을 거치면서 입법화를 기다려 왔던 공정 거래법안의 일부 내용을 통합‧조정한 것이다. 물가안정법은 1974 년의 제1차 석유파동 이후 급등한 물가를 안정시키기 위하여 제정 된 것으로 주요 독과점품목에 대한 가격규제 및 가격상승을 유발 하는 경쟁제한행위와 불공정거래행위의 단속에 중점을 두었다. 그 렇기 때문에 경쟁정책은 물가안정시책에 종속적인 위상을 갖는 것 에 불과하였다. 실제로 관련조항의 운용을 보면, 1976∼79년 4년간 100건의 불공정거래행위를 규제하였는데 대부분 고추 등 농작물흉 작에 따른 중간거래상들의 매점매석의 단속이었다. 경쟁제한행위 를 규제한 실적은 전무한 반면 오히려 ‘불황극복’ 또는 ‘사업합리 화’를 위한다는 목적하에 6차에 걸쳐 시멘트업계의 카르텔을 인가 하였을 뿐이다. 한편 가격규제면에서는 1976년 3월 136개 품목의 212개 사업자를 ‘독과점사업자’로 지정하고 이들의 가격조정은 물 가당국의 사전규제를 받도록 하였다. 그러나 이와 같이 광범하게 시행된 직접적 가격규제가 여러 가지 부작용을 초래하였기 때문에 1979년에는 3차에 걸쳐 규제대상을 대폭 축소하여 결국 35개 품목 의 58개 사업자가 규제대상으로 잔존하였다.3)

그러므로 정부는 비경쟁적 시장구조와 기업간의 경쟁제한행위는 방치한 반면 시장의 구조와 기업행동의 성과인 가격에 직접적으로 간섭하였기 때문에 경쟁질서를 근본적으로 확립하는 효과는 거둘 수 없었다. 오히려 독점‧과점의 시장구조와 경쟁제한적 관행이 지 속되는 가운데 가격이 장기간 규제됨에 따라 여러 부작용과 폐단 이 나타났다. 가격상승의 원인은 방치한 채 가급적 가격인상을 억

3) 졸저(1977)는 물가안정법의 내용과 이 법에 의하여 가격규제를 받은 독과점품 목에 대하여 상세히 논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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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하였기 때문에 원가상승의 압력이 누적되면 일시에 가격이 급등 하여 가격기구의 자동조정작용이 훼손되었다. 동시에 균형수준을 벗어난 가격하에서 기업들은 판매거절‧품질저하‧이중가격 등의 불 공정 내지 불법행위를 자행하기도 하였다. 대부분의 기업들은 협 회‧조합 등의 사업자단체를 통하여 정부의 직‧간접적인 묵인하에 생산량조정‧가격설정‧판매지역할당 등 경쟁제한행위를 광범하게 시행하였으나 이를 적절히 규제할 법적 근거가 미흡하였다. 동시 에 물가안정법에서 지정한 기존의 일반불공정거래행위만으로는 경 제활동이 복잡다양하게 전개됨에 따라 발생하는 새로운 유형의 불 공정거래행위를 효과적으로 규제할 수 없었다.

물가안정법의 구성과 운용상의 주요한 특징은 비경쟁적 시장구 조에 대응하는 원인규제 대신에 가격 및 일부 불공정거래행위에 대한 폐해규제에 치중하였다는 점이다. 물가안정법을 시행한 경험 에 비추어 볼 때, 이 법에 내재하는 단기적 물가안정과 장기적 경 쟁질서의 확립이라는 두 가지 목적간의 갈등이 법의 안정성과 실 효성을 저해하였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각각의 목 적을 분리하여 별개의 법으로 추구하여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되 었다. 한편 물가안정을 위해서도 정부의 직접적인 가격규제보다는 시장구조와 기업행동의 근본적인 개선이 긴요하다는 인식이 확산 되었다. 이러한 상황하에서 1980년 개정된 제5공화국의 헌법 제 120조에서는 “국민경제의 발전을 위하여 필요한 범위 내에서 ……

독과점의 폐단을 적절히 규제‧조정”한다고 규정하였고 이를 근거 로 1980년말 「독점규제및공정거래에관한법률」(이하 공정거래법)이 제정되었다.4)

4) 공정거래법은 당시 집권한 소위 ‘신군부’가 국민에게 ‘개혁세력’으로서의 정당 성을 제시하려는 목적하에 도입되었는데 법적 정당성이 의문시되는 ‘국가보위 입법회의’에서 제정된 것은 역사적인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즉 공정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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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세계화‧정보화 시대의 경쟁정책

(2) 원초 공정거래법의 특징

아래에서는 공정거래법의 작성과정과 법내용 및 1990년대 중반 까지의 개정을 통하여 나타난 특징을 보기로 한다.5) 먼저 공정거 래법의 정식명칭은 「독점규제및공정거래에관한법률」로 되어 있어 일본의 「사적독점의금지및공정취인의확보에관한법률」과 유사하지 만,6) 일본법이 독점금지를 명시하는 것에 비하여 우리나라의 공정 거래법은 독점규제를 그 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점이 다르다. 이 명칭에 대하여는 제정당시에도 논란이 있었는데 경제학에서 일반 적으로 말하는 ‘독점규제monopoly regulation’는 자연독점적인 공익사 업public utilities에 대한 규제를 지칭하므로 이로 인한 오해의 소지 를 없앨 필요가 있었다. 그러나 ‘독점금지’나 그와 유사한 용어를 사용하면 공정거래법의 성격이 지나치게 기존기업에 대하여 금지 적인 것으로 이해될 수 있어 불필요한 반발을 야기함과 아울러 기 존독점은 인정하되 새로운 독점의 출현을 방지하려는 법의 취지에

자유로운 경쟁질서를 확립하려는 경제헌법적 기능과 위상을 갖는 공정거래법 이 헌정질서를 위배하였다고 사후적으로 평가받은 정권에 의하여 제정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종전에 그보다 훨씬 실질적 효과가 적었던 유사한 법안들이 국회에서 폐기되었던 경험과 전두환 및 노태우 정권시 조성된 천문학적 규모 의 ‘통치자금’ 및 정부주도 경제성장과정에서 은연중 형성된 주요 경제부서의 친재벌적 태도에 비추어 볼 때, 신군부와 재벌간의 유착관계가 본격적으로 형 성되지 않았던 1980년의 시대상황이 아니었더라면 이 법이 쉽게 제정될 수 없 었을런지도 모른다.

5) 이하 법안작성과정상에서 논의되었던 사항은 필자가 직접 그 과정에 참여하였 던 경험에 바탕을 둔 것이 적지 않다. 그 대부분은 공식문서로 입증할 수 없 기 때문에 일종의 개인적인 ‘증언’의 성격을 가질 수밖에 없으나, 공정거래법 의 성격과 입법당시의 상황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믿는다. 또한 내 용 중에는 본서의 목적과 직접적 연관성은 적으나, 입법의 배후사정을 전달하 기 위하여 기술한 것도 있다.

6) ‘취인取引’은 거래去來에 해당하는 일본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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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부합하지 않는다는 주무부서 당국자의 판단으로 독점규제라는 용어가 존치되었다. 같은 취지에서 법의 약칭도 「독점규제법」이 아닌 「공정거래법」으로 되어 현재까지 사용되고 있다. 공정거래법 은 제정당시의 시장구조의 현상을 인정하고 있다는 점이 주요한 특징이면서 태생적 한계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협소한 경제규모 로 대부분의 상품시장이 독점 또는 고위과점형인 현실을 고려할 때, 법제정 초기부터 기존의 기업집중을 법의 적용대상으로 하기 가 어렵다는 제약을 무시할 수 없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입법자세는 소위 ‘재벌’에 대하여도 그대로 연장되었다.

공정거래법안의 공청회 등에서도 정부는 제안설명을 통하여 이 법 이 재벌의 해체는커녕 재벌에 대한 규제마저도 의도하지 않는다는 것을 강조하였다. 실제로 법에 포함된 기업결합관련조문도 재벌문 제와는 간접적인 관련을 가질 수 있는 것에 불과하였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공정거래법은 새로운 경제질서의 정립이라는 큰 목 적을 추구한다고 하였으나, 실제로 초안에서는 기존의 물가안정법 체제를 형식면에서 정비하고 약간의 경쟁법적 요소를 부가한 것에 그쳤다. 그러나 한국경제의 중심적 위치에 있는 재벌을 정면으로 다루지 않고 경쟁질서의 확립을 시도한다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점 과 현실적으로 장래 별도의 법을 통하여 재벌을 종합적으로 규제 하는 것이 매우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하에 초안작성과정에 참여한 일부 전문가의 주장에 따라 공정거래법에 부분적이나마 재벌을 규 제할 수 있는 근거가 설치되었다.

공정거래법은 제1조에 규정되어 있듯이 “사업자의 시장지배적 지위의 남용과 과도한 경제력의 집중을 방지하고 부당한 공동행위 및 불공정거래행위를 규제하여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을 촉진함 으로써 창의적인 기업활동을 조장하고 소비자를 보호함과 아울러 국민경제의 균형있는 발전을 도모함을 목적으로 한다.” 여기서 ‘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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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세계화‧정보화 시대의 경쟁정책

도한 경제력의 집중’이 정확하게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명시하지 않았으나 이것이 재벌문제를 지칭한다는 것에 대하여는 일반적으 로 이견이 없으며, 이를 근거로 후에 재벌규제조항을 설치할 수 있었다고 할 수 있다.7)

또한 공정거래법의 궁극적 목적의 하나인 ‘국민경제의 균형있는 발전’은 개발경제학에서 말하는 산업부문간의 ‘균형성장’을 의미하 는 것이 아니라, 재벌에 편중된 종전의 경제구조를 벗고 기업능력 의 자유로운 발현을 통하여 여러 규모와 양태의 기업들이 좀더 대 등한 시장위치를 가질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을 지칭하는 것으로 이 해하여야 할 것이다. 그러나 독점규제의 반사이익으로서 균형발전 을 도모하는 것에 그치는 것인지, 아니면 좀더 적극적으로 시장에 서의 경쟁적 위치가 약한 기업을 보호하려는 것인지, 그리고 자유 경쟁이 확보되면 그러한 의미의 균형발전이 자연적 귀결로 달성된 다는 것을 함축하는 것인지는 분명하지가 않다. 그러므로 효율성 과 형평성이 상충하는 경우에 공정거래법이 어떻게 해석되어야 할 것인가에 대하여는 논란의 여지를 남기고 있으나 이 목적조항에는 재벌규제가 함축되어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8) 공정거래법 제1조 의 문맥은 재벌규제의 근거를 제시함으로써 재벌규제론자의 주장 을 완곡하게 수용하는 한편 재벌규제를 불확실한 미래의 과제로 남김으로써 재벌옹호론자의 입장을 반영하려는 절충‧타협의 소산 으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7) 일본의 독점금지법의 목적에는 ‘사업지배력’의 과도한 집중의 방지가 포함되어 있는데 공정거래법에서 말하는 ‘경제력’은 개별상품시장에서의 단순한 지배력 을 초월하는 국민경제 전체의 지배력으로 이해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8) 이 목적조항은 우리나라의 공정거래법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준 일본의 독점금 지법의 해당조항과 유사한 면이 많다. 다른 점은 일본법이 국민경제의 ‘민주적 이고 건전한 발전’을 촉진하려는 것임에 비하여 공정거래법은 국민경제의 ‘균 형있는 발전’을 도모하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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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물가안정법에 의한 가격규제는 일부 공공요금과 연탄가격 을 제외하고 원칙적으로 폐지되었으나 가격규제의 필요성은 여전 히 있었으므로 이를 반영한 조항이 공정거래법에 설치되었다. 제3 조에서는 ‘시장지배적 사업자’, 즉 독점‧과점기업의 남용행위의 하 나로 ‘상품의 가격이나 용역의 대가를 부당하게 결정‧유지 또는 변경하는 행위’를 지정하였다. 공정거래법의 기본목적은 경쟁저해 행위를 방지‧제거하는 것이어야 하나, 시행령 제6조에서 규정한

「부당한 가격의 결정기준」을 보면 부당성 여부와 무관하게 시행된 물가안정법의 가격규제를 사실상 존치하기 위하여 공정거래법에 부당가격에 대한 규제조항으로 변형하여 설치한 것에 불과하였 다.9) 이 조항의 운용은 공정거래위원회와 마찬가지로 경제기획원 의 한 부서인 물가정책국에서 담당하여 기업의 가격인상시 사전보 고와 심사를 하는 등 종전의 가격규제행정이 사실상 계속되었다.

또한 제3조의 대상인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아닌 과점기업의 가격 인상을 규제하기 위하여 제4조에서는 여타의 과점기업간의 가격의 동조적 인상에 대하여 그 인상이유를 보고하게 하고 가격의 인하 명령에 불응하면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규정하였다.10) 그러

9) 부당한 가격결정은 ①일정한 상품 또는 용역에 대하여 상당기간 수급의 변동 이나 그 공급에 필요한 비용의 변동에 비하여 가격이 현저히 상승하거나 그 하락이 근소한 경우, ②당해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속하는 업종 또는 유사한 업종의 통상적인 수준에 비하여 자기자본이익률이 현저히 높은 경우, ③당해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속하는 업종 또는 유사한 업종의 통상적인 수준에 비하 여 일반관리비 또는 판매비를 과대하게 지출하고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시행 령 제6조). 그런데 이것은 일본 독점금지법 제8조의4에서 다루고 있는 ‘독점적 상태’를 정의한 동법 제2조제7항을 모방한 것으로서 가격결정의 ‘부당성’ 여부 를 판별하는 기준으로는 적절하지 못하다.

10) 이 조항은 1970년대 중반 석유파동 이후의 물가앙등에 대처하기 위하여 일본 이 1977년의 독점금지법 개정을 통하여 신설한 제18조의2를 모방한 것이다.

그러나 일본법이 가격의 동조적 인상시에 해당기업에 인상이유를 보고하도록 하는 것에 그침에 비하여, 공정거래법은 가격인하명령을 발하고 이에 불응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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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세계화‧정보화 시대의 경쟁정책

나 과점기업간의 의식적 동조행위conscious parallelism 내지 가격선도

price leadership를 규제할 경제적 논거가 취약하고 특히 초과수요시 에는 가격상승이 시장기구의 자연적 귀결이기도 하기 때문에 이 조항은 1986년에 삭제되었다.

공정거래법이 물가안정법과 다른 가장 중요한 특징은 기업결합 을 제한한 것에 있다.11) 기업결합은 시장의 독점화를 촉진하는 가 장 본질적인 수단이므로 이를 규제하는 것은 공정거래법의 중심기 능이다. 이러한 취지에서 원초 공정거래법 제7조는 일정한 기준에 해당하는 회사가 직접 또는 그 계열회사를 통하여 ‘일정한 거래분 야에 있어서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하는’ 기업결합을 원칙적으로 금지하였다.12) 여기서 한 가지 주목할 것은 기업결합의 유형에 ① 주식취득, ② 임원겸임, ③ 합병, ④ 영업양수13) 외에 ⑤ 새로운 회 사의 설립이 포함된 점이다.14) 일반적으로 기업결합이 기존기업간

때에는 가격인상의 차액으로 얻은 수입액을 기준으로 과징금을 부과하도록 한 점이 다르다.

11) 기업결합에 대하여는 아래의 제3장과 제4장에서 상세히 다룬다. 여기서는 논 의의 흐름에 필요한 최소한의 내용만을 포함한다.

12) 시행령에서는 이 기준을 납입자본금이 10억원 이상이거나 총자산이 50억원 이상인 회사로 규정하였다. 제7조가 적용되는 기업결합의 제한대상은 당초

‘대통령령이 정하는 기준에 해당하는 회사’가 직접 또는 계열회사를 통하여 하는 것이었으나 1996년 12월에 ‘누구든지’ 직접 또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특 수관계자를 통하여 하는 것으로 변경되었다.

13) 영업양수에는 “다른 회사의 영업의 전부 또는 주요 부분의 양수‧임차 또는 경영의 수임” 외에 1999년 2월의 개정으로 “다른 회사의 영업용 고정자산의 전부 또는 주요 부분의 양수”가 포함되었다.

14) 일반적으로 주식취득acquisition은 한 회사 A가 상대방회사 B와의 합의가 없어 도 일방적으로 그 주식을 매입할 수 있는 경우를 포함하는데 극단적으로 A 가 B의 주식의 100%를 취득‧소유하게 되면 A와 B는 법적으로 별개의 주체 이나 사실상 B의 존재는 소멸된 것과 같으며 이를 흔히 흡수합병merger이라 고 한다(현실적으로 흡수합병이 가능하려면 상대방회사주식의 상장여부와 관 계없이 합의가 전제되어야 한다). 두 회사 A와 B가 계약에 의하여 새로운 회사 C를 설립하는 경우는 신설합병consolidation이라고 한다. 그러므로 제7조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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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결합을 지칭하고 새로운 기업의 진입은 경쟁자의 수를 증대시 키므로 경쟁을 촉진하는 효과를 갖는다는 일반론에 비추어 볼 때 이것은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어렵다. 그러나 종래 기업집단의 확장이 기존기업의 합병만이 아니라 기업의 신설을 통하여도 진전 되었고 혼합결합을 통한 경쟁제한의 사례가 흔히 관찰되었기 때문 에 그러한 유형이 부가되었다. 여기에는 통상적인 수평‧수직결합 만이 아니라 혼합결합을 제한함으로써 기업집단에 대한 규제를 간 접적‧부분적으로나마 시도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유형은 1986년 12월에 재벌을 직접적으로 규제하기 위 하여 공정거래법을 개정할 때 ‘새로운 회사설립에의 참여’로 변형 되었다. 개정된 유형은 기본적으로 합작회사joint venture에 해당하는 것이므로 원래의 입법의도에서는 벗어난 것이라고 할 수 있다.15)

기업결합금지의 단서로서 제7조제3항은 비록 경쟁제한효과가 없 더라도 강요나 기타 불공정한 방법에 의한 것은 금지하며, 거꾸로 제2항은 경쟁제한효과가 인정되더라도 일정한 요건에 해당하면 당 해 기업결합을 인정하도록 하였다. 이 적용제외요건은 법제정 당 시에는 ‘산업합리화와 국제경쟁력의 강화’를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 정되는 경우였으나, 적용상 임의성이 개재할 여지가 크며 논리적

3항의 ‘합병’은 신설합병을 지칭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 그러나 흡수합병이건 신설합병이건 합병이 시장구조와 기업행동에 미치는 효과는 같 을 것이므로 아래의 제3장에서 기업결합의 경쟁효과를 논의할 때에는 두 경 우를 구별하지 않고 ‘합병기업’의 효과로서 접근하기로 한다. 한편 두 회사 A 와 B가 각각 출자하여 새로운 회사 C를 설립하는 경우에는 C가 합작회사가 되며 이것은 제7조제4항의 ‘새로운 회사의 설립’에 포함될 수 있을 것이다.

15) 공정거래법 제19조에서 금지하는 부당한 공동행위의 유형에는 ‘영업의 주요 부문을 공동으로 수행하거나 관리하기 위한 회사 등을 설립하는 행위’가 포 함되어 있다. 이것도 제7조에서 말하는 ‘새로운 회사의 설립에의 참여’의 한 형태이므로 동일한 행위가 상이한 조항에 위배될 수 있는 법구성상의 문제 를 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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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세계화‧정보화 시대의 경쟁정책

타당성이 적어 1999년 2월의 개정을 통하여 기업결합에 의한 효율 성 증대효과가 경쟁제한효과보다 큰 경우 또는 부실기업과의 결합 의 경우로 바뀌었다. 그리고 해당요건의 충족은 당해 사업자가 입 증하도록 되었다. 이보다 앞서 1996년 12월의 개정에서는 기업결 합의 경쟁제한효과를 추정하는 시장점유율 기준을 설치하였다. 한 편 기업결합의 경제적 효과를 분석하는 것은 매우 어려우므로 사 건심사에 분석의 준거를 제시하기 위하여 1981년 9월에 「기업결합 심사요령」을 작성하였다. 이것은 수평결합과 수직결합만을 다루고 혼합결합은 규제논거의 취약으로 제외하였으나 이를 대체한 「기업 결합심사기준」(1998년 6월 제정, 1999년 4월 개정)은 세 가지 형태 의 기업결합에 대한 기준을 각각 설정하였다.

공정거래법 제정당시 법의 적용범위에 대하여도 적지 않은 논란 이 있었다. 종래 강력한 인‧허가권과 행정지도의 관행을 유지하여 온 재무부에서는 금융산업은 일반산업과 다른 ‘특수한’ 여건에 있 으므로 별도로 규제하여야 한다고 주장하였고, 변호사 등 일부 전 문직종단체에서는 당해분야가 사익을 추구하는 통상적 사업분야와 는 다르므로 제외되어야 한다고 강변하였다. 그러나 이 가운데 재 무부의 주장만이 정부내 역학관계상 수용되었다.16)

또 다른 논쟁은 국제계약에 관한 것이었다. 공정거래법 초안의 작성자들은 가속되는 국제화에 대비하여 차관계약‧합작투자계약‧

기술도입계약‧장기수입계약 등을 적용대상에 포함하여 국내사업자 의 교섭력을 높이고 국내시장에서의 경쟁저해를 방지하는 것이 필 요하다고 주장하였다. 반면 상공부 등에서는 경제의 고도화를 위

16) 공정거래법은 1990년의 제2차 개정시 경제력집중억제시책 강화를 위하여 금 융보험회사의 의결권을 제한하는 조항을 신설하였고 금융보험업 사업자에 대한 적용제외는 1996년 제5차 개정에서 폐지되고 개별조항 중에서 적용제 외를 부분적으로 인정하도록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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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 긴요한 외국의 자본과 기술의 유입을 억제하는 제도는 바람 직하지 못하다는 입장을 견지하였다. 그러나 그러한 규정을 설치 하면 외국기업과의 협상에서 우리나라 기업의 교섭력이 향상될 수 있다는 주장이 우세하여 결국 제23조에서 부당한 국제계약의 체결 을 제한하는 것으로 낙착되었다.17)

공정거래법은 경쟁을 촉진하려는 목적을 갖지만 저작권법‧특허 법‧실용신안법‧의장법‧상표법 등에 의한 ‘무체재산권의 행사행위’18) 는 그 자체로서 일단 경쟁을 저해하는 효과를 갖는다. 그러나 후 자의 법체계가 기술의 진보와 혁신을 촉진하는 효과를 갖는 한, 경쟁을 통하여 그러한 효과를 초래하려는 공정거래법과 궁극적으 로는 같은 목적을 추구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그러므로 양자간 에는 상호보완적인 관계가 형성되어야 하며 무체재산권도 공정거 래법의 기본정신에 부합하도록 행사되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 고 공정거래법이 다른 기존법의 효력을 소급하여 제한할 수 없다 는 소극적인 시각에서 원초공정거래법 제48조(현행법 제59조)는 아무런 단서없이 무체재산권의 행사에 대하여 법적용을 제외하였 다. 겨우 2000년 8월 30일에야 「지적재산권의 부당한 행사에 대한 심사지침」이 마련되어 “외형상 또는 형식상으로는 지적재산권에

17) 이 조항은 국제계약의 심사를 원활히 하고 자본과 기술의 이전을 가속한다는 취지에서 1992년의 제3차 공정거래법 개정을 통하여 대폭 완화되었다. 즉 국 제계약의 종류를 무체재산권계약‧수입대리점계약‧합작투자계약으로 축소한 외 에 국내의 계약당사자가 공정거래법 위반여부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심사를 요 청할 수 있도록 하였다. 국제계약의 종류는 1997년 3월의 시행령 개정을 통하 여 산업재산권도입계약‧저작권도입계약‧노하우도입계약‧프랜차이즈도입계약‧

공동연구개발협정‧수입대리점계약‧합작투자계약으로 재조정되었다.

18) 공정거래법상의 ‘무체재산권’은 흔히 ‘지적재산권intellectual property right’이라고 하며 아래에서 언급한 지침에서도 이 단어를 사용하고 있다. 이 지침에서는 특허권‧실용신안권‧상표권‧의장권을 ‘산업재산권’이라고 하고 이에 노하우‧저 작권을 더하여 ‘지적재산권’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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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세계화‧정보화 시대의 경쟁정책

의한 권리의 행사로 보여지는 행위라도 발명과 창작을 장려하는 지적재산권 제도의 취지를 벗어나 정당한 권리의 행사로 볼 수 없 는 일정한 행위는 기술시장 또는 상품시장 등에서의 경쟁을 저해 하는 경우”에 법을 적용할 수 있게 되었다.

한편 공정거래법 제51조는 이와 달리 정부내 타부처가 “경쟁제 한을 내용으로 하는 법령을 제정 또는 개정하거나 사업자 또는 사 업자단체에 대하여 경쟁제한을 내용으로 하는 명령 또는 처분 등 을 하고자 할 때에는 미리 경제기획원 장관과 협의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19) 이 조항은 타부처가 규제를 통하여 자유경쟁을 저해할 가능성을 사전에 제거하기 위하여 설치된 것으로 외국의 법례에 비하여 매우 특징적이며 그동안 상당한 실효를 거두어 온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3) 공정거래법의 변천20)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공정거래법은 자유시장체제의 새로 운 경제질서를 정립하기 위한 목적으로 제정되었으나 미흡하거나 부족한 면이 적지 않았다. 경제여건이 변화하고 시행상의 문제가 나타남에 따라 법은 당연히 개정되기 마련인데, 특히 1986년의 개 정은 경제력집중에 대한 규제를 본격적으로 도입하였다는 점에서

19) 1990년의 공정거래법 제2차 개정에 의하여 이 조문 중의 경제기획원 장관이 공정거래위원회로 변경되었다. 1994년의 제4차 공정거래법 개정은 동년도의 정부조직법 개정내용을 반영하여 공정거래위원회를 경제기획원 소속에서 국 무총리 소속의 차관급 중앙행정기관으로 변경하였고 1996년의 정부조직법 개 정을 반영하여 동년도의 제5차 공정거래법 개정시에 완전한 중앙행정기관으 로 되면서 위원장이 장관급으로 격상되었다.

20) 위에서도 부분적으로 공정거래법 조문의 개정에 대하여 다루었으나 아래에서 는 기존조문의 개정보다는 새로운 규제대상의 추가 등 법의 구조상의 변경내 용을 논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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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기할 만하다.21) 우선 제7조의2에서 ‘주식의 소유를 통하여 국내 회사의 사업내용을 지배하는 것을 주된 사업으로 하는(자산총액이 100억원 이상 되는)’ 지주회사holding company의 설립 내지 기존회사 의 지주회사로의 전환을 금지하였다. 지주회사는 과거 독일‧일본 등에서 소액의 자본으로서 다수의 기업을 피라미드식으로 지배하 는 경제력집중의 핵심적 기능을 발휘하였기 때문에 비록 우리나라 에는 순수민간지주회사는 없었으나 장래에도 그 존재가능성 자체 를 배제하기 위하여 이 조항을 삽입하였다.22)

실질적으로 좀더 중요한 공정거래법의 개정내용은 재벌의 소유 및 자본구조에 대한 직접적 규제를 도입한 것이었다. 공정거래법 제2조제2항에서 동일인에 의하여 지배되는 복수의 ‘계열회사’의 집 단인 속칭 ‘재벌’을 ‘기업집단’으로 정의하고,23) 이어 개별계열회사 의 수준을 넘어 기업집단 자체를 대상으로 하는 제한규정을 신설

21) 제1차 개정작업은 거의 전적으로 경제기획원 공정거래실과 한국개발연구원의 산업조직연구진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당시 재벌의 방만한 확장에 대한 사 회 일반의 비판 속에서 재벌규제를 도입하려는 공정거래법 개정작업에 공개 적으로 이의를 제기하는 유식자집단은 없었고 재계에서도 기술적 사항에 이 의를 제기하였을 뿐 개정 자체를 반대할 논거는 제시하지 못하였다. 최근 국 내의 소장정치학교수들 가운데 정치권력집단과 재계간의 역학관계가 변함에 따라 대통령비서실이 일종의 ‘재벌 길들이기’ 차원에서 공정거래법의 제1차 개정을 ‘상의하달’식으로 주동한 것으로 이해하려는 시각이 있으나, 그렇지 않다는 것이 당시 개정작업에 필요한 통계분석자료를 작성하였던 필자의 소 견이다.

22) 그러나 1999년의 제7차 개정을 통하여 지주회사의 설립이 제한적으로 허용되 게 되었다. 이에 대하여는 제3장에서 상세히 논의한다.

23) 공정거래법에서 말하는 기업집단은 1945년 이전의 일본의 ‘재벌’과 유사한 소 유 및 경영지배구조를 갖는 우리나라의 재벌을 지칭하는 것임에 비하여, 전 후 일본의 기업집단은 특정개인 및 그 가족에 의한 소유와 경영의 집중이 배 제된 가운데 계열사간의 상호출자와 중핵기업의 사장단회의를 중심으로 느슨 하게 연결된 기업의 집합에 불과하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나 일본에서 모두 재벌財閥이라는 한자어를 사용하고 있으나, 세계적으로는 양 자간의 차이에 주목하여 영문으로는 각각 chaebol과 zaibatsu로 표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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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세계화‧정보화 시대의 경쟁정책

하였다.24) 먼저 제7조의3에서는 규제대상이 되는 ‘대규모기업집단’

의 계열회사간의 상호출자cross shareholding를 금지하였다. 상호출자 를 하는 회사간에는 상계되는 지분만큼 실제로 자금의 이동없이 가공적인 출자를 한 결과가 되므로 자본충실화의 회사법원칙에 위 배된다. 또한 상호출자에 의하여 회사간에 지배력을 교환함으로써 여타 출자자들의 회사운영에 대한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축소됨과 아울러 가공자본의 규모에 상응하여 배당누출이 발생한다. 과거 증권거래법에서 상장법인간의 상호주식보유를 규제하였고 1984년 의 상법개정으로 모자회사간의 상호출자가 금지되었으나 그 규제 의 효과는 경제력집중의 억제와 무관하거나 효과가 별로 없었다.

회사간의 상호출자는 지배력의 획득‧유지를 위하여 이루어지는 것 이 각국에서 볼 수 있는 고전적인 양태이나, 우리나라에서는 「여 신관리규정」 상 자기자본비율이 높은 기업에 상대적으로 유리한 금 융상의 혜택을 부여하였기 때문에 상호출자에 대한 추가적인 유인 을 제공하였다고 볼 수 있다.25)

24) 대규모기업집단의 범위는 당초 계열회사 자산총액의 합계가 4,000억원 이상 인 기업집단으로 하였으나 경제규모의 확대와 물가상승에 따라 이 기준에 해당되는 기업집단의 수가 1987년의 32개(계열회사 509개)에서 1990년초에는 53개(계열회사 798개)로 증가하여 ‘독점자본의 한국경제 지배심화’ 등 사실과 유리된 비판이 사회일각에서 제기되었다. 그리고 규제대상 기업집단의 수가 증가하는 것에 실익이 없다고 판단하여 1990년 제3차 시행령 개정을 통하여 매년 자산총액합계기준으로 상위 30대 기업집단을 규제대상으로 한정하였다.

그러나 30이라는 숫자는 10진법의 관행하에 규제범위를 확대하려는 주무부 서의 시각에서 자의적으로 선정된 것에 불과하며 또한 이 중에서도 하위, 예 컨대 상위 20위 이하에 해당하는 기업집단의 비중은 미미하므로 규제대상의 적정성은 재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25) 상호출자에 별다른 제약이 없는 일본에서는 특히 1970년대 중반 이후 해외자 본에 의한 기업인수로 경영권을 박탈당하는 것을 막기 위하여 장기거래관계 가 유지되거나 동일한 구재벌의 계열기업 등 특수관계에 있는 기업간에 상호 주식을 보유하는 소위 ‘안정주주공작’을 전개하였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기업 집단에서는 소유와 경영이 동일인에 집중되어 있는 반면 일본에서는 각각 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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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집단의 자본구조에 대한 좀더 중요한 제약은 공정거래법 제 7조의4에서 규정한 출자총액의 제한이다.26) 즉 대규모기업집단의 계열회사는 자신의 순자산의 40%를 초과하여 국내 타회사의 주식 을 취득‧소유하지 못하게 하였다.27) 여기서 주목할 것은 제7조의4 의5항에서는 순자산을 회사의 자산에서 부채를 공제한 잔액이 아 니라 이것에서 다시 국고보조금과 계열회사로부터 출자받은 금액 을 공제한 잔액으로 정의하고 있는 점이다. 그 이유는 국고보조금 은 성질상 타회사출자의 재원으로 사용될 수 없기 때문이며 또한 계열회사로부터 출자받은 금액을 제외한 것은 상호출자를 제한하 는 것과 같은 취지에 의한 것이다. 타회사 특히 계열회사에 대한 출자의 형태에는 방사형‧연쇄형‧행렬형‧복합형 등 여러 가지가 있 으며 이를 각각 유형별로 규제의 범위와 내용을 결정하여 시행한 다는 것은 매우 어렵기 때문에 출자총액비율을 규제하게 된 것이 다.

이 조항은 근본적으로 기업집단의 계열회사의 팽창을 위한 재원 조달을 간접적으로 규제함으로써 기업집단의 다변화와 이를 통한 경제력의 집중을 억제하려는 목적을 갖고 있다. 그러나 이론상 순 자산을 증대하면 출자총액한도가 늘어나기 때문에 기업집단의 확 장 자체를 근원적으로 억제하는 장치는 되지 못한다. 현실적으로 이 조항이 발효된 이래 기업집단들은 출자한도초과분을 해소하기

개의 독립경영체간에 상호 경영권의 확보를 지원하되 경영에는 일체 간여하 지 않는 양태로 되어 있는 점이 큰 차이라고 할 수 있다.

26) 동 규정의 신설에 앞서 필자가 경제기획원 공정거래실과 공동으로 조사한 바 로는 상위 10대 기업집단의 경우에 계열회사간의 직접상호출자는 단순합계기 준으로 자본총액의 10% 수준이었다.

27) 위에서 언급한 상위 10대 기업집단에 대한 일차조사의 결과 이 비율의 평균 치가 50%를 약간 하회하였기 때문에 대상기업들의 적응속도를 고려하여 추 후 재차 개정할 것을 염두에 두어 우선 40%로 결정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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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세계화‧정보화 시대의 경쟁정책

위하여 기업공개‧유상증자의 적극적 실시와 잉여금의 내부유보 증 대 및 주식매각 등을 실시하였기 때문에 소유집중의 완화와 재무 구조의 개선에 적지 않게 기여한 것으로 나타난다. 예컨대 1987년 에 지정된 29개 대규모기업집단의 경우, 내부지주비율이 1987년의 56.2%에서 1990년의 45.4%로 자기자본비율은 같은 기간 중 16.1%

에서 24.6%로 각각 변화하였다.

이와 같이 경제력집중 억제를 위하여 자본구조에 대한 규제조항 을 도입한 외에 제7조의5를 신설하여 대규모기업집단에 속하는 금 융회사와 보험회사는 취득‧소유하고 있는 국내계열회사주식에 대 하여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도록 하였다. 이 조항은 원칙적으로 금융‧보험회사의 자산운용상 계열회사에 대한 투자를 배제할 수는 없으나, 그 의결권을 배제함으로써 기업집단의 경영권집중을 부분 적으로 억제하려는 목적에서 설치된 것이다. 공정거래법은 1986년 이후에도 여러 번 개정되었는데 특히 1992년의 제3차 개정으로 대 규모기업집단의 계열회사간의 채무보증에 대한 제한을 도입한 것 은 주목할 만하다. 즉 제10조의2에서 대규모기업집단에 속하는 회 사는 국내계열회사에 대한 채무보증총액이 원칙적으로 당해회사의 자기자본의 20%를 초과하지 않도록 규정하였다.28) 종래 기업집단 의 계열회사들은 다른 계열회사로부터 쉽게 채무보증을 받을 수 있으므로 계열회사를 갖고 있지 않은 기업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많은 자금을 금융기관으로부터 차입할 수 있었고 이것이 불건전한 차입경영과 경제력집중의 주요한 수단이 되었다. 이 조항은 그러 한 폐단을 제거하기 위한 일차적 시도로서 도입되었다.

다음 1994년 제4차 개정으로 대규모기업집단의 계열회사의 출자 총액한도액이 순자산의 40%에서 25%로 인하되었다. 제2차 개정으

28) 이것은 1996년의 제5차 공정거래법 개정을 통하여 10%로 다시 인하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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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 과잉출자분이 비교적 순조롭게 해소되었기 때문에 제도의 취지 를 살리기 위하여 재차 조정된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정부의 관 심사였던 사회간접자본에 대한 민간투자를 유치하기 위하여 동조2 항에서 대규모기업집단의 계열회사가 「사회간접자본시설에대한민 간자본유치촉진법」에 의한 시설사업을 영위하기 위하여 설립된 회 사의 주식을 취득‧소유하는 경우는 예외로 규정하였다. 또한 기업 집단의 소유분산과 재무구조개선을 촉진한다는 취지로 1996년의 제5차 개정을 통하여 대규모기업집단의 계열회사 중 일정한 요건 을 충족한 ‘소유분산우량회사’에 대하여는 출자총액제한규정을 적 용하지 않도록 동조의 3항을 신설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예외의 인정은 각각의 목적이 갖는 타당성에도 불구하고 출자총액한도설 정의 본래적 취지인 경제력집중의 완화라는 좀더 높은 법익을 추 구하는 것과는 별다른 관련이 없는 것이다. 즉 그러한 목적들은 다른 수단을 통하여 달성되어야지 공정거래법의 적용을 제외함으 로써 부분적인 촉진효과를 노리는 것은 법제정의 근본취지에서 벗 어나는 것이다.

2. 최근 기업집단정책의 조감29)

공정거래법은 1998년 이래 김대중 정부의 ‘재벌개혁’의 일환으로 다시 개정되었다. 현정부의 기업집단정책의 기본방향은 2차에 걸 쳐 발표한 ‘기업구조조정원칙’에 요약되어 있다. 즉 1998년 1월 13 일에 발표한 ㉠ 기업경영의 투명성 제고, ㉡ 상호지급보증의 해소,

㉢ 재무구조의 획기적 개선, ㉣ 핵심부문의 설정과 중소기업과의

29) 졸문(2000)은 아래의 문제를 좀더 상세하게 논의하고 있다. 유승민(2000)도 졸문과 유사한 시각에서 논리를 전개하고 있다.

(28)

30 세계화‧정보화 시대의 경쟁정책

협력강화, ㉤ 지배주주 및 경영자의 책임성 강화 등 5대원칙과 1999년 8월 25일에 발표한 ㉥ 재벌의 제2금융권 경영지배구조 개 선, ㉦ 순환출자 억제와 부당내부거래 차단, ㉧ 변칙상속 및 증여 방지 등 3대원칙이 그것이다. 이 8대원칙을 실천하기 위하여 공정 거래법‧외자도입법‧회사정리법 등을 제정‧개정하였으며 기업개선 작업‧대규모기업집단간 기업교환‧기업지배구조 개편도 추진하여 왔다. 아래에서는 이 가운데 기업교환과 공정거래법의 개정‧집행 을 중심으로 논의하기로 한다.

(1) 기업교환

기업교환(소위 ‘빅딜big deal’)은 2개 이상의 기업집단이 사업을 서로 교환하거나 지배주주가 보유하는 특정 계열사의 주식을 교환 하여 기업을 양수‧양도함으로써 다자간에 핵심사업을 정비하는 구 조조정을 지칭한다. 그 대상은 1차로 1998년 9월에 정유‧석유화학‧

항공기‧선박용 엔진‧철도차량‧발전설비‧반도체 등 7개 분야로 하 였고 동년 12월에 자동차가 추가되었다. 이 가운데 현재까지 자동 차 이외의 분야에서는 기업교환 내지 합작의 구체적 내용이 대부 분 확정되어 시행중에 있다. 기업교환정책은 기업집단들이 무리하 게 사업영역을 중복 확장하여 ‘과잉시설’과 ‘과당경쟁’을 초래함으 로써 부채를 누적시켜 해당 기업집단의 재무구조를 악화시키는 한 편 중복생산에 따라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 어렵다는 시각을 반 영한 것이다. 이 정책의 논거에 대하여는 여러 측면에서 비판을 제기할 수 있다.30)

① 새로운 기업의 진입이건 다른 산업의 기존기업에 의한 횡적

30) 최근 이인권(2000)은 필자와 유사한 관점에서 빅딜을 평가하고 있다.

(29)

진입cross entry이건 진입은 항상 생산시설의 추가를 수반하므로 진 입이 발생하는 산업 내의 기존기업의 관점에서는 일반적으로 ‘시 설과잉’을 수반하기 마련이다. 과잉시설 여부는 현재의 시장상황만 으로 판단할 수 없으며 관련기업들이 보는 장래의 길이‧그러한 시 야 속에서의 시장조건에 대한 예측과 기대 및 경영전략에 의존한 다. 따라서 시설과잉에 대한 판단은 기업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 으며 그것의 정확성은 당해기업은 물론 타인이 사전적으로 알 수 없다. 경쟁적 진입 내지 증설을 자원낭비라는 관점에서 규제한다 면 그것은 기존의 경쟁자를 보호하기 위하여 경쟁을 배제하는 것 에 불과하다.

② 기업교환정책의 한 논거는 전문화이다. 즉 기업집단을 하나의 경영단위로 보아 사업영역의 다변화를 지양하고 소수 핵심분야에 집중함으로써 기술개발과 비용절감을 추구하라는 것이다. 그러나 사업영역의 종류와 범위는 기업이 선택할 전략의 대상이지 정부가 부과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기업은 환경변화에 대하여 끊임없이 최적반응을 도모하는 유기체이므로 전문화만이 최적전략은 아니 다. 논리적으로 보아 가령 기업집단이 해체되거나 계열기업의 독 립성이 강화되면 정의상 기업집단의 전문화라는 개념은 소멸한다.

기업은 생산‧마케팅‧재무‧인사관리‧위험부담‧연구개발 등 여러 활 동의 집합체이다. 또한 새로운 기술의 혁신적 발전으로 산업간의 경계가 급속도로 융해되고 기업간의 전략적 제휴가 광범하게 전개 되고 있다. 이러한 추세 속에서 생산되는 제품의 산업분류에 의한 전문화를 추구하는 것이 최상의 선택은 아니다.

③ 기업교환정책은 필연적으로 해당 국내산업의 (준)독점화를 초 래한다. 흔히 수평합병의 경우 시장집중도의 상승에 따른 가격상 승과 효율성 향상에 따른 비용저하간에 이해득실 관계가 존재하는 데, 두 가지 효과의 크기는 산업과 기업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으

(30)

32 세계화‧정보화 시대의 경쟁정책

므로 효율성 향상효과만을 일방적으로 강조하여서는 안된다.31) 이 러한 정책의 성과를 평가함에 있어서는 다공장기업의 경제성이 어 느 정도 실현될 수 있고 그것이 독점화에 따른 폐해의 가능성을 능가하는지 여부가 가장 중요한 판단기준이 될 것이다.32) 단일공 장 단위에서의 규모의 경제와 달리 기업수준에서의 규모의 경제는 단순한 생산의 경제성만이 아니라 조직의 경제성 여부에 크게 좌 우된다. 그리고 이러한 경제성이 각각의 제품에 있어 어느 정도 실현될 수 있는가는 시간‧장소‧기업에 따라 다르게 되는 실증적인 차원의 문제이다.

④ 독립된 기업들을 합병하면 규모확대에 따른 위계화와 정보손 실에 의한 통제비용‧조정비용의 증대가 중요한 문제로 대두하며 그러한 조직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상당한 경영능력을 필요 로 한다. 더욱이 국내외의 일반적 경험에 의하면 기업문화가 다른 기업들을 ‘비자발적으로’ 통합하면서 각 기업 내에 축적된 기업특 유적 인간자산firm-specific human asset을 상실하지 않고 모든 종업원 들을 ‘화학적으로’ 융합하여 새로운 단일조직으로 변환시키는 것은 매우 어렵다.33)

31) 수평결합의 후생효과에 대하여는 아래의 제3장에서 다시 상세히 논의한다.

32) Hay and Morris(1991)는 생산면에서의 다공장기업의 경제성으로 다음과 같 은 것을 지적하고 있다. ㉠ 철강‧시멘트 등 중량이 큰 상품의 시장이 지리적 으로 분산되어 운송비의 비중이 큰 경우에 여러 공장을 통합관리함에 따라 비용이 절약된다. ㉡ 시간의 흐름에 따라 새로운 시설을 추가할 경우에 한 기업이 여러 지역간의 제품흐름을 감안하여 복합적으로 투자를 단계화하는 것이 각각의 기업이 여러 지역을 독립적인 대상으로 하여 투자할 때보다 비 용을 절감한다. ㉢ 제품차별화가 가능한 경우에 각각의 공장에서 상품의 여 러 가지 변형을 생산하기보다 공장별로 특화하면 경제성이 향상되고 위험분 산효과도 달성된다. ㉣ 독립된 공장간의 산출량에 변동이 있더라도 통합된 관리체제하에서는 이를 균형있게 상쇄하여 재고율을 저하시킨다. ㉤ 수요저 하에 고비용공장의 폐쇄‧저비용공장의 완전가동으로써 대응하는 등 단일공 장기업에 비하여 조업의 유연성이 증대한다.

(31)

⑤ 일단 시설과잉이라는 판단이 해당업계의 기업들에 확산되더 라도 그에 대응하는 조치는 해당업계의 자율적 판단과 노력하에 시장의 경쟁구조를 최대한 보존하면서 공정거래법의 범위 내에서 강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34) 공정거래법의 취지로 보면 우선 해 당기업들의 공동행위로 과잉시설에 따른 문제가 해소될 수 있는지 여부를 검토하고 그것이 불가능할 경우에 최후수단으로 기업결합 을 모색하더라도 그 타당성 여부는 기업 자신이 제시하여야 한다.

엄정한 논리와 법적 근거가 없이 정부주도하에 기업교환과 합작투 자를 실행하여 시장의 경쟁구조를 항구적으로 변경하는 것은 타당 하지 않다.35)

⑥ 기업교환정책은 과잉시설이라는 실물적 요인의 제거를 목표 로 하는 것 같으나 사실상 관련기업들의 재무구조의 개선에 좀더 큰 비중을 두고 있다. 시설과잉이 기업교환의 핵심적 이유라면 과 잉시설의 폐기가 정책의 기본목표가 되어야 할 것이다. 이미 투입 된 자본의 대부분은 미래의 자원배분을 위한 의사결정에는 관련이 없는 매몰비용sunk cost에 불과하다. 산업정책이나 기업정책을 시행 함에 있어 현실적으로 회계적 비용의 개념을 전혀 무시할 수는 없 겠지만 자원배분의 결정시에는 경제적으로 의미가 있는 기회비용 을 중시하여야지 장부정리를 위한 부채청산을 우선하여서는 안된 다. 그러한 정책은 또 다른 퇴출장벽을 구축하여 ‘방어적 투자’를

33) Mueller(1997)는 과거 100여년에 걸친 미국과 영국의 기업합병의 성과를 연 구한 여러 실증분석의 결과를 요약하여 합병이 사회후생에 초래한 역효과는 경쟁의 감소를 통한 가격인상이라기보다는 합병기업간 문화의 상충에 기인 한 합병기업 자신의 효율성의 저하라고 하였다. Scherer(1997)는 이것을 ‘합 병의 X-효율성효과’라고 하였다.

34) 이 문제에 대한 상세한 논의는 아래의 제3장 참조

35) 기업교환이 형식상으로는 해당기업들간의 자발적 결정에 의한 것이나 정부가 이를 주도하였다는 것은 공지된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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