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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결합 심결의 문제점

문서에서 기업결합규제의 진화 (페이지 174-182)

(1) 파탄기업 항변과 효율성 항변의 동시적용

경쟁제한적 기업결합에 대해 공정거래법이 허용하는 파탄기업 항변과 효율성 항변은 법리적‧경제적 의미와 허용요건에 있어 완 전히 다른 것이다. 즉 경쟁제한성을 가진 특정한 기업결합이 예외 인정을 받기 위해서는 파탄기업 항변과 효율성 항변 가운데 한 가 지 논리를 갖고 그 정당성을 인정받는 것이 타당하며 두 가지 효 과를 적당히 합하여 예외인정을 받는다는 것은 논리적으로 성립되 지 않는다.

그러나 심결사례를 검토하면 대부분의 사건에서 기업결합의 허 용을 요청하는 피심인의 주장은 파탄기업 항변 및 효율성 항변을 모두 포함하고 있어 어떠한 목적과 이유에서 기업결합을 하였는지 가 분명하지 않다. 피심인의 입장에서는 어떤 논거로든 자신이 선 택한 기업결합이 합법화될 것을 바라기 때문에 그러한 주장을 개 진하는 것으로 일단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자세는 공정 거래위원회의 심결에서도 마찬가지로 발견된다. 각각의 기업결합 에 대하여 파탄기업 항변과 효율성 항변이 무질서하게 뒤엉켜 있 는 피심인들의 주장에 대하여 일일이 기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느낌이 강하며, 사건을 기본적으로 어떠한 시각에서 파악하고 있 는지 초점이 분명하지 않다. 이러한 심결결과가 단적으로 나타난 것이 현대자동차 사건이다. 이 사건에서 공정거래위원회는 승용차 및 버스시장 부문에서는 파탄기업 항변과 효율성 항변을 모두 수 용하였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 피결합기업인 기아자동차가 부실상 태란 이유에서 여타심결에서는 파탄기업의 항변요건인 ‘덜 경쟁제 한적인 기업결합이 불가능한 경우’라는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였고,

효율성 항변과 관련하여서는 SK텔레콤 사건 및 인천제철 사건에 서 제시되었듯이 효율성 제고효과에 대한 계량화작업도 없이 단순 히 추상적인 개연성만으로 효율성 항변을 받아들이는 결정을 내렸 다. 현대자동차 사건에서와 같은 척도로 효율성 항변을 인정한다 면, 이러한 조건을 충족치 못할 기업결합사건이 있을 수 있는지 의심스럽다.

현대자동차 사건에 대한 심결내용을 보면 예외규정 적용상의 모 순은 명확히 드러난다. 공정거래법에 명백히 규정되어 있듯이 경 쟁제한적인 기업결합이라도 파탄기업 항변이나 효율성 항변 가운 데 어느 한쪽이라도 인정된다면 그 기업결합은 위법이 아닌 것으 로 된다. 그런데 현대자동차 사건에서는 승용차부문과 버스부문에 서는 파탄기업 항변과 효율성 항변이 모두 인정되었는데, 트럭부 문은 효율성 항변만이 인정되지 못하였다.222) 트럭은 기아자동차 의 생산품목 가운데 일부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승용차와 버스부 문에 파탄기업 항변이 인정되었으므로, 트럭부문에 대해서도 파탄 기업 항변이 당연히 인정되어야 하며, 이러한 점에서 트럭부문에 대해서만 법률에 위반하는 기업결합이라는 공정거래위원회의 결정 은 법률적용에 있어서 허점을 드러내고 있다. 앞으로 기업결합 예 외조항의 적용에 대한 심결에 있어서는 ‘파탄기업 항변’과 ‘효율성 항변’ 중 어느 하나만을 평가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여야 하며, 이

222) 트럭부문에 대하여 심결서에 효율성 항변을 인정하지 못한다는 점은 명확히 밝히고 있으나, 파탄기업 항변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이 없다. 그러나 논리 적으로 기아자동차는 승용차‧버스‧트럭 등을 생산하는 다제품 기업이므로 승용차 및 버스부문이 파탄부문에 해당한다면, 트럭부문도 자동적으로 파탄 부문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미국의 수평합병지침에서는 다부문기 업의 경우에 기업 전체가 아닌 개별부문별로 파탄부문 항변을 인정할 수 있 도록 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기업결합심사기준에는 이 점에 대하여 명확한 입장을 나타내고 있지 않으나 미국의 입법례를 그대로 적용할 수 있을 것이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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를 위해서는 피심인에서도 당해 기업결합의 목적과 효과를 분명히 하고 그에 따른 증거자료를 제시하여야 할 것이다.

(2) 효율성효과의 평가

효율성 항변의 수용여부를 결정함에 있어서는 기업결합에 의해 향상되는 효율성이 관건이다. 효율성을 측정하기 위해서는 사전적 으로 효율성의 개념이 명확히 정의되어야 할 것이다. 경제학에서 는 일반적으로 효율성을 사회적 효율성과 기업내적 효율성으로 구 분하고 있는데 기업결합심사기준에서는 국민경제적 효율성 증대효 과와 기업효율성 증대효과로 구분하고 있다. 앞서 제3장에서 지적 하였듯이 여기서 국민경제적 효율성은 사회적 효율성과는 다른 경 제적 형평의 측면을 고려하는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또한 효율성 항변에서 인정되는 효율성 제고효과는 ‘당해 기업 결합 외의 방법으로는 달성하기 어려운 것’에 국한된다. 이러한

‘당해 기업결합에 고유한 효율성’의 의미는 ① 카르텔 등 기업결합 이 아닌 여타방법으로는 달성할 수 없는 효율성, ② 기업결합을 통 해 기대될 수 있는 일반적 효율성 제고효과가 아니라 당해 기업결 합에서 특별하게 나타나는 효율성 제고효과의 두 가지로 해석될 수 있는데, ②는 ①에 비해 효율성을 한층 엄격히 규정한 것이다.

SK텔레콤 사건에서 위원회는 피심인이 주장한 효율성 증대효과 가운데 IS-95A/B망 통합을 통한 수출효과‧IS-95C 공동투자효과‧

IMT-2000 공동투자효과‧요금인하효과‧주파수자원 활용효과는 인 정하지 않았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피심인이 주장한 효율성 증대효 과 가운데 ① IS-95A/B망 통합에 따른 투자비 및 운영비 절감효 과, ② 판매조직의 공동활용효과, ③ 단말기 구입가격 인하효과,223)

④ R&D 투자 절감효과의 4가지를 인정하였다. 먼저 ①, ② 및 ④

와 관련하여서는 이것이 공동행위를 통해서도 충분히 가능할 것으 로 짐작되는데, 위원회가 어떠한 근거에 바탕을 두어 이를 기업결 합의 고유한 효과로 인정한 것인지가 명백히 나타나 있지 않다.

더욱 큰 문제는 중복투자 회피에 따른 투자비 및 운영비 절감, 판매조직 공동활용 등의 효과는 어떠한 기업결합에서도 나타나는 효과라는 점이다. 만약 이러한 효과를 효율성 향상으로 인정한다 면, 애초에 이동전화시장에 복수의 사업자를 참여시킨 정책이 잘 못된 것이며, 나아가서는 모든 산업에서 독점을 정당화하는 논리 로 비약될 수도 있을 것이다. 최근 IMT-2000 사업에서 정부는 3 개의 사업자에게 허가를 내주기로 결정한 바 있다. IMT-2000 사 업에 3개 사업자가 경쟁할 경우에도 통신망시설‧판매조직‧단말기 구입‧연구개발활동의 중복이 당연히 예상된다. 만약 이러한 중복 의 배제를 사회적 효율성 증대로 인식한다면 1개 사업자에게 독점 적으로 사업을 허용하는 것이 오히려 타당할 것이다. 인천제철 사 건에서도 특화에 따른 비용절감효과, 가동률 향상에 따른 고정비 절감효과, 연구개발비 절감효과, 인건비 및 조직운영비 절감효과, 전산부문 공유효과 등을 효율성 증대효과로 인정하였는데, 이에 대해서도 SK텔레콤 사건과 마찬가지로 기업결합의 고유효과인지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그리고 ③의 효과는 비록 위원회가 현재 의 단말기 가격을 독점가격이라는 전제하에서 인정한 것이기는 하 지만 단말기 가격이 독점가격이라는 증거가 없으며, 설사 독점가 격이라고 하더라도 그것은 사업자간 소득이전일 뿐 효율성 증대라 고 보기는 어렵다.

또 한 가지 지적할 점은 위원회는 ‘기업비용 절감액 =효율성 증

223) 현재의 단말기 가격이 독과점가격이고, 이 기업결합이 성사될 경우 교섭력 의 향상으로 단말기 가격을 경쟁가격 수준으로 낮추게 된다는 전제하에서 단말기 구입가격 절감분을 효율성 증대효과로 인정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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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액’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점이다. 기본적으로 ‘효율성 항변’에 서 말하는 효율성이란 ‘사회적 효율성’을 의미하는 것으로 받아들 여야 하며, 그러할 경우 기업비용절감과 효율성은 완전히 다른 개 념으로서 기업회계자료는 효율성 평가의 자료로 이용될 수 없을 것이다. 사회적 효율성의 증대를 입증하기 위해서는 국가전체로 상기의 시설 및 판매조직, 혹은 비용지출이 과잉상태라는 사실을 증명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리고 시설 및 판매조직, R&D 활동의 일부 중복이 가져오는 소비자후생 증대효과, 효율성의 동태적 향 상효과 등도 아울러 평가되어야 할 것이다. 효율성을 기업효율성 으로 해석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금전상의 절약효과가 아닌 실질 적인 생산성 향상효과로서 공동행위 등 다른 방법을 통해서는 불 가능하며, 모든 기업결합이 갖는 공통적인 효과를 배제한 당해 기 업결합의 특유한 부분만을 인정하여야 한다.

(3) 기업결합 사후신고제

공정거래법 제7조제1항에 의해 경쟁제한적 기업결합의 규제대상 이 되는 규모에 해당하는 기업결합은 동법제12조에 의하여 공정거 래위원회에 신고하여야 한다. 동법제12조제4항에서는 “제1항의 규 정에 의한 기업결합의 신고는 당해 기업결합일로부터 30일 이내에 이를 하여야 한다”고 규정함으로써 사후신고제를 도입하고 있다.

이러한 사후신고제도가 결과적으로 경쟁제한적 기업결합에 대한 느슨한 규제로 연결된다. 원칙적으로 공정거래법에 위반하는 기업 결합의 경우, 법률의 엄격한 집행을 통해 기업결합 이후에도 이를 무효화할 수 있고 그렇게 하는 것이 원칙일 것이다. 그러나 현실 적으로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이러한 결정을 내리는 것은 큰 부담으 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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