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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수리권의 종류

2.2. 관행수리권

민법은 용수권의 내용을 모두 성문화할 수 없기 때문에 용수권에 관한 다른 관습이 있으면 그 관습에 의한다고 규정함으로써(제234조), 이른바 ‘관행수리 권’을 인정하고 있다. 관행수리권은 농업용수의 취수와 관련하여 상당히 중요 한 의미를 갖고 있으나 그 내용은 너무나 불명확하다. 취수량, 취수기간, 취수 방법, 분쟁해결방법, 물 분배 및 관리 방법 등이 관습에 의존하기 때문에 불분 명하고, 지역 사회 및 사안마다 다를 수밖에 없다. 그 내용은 종국적으로 법원 에 의하여 결정될 것이지만 가변적인 요소가 많기 때문에 법적 지위는 불안정 하다고 할 수 있다.

2.2.1. 주체

관행수리권의 주체는 연안에서 농‧공업을 경영하는 자로서, 토지소유권자에 국한되지 않는다(이상돈, 2003). 그 결과 수리권의 주체는 대개의 경우 전답의 소유자가 아니라 경작자가 될 것이다(예종덕, 1989:22; 이광야 외, 2006:21) .10 단체(촌락, 수리공동체)도 수리권 주체가 될 수 있는데, 그 법적 성격은 권리능 력 없는 사단이며, 이 경우 시설물에 대한 소유형태는 총유에 속한다.

농업용수 수리권자와 관련해서는 특히 공기업인 한국농어촌공사(종래의 농 지개량조합 → 농업기반공사)의 출현으로 공사가 그 주체가 되는지 논란이 제 기되고 있다. 뒤에서 보는 바와 같이 한국농어촌공사는 농업기반시설(「농어촌 정비법」 제2조 제6호에 따른 농업생산기반시설을 말함)의 유지‧관리 및 이용 에 관한 사업 등을 수행하면서 관리권을 보유하고 있는바(금태환, 2007:51; 배 성호, 2009:19),11 관리권과 수리권은 구별되는 개념일 뿐만 아니라 수리권은

10 법률상 소작관계가 인정되지 아니하므로 전답의 소유자와 경작자가 다른 경우에는 경작자가 수리권자라는 주장이 있다. 이러한 주장은 관행수리권의 주체가 기본적으 로 토지소유자임을 전제로 한다고 할 것이나 경작자가 수리권의 주체가 된다는 결 론에 있어서는 동일하다.

직접 물 사용을 하는 자에게 주어진 권리라는 점을 고려할 때 한국농어촌공사 를 수리권의 주체라고 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결국 한국농어촌공사의 출범 이 후에도 수리권의 주체는 여전히 농업용수를 이용하는 농업인(경작자)에게 있 다고 하여야 한다. 법규정의 불분명도 주체성에 대한 논란을 부채질하고 있는 바, 궁극적이고 효율적인 물 관리 및 절약을 위해서는 농업인을 수리권의 주체 로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2.2.2. 내용

관행수리권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사실적인 물 이용 행위가 장기에 걸쳐 반 복·계속되고 그 정당성에 대한 사회적 승인을 획득할 필요가 있다(윤태영, 2006:440; 배성호, 2009:11~13). 그러나 구체적으로 위 두 가지 요건을 판단하 는 것이 쉬운 것이 아니다. 최종적인 판단은 법원의 결정에 따를 수밖에 없는 데, 사실판단의 문제가 될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판례가 있으나 관행수리권의 실체를 명확히 파악할 수 있을 정도로 많지 않으며, 명확성이 떨어져 구체적 사안에 대한 답은 될지언정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판례는 1927년 조선하천령이 시행되기 이전에, 그 지역의 경작자들이 몽리 답의 관개를 위하여 하천에 물을 막아 보를 설치하였고, 이 보가 설치된 이래 원고 등이 이 보로부터 인수하여 답을 경작하여 온 사안에서 “공유하천에 보를 설치하여 그 지역의 경작자들이 위 보로부터 인수하여 답을 경작하여 온 관행 이 있었다면 그 농지의 소유자는 농지의 관개에 필요한 한도 내에서 용수권이 있다 할 것이다.”12고 판시하여 공유하천에 있어서는 관행에 의한 용수권을 인 정하고 있다.

관행수리권은 통상적, 관행적으로 이루어진 행사방법과 범위 내에서 인정된 다 할 것이다. 즉 “관습상의 유수전용권은 종래 관개하여 온 몽리면적에만 미

11 관리주체와 이용주체를 구분하여 한국농어촌공사가 갖는 권리를 관리수리권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12 대법원 1977. 7. 12. 선고 76다527 판결.

치고 이를 초과하는 면적에는 미치지 아니한다.”13 또한 공유하천용수권은 아 니지만, 해수용수권과 관련한 사안에서 법원은 “기존의 염전에 인접하여 그 보 다 낮은 지대에 새 염전을 개설하려는 자는 기존염전의 소유자 또는 경영자와 의 사이에 약정 등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기존염전의 염제조를 위한 기득의 해 수용수권을 침해하지 아니하는 방법으로 새 염전을 설치 경영하여야 하고, 기 존염전의 소유자 또는 경영자가 종전의 방법으로 해수를 인수 또는 배수함으 로써 새 염전에 피해를 주었다 하더라도 그것이 기존염전의 염제조에 필요한 통상적인 용수권의 행사로서 다년간 관행되어 온 종전의 방법과 범위를 초과 하지 않는 것이라면 새 염전의 개설경영자는 이를 수인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 함으로써,14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한편, 대법원은 “장구한 시간 동안(20년 이상) 평온, 공연하게 지소로부터 관 개용의 물을 대어 써 왔다 할지라도 이 지소가 사유지에 속하여 있는 이상 그 러한 사실만으로서는 곧 위의 지소의 물을 사용할 수 있는 용수권(지역권)을 법률상 취득한다고는 볼 수 없고 또 그러한 한국의 관습법도 없다.”15고 판시함 으로써, 용수권의 시효로 인한 취득을 부인하였다. 여기에서 주목할 것은 위 판 례가 다룬 사안은 용수가 사유지로부터 이루어진 경우로서, 공유지의 경우와 달리 해석될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판례에 따르면 용수가 이루어지는 곳이 사유지인지 공유하천인지에 따라 관행수리권의 인정 여부가 달라진다는 것인 데, 그 구별되는 이유가 제시되지 않고 있다. 또한 판례는 구체적으로 어느 정 도의 기간이 경과되어야지 관행에 의한 용수권이 성립되는지에 대하여는 분명 히 밝히고 있지 않다.

한편, 어떤 경우에 물 이용의 정당성에 대한 사회적 승인이 인정되는지에 대 하여는 판례가 없다. 다만 일본 판례는 구체적으로 수리시설물의 설치·관리·보 수의 책임, 이에 따르는 비용·노동부담의 유무 등이 판단요소가 된다고 한다

13 대법원 1968. 1. 23. 선고 66다1995 판결,

14 대법원 1983. 3. 8. 선고 80다2658 판결.

15 대법원 1965. 2. 4. 선고 64다1493 판결; 대법원 1967. 5. 30. 선고 66다1382 판결;

대법원 1965. 5. 25. 선고 65다256 판결.

(윤태영, 2006:442; 배성호, 2009:13). 앞서 공유하천에서의 관행에 의한 용수권 을 인정한 사안에서 법원이 경작자들 스스로 나무와 돌 등을 쌓아 물을 막아 보를 설치한 점을 무시하지 않은 것은 주목할 만하다.

2.2.3. 소멸

관행수리권은 허가수리권과 달리 허가를 전제로 하는 소멸은 있을 수 없다.

관행수리권은 존속기간이 없다. 수리권은 현실의 이수에 기인하는 권리이기 때 문에 농업의 종기도래, 농지의 확정적 폐실에 의하여 소멸한다. 또한 목적의 상 실에 의해서도 소멸한다. 관행수리권은 주체의 사망‧해산에 의하여 소멸되며 다만 상속될 수 있다. 공동체에서 탈퇴‧제명 시에도 그의 수리권은 소멸한다 (이광야 외, 2006:23).

2.2.4. 평가

관행수리권의 기초가 기본적으로 관습에 기초하기 때문에 그 주체, 성립, 범 위, 효력 등이 명확하지 않다. 내용과 관련해서도 취수량, 취수방법, 물 배분방 법, 분쟁해결방법 등이 불분명하다. 한국농어촌공사가 수리권의 주체가 될 수 있는지, 취수량을 어떠한 기준에 의해 보장하여야 하는지, 추가 개발로 확보된 물에 대하여 수리권을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 농지 또는 관개면적의 감소 등으 로 여유 수량이 발생한 경우에는 기존 관행수리권으로 인정되던 양이 감소하 는지, 비농업용수를 포함하는 지역용수 개념이 들어 올 경우 기존 관행수리권 으로 인정하던 양을 어떻게 조정해야 하는지, 제3자가 진입한 경우 수리권 주 체가 될 수 있는지 등 논란이 제기될 수 있다. 이는 수리권의 안정적 확보를 해칠 수 있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특히 허가수리권과의 충돌은 관행수리권의 존폐 문제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수자원을 전형적인 공적 자원으로 이해하고 한정된 자원에 대한 공적 규제가 강 화되고 있는 시점에서 관행수리권을 허가수리권 체계로 전환하자는 논의가 그것

이다. 추가적인 수자원 개발이 점점 어려워지고, 지역용수로서 농업용수를 다양 한 용수로 전환하려는 사회‧경제적 욕구도 관행수리권의 기초를 흔들고 있다.

2.3. 하천법상의 허가수리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