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소에 대한 태도는 사람들의 경험 등으로 인해 매우 다르다. 같은 장소이지 만 개인의 차이에 따라 그 장소의 이미지에 대한 인식이 다소간 다르다는 뜻이 48) Lynch Kevin, 한영호·정진우 역, 『도시환경디자인』, 광문각, 2003, 17면.
49) Carmona, Matthew, 강홍빈 역, 『도시설계: 장소 만들기의 여섯 차원』, 대가, 2009, 165면.
50) 위의 책, 165면.
51) K. Boulding, The Image: Knowledge in Life and Society, 1960, 구사성 역, 『20세기 의 인간과 사회: 인간과 사회의 이미지』, 범조사, 1980.
다. 그러므로 장소이미지의 표현 양상을 어떻게 분류하는지가 고민거리가 될 수 밖에 없다.
이미지는 인간이 대상에 대하여 가지고 있는 총체적인 인상이며, 이러한 인상 은 대상에 대한 지각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인간이 어떤 대상을 지각한다는 것은 외부세계에 대한 자극을 감지하고, 구별하고, 해석하는 과정이며, 이러한 과정을 통하여 이미지가 형성된다.52) 모핏(Mofit) 연구에서는 이러한 이미지를 조직적, 역사적, 개인적, 문화적 요인 틀에서 일어나는 다차원적인 과정이라고 보면서, 각각의 공존은 독특하고 각기 다른 이미지를 가지며, 이러한 이미지는 의도된·의도되지 않은, 긍정적·부정적인, 강한·약한 이미지를 포함한다고 하였 다.53)
그러므로 본고에서는 장소이미지의 표현상에 주목하여 서울과 북경의 장소이 미지 표상은 의도적으로 만들어진 장소이미지, 내-외부자의 시각으로 본 장소이 미지, 그리고 자발적으로 형성된 장소이미지로 나누어 설명하기로 한다.
(1) 의도적으로 만들어진 장소이미지
색(Sack)은 지리학의 연구주제를 크게 세 가지로 정의하였다. 첫째는 물리적 공간(자연환경)이 인간행위에 인과적 힘으로서 작용하게 되는 과정, 둘째는 인간 이 공간과 장소를 인식하는 방식에 관한 것으로, 공간 및 장소의 모습과 기능이 우리의 관점이나 방식에 따라 변화하는 방식, 셋째는 공간과 장소가 구축되는 방식에 관한 것으로서, 공간과 장소가 사회적 권력의 요소를 형성하는 방식에 관한 것이다.54)
해석학적 접근은 장소나 지역에 대한 내러티브(narrative)나 설명의 해석적 요소를 강조했다. 특히 이러한 해석학적 방법은 장소이미지가 규범적 담론과 권
52) 조광익, 「국립공원 방문자의 관광이미지 구성요인」, 『관광학연구』, 24, 한국관광학회, 1997, 233면.
53) M. A. Mofit,, “A cultural studies perspective toward understanding corporate image:A case of state farm insurance”, Journal of Pubic Relations Research 6(1), Taylor & Francis, 1994, 41~66면.
54) R .D. Sack, 1992, Place, Modernity, and Consumer's World, Baltimore and London; The Johns Hopkins University Press, p. xi
력에 의해 매개된다는 통찰을 제공함으로써, 공동체 수준의 사회적 공간에 대한 연구에 한정되었던 인본주의적 접근의 한계를 극복하고, 색(Sack)이 말한 세 번 째 연구주제에 적극적으로 도입되기도 했다. 즉 사회적 권력관계에 의해 공간이 형성되는 과정, 그리고 사회적 권력관계의 형성에 공간이 개입하는 측면에 대한 연구에 해석학적 접근이 적용되기 시작했던 것이다.55) 이처럼 사회적 권력관계 에 의해 형성된 의미가 있는 공간, 즉 장소는 어떤 특정한 사회적, 문화적 이미 지가 가지게 된다.
또한 이미지의 표현 형식이라는 차원에서 볼 때 문학은 언어적 이미지라고 간 주할 수 있다. 20세기 후반기 신비평의 한 갈래인 주제 비평은 한 작가가 작품 속에서 드러내는 이미지가 바로 그 작가의 세계관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주장했 다. 그리고 문학의 수사학은 단순히 보기 좋게, 읽기 좋게 하거나, 설득력을 갖 게 하거나, 그 어떤 시적인 감동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목적에서 부수적으로 사 용된 것이 아니라 작가에게 언제나 새로운 진실을 드러내거나, 작가가 언제나 새로운 의미를 부여할 준비가 되어 있는 이 세상과 만나면서 작가가 새롭게 형 성해 나가는 자신의 구체적 진리로서의 세계관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주장한 다.56) 그러므로 문학 작품에서 드러내는 장소이미지도 작가가 이 장소에 대한 인식체계와 세계관으로 볼 수 있다. 즉 장소이미지, 특히 사람들이 문학 작품을 통해 만들어진 장소이미지는 바로 감각적인 공간에 자기의 사고와 정신세계를 부여하게 되어 형성되는 것이다.
그리고 투안(Tuan)도 '언어'를 통해 장소가 만들어지기도 한다고 주장한다.57) 그러나 문학에서 포착할 수 있는 장소이미지가 보통 작가 개인적인 시각을 통해 형성되었지만 작가가 창작의 목적에 따라 다소 다를 수도 있다. 즉, 이러한 장소 의 이미지는 실재적 특성과는 상관없이 실재 장소나 지역과 관련된 다양한 의미 들이다. 이미지는 편파적이기도 하고 종종 과장되거나, 과소평가되기도 하며, 따 라서 정확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특히 문학의 창작 주체가 어떤 사회 권력관계에 속하거나 이들을 위한 창작하거나 이때 문학에 드러나 장소의
55) 신승희, 「문화관광의 대중화를 통한 공간의 사회적 구성에 관한 연구: 강진·해남 지역을 사례로」, 서울대학교 지리교육학과 박사학위논문, 2000, 16~17면.
56) 유평근·진형준, 『이미지』, 살림, 2001, 49면.
57) Yi-Fu, Tuan, 앞의 책, 2007, 3,4 장 참조.
이미지가 개인적인 정서에 넘어 집단적이고 가짜라고 하기 어렵지만 어떤 정도 에서 보면 의도적으로 만들어진 장소이미지라고 간주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초선의 개국 공신 정도전에 의하면 문학은 재도(載道)를 하는 것이 어야 하는데, 재도란 다름이 아니라 세상을 바로잡는 실천적 활동이라고 했 다.58) 문학 작품은 이와 같은 특정한 용도가 있을 뿐만 아니라 문학 작품을 통 해 한 장소가 새로운 장소이미지를 부여하게 될 수도 있다. 고학력층 독자를 중 심으로 베스트셀러가 된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는 문화관광지 추천 서적으로 대 중화되어 가는 과정을 통해 강진과 해남 지역에 대한 문화적 담론을 급변시켰다 는 것을 밝혔다. 낙후된 농촌이던 ''반도의 오지'가 향토적 정서와 때 묻지 않은 자연과 의미 있는 문화유적지를 갖춘 '남도답사 일번지'라는 장소이미지가 부여 되었다는 것이다.59) 이는 바로 문학 작품이라는 매체를 통해 재창조된 장소이미 지이다.
렐프(Relph)는 이처럼 사람들이 장소에 대한 관점 혹은 장소감을 무의식적인 것과 의식적인 것으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다. 무의식적인 경험을 할 때, 장소는 있는 그대로 순수하게 받아들여진다. 그러나 의식적으로 경험하게 되면, 장소는 이해와 성찰의 대상이 된다. 즉 의식적 장소감은 ‘장소가 동물적인 생존 수준을 넘어서는 어떤 것으로서, 기쁨, 놀람, 경이로움, 공포 등을 전달해 줄 수 있으며, 그런 의사소통에 식견을 가지고 경청하는 능력은 인생을 더욱 풍부하게 한다.’라 는 인식에 기초하고 있다.60) 문학 작품은 바로 특정 장소에게 어떤 '색다른 이 미지'를 부여하게 되어 사람들로 하여금 장소를 체험할 때 의식적인 장소감을 형성하게 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 이때 문학 작품에서 포착할 수 있는 장소이 미지는 의도적으로 만든 것이라고 볼 수 있다.
(2) 내-외부자의 시각으로 본 장소이미지
렐프(Relph)는 장소의 이미지를 개인의 장소이미지, 집단의 장소이미지, 대중 의 장소이미지로 나누었는데 이 중에 개인의 장소이미지란, 한 개인의 경험, 감 58) 조동일, 『한국문학통사』 2, 제2판, 지식산업사, 1989, 242면.
59) 신승희, 앞의 논문, 2000.
60) Edward Relph, 앞의 책, 2005, 150~151면.
성, 기억, 상상, 현재 상황, 의도 등이 매우 다양하게 혼합되어 있어서, 개인으로 하여금 여러 가지 매우 다른 방식으로 특정 장소를 볼 수 있게 한다. 그리고 한 사람이 어떤 장소에 대해 가지는 정체성은 매우 다양하며 개인의 장소 이미지는 비교적 오래 지속되고 사회적으로 합의된 장소의 특성이 일종의 준거점으로 이 용될 수 있다.61)
오늘날처럼 신매체가 폭발적으로 발달되어 있지 않은 과거에는 지식인이 한 장소를 체험하면서 특정 장소에 대한 개인적인 이미지와 정서가 형성될 때 항상 문학 작품을 통해 표현하였다. 다시 말하면 작가의 작품은 작가의 존재의 증거 로서 장소가 인간에게 존재의 의미를 부여한다면 작가도 자신의 삶의 현장인 장 소로부터 자신의 작품세계가 구현되는 것은 당연하다.
또한 렐프(Relph)의 이론에 의해 장소의 이미지는 수직적, 수평적으로 구조화 되어 있다. 수평적 구조는 개인 · 집단 · 대중의 내부와 그들 상호간의 둘러싸는 장소에 대한 지식의 사회적 분포에 관한 것인데 수직적인 구조는 경험의 강도와 깊이의 구조이며, 다양한 수준의 외부성과 내부성의 경험에 대응되는 층위들을 가지고 있다.
렐프(Relph)는 장소의 외부성을 서술할 때 '실존적 외부성', '객관적 외부성', '부수적 외부성'으로 분류하였는데 실존적 외부성은 자각적이고 깊은 생각 끝에 내린 무관심, 사람득과 장소로부터의 소외, 돌아갈 집의 상실, 세계에 대한 비현 실감과 소속감의 상실을 포괄한다. 객관적 외부성은 장소에 대하여 의도적으로 냉정한 태도를 취하는 것은, 사람과 장소를 심각하게 분리시키며 부수적 외부성 은 대개 무의식적 태도이고 이는 우리가 방문자로 있는 장소나 장소에 대한 우 리의 외도가 제한적이고 부분적인 경우에만 적용된다.62)
그리고 장소의 본질은 외부와는 구별되는 내부의 경험에 있다. 장소의 내부에 있다는 말은 그 장소에 소속되어 있으며, 그 장소와 일체감을 느끼는 것을 말한 다. 한 장소의 내부에 더욱 깊이 있을수록 장소와의 일체감은 더욱 강해진다. 렐 프는 네 가지 유형의 내부성을 제시한다. 간접적 내부성, 행동적 내부성, 감정적 내부성, 존재적 내부성이 바로 그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내부성은 존재적 내부성
61) 위의 책, 130면.
62) 위의 책, 120~122면.